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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그러나 오래된 걱정거리.

임소라 조회수 : 1,537
작성일 : 2004-07-09 21:14:46
너무 너무 오랜만이라서 어쩐지 쫌 어색한 느낌까지 드네요. 가끔 댓글은 올리긴 했었지만...
그래도 하루에 한번씩 꼬박꼬박 들러서 리빙노트, 키친토크에 자유게시판까지 열심히 보고 다녔으니까 괜찮겠죠?

어저께 기말고사가 막 끝났어요. 명색이 중3이고 고등학교 진학으로 골머리를 앓을 학년이라 한다고는 했는데 평균이 1,2점 오를까 말까하고... 게다가 언제나 그렇듯 골칫거리인 수학 이 녀석이 그토록 열심히 했건만 점수가 생각만큼 안나와서 시무룩 했죠. 그래도 시험 끝난 날이라서 꼬불쳐 둔 용돈 꺼내서 문래역 홈플러스까지 슈웅 지하철 타고 가서 평소 열심히 구경했던 제과제빵 도구랑 재료를 몇가지 사들고, 하필이면 고장난 지하철 때문에 40분가량 기다리다가 집에 돌아왔답니다.

여기서 여러 이모님들께 여쭤보구 싶은 건요... 제가 특이한 건지... 딴 놈들 안 하고 노는 일로 스트레스를 풀고 왠지 나이에 걸맞지 않은 행동 - 딴 녀석들 모여서 뭐 먹으러 간다 하고, 노래방 가고 그럴 때 전 집에서 밀가루 계량하고, 반죽하고... 죽어라고 만화책 빌려다가 볼 때 전 용돈 털어서 요리책을 사거든요. 현재로써 모은 요리책이 다섯권 정도 되죠.- 을 하고 노는데 제 친구들은 저보고 참 별나고 특이하다거든요. 세대에 안 맞게 논다고. 꼭 애들처럼 쓰잘데기 없이 만화책 빌려다보고 그래야 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전 요리하는 거, 특히 과자 굽는 게 참 좋은데.....

그리구 오늘은 삼주 전쯤 검사한 적성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그걸 보고 한숨이 또 푹 나왔죠. 전 이공계, 특히 수학을 엄청 싫어하고 노력해도 점수도 잘 안 나오는데 회계사나 건축계통으로 잔뜩 맞는 직업이 나온거에요. 전 너저분한거보단 정리 된 걸 더 좋아하고 좀 원칙주의자라서 그냥 그렇게 표시했는데 정말 안 맞는 직업이 우수수 하니 뭐가 잘못된 건지 참 골치가 아프더라구요.

제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직업들 - 내심 제과, 제빵이나 교사 뭐 이런 쪽으로 나왔음 싶었는데.. - 과는 전혀 동떨어지고 또 제가 잘하고 흥미를 가진 것들과도 거리가 상당히 먼 직업들 때문에 고등학교 진학 문제 뿐 아니라 정말 대학을 어떻게 가야하는 건지... 대체 뭘 하고 먹고 살아야 하는 건지 고민만 잔뜩 쌓였습니다.

주위에 제게 뭔가 예가 될만한 사람들도 하나 없고... 이럴 때면 언니나 오빠가 없는 게 좀 아쉽죠. 부모님껜 말씀드려도 그저 너 하고픈 대로 나쁜 짓만 안하고 살면 된다 하시고... 선생님들은 다가가기도 쉽지 않아 어렵고... 아예 눈에 띄게 운동을 아주 잘 한다던지 노래를 정말 잘 부른다던지 그림을 무지 잘 그린다던지... 저희 반 한 남학생처럼 민사고에 지원할 정도로 공부를 잘한다던지 하면 모르겠는데, 전 거의 다 어중간하고 또래에 비해 좀 열심히 하는 게 있다면 책 읽는 거하고 주방에서 노는 거 정도 밖에 없으니까 열등감도 좀 많이 느끼구요...

평소엔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게 남들의 객관적 시선이 아닌 나의 주관적인 점수라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이렇게 제 진로가 문자화 되어서 눈 앞에 나오니 그 생각이 흔들립니다.

휴... 어른 되는 게 이렇게 힘들구 고달플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IP : 218.238.xxx.181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론의 여왕
    '04.7.9 9:50 PM (203.246.xxx.134)

    소라님, 오랜만에 오셨군요. 반가워요. (저를 잘 모르시겠지만..^^)
    적성검사라는 거, 사실 얼마나 믿어야 할 지...
    저도 예전에 같은 고민을 했답니다.
    이과/문과를 정해야 하는데, 적성검사에서 이과, 문과가 아주아주 똑같이 나온 거예요.
    어찌나 황당하던지... 어떻게 그렇게 똑같은 점수로 나올 수 있냐구요, 세상에...

    지금 생각해보면 제게 문과적 성향과 이과적 성향이 정말 비슷하게 있는 것도 같아요.
    그럼 적성검사도 믿을 만한 거란 얘긴데...
    우리 언니는 군인, 경찰... 이쪽으로 나왔지만 음악 했거든요. ㅋㅋ
    (하긴, 음악한 사람치고 상당히 군인틱하죠.)

    어른 되는 것만 아니라, 삶 자체가 정말정말 힘들고 고달프답니다.
    매순간 내 스스로 뭔가를 결정해야만 해요.
    가족, 친구, 주변사람들이 그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긴 하지만
    결국은 내 선택이고 내 책임인 경우가 훨씬 많죠.

    제가 봐온 소라 님은 지혜롭고 성실하고 긍정적인 분이니까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지금 내린 결정이 평생을 좌우하리란 걱정은 너무 많이 하지 마세요.
    앞으로 여러가지 기회가 찾아올 것이고,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떤 자세로 세상을 보고 나를 계발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내 모습도 늘 변하고 발전하게 될 테니까요.

    제가 말이 너무 많았네요. 예쁜 동생 같아서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어요.
    언제나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자주 글 올려주세요. *^^*

  • 2. 김혜경
    '04.7.9 9:53 PM (211.215.xxx.195)

    며칠 전 시험때문에 일찍 하학하는 학생들을 보면 소라님 생각했답니다...우리 이번 방학에는 꼭 좀 만나요...만나서 팥빙수라도...꼭 쪽지 주세요...

  • 3. 하늬맘
    '04.7.9 10:04 PM (218.50.xxx.172)

    소라님 방가방가!!
    문득문득 궁금하던차에..이름 보여 반가워서 들어와 봤죠..
    부모님이 아주 멋쟁이시네요...
    그저 너 하고픈 대로 나쁜 짓만 안하고 살면 된다.....

    진지하게 앞날을 걱정하는 모습이 예뻐요..
    저 고딩때 적성검사..미술이 아주 높게 나왔는데...전혀 상관없는 공대에 들어갔어요..
    지금 생각해보니....결국 대학 전공이랑 거리가 먼 미술 근처(?)의 일을 하고 있으니....
    아리송송...도움이 못되서 죄송...

  • 4. 로렌
    '04.7.9 10:28 PM (211.50.xxx.249)

    셤 끝났어요 ?
    우리 아들은 고등학생이라 내일부터거든요 ...
    울아들도 요즘 애들하고 틀려서 연예인들 머리모양 옷 따라 하는거,, 인터넷용어 쓰는거 ,,
    노래방 피씨방 몰려 다니는거 싫어해요 ..지하 컴컴하고 담배 냄새 나는데 가기 싫다나요
    다른애들하고 똑같이 하란법 있나요 ..?
    요리 좋아하는게 어때서요 .....얼마나 좋은취미인데요 ...^^
    고등학교도 요리 관련된 학교로 가려는거에요 ..?
    그리고 적성검사에 너무 매일필요 없다고 봐요 .....고등학교 가서도 적성검사 또 하거든요 ...어떻게 나오든 그건 참고할 뿐이지 하고싶은건 따로 있는데
    적성검사에서 이공계로 나왔다고 싫어하는데도 꼭 그쪽으로 갈 필요는 없겠죠 ...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아야 행복한거잖아요 ...
    미래에 대한 불안도 있겠지만 지금 너무 자신에 대해 규정짓지 않았음 해요 ...
    자신의 진로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는걸 보면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

    앞으로 고등학교진학 대학진학이란 과정을 거쳐야 할테니 바탕이 되는 공부도 하면서
    진로방향을 잡아나가도록 하면 좋을거같아요 ...
    넘 고민하지 말고 좋아하는 일 하면서 즐겁게 지내길 바래요 ~~ 화이팅 !!

  • 5. champlain
    '04.7.9 11:39 PM (69.194.xxx.234)

    반가운 이름이네요..
    잘 지냈죠?
    지혜로운 소라양 너무 고민 말고 좋은 결정 했으면 해요..
    저도 화이팅!!

  • 6. 제민
    '04.7.10 12:00 AM (221.138.xxx.105)

    나이차이가 얼마안나는..... 그래도 중3이면 저랑.. 흠.. ^^;; 4-5년 차이겠군요.
    학교 선배다 하고 생각해주세요.
    저도 고등학교때 문과 지원하고 싶었는데 그 적성검사 라는거 저도 했거든요.
    말그대로 넌 이과다! 라고 나오더군요.. ^^;
    그래도 원하는거 민다고 문과신청해놓고 고2때 유학와서..
    나름대로 잘 적응하고 제가 찾은길 역시 '문과'쪽인 '경영' 이예요.
    (밝힐순 없지만 더 막대한 꿈이 있긴 합니다만 그길역시 문과 관련이죠..)

    소라양,(어색--) 정말 하고 싶은거 하세요.
    요리하고 제과하는게 즐거우면 그걸 찾아하세요.

    가까운예로 제가 아는언니는 파슨스라고 학비비싼 미술학교 열심히 다니다가
    휴학해버리고 스위스로 호텔공부하러 가서 지금 좋은 호텔 취직해서 잘살고 있어요 ^^;
    꼭 미술학교 갔다고 해서 그거 끝까지 하란법은 없는거 같아요.

    그리고 다른친구들과 다르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요리좋아하고 남 해먹이기 좋아하는 사람은 여기도 있으니까요 ^^;
    바로 저죠..ㅎㅎ;;;;;;

    아직은 이르고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만
    소라양 자신은 뭔가 확실한 목표가 가지고 싶을듯.. 제가 그랬거든요.
    그런데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늦어다고 생각할때가 시작하기 가장 좋을때일수도
    있으니까요.

    이제 여름방학이니까 좀 편히 놀기를.. 고등학교는.. 외고 같은 특수고 지원할건가요?;
    갑자기 궁금해서. 중3때 저도 외고냐 예고냐를 무지 고민 했거든요..
    (ㅎㅎ.. 엉뚱ㅎㅏ죠.. 둘다 일반계는 아니니)

    그럼, 횡설수설.......; ^^ 늘어놔봤어요. 저도 화이팅!

  • 7. 솜사탕
    '04.7.10 3:22 AM (18.97.xxx.213)

    안녕하세요~

    일단, 소라님의 취미는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보긴.. 우리나라의 획일화된 사고방식이 더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건전한 취미니까 전혀 문제가 될것 없다고 생각해요. ^.^

    언젠가 글을 읽은적이 있는데.... 김영모 선생님의 아들은 그렇게 요리에 취미를 보여서 결국은 고등학교를 졸업안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고 들었어요. 물론 그분의 경우는 아버지께서 같은 방면이시라 훨씬 더 쉽게 남들이 안하는 길을 선택할수 있었던 거라 생각하지만요...
    결국 소라님의 요리취미가 결코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실 필요가 없다 이거지요.

    적성검사는.. ^^;;
    울 오빠 같은 경우는.. 문,이과 똑같이 나왔나봐요. 그래서 고민하다 기절까지 했답니다. --

    적성검사라는것은 어느정도 정형화된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일종의 통계치일 뿐이에요. 거기에 너무 신경쓰실 필요가 없답니다.

    저도 어릴적부터... 뭐라도 좋으니.. 내가 타고난 능력이 뭘까.. 남들처럼 하나 뛰어나게 잘한다면 그것이 맘에 들지 않더라도 받아들일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자라왔는데요..
    결국은... 그냥 뭐 하나 뛰어나게 잘하진 않지만, 뭐 하나 엄청나게 못하는것도 없는...
    그런것이 바로 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자꾸 옆에 사람들과 비교하고, 비교당하고 해서 자신감이 없을수 있지만...
    솔직히 살아보면... 무난하게 뭐든 할수 있는 능력이 참 좋답니다. ^.^

    그러니까.. 걱정하시지 마시구요..... 열심히 하는데도 성적이 1,2 점 정도밖에 안올라가는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신에게 맞는 이유를 찾아보는것도 중요해요.
    꾸준히 문제없이 하는데 전혀 향상이 없다 하시면...

    1. 보통 성적향상은 계단형으로 향상이 되요. 잠잠하다.. 어느순간 갑자기 향상되고.. 그러다 또 발전이 없는듯 하고... 이 경우라면.. 계속 하시면 되요.

    2. 공부방법이 잘못되었을수도 있지요. 한다고 하신다는 말씀이 마음과 정신으로 받아들이는 공부가 아니라 시간으로 따지는 공부일수도 있거든요.

    3. 노력이 부족한 경우.. 이 경우라면... 1,2점 오르는것이 결코 작은것이 아니지요. 자기 점수를 유지하는것도 보통 힘든것이 아니거든요..

    요리를 즐겁게 하시는것처럼 공부도 즐겁게 하시고요....
    전 제가 바빠서 그랬는지.. 오늘 첨 뵈었지만... 넘 반가와요. ^.^

  • 8. Ellie
    '04.7.10 3:39 AM (24.162.xxx.174)

    글 좀 읽고 댓글 달아 주세요.
    이런 댓글 읽을 때마다 정말 답답해요.
    게다가 웬 아이 자랑까지 -_-;;;;

  • 9. 경빈마마
    '04.7.10 8:39 AM (211.36.xxx.98)

    숫자가 크면 더 부드럽고 매끈하고 촉감은 좋은데.. 잘 헤집니다 ㅡㅡ;

  • 10. 아임오케이
    '04.7.11 11:57 AM (222.99.xxx.244)

    울 딸도 중3 인데...
    저렇게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걱정이라도 하면 얼마나 기특할까..
    맨날 엄마한테 돈뜯어가서 뭘 살까 그 궁리만 하고 있는 아이랍니다.

    만일 울 딸이 소라양처럼 요리에 취미가 있다면 전 적극, 적극,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싶은데요.

  • 11. 뽀로로
    '04.7.12 9:14 AM (211.211.xxx.2)

    제가 소라양 만할 때 이렇게 진지하게 장래에 대해 고민했었더라믄...
    하고싶은 쪽이 있으면 뭐가 걱정이예요. 하고 싶은 것도 없는 게 정말 큰일이랍니다.^^
    열심히 소라님의 꿈을 펼쳐 Boa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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