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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mine님처럼 남편이 유일하게 멋져보인날..

회상하며.. 조회수 : 1,530
작성일 : 2004-07-09 15:40:50


서울에서 태어나서 주~~욱 크고 결혼하고 30년을 살다가..
남편 직장때문에 지방에 내려가게 됐더랬습니다..
큰애는 12개월.. 작은놈을 임신한 상태로 짐을 쌌더랬죠..
갑자기 내려가게 되는 바람에..(아파트 입주때문에 친정에 얹혀살다가 가게되었으니 뭔 돈이 있겄습니까)
2천만원 짜리 집이 그곳에는 있다는 말을 듣고..
에이구.. 그래 돈에 맞춰서 가야지 월세갈순 없다 생각에..
그 2천짜리 집을 남편혼자 가서 계약을 덜커덕 해버렸죠..
사실.. 2천가지고 무슨 좋은 집을 얻겠습니까..
워낙 먼곳이고 몸이 힘든지라.. 한번 가보지도 못하고..
남편이 어련히 잘 얻었을까.. 믿었습죠..
짐을싸서 보내고.. 전 친정에 며칠 더 있다가.. 아무래도 짐을 풀러야 겠기에..
비행기를 타고 그곳에 내려갔습니다..
남편을 만나서 우리집이 어디야?? 뚤레뚤레 쳐다봐도..
족히 20년은 된집들밖에 없는데.. 설마.. 설마.. 저집은 아니겠지.. 아닐꺼야..
컥..
다 허물어져가는 단독주택의 1층..
옛날 스타일이 다 그랬듯이..
내부에 벽이 도배지가 아닌 거무튀튀한 나무(왜 그 길쭉길쭉하게 마룻바닥처럼 생긴)..
나무가 많아서인지 바퀴벌레도 많은데.. 날라다니는 바퀴벌레 아시나요? 까만것이..
진짜 무섭게 생겼습니다..
낮에도 불을 안켜면 컴컴한 실내..
것까지는 뭐.. 그렇다치고.. 저기 뒤편으로 보이는 부엌은 바닥이 울퉁불통한것이..
원래는 부엌이 2층에만 있는 집인데.. 1층을 세로 주느라.. 없던 부엌을 붙여서 만들었답니다..
여름이면 음식이고 뭐고 다 쉬어 나가고.. 겨울은 겨울대로 받아놓은 물이 얼을 정도..
정말이지 사는 동안 음식하기 싫어 죽을뻔 했습니다..
정말 싫었지만.. 돈에 맞춰야 되기에..
12개월짜리 데리고 살기엔.. 너무나도 열악한 환경이지만..
오래 있을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그나마 참을만 하더만요..
그리고 여차하면 친정에 가서 몇달씩 있다올 요량으로 다 넘어가주기로 했는데..

뜨거운 여름.. 어느날..
마루에서 애를 재우고 쇼파에 누워 텔레비젼을 보는데..
장롱 뒤쪽에서 부스럭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립디다..
이게 뭔소린가 하고 가만히 들어보니..
찍~찍~
우~~왕.. 쥐아냐??
전화를 했습니다.. 자기야.. 장롱뒤에 쥐있어..
빨리와..
직장에서 3분거리이므로 뛰어왔습니다..
그러나 그날은 허탕..
장롱뒤에 숨어서 꼼짝을 안하니.. 어찌할 도리가 없어 철수..
애데리고 도저히 집에 있을수가 없어..
남편 회사(호텔입니당)에 가서 염치불구하고 잡아주는 방에 애랑 놀다가 남편이랑 같이
퇴근하여 집에 와 보니..
부엌에가서 비누를 다 갉아놓고.. (그 비누 버렸습니다.. 도저히 쓸수가 없어서리)
쥐 발자국을 여기저기 찍어놓고 난리를 쳐 놨더군요..
아.. 난 절대로 이런집에 몬산다..
나는 둘째치고.. 애땜에 몬산다.. 우유병이고 뭐고 다 밟고 돌아다닌듯..
아버님께 돈좀 융통해주십사하고 전화드리고..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집은 안나가고 그 놈의 쥐가 다시나오지않을까.. 공포에 떨면서 며칠이 지났어요..

그러던 중..
마루에서 애는 잠들어있는데.. 그 놈의 쥐가..
부엌에서 작은방으로 쏙 들어가는걸 발견..
만삭의 배로 공포에 떨면서 얼른 뛰어가 작은방 문을 닫았습니다..
너 딱걸렸어!~!
문을 닫자마자 남편에게 쥐 가둬놨다고 전화했습니다..
1분도 안되어 푸대자루 하나와 빗자루 들고 집안으로 뛰어들어옵디다..
여기있어.. 하고 멋지게 말하더니..
작은방으로 문을 딱 닫고 들어가더니..
한참을 우당탕탕 하더니..
푸대자루를 높이 들어보이며.. 나오는 겁니다..
머리에는 땀을 비오듯 쏟으며..
햐~~그 모습이 어찌나 멋지던지..
마누라한테 매일 혼나고.. 잔소리듣던.. 그 사람이..
이렇게 멋지다니.. 바퀴벌레도 잘잡공.. 쥐도 잘잡공.. 마누라만 못잡넹..
역시 남자는 남자네용..

지금도 가끔 쥐잡던 날을 떠올리며..
남편에게 잘할려고 노력은 합니다..만..


IP : 211.222.xxx.107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홍이
    '04.7.9 3:53 PM (61.84.xxx.143)

    ㅎㅎㅎ 넘 머찌시네용!!

  • 2. 쵸콜릿
    '04.7.9 3:54 PM (211.35.xxx.9)

    ㅎㅎㅎ멋진남편이십니당

  • 3. 지윤마미..
    '04.7.9 3:55 PM (221.158.xxx.6)

    ㅎㅎㅎ 이쁜이야기네요.....
    저도 남편이 맥가이버가 될 때 좀 더 오버해서 칭찹한답니다.
    너무 멋지다고....
    그런 모습 귀엽더라고요..

  • 4. 다시마
    '04.7.9 4:13 PM (222.101.xxx.87)

    울남편, 쥐라면 미키마우스도 싫어하는데...그러니 자랑스러워
    하실만 하지요. 멋찌시고 말고요. 그래도 속으론 많이 떠셨으리라..^^

  • 5. 리틀 세실리아
    '04.7.9 4:23 PM (210.118.xxx.2)

    오징어 내장도 안빼주는 울 신랑은 배워야함다..--;
    부러워라아~~

  • 6. 티라미수
    '04.7.9 6:10 PM (61.102.xxx.91)

    다시마님 曰 ' 울남편, 쥐라면 미키마우스도 싫어하는데...'
    ㅋㅋㅋ 다시마님 잼나염!!!
    저는 쥐 귀여운데요...어려서 부터 온갖동물을 키워서뤼...
    저희는 아파트에 산적이 없거든요..

  • 7. 김혜경
    '04.7.9 8:54 PM (211.215.xxx.195)

    무서워용...제가 이 세상에서 젤 무서워하는 게 쥐랍니다...

  • 8. 무우꽃
    '04.7.9 10:34 PM (210.111.xxx.12)

    ㅋㅋㅋ 저희 어렸을 때는 천장으로 쥐 다니는 소리 심심치 않게 들었는데 ....

  • 9. 무우꽃
    '04.7.9 10:36 PM (210.111.xxx.12)

    ㅋㅋㅋ
    저희 어렸을 때는 천장으로 쥐 다니는 소리 심심치 않게 들었는데 ....
    당연한 걸루 알았구요.
    그 소리가 심한 날은 "여보 내일은 쥐약좀 사와야겠어요" 이런 연출이 ...

  • 10. 헤스티아
    '04.7.10 10:52 AM (218.144.xxx.38)

    푸하하하 그래도 남편께서 넘 착하시네요. 제 남편 같으면 "어쩌라고?(삐죽버전)"이게 다였을거 같아요..슬프게도 제가 바퀴벌레도 더 잘잡지요...

  • 11. 열쩡
    '04.7.10 11:02 AM (218.153.xxx.62)

    천장에서 쥐가 우르르르 몰려 다니면 '야옹' 그랬었는데...ㅎㅎ
    그 눔들이 알아들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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