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전남도청앞 로타리에 베토벤음악감상실이라고 있습니다.(전에 소개글 올린 적 있습니다)
그곳의 두 주인 가운데 한분이신 노영숙님이 제가 누님으로 모시는 분인데,
올곧은 분이고 사람을 차분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가지고 계시죠.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분은 요리하고는 담 쌓은 분입니다.
칠년 전, 제가 프로그램 일 때문에 일년여간 광주에 가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제가 음식에 대한 얘기를 여러번 했던 터라, 서울로 돌아오기 얼마 전 이런 말씀을 드렸죠.
"올라가기 전에 제 손으로 만든 음식을 한번 대접해드리고 싶은데 마땅치가 않네요."
(남의 회사에서 잠자리만 제공받고 있었고 식사는 식당에서 해결했기 때문에)
누님은 됐다고, 먹은 걸로 치자고 하면서 얘기가 끝났습니다.
그런데 사흘이 지나선가.
그 말이 아직 유효하냐고 물으시는 겁니다.
내일, 동생처럼 따르는 아그들이 몇명(전부 여자) 자기집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니 요리가 한두가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물론 수락했죠.
다음날, 무슨 요리로 할까 정하지도 않은 채 양동시장으로 갔습니다.
시장을 둘러보다가 굵은 바다장어를 본 순간 ...
ㅎㅎㅎㅎ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하는 것이었습니다.
여자들은 대체로 장어라면 징그러워 하잖아요?
장어구이집에서 먹는 것은, 그리 굵지도 않은 것이, 여러 조각으로 잘라지고 양념까지 발라져 나오기 때문에 장어라는 느낌이 잘 안들죠.
하지만, 굵은 장어를 통째로 본다면? - 얘기는 조금 달라지겠죠.
제가 노렸던 게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징그러운 장어 !!
장어며 양념에 들어갈 마늘(간 것), 고추가루, 그리고 다른 요리 재료를 챙겨서 누님 댁으로 갔습니다.
다들 모여서 얘기하고 계시더라구요.
뭐냐고 묻길레 장어라고 했죠. 그러면서 사온 것을 보여줬습니다.
모두들 얼굴빛이 쪼끔 그렇더라구요.
보나마나 그 누님은 "요리 좀 한다는 동상이 있는데 와서 맛있는 걸 해줄거라" 말해놓으셨겠죠.
그런데 막상 꺼내놓은 장어를 보니, 징그럽게 생긴 것이, 저걸 어떻게 먹나 생각은 드는데 차마 대놓고 말은 못하겠고 ....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장어를 자르고(일부러 도마 소리 팍팍 내면서), 양념을 해서 재놓고, 국이며 다른 반찬을 한두가지 했습니다.
장어는 가스렌지에서 구워 식사 시간 바로 전에 내놨습니다.
찍어먹는 소스라고 따로 만든 건 없고 간장에 와사비 조금 넣었구요.
그리고 저는 그 집을 나왔습니다.
낮선 사람이 끼어있는 것보다는,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끼리 오붓하게 식사하는 게 낫다 싶었죠.
그 다음날.
음악감상실에 갔더니 누님이 반색을 하시면서(평소에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분이) 어제 음식 얘기를 꺼내시는 겁니다.
요리하는 걸 볼 때는, 장어구이집에서 나오는 것과 너무 달라서 징그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구워놓은 것을 보니까 발그레 한 것이 맛있어 뵈서 한 젓가락 조심스레 집어먹어봤다. 그 다음부터는 모두들 태도가 180도 변해서 달려들어 먹었다. 뭐 그런 얘기였죠.
그제서야 제가 실토했습니다. 바로 그것을 노려서 일부러 장어를 택한거라고.
파안대소 하시면서 저더러 참 짖꿎다시데요.
짖꿎었든 어쨌든, 그 날 자리가 즐거웠다는 것과, 저의 장어 요리가 거기에 일조를 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제가 그날 식사에 함께 하지는 않았지만, 저도 그자리에 끼어 장난을 치고 있었다는 걸, 아시는 분은 아실테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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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 모르겠다. 저도 ... 장어 시리즈
무우꽃 조회수 : 938
작성일 : 2004-07-09 02:21:36
IP : 210.111.xxx.12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오늘....
'04.7.9 2:41 AM (220.76.xxx.141)수산시장가서 장어 사왔는데..
오늘은 장어의 날인가 보네요...
장어 기절시켜서 반갈라서 뼈갈라내는것 보고 기절하는줄 알았는데..ㅠㅠ2. gourmet
'04.7.9 3:23 AM (68.215.xxx.66)짖꿏은 무시꽃님......
그 오봇한 식사시간 내내 장난스럽게 끼어서 희롱(?)하셨군요!3. 솜사탕
'04.7.9 4:41 AM (18.97.xxx.213)징그러워도 좋으니.. 저두 무우꽃님의 장어요리를 맛보고 싶어요. ^.^
4. 로렌
'04.7.9 8:58 AM (211.50.xxx.249)그런 장난은 저도 잘 받아줄수 있는데 ....맛있는거 먹는데 장난쯤이야 눈 찡긋 ~~
5. 쌀집고양이
'04.7.9 9:11 AM (64.203.xxx.167)무우꽃님은 장어시리즈에 용감한 버전이시네요. ^^;;;
6. 깜찌기 펭
'04.7.9 11:53 AM (220.89.xxx.41)무우꽃님 짖굿어요. ㅎㅎ
7. ...
'04.7.9 5:02 PM (203.246.xxx.134)어휴... 여자들 놀리는 게 그리도 재미있었습니까?
8. ㅉㅉ
'04.7.9 10:21 PM (210.111.xxx.12)... 님, 또 끼셨군요.
참 애처롭습니다. 아마 남자한테서 큰 상처를 받으신 분 같은데
그렇다고 무우꽃님 글에서 건수만 잡으려고 들면 어쩝니까
님의 광기에는 소름이 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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