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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꿈틀..거시기...나두 보태기...

jasmine 조회수 : 2,215
작성일 : 2004-07-08 22:24:31
오늘, 살아있는 것들 못 만지는 얘기가 시리즈로 올라오네요....

결혼하고,
6개월 후에
일산에 입주하기로 돼있었기 때문에
첫 살림을 방 한 칸에서 시작했습니다.

그 방 한 칸이라는게  
강남이다보니, 참....가격대비 만족도가....
결론은, 기가 막히게 좁았다는 야그죠....

가구는 나중에 사기로 하고,
가전제품만 들였는데,
저희 시엄니, 무조건 젤 큰 걸로 해라....기가 막혔지만 어쩝니까? 욕하면서 했죠....

현관문 따고 들어서면, 씽크대 딱 한칸,
한 발짝 옆에 방이 있는데,
거대한 냉장고, 서랍장, 전자렌지, 빨래건조대,
그리고, 싱글침대(그래요. 우리 싱글에서 잤어요..ㅠㅠ)가 꽉 들어 차,
발 디딜 곳이라곤 전혀 없던 곳이었답니다.
안의 유일한 문이 있던 화장실도(샤워만 하는 독신자용)
거대한 세탁기땜에 세수도 세면대 앞이 아닌, 옆에서 해야했죠.

그래도 거기 살때가 젤 좋았는데.....^^


퇴근하던 길,
정류장에 내리면 영동시장을 거쳐야 집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전, 그게 참 좋았습니다.
재래 시장이다보니, 얼마나 구경할 게 많습니까?
어디 결혼 전에 그런 구경이 흔했나요?
맨날 30분 이상 지체하며
속옷 바구니도 사고, 슬리퍼도 사고, 빨래걸이도 사고,,,
음....다 갖추지 못하고 살면서, 살림살이 몇 천원짜리 하나씩 사는 재미...
지금 생각해도, 참 소박하고 이쁜 추억입니다.  


애니웨이....
그러던 어느 토요일,
싱싱한 게에 필이 꽂혔죠.
제가 망설이자 아줌니 썰을 풀어대고,
전, 그만 감언이설에 홀려 사고야 말았어요.....
집에 가자마자 냉동실에 넣어두면 죽는다고....

그게.....불행의 시작이었답니다.
집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그 사이, 방바닥에 그 놈들이 기어다니질 않겠어요...
무려 네 놈이 그 좁은 방바닥을 점령하고,,,,,

전, 비명을 지르며 화장실로 들어가 몸을 꽂은채 벌벌 떨었죠.
어찌 해야 하나, 어찌 해야 하나....
한 30분 화장실에 낑겨있으니 - 제대로 서 있을 수 없는 공간임.
몸이 굳고.....살짝 문을 열고 봤죠....
흐미, 바로 앞에 한 놈이 있더군요.

잠시 방안을 살펴보았습니다.
욕실에서 침대까지 거리가 1m 남짓, 뛸 수 있을까?
그럼, 욕실에 계속 있을거냐, 아냐, 뛰자......

운동신경 제로인 제가.....
글쎄, 무려 1m 넓이 뛰기를 해서 침대에 쑤셔 박히는데 성공을 했답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신랑한테 전화를 했죠.

ㅇㅇ씨, 있쟎아. 내가 이래이래서 이랬는데, 저게 글쎄....
그래서.....내가 지금 옷도 못 입고......욕실에 갇혀있다가.....
........갑자기, 그 대목에서 서러움과 무서움 등등의 복잡미묘한 감정이 교차되면서.....
눈물이 마구마구 쏟아져 더 이상 말도 못하고 꺼이꺼이 울었네요.

기가 막힌 남편, 1시간쯤 후에 집에 왔고,
전, 그때까지도 침대 위에서 옷도 못입은 채 담요를 둘러쓰고,
침대를 공략하는 그 네놈을 머리빗으로 물리치고 있었죠......

그런데, 이 사람,
손으로 게를 휙 잡더니, 씽크대로 골인시키고, 자기가 다리 자르고 닦았답니다.
그 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가 멋져 보였다면.....너무 웃긴가??????

그 사람, 지금도 그 얘기하며 저를 우습게 만드는 게 낙이랍니다.

전, 아직도 게 못 만져요.
남편 없으면 아예 안삽니다. 장어? 당근 못 자르죠.
닭이요? 전, 걔가 젤 시로요.
친구 아빠 공장에 갔다가 대량도살하는 장면과 그 부속물 쓰레기 본 날부터 못먹어요.....ㅠㅠ
할 수 없이 식구들 먹인다고 만지긴 하지만.....
살 속으로 만져지는 뼈의 그 뭉클한.....생각만 해도.....끔찍....

넌, 음식한다는 사람이 어찌 그러냐는 핀잔도 많이 듣지만,
천성이 어디가나요? 타고 나길 겁장이인데....

천만다행,
소고기, 돼지고기 만질때 몸서리치지 않는게 어딘가하며.....
아마도, 소나 돼지도 도축장면을 본다거나 하면, 영원히 못 먹을 겁니다.
그래서, 죽을때까지 그 옆에도 안가려고요.....  
IP : 218.238.xxx.129
2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마플
    '04.7.8 10:36 PM (61.84.xxx.212)

    깔깔깔........
    오늘 82 웬일이랍니까 올라온글에 달린 리플들
    모두 너무 웃겨 죽습니다 ㅎㅎㅎ
    저는 한 비위 하기땜에 어떤 재료 앞에서도 끄떡 없습니다만...
    문제는 실력이딸려서 만져볼 기회가 별로 없다는 ....

  • 2. 오늘...
    '04.7.8 10:36 PM (219.252.xxx.216)

    날씨 꿀꿀해서 기분까지 그런 찰나에
    너무 여러번 혼자 미친듯이 큰소리로 웃고 갑니다.
    지금까진 저만 그런줄 알앗거든요.
    다들 요리를 너무 잘하셔서 모든재료 섭렵하신줄 알앗는데..
    역시 사는게 다 똑같은가 싶어 외롭지 않네요.

  • 3. 이론의 여왕
    '04.7.8 10:50 PM (203.246.xxx.134)

    달려드는 게들을 머리빗으로 무찌르는 쟈 언니를 상상하면....
    눈물이 나와야 하는데, 웃음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쿄쿄쿄...

  • 4. 경빈마마
    '04.7.8 10:52 PM (211.36.xxx.98)

    어처구니 없는 미션으로 외국인을 못살게 굴지 말았으면,
    잘 있는 조각품 훼손하는 일은 없었으면
    그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궁의 꽃담이나 특이한 문양 찍어오기라던가, 그런건 괜찮겠네요.

  • 5. beawoman
    '04.7.8 10:54 PM (211.229.xxx.158)

    ㅎㅎㅎ 진짜 음식 잘하시는 분이 그런 뒷 이야기가 있을 줄이야..

  • 6. 아라레
    '04.7.8 11:27 PM (220.118.xxx.252)

    아.... 신혼의 새댁들은 여리기도 하여라... ^^

  • 7. 궁금
    '04.7.8 11:34 PM (218.148.xxx.235)

    자스민님 운전할때 겁 안먹고 하는 방법좀 알려주세요.

  • 8. 가을향기
    '04.7.8 11:47 PM (221.138.xxx.168)

    내동생은요 애지중지 키우던 병아리 닭이 되고 그 닭을 동생이 학교 간 사이에
    엄마가 식구들 여름보신으로 잡아 미역국을 끓이셨거던요
    동생이 알고는 대성통곡하고 엄마를 원망하고 그날 살벌한 날이었지요
    하지만 동생 혼자서 그 미역국 다 먹더만요
    입맛까지 쩝쩝 다시며... 두그릇째~~하면서요

  • 9. 러브체인
    '04.7.9 12:22 AM (61.111.xxx.179)

    저런 그런 약한 모습이 있으시다니..ㅋㅋ
    전 어려서 울 할머니 돌아 가셨을때 시골이라..돼지두마리 소한마리 닭여러마리 잡는거 다 생생하게 봤었어여..그래도 잘 먹습니다..ㅡ.ㅡ 걍 체질상 고기를 그닥 안좋아라 할뿐..먹는건 잘 먹어여..^^
    그리고 저 초딩때 부터 오징어 손질..꼴뚜기 손질..생선다듬기..이런거 전부 제가 했었어여..
    전 이런거 아주 잘해요..ㅡ.ㅡ;;
    친구들이 넌 외과의사를 했어야 하는건데..라고들 하져..ㅋㅋ
    학교 다닐때 해부도 얼마나 좋아라 했었는지...
    암튼..자스민님 의외의 모습에 놀라고 말았네여..ㅋㅋ

  • 10. 깜찌기 펭
    '04.7.9 12:29 AM (220.81.xxx.201)

    쟈스민님도 그런모습이 있다니..
    갑자기 용기나네요. ㅎㅎ

  • 11. 김새봄
    '04.7.9 1:02 AM (211.212.xxx.53)

    정말이요? 하긴..저도 1월에 결혼을 했는데 3월인가..겁도없이 산게를 사서는
    씽크대에 넣어놨는데..바스락 거려서 묾을 하염없이 틀어놓고..
    삼지사방 전화를 걸었었던적이 있었습니다.
    왜 겁도없이 샀는냐면...남편이 게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사람이라서..
    10년이 지난 지금은 산게 사와서 집에 들어와 씽크대에 서는 순간부터 찌개로 끓여서
    먹는 순간까지 1시간이 안 걸린답니다.
    산게는 안 무섭고 닭도 뭐 그럭저럭 만질만하고..아직도 무서운건..싱싱한 생선입니다.
    생선가게 도마 찜찜하다고 그냥 들고와선..고민합니다.
    머리만 잘라달라고 할껄 그랬나...하구요.
    자스민님 반갑네요..전 저만 유별한줄 알았더랍니다.

  • 12. Elsa
    '04.7.9 1:04 AM (220.76.xxx.141)

    왠지 요리를 잘하시니까..
    한석봉의 어무이 마냥 눈감고도..
    게고 닭이건간에..턱턱 칼질을 하실꺼 같은데..그런 숨은 이야기가..ㅋㅋㅋ

  • 13. 처녀자리
    '04.7.9 1:12 AM (218.51.xxx.25)

    아아니?
    자스민님에게 이런 여린면이 있었다뇨...
    음식을 잘 만드셔서 산 게쯤은 한손으로 뚝딱 할줄 알았는데^^

  • 14. 헤르미온느
    '04.7.9 1:34 AM (210.92.xxx.248)

    중학교때 개구리 해부를 하는 수업이 있었죠...
    우리반이 연구수업을 하게 되었구 저는 조장이라 직접 개구리배를 갈라야하는데, 개구리 배를 손가락으로 잡는 순간 기절....했었지요...
    어릴때 다리 부러져서 깁스한 이후로 의사가 꿈이었지만, 개구리 해부사건 이후로 꿈이 싹...바뀌었구요...저는 오징어 내장이 제일 시로~요...절대 손질안해주는건 안사요...

  • 15. 코코샤넬
    '04.7.9 4:07 AM (221.151.xxx.93)

    jasmine님께 그런 가심 아픈 신혼시절이? ㅎㅎㅎ
    저는 제일 못 만지는 것이 몸통채 있는 생선 그러니까 멸치만 빼고 다 못 만집니다.ㅠ.ㅠ
    꽃게는 다리만 점령하면 그담부턴 식은죽 먹기라 꽃게는 그나마 편한 과구요..
    꽃게한테 물리면 진짜 눈물나게 아프죵 ㅎㅎ ㅎ

  • 16. 쌀집고양이
    '04.7.9 6:56 AM (64.203.xxx.167)

    ㅋㅋㅋㅋ 무려 1m 넓이 뛰기 하신 부분부터 지금까지 웃느라고 잠시 기절입니다요.
    전 결혼하기전에 횟집에 갔는데요. 글쎄 회쳐져서 나온 생선이 한숨을 쉬는거에요.
    (거의 제 눈엔 그 생선이 날 쳐다보면서 눈도 껌뻑거리는 거 같았어요)
    기절하기 일보직전 같이 먹던 사람이 어..얘가 아직 살아있네 그러면서
    상추로 생선얼굴을 싸악 가려놓는거에요.
    그래서 단순한 나...모든 걸 잊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 17. 이론의 여왕
    '04.7.9 8:25 AM (203.246.xxx.134)

    쌀집고양이 님... 깻잎으로 가렸더니 깻잎이 들썩거리던 걸요... ㅜ.ㅜ
    오골오골 주름잡힌(?) 상추로 가릴 걸... 엉엉...
    (근데 저도 그냥 맛있게 먹었어요. ㅡ,.ㅡ)

  • 18. 러브체인
    '04.7.9 9:09 AM (61.111.xxx.179)

    흠.. 내가 비정상인가..다들 못하신다는데 왜 난 잘하는거야..앙앙

  • 19. 미씨
    '04.7.9 9:34 AM (203.234.xxx.253)

    저도 아직 여린 새댁인가봐요,,,ㅋㅋㅋㅋ
    결혼4년차인데,,,소고기,돼지고기,,써는것 외,,,
    잘 못해요,,특히,,생선,닭,,,,,,,,,,싫어~~

  • 20. 핫코코아
    '04.7.9 9:38 AM (211.243.xxx.125)

    쟈스민님은 진짜 겁 많게 생기셨어요 ㅋㅋㅋ
    저는 도무지 못만지는 것이 없어서 원..내숭이 안통합니다 ㅡㅡ

  • 21. 창원댁
    '04.7.9 9:45 AM (211.50.xxx.162)

    겨울에 별미인 빙어을 먹으러 갔는데
    빙어랑 상추 깻잎등등을 골뱅이처럼 무쳤더군요
    "맛있겠다"하며 젓가락을 딱 들었는데
    빙어가 눈을 끔뻑끔뻑하며 절 쳐다보더군요
    바로 젓가락을 놨다는

  • 22. 키티
    '04.7.9 9:51 AM (211.35.xxx.170)

    흐흐흐....머리빗^^

  • 23. 으니
    '04.7.9 10:49 AM (221.160.xxx.120)

    냉동보다는 살아있는 게가 맛있다고 해서 몇 년전에 샀던 기억이 저도 나여..
    웬만해서는 못 만지는 것이 없는 데 고거는 정말....ㅠ.ㅠ
    그 때 친구랑 같이 살았었는 데 그 친구...정말 야리야리...여리여리...했는 데
    글쎄 그 걸 잡더군여....ㅠ.ㅠ
    심하게 놀랐더랬져.ㅋㅋ

  • 24. kimbkim
    '04.7.9 11:03 AM (61.251.xxx.100)

    캬캬캬~ 쿄쿄쿄~ 크크크~
    정말 잼나는 일화네요.
    설마 jasmine님이...
    안 믿어져요.

  • 25. 칼리오페
    '04.7.9 11:04 AM (61.255.xxx.158)

    헉스....우리의 쟈스민님께서도...그런 약헌 모습이....너무나 의외의.....ㅎㅎㅎ

  • 26. 카페라떼
    '04.7.9 3:58 PM (211.237.xxx.56)

    하하하 오늘 진짜 재밌네요..
    저는 비위가 좋은탓인가 못만지고 꺼려하는건 없어요..
    단지 어릴적 마당한쪽에 닭을 키웠는데
    그 닭이 낳은 달걀은 못먹었어요..
    왠지 비위가 상해서..사온 달걀은 잘만 먹었는데..
    달걀을 낳는걸 봐서 그랬던가...
    지금은 생선도 통으로 사와서 제가 자르는걸요..

  • 27. 뽀로로
    '04.7.9 3:59 PM (211.211.xxx.2)

    저 아는 사람은 공인중개사 따고 엄청 잘나가신데요.
    신림동에서 부동산에 취직해서 일하는데
    거기 원룸이 많으니까 한달에 2,30껀씩 계약하고,
    거기서 얻은 정보로 집도 몇채 더사고 했다고,
    엄청 자랑에 자랑을 거듭하더라구요.

  • 28. 무우꽃
    '04.7.9 10:32 PM (210.111.xxx.12)

    아냐 아냐 이건 뭐가 잘못됐어.
    갸날픈 모습으로 보이려는 내숭이 분명해
    거 뭐시냐 세 여자 나오는 드라마에서 명세빈이 자기 몸에 물 끼얹고 나타나는 거랑 비슷한 상황이야
    그래도 난 안속아 난 안속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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