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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님 이하 두분의 글을 읽고 덩달아..

오래된 새댁 조회수 : 1,096
작성일 : 2004-07-08 17:44:42
저는 4년차 주붑니다.
여기 살림두 잘하시구 퇴근길에 이것저것 장봐서 후다닥 한상 차려 내시는
김샘이하 일하는 주부들을 늘 감탄에 마지않는...
정말.. 엄마가 해주는 밥먹고, 빨아주는 옷입고, 청소해 주는 깨끗한 방에서
잠만자고 훌쩍 나와 잠만자러 들어가고... 그러다 서른 즈음에 결혼이란걸
했습니다..

신혼초 연애할땐.. 튼실하고 건강해 보이던 신랑이
같이 살아보니.. 땀을 엄청 흘리는 거예요..
혼수로 사갖구온 하얀 베겟닛이 맨날 땀에 흥건히 젖어서..
흠.. 이래선 안되겠다. 이사람 보기보다 부실한게야.. 생각하고
엄마한테 여쭤봤더니.. 황기를 많이 넣고 닭을 삶아서 국물을 자주 마시게
하라는 거예여.. 엄마랑 집두 멀구 해서..
결혼한지 한달 쬐끔 안됐는데 겁두 없이 닭한마리를 퇴근길에 뜩 허니 사왔네여..
신랑 오기전에 폭 삶아서 오면 짜잔.. 내놓구 나 이쁘쥐...... 그럴 계획이여쪄..
일단.. 고무장갑을 끼고 봉지를 열었습니다..
허걱.. 닭이 저한테 달려들 기세루 웅크리구 있는 거예여...
죽은거다.. 죽어서 못움직여.. 내가 씻어두 안 쫄꺼야... 주문을 외면서
물을 틀어쪄.. 허거덩... 물을 맞을 닭이 저한테 확 덤빌려구 하는 거예여..
물살이 쎈걸 제가 글케 느꼈겠져.. 그때부터..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면서
닭을 놓쳐쪄.. 싱크대 바닥으로 닭은 떨어지구.. 부엌에 못있겠는거예여..
안방으루 가서 일단 문을 닫고.. 신랑한테 전화를 했어여.. 울믄서..
자갸.. 닭이 덤비구 이써.. 빨랑와 무서..
울신랑.. 몬소린지 당췌 몰라하믄서.. 다행히 주차장에서 차대구 있던 터라
후다닥 올라와떼여.. 안방에서 울구 불구 있는 마누라를 뒤루하구..
괜찮어 카만있어.. 하믄서 보무도 당당히 닭을 제압하고 찬물에 빡빡 씻어
곰솥에 넣어 줫어여... 을마나 멋쪄 보이든가.. ㅋㅋㅋ
폭폭 끓여서 보무도 당당한 울 신랑이 형체루 없이 닭을 찟어 준다음
신랑 각시 둘이서 맛나게 먹어쪄... ㅡ.ㅡ

그 사건 이후루... 친정은 물론이구 시댁에서 복날 닭 씻을때두 울 신랑이
씻습니다..
지금두 한 마리는 못산다는... 다리나 날개만 사두 울 신랑이 씻어서
마누라의 코치하에 씻구 그릇에 넣어주져...

근데..
먹는건 잘 먹는데.. 생으루 된 닭은 우찌그리 무서울까여...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혼이였는지 말없이 처리해 주던 울신랑..
요즘은... 너 먹기는 잘먹음서 왜 만지질 못하니... 귀찮아 한답니다..
콩깍지가 벗겨진건쥐 ㅋㅋㅋ
괜히 생각나서 길게 써봤네여...
IP : 221.153.xxx.183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론의 여왕
    '04.7.8 6:02 PM (203.246.xxx.134)

    ㅋㅋㅋ 오늘 다들 넘넘 재미있으세요! ^0^

  • 2. 몬나니
    '04.7.8 6:06 PM (61.78.xxx.39)

    전 오징어가 그래요...낙지는 더하죠...
    그래서 오징어나 낙지류는 남편이 손질합니다... 전 별로 안 좋아하고 울 신랑은 무지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며칠전 오징어 2마리 다듬던날 그러데요... 이제 오징어는 사먹지 말자고...
    손질하기 귀찮아서 안 먹겠답니다.ㅎㅎㅎ

  • 3. 홍이
    '04.7.8 6:23 PM (61.84.xxx.187)

    전 쭈꾸미 알이 너무 징그러워요 밤에 잘때도 생각이 나요 아윽!!!

  • 4. ㅡ.ㅡ
    '04.7.8 6:29 PM (211.44.xxx.102)

    전 삶은 게에 질려서리..^^;;
    한창 게 철이라고 tv에서 떠들길래 먹고싶다 했더니, 마침 친구네서 가족파티 했었다고 삶은 거 세마리를 싸다 주더라고요.
    넘 황홀해 하며 포장을 끌렀는데
    이쿵!! 양감이 뚱땡한 게가 집게발을 바짝 세우고 회색 눈을 부릅뜨고 있더라구요. 덜덜.
    그냥 서해안에서 잡는 꽃게(?) 라는데 어찌나 크던지..(어릴 때 엄마가 끓여주던 발그라니 몸매 다소곳한 꽃게는 뭐였냐고요 ㅡ.ㅜ)
    이거 한 삼만원어치 돼..했던 말을 잊을 수가 없어
    그 징그러운 게눈은 휴지로 감싸고, 게딱지 벌릴 때 소름 쪽쪽 돋는 걸 참아가며
    게가 나를 먹었는지, 내가 게를 먹었는지 암튼 그렇게 밤새 씨름을 했었습니다.

  • 5. 아라레
    '04.7.8 7:16 PM (220.118.xxx.252)

    당첨!!! 다음호 82CC 기사꼭지로.... 호호호..^^

  • 6. 벚꽃
    '04.7.8 8:26 PM (61.85.xxx.7)

    4년차 주부면 닭정도는 만질수 있는데^^
    5년차 정도되면 확실히 만질수 있을거예요.

    전 5년찬데 육류,생선,닭고기는 만질수 있는데
    오징어,문어,기타 해산물 들은 아직 못만지겠어요ㅠ.ㅠ

  • 7. 만세만세!
    '04.7.8 8:44 PM (221.149.xxx.251)

    전 반년찬데 다 만집니다 그려...ㅠㅠ
    바쁠 땐 맨손으로도!!!
    저는 주무르고 있는 제 모습이 더 섬뜩합니다~ㅠㅠ

  • 8. yuni
    '04.7.8 8:54 PM (218.52.xxx.50)

    전 아직도 만지면거 미치겠는게 게에요.
    우리집 安家 세분은(-_-;;) 어쩜 게의 신선도에 그리도 민감한지...
    꼭 살아있는채 게를 집에 가져와 엄마가 장만을해서 냄비에 퐁당 던져 끓인 게찌개만 먹겠다는거에요. 게가 시들시들 한건 또 귀신같이 알아요.
    하나로마트에서 살아있는 꽃게를 들고와 찬물을 틀고 게를 담가봐요.
    얘들이 눈은 딩굴딩굴 거품 뿍적뿍적 뿜죠. 그 집게발은 사방으로 휘졌죠.
    솔을 들고 안 물릴려고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박박 닦아
    손가락 넣어 등딱지를 가를때 그 전율이란... 으으으,,,,
    제가 장만하면서 으으흑흑... 우는날 그날 게찌개는 성공이고요.
    시들시들항 놈으로 룰루랄라 여유잡고 끓인날은
    "이거 싱싱한거 아니었구만..."
    숟가락을 딱 놓죠(결국 궁시렁대면서 다 먹으면서...=3=3)

  • 9. 쌀집고양이
    '04.7.9 8:43 AM (64.203.xxx.167)

    ㅋㅋㅋ 저 오늘 여기저기서 기절합니다요.
    전 왜 그 닭이 불쌍할까요?
    죽어서도 댐빈다고 누명 쓴 닭..ㅋㅋㅋ

  • 10. 김혜경
    '04.7.9 9:16 AM (218.237.xxx.177)

    하하하...너무 웃겨요..
    닭이 덤볐다굽쇼?!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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