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님의 고민은 얼마 전에 제가 겪은 일에 비하면... 흑흑흑
지지난 주말, 저희 세 식구 대구에 갔었답니다.
인체의 신비전도 보고, 코스트코 홀세일 관광도 하고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ㅋ.ㅋ
먼저 인체의 신비전
요즘 부쩍 우리 몸에 대해 물어보는 딸래미를 위하여 무서워서 못간다는 신랑을 다그쳐 갔어요.
자신의 신체를 기증한 분들 덕분에 이걸 볼 수 있는 거라고 딸래미 교육 시키고, 정말 경건한 마음으로 차근차근 봤답니다.
물론 예전에 생물시간에 배운 것들은 어디로 다 날아갔는지, 이자가 뭐하는 데더라? 지라가 뭐하는 데더라? 이 정도의 수준인 만큼 아는 만큼만 보고 왔겠지요. ^^;;
다음에 관광한 버버리도 매대에 쌓아놓고 판다는 코스트코 홀세일...
정말 이국적 ㅋㅋㅋ 이더군요.
특히 3인용 그네 앞에서는 이걸 사서 머리에 이고 있을까를 심각히 고려했었답니다.
제가 평소에 주택을 싫어하는데 거기 온갖 정원꾸미기 용품들을 보면서 잠깐 생각이 흔들릴 정도로 탐나는 물건들이 많더군요.
마음 같아서는 거기 있는 물건들을 다 떠메고 나오고 싶었지만 신랑이 놀라 다시는 같이 안올까봐서 적당히 몇 개만 사고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나왔습니다. (; , ;)
그리고 며칠 후...
신랑이 회식한다고 집에서 먹으라고 쇠고기를 사다 주더군요.
그런데... 내장탕 내장탕... 노래를 부르던 인간이 일을 저질렀습니다.
내장을 살 수 있냐니까 단골 정육점 아저씨가 공짜로 한보따리를 싸주더라고 헤헤거리며 들고 온 거예요.
제가 몇 년 전에 동네 마트에서 손질 다 된 내장 쬐끄만 거 한 팩으로 내장탕을 끓여 줬는데 그게 너무 맛있었다고...
레시피 묻지 마십시오.
그때 잡지책에 나온 레시피로 했는데 정말 기억이 하나도 안나요.
간장으로 간한 건지 소금으로 간한 건지도 기억이 안나는데 그 많은 걸 어떻게 하라고...
흑흑
일단 손질을 회식 갔다와서 신랑이 하기로 했으니까... 맛이 있든 없든 끓여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후
잊고 있는데 갑자기 신랑이 내장!!! 이러는 거예요.
까마귀 고기 먹은 둘이서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거예요. ^^;;
저는 왜 손질 안했냐고 잔소리 쬐끔 하고...
그러고 좀 놀다가 신랑이 볼일 생겨서 밖에 나갔어요.
그날 아침, 시댁에 혼자 갔다가 제가 좋아하는 옥수수, 맛있다고 안먹고 싸와서는 제가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신랑이 갑자기 너무 사랑스러워져서 제가 결심을 했습니다.
고무장갑 끼고 내장 봉지를 열었어요.
@,@;;
그런데... 내장이... 그게...
내장탕 끓일 곱창, 양 같은 건 하나도 없고, 간하고 허파였어요.
허탈하기도 하고...
또 인체의 혈관이랑 근육이랑 이런 저런 거 보고 그걸 보니까 너무 무섭고 징그러운 거예요.
그래도 사랑의 힘으로 그걸 물에 담궈 핏물 우려내고 소주 한 병 붓고 곰탕 냄비에 넣어 불을 올렸어요.
순대 먹으면 그런 거 삻아서 주니까...
신랑이 온다고 전화 왔기에 제가 그 어마어마한 일을 했다고 자랑도 했어요. ^^;;
아주, 너무너무, 심하게 기뻐하더군요. -_-
신랑이 도착하고 다 삶겼다고 생각하고 냄비에 가니까... ㅋㅋㅋ
그것이 커지고 딱딱해져서 냄비뚜껑을 들고 있더군요.
18금 아닙니다. ^^;;
열 받으니까 간이 커지대요. ㅎㅎㅎ
다 익었다고 생각하고 도마에 올려서 썰어보니... 미디움 정도로만 익어 있었어요.
부랴부랴 토막토막 내고 다시 삶고...
겨우 삶아서 잘라주니 신랑 두 점 먹고 말더이다.
이런 건 실물을 안보고 먹어야 하는데... ㅠ,ㅠ
전 먹을 엄두도 못냈구요.
다음날 시댁에 갖다 드렸어요.
신랑이 내장 구했다고 자랑을 해놨더라구요. -_-
그 무서운 형상을 못보신 시부모님이 드셨는지 아님 멍멍이만 횡재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못 여쭤 보겠어요. ^^;;
일단 두 번 다시 그런 거 덥썩 들고오면 쫒아낸다고 신랑하고 약속해놨습니다. 에혀~
그리고 저 이번 주말에 회사별장으로 놀러갑니다.
부러우시죠?
근데 말이 회사별장이지 회사에서 매입한 땅에 있는 폐 갈비집이예요. ㅋㅋ
소들이 꿈에 나오지 않을라나 몰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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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펭님 글을 보고 생각나서... ^^;; - 牛體의 신비전
키세스 조회수 : 924
작성일 : 2004-07-08 17:08:43
IP : 211.176.xxx.127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리틀 세실리아
'04.7.8 5:16 PM (210.118.xxx.2)오징어랑 문어 다듬기하면서도 씩씩거린 저였는데...
고개숙이게 합니다.
사랑의 힘으로는 못하는게 없는거 같아요..^^
보기좋으세요...두분.2. 푸우
'04.7.8 5:18 PM (219.241.xxx.215)폐갈비집,,,,ㅎㅎㅎㅎㅎ
예전에 친정아빠가 친구분들이랑 땅을 같이 사셔서 별장을 지으신다고 해서 기대 만빵 했더니만,, 가보니 그냥 조립식 건물만 달랑 한채 있더라는,,,
그게 무신 별장,,,3. 창원댁
'04.7.8 5:32 PM (211.50.xxx.162)냄비뚜껑을 들고있는거
상상만해도 훕~~~~4. 꾸득꾸득
'04.7.8 5:32 PM (220.94.xxx.38)정말 소들이 꿈에 나올지 모르겠군요....조심하세요....-,.-
겁 드리는 겁니다....슉,,슈슉,,,,5. 이론의 여왕
'04.7.8 5:59 PM (203.246.xxx.134)사랑의 힘... 캬캬캬
사랑 두 번 했다간 아예 목장 차리시겠수.. =3=3=36. 아라레
'04.7.8 7:25 PM (220.118.xxx.252)파워오브러브...라기엔 아직도 2%로 부족해요. 음...-_- =3=3=3
7. 깜찌기 펭
'04.7.9 12:32 AM (220.81.xxx.201)폐갈비집에 원혼이 많을껀디..ㅎㅎ
8. 밴댕이
'04.7.9 7:23 AM (68.73.xxx.73)이댁도 파리 CC 맞다니깐요?!!!
흐미...뚜껑 들고 있는 애들...생각만해도 겁나나이다.9. 쌀집고양이
'04.7.9 8:45 AM (64.203.xxx.167)ㅋㅋㅋ인체의 신비전이 소내장의 괴기전이 되었네요.
10. 김혜경
'04.7.9 9:19 AM (218.237.xxx.177)펭님..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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