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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맺힌 다리 이야기

아라레 조회수 : 1,664
작성일 : 2004-07-08 02:20:33
************************************

세상에는 두 종류의 여자가 있다.
다리가 가는 여자와 굵은 여자.

그리고 굵은 다리에는 두 종류가 있다.
알 박힌 다리와 물로 출렁거리는 다리.

*************************************


큰 언니와 저의 세상을 재는 잣대이자 분류법이고
거기에 따르면 울 자매는
둘다 후자에 속합니다... -_-;;;

에이~~~ 별로 굵지도 않음서 괜히 이런 글 쓴다 하시는 분들께
참 가심 아프고 쪽팔린 제 에피소드들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군요.


예전에 롱부츠가 겨울유행의 핵심으로 떠올랐던 적이 있었죠.
거기에 가비얍게 동참하고픈 맘에
백화점 쇼핑을 나갔습니다.

롱부츠중에서도 끈으로 묶을 수 있는 얍상한 디자인에는
감히 눈길조차 줄 수 없었고
제 다리사정에 맞추어 그저 논두렁에 들어가는 농부 아저씨의
디자인처럼 투박한 검정 세무 롱을 골랐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점원총각이
왜 이런 디자인을 고르냐고, 이걸 좀 신어보라고 가져다 주는데
척 보기에도 제 다리가 감당할 영역이 아니였어요. -_-

안들어 갈거라고 극구 사양해도 무슨 억하심정인지
아, 걱정 마시라고, 손님보다 더 굵은 다리도(-.ㅜ) 들어간다며
어거지로 제 다리를 잡아 그 부츠에다 꾸겨넣기 시작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열려진 지퍼를 위로 쭉 잡아올리는데
굵은 종아리 부근서 위로 올라갈 생각은 없고,
그 점원은 순간 당황해서 어? 어? 이럴리가 없는데... 하며
더 세게 지퍼를 잡아 당기고...

'이럴리가 바로 여기 있다구욧!!' 하고 속으로 부르짖으며
주변 손님들과 다른 점원의 구경거리가 되면서
참으로 민망하고 머쓱한 심정으로 속삭였죠.

"그러게 제가 안들어 간다 그랬잖아욧...!!!!" ㅠ0ㅠ


-------------------------------------------------------------------

꽃같은 여고생들을 한순간에 물귀신으로 만들어버린
성수대교 붕괴사고... ㅠㅠ

저도 간간히 그 다리를 이용하였고
그 여고생들이 제 후배들이기 때문에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애통해하는 마음과 다리기둥의 불량성에 대해
사람들이 분개할 때
제 동생은 대놓고 그러더군요.

"누나 다리로 교각을 만들었으면 무너지진 않았을텐데..."

잠시 누워있거나 편한자세로 휴식을 취할때면
밑으로 물렁하게 처지는 제 종아리살을
샌드백삼아 잽을 날리던 남동생의 멘트였습니다.


---------------------------------------------------------------------


한창 눈에 두꺼운 콩깍지를 렌즈인양 쓰고 다니던 연애시절
지금의  애아빠는 연애해보는 여자가 제가 처음이었습니다.
그건 피차일반...

무얼해도 이뻐보여서 이리봐도 내사랑 저리봐도 내사랑 할 시기에
사귄지 몇달여가 지나자 슬슬 늑대의 본성을 드러내더군요.

"왜 너는 치마를 안입어? 나 니 치마입은 모습 보구싶어..."

흡! 하긴 주구장창 청바지에 면바지를 돌려입던 패션이니
아무리 윗옷패션이 찬란하다한들 뻔한 모양새죠.
그 변함없는 매무새로 그리 오래 싫증안내고
만난것도 어쩜 신기하달까요?

그래서 결국 담 데이또에 치마를 입고 등장하기로 약속했죠.
그 때 히벌쭉 벌어진 입을 추스리지 못하는
늑대의 표정이라니.

그런데......

데이트 장소는 강남의 씨네하우스.
때는 한창 멋부린 쭉빵이들이 텍사스 소떼처럼
우르르 밀고 나오는 토요일 오후.

도산공원 부근에 주차를 하고 길을 건너는데
광어눈을 하고 봐도 한눈에 척!
다리가 예술인 여자들이
그 요염한 라인을 뽐내며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횡단보도를 건너며 스쳐지나가는 그 짧은 순간이
마치 오우삼 영화의 슬로우 모션처럼 뚜두두두-
몹시도 길게 느껴지더이다.
그러면서 겨우겨우 무릎을 가릴락 말락하는
내 촌시런 스커트 밑으로 출렁이는 물살의 다리굵기와

가슴까지 시원해지게 허벅지를 드러낸 그녀들의 미끈한 다리가
확실하게 비교, 교차 되면서
참으로 민망+비감해지더군여... -_ㅜ

그러면서도 여자의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하달까, 미련하달까...
괜히 머슴의 옆구리를 찔러대며 확인사살을 했습니다.

"내 다리 굵지? 두껍지?"

목숨보전을 위해 아니라고 이쁘기만 하다고
뻔한 거짓말을 해대는 순간에 그냥 그치고 말았으면 좋았을텐데
이미 얼굴에서 희열의 표정이 사라진 애인을
또다시 다구치고 말았습니다.

"에이.. 뭐 안굵어..아까 그 여자들 봤잖아. 진짜 예쁘더라.
내 다린 너무 굵어서... 괜히 치마 입고 나오라고 해갖곤 창피하게...
앞으론 치마 안입을래."

그런말을 하면서도 여자란 속으론 남자가 강력한 부정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는 거 아시죠?  
자기도 자기 주제파악을 잘하고 있으면서도 내심 기분 흐뭇해지고..

아아, 그러나 그 때 울 신랑은 피치못할 실수를 하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음... 넌 바지입은게 더 낫더라."



"....뭐시 어드래.....?" (내부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다 잇사이로 뱉어내는 나직함 -_-)



결국 제무덤 제가 판다고
공연히 물어보지 않았서도 될 말을 물어봐서 가슴을 후벼판 나나
너무나 솔직한 대답에 다시는 치마입은 앤의 모습을 못보게 된 그이나
세번째 질문은 아니 했었어야 좋았을 것입니다.(피천득님이 인연..-_-)



아..아...
또 너무나 길어진 야그에
언니와 저의 다리 다이어트 얘기를 쓸 공간이 없군요.
또 다음 기회에...
IP : 220.118.xxx.252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론의 여왕
    '04.7.8 2:27 AM (203.246.xxx.251)

    제 무르팍 한번 보는 게 소원이라고 절규(!)하던 선배가 생각납니다. ㅋㅋ
    (어쩌다, 정말 어쩌다 치마 입어도 늘 롱스커트였으니...)

  • 2. 밴댕이
    '04.7.8 4:00 AM (68.78.xxx.180)

    어쩌나...저두 하비클럽 가입하고싶으나 자격이 안되는군요. - -;;;
    흑...그럼 떡벌어진 떡대와 투포환 선수같은 팔뚝은 또 어쩌란 말입니꺄...ㅜ.ㅜ
    저두 하체만 비만이고 싶다구용~용~용!!!

  • 3. 쮸미
    '04.7.8 7:33 AM (220.90.xxx.230)

    저는요 나이 먹는게 너무 편한거 있죠...
    젊은 시절 잘나가는 늘씬녀들에게 둘러싸여 하루하루가 비참해서....흑흑흑....
    발목위까지오는 치마만 입고 다녔는데..........
    어느덧 서른 일곱............ㅎㅎㅎ
    누가 다리 흉보니 귀에 들어오길하나.....
    누가 다리 쳐다본들 기죽기를 하나..........
    물론 남들 늘씬한거 보면 지금도 약간 비참해지긴 하지만 (저도 여잔데...)
    예전만 하겠습니까? 요즘은 샤넬라인 스커트도 입는답니다...ㅎㅎ

  • 4. 키세스
    '04.7.8 9:17 AM (211.176.xxx.127)

    아직도 부분비만으로 고민하십니까?
    이제 상체비만에서 벗어났습니다.
    전체비만으로 진화를... 어흑~~~

  • 5. 김흥임
    '04.7.8 9:25 AM (221.138.xxx.115)

    약올리기 작전^^
    신은 공평 하시다
    부자에겐 음식을
    가난한 자에겐 식욕을 준다던가요^^

    전 달랑 내세울게 딱 다리 하나라던,,,

    물론 처음엔 어떤 다리가 이쁜 다리인지 그닥 관심이 없었지요
    근디 미스때 미니만 입고 나가면 눈길들이 한없이 제 뒷다리에만 꼿히더라구요
    급기야 어느날은 제 종아리 하루 한번만 보면 원이 없겠다는 사람까지<걀걀^^믿거나 말거나>

    대체 어케 생긴 다리가 이쁜거얌
    싶길래 목욕탕을 가게되면 넘들 뒷다리 유심히 살피기가 취미가 되었다는 전설이^^

    생각보다 일본다꽝무처럼 잘 빠진 다리는 의외로 없더라구요^^

    듣기 좋은 꽃노래도 자꾸 들으니 스트레스기에 한동안 그 다리 청바지 밑에
    감추고 다녔다던^^

  • 6. 깜찌기 펭
    '04.7.8 9:27 AM (220.81.xxx.195)

    ㅋㅋㅋ

  • 7. cookie
    '04.7.8 9:32 AM (203.232.xxx.36)

    님의 심정에 백만프로 동감동감!!!입니다..ㅠㅠ..
    저는 그 알 박힌 다리의 전형이지요..ㅠㅠ..
    엄청난 다이어트로 살을 뺐으나 오직..오직..그 알.통.만은 절대!네버!!! 빠지지않더군요..ㅠㅠ
    저의 평~생 소원이 여름에 반바지 입고 남 앞에 다리 내놓는겁니다..
    참, 전에 깁스를 한 적이 있었는데..그땐 정말 다리의 그 알.통.이 빠지더군요..
    엄청 기뻤죠..버뜨, 그러나..깁스 제거 후..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더이다..
    으아~ 어디 좋은 방법없나요?..늘씬한 다릴 원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그저..남 앞에 내놓을 수 있을 정도만..ㅠㅠㅠ

  • 8. 오이마사지
    '04.7.8 9:34 AM (203.244.xxx.254)

    한맺힌 팔뚝 이야기도 있어요,,,~
    66사이즈 반팔로된 원피스가 다른데는 맞는데,,,
    팔뚝이 안들어가서 못샀다는,,,,,, ^^;;;;;

  • 9. 달개비
    '04.7.8 9:34 AM (221.155.xxx.120)

    넘의 약점을 가지고 웃어서 미안스럽지만!~~~
    사무실서 혼자 키득키득 웃으며 봤어요.
    그래도 미스땐 다리도 예쁘고 팔도 가늘고 그랬는디
    이젠 다 아~ 옛날이여!
    지난시절 다시 돌아올수없나~~그날!(이선희의 노래입니당)

  • 10. 푸우
    '04.7.8 9:50 AM (219.241.xxx.215)

    전 보이는대는 그나마 안보이는곳에 비해서 아주 약한 스타일이라,,우리 동생,, 안보이는 곳은 약하고 보이는 곳만 헤비한,,,그래서 맨날 절더러 동생이 사기라고 했죠,,
    전 미니스커트 적당히 입을 수 있을 정도의 허벅지 까지 약하고,, 종아리는 한때 새다리라는 칭호까지 받았습니다,,근데,,길이가 짧아서 그렇지,,
    팔뚝도 반팔 입는 부위까지 약하고,,
    근데,,결정적으로 전 허리가 없어요,,게다가 똥배 심각합니다,,
    거기다 엉덩이 펑퍼짐,,그러니 치마만 입고 다녔다는

    저의 소원은 바지 안에 윗옷 넣어서 입어보는게 소원이었어요,,~~!!

  • 11. 이현숙
    '04.7.8 10:08 AM (220.122.xxx.69)

    바지만 줄창 고수하는 아짐 또 여기 있여요..
    운동할때 아무리 더워도 반바지 못입고,
    휙휙 감기는 긴바지 입는 사람...

    신은 공평하시지도 않아요.^^

  • 12. 오래된 새댁
    '04.7.8 10:11 AM (221.153.xxx.183)

    부츠산 얘기를 읽는데... 우찌 내얘기를 알고 쓰신건쥐
    깜딱 놀랐땁니다..
    매장 직원들의 레파토리... 손님부다 더 굵은 사람두 다 사가세여...
    이제는 압니다.. 그건 판매 전략이란걸....
    겨울만 되믄 삼삼하게 눈에 아른거리는 종아리 중간 길이의
    쪽빠진 부츠.... 맨날 쇼윈도우에서 침만 흘리며 구경만 하져..
    아침부터... 우울해지네..
    언제 함 하비 클럽 멤버들 모여..... 쏘주라두 한잔씩...

  • 13. 꾸득꾸득
    '04.7.8 10:20 AM (220.94.xxx.38)

    ㅎㅎㅎㅎ,,,전 허벅지에 살 좀 붙이는게 소원,,,,,,엇,,,=3=3=3=3=3=3=3

  • 14. 코코샤넬
    '04.7.8 10:26 AM (220.118.xxx.72)

    저는 종아리에서 발목 부분에 살좀 붙는게 소원이예요.
    발목이 넘 가늘어서리 =3=3=3

  • 15. 알로에
    '04.7.8 10:30 AM (61.75.xxx.60)

    거래완료입니다.

  • 16. 뽀로로
    '04.7.8 10:41 AM (211.211.xxx.2)

    lg이샵에서 세븐라이너 최저가 148,000원에 팔던데... 공구할까요? =3=3=3

  • 17. 생크림요구르트
    '04.7.8 10:59 AM (218.145.xxx.224)

    살이야 빼면 된다지만, 휘어있는 다리는 대책이 없습니다ㅠ.ㅠ
    차라리 조금 통통하더라도 뼈대 곧은 다리가 훨씬 예쁘던데요...

  • 18. 세실리아
    '04.7.8 11:05 AM (152.99.xxx.63)

    저두 아라레님처럼 롱부츠땜시 아픈 기억이...
    미소*에 가서 "귀여운 여인"으, 줄리아 로버츠 컨셉으로 친구들과 롱부츠를 맞추는데,
    종아리부분을 잡고 한참 씨름하던 아저씨는 그 한겨울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시고...
    너무 죄송스러워 안되겠다고 했더니 가슴에 비수를 박는 한마디를..."걱정마요 아가씨,
    내가 노사연씨 다리에도 부츠를 신겼다우~~~ " ㅡ.,ㅡ 차라리 그냥
    포기하라구 하시지...

  • 19. 나나언니
    '04.7.8 11:13 AM (221.149.xxx.142)

    푸하하~!!! 데굴데굴 데구르르~ 아라레님 원글에 웃고 키세스님 리플에 또 한 번 구릅니다.
    너무 웃어 얼굴 근육이 아프네요.
    그러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 지나가는 뜨끔한 그 무엇..그렇습니다. 저도 다리 굵기로는 절대
    어디 가서 빠지지 않거든요.. T.T

  • 20. 강아지똥
    '04.7.8 11:34 AM (211.215.xxx.213)

    우하하하~저두 사춘기를 혹독하게 겪던 여고시절....다리굵은 여고생과 가는여고생으로 한참 괴로워하던 시절이 있었지여..어쩌겠어여..타고난 유전자의 힘을 저항할 힘은.....오직 성형수술이라는것을....수술까지도 생각해보았지만....그냥...생긴데로...자신감으로 내놓고 다닙니다. 한창때일땐...머리와 분위기를 보면서는 오우~소리도 들었었는데...점점 시선이 아래쪽으로 내려갈때의 표정들이란........^^;;;;; ==3==3

  • 21. 차마익명
    '04.7.8 11:51 AM (221.142.xxx.149)

    부츠매장 직원 말솜씨에 넘어가 부츠 신어보다가(물론 저는 안된다고 했지요)
    지퍼가 안 올라가는 바람에...
    결국 맞춰 신은 사람 여기 있습니다....
    민망해서 차마 거절도 못하고.... 소심녀....
    같이 간 친구가 넘 놀래는 거 있죠...
    부츠가 안 맞다니.....
    친한데도 그 정도인 줄은 몰랐던거요..
    그 친구는 뭘 신어도 푹푹 들어가는 40키로 나가는 친구...

  • 22. 미스테리
    '04.7.8 1:52 PM (218.145.xxx.156)

    저두 키세스님과 동일!!!
    전 하비는 맞는데 골고루 상체까지 찌고 보니 어느새 하비를 벗어난 원통이더라나...ㅠ.ㅜ

  • 23. 여니쌤
    '04.7.8 7:59 PM (221.140.xxx.22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넘 웃겨서 힘도 없으요..
    어쩜 그렇게 재미나게 글을 쓰시나요?
    책을 쓰세요 책을..
    넘 재밌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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