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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댁의 서울나들이 - 암호는 G.R.Y.B!

승연맘 조회수 : 1,004
작성일 : 2004-07-07 23:17:20
전 자랑스런 경기도민으로...고양시 능곡에 삽니다. 뭐 신도시 화정 부근이라고 하면 아실라나요.
집에만 갇혀있다가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는 후론 가끔 서울 나들이를 합니다.
오늘은 재은맘님과 만나 엔지니어님이 추천한 제주도 직송 미숫가루를 받기 위해 서둘러 집을
떴습니다. 그 유명한 명바기 아자씨의 작품을 감상키 위해 혹시나 빗길에 차가 막히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시간대가 워낙 덜 밀리는 때라 차는 아주 잘 빠져나갔습니다.

은행 계좌 비밀번호보다 더 희한한 버스번호를 기억 못해서 도화지로 써붙인 숫자를 꼼꼼이 살펴서
올라탔고 타서도 시골아줌마 상경한 것 처럼 휘휘 둘러보면서 갔습니다.
중앙차로가 생긴 것도 요상괴상한데다...아주 희한한 도로 사정을 보면서 내년에 운전연수를 받아도
차를 몰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면허는 진작에 땄지만 어차피 새 도로에 맞추어 공부를 해야
할 성 싶더라구요.

출발한지 30분만에 약속장소인 남대문 신한은행 앞에 내리고 간만에 찐하고 달콤한 자판기 커피를
사먹었습니다. 조금 일찍 나와 달라고 해서 재은맘님이 헐레벌떡 들어서시는데 소라색 원피스를 입은
모습이 커리어우먼 자체였습니다. 회의 중에 몰래 나오셨다는데 너무 감사해요. 워낙 중간에 만나기가
어려워서...제가 회사 근처로 간 거였는데 하필 바쁠 시간에 갔지 뭡니까. 쩝....
그래서 몇 마디 얘기도 못 하고 서둘러 헤어졌습니다. 저도 아이 어린이집 때문에 조급하긴 했어요.
2.5킬로를 주문했는데 상당히 양이 많았습니다. 장바구니에 챙겨넣고 은행을 나오는데 제법 묵직한
감이 있었습니다.

중간에 볼일이 있어 현대백화점에 들렀는데 문제의 중앙차로에 섰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주워들은
정보가 있어 운전기사 아저씨께 물었더니 내릴때에 카드를 또 찍으면 할인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혹시나 못 내릴까봐 서둘러 카드를 찍는데 미숫가루의 무게때문에 휘청하느라 버스에서 구를 뻔 했
다는 거 아닙니까..이 덩치에 굴렀으면 인터넷 뉴스감이죠... 십년 감수했습니다. 진짜루...

주방용품코너에 들러 조그만 도마를 하나 샀어요. 나무도마가 여름이라 거무튀튀해지는 게 싫어서
플라스틱 도마를 작은 걸로 하나 장만했습니다. 궁금했던  테팔에 가서 제이미 올리버 아찌의 후라
이팬을 구경했는데 발등에 떨어뜨리거나 맞으면 즉사(?)하겠더라구요. 어쩜 그리 무거운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서둘러 집을 향했습니다. 정거장으로 가니 G,R,Y,B의 찬란한 버스들을 구경
할 수 있었습니다. 참..Y는 못 봤네요. 그건 뭔지 기억도 안 납니다.
인터넷에서 G,R,Y,B가 쥐(G), 랄(R), 염(Y), 병(B)의 약자라는 걸 듣고 웃겨서 죽는 줄 알았어요.
그래도 명바기 아자씨의 히트작 아닙니까..평생 욕 먹을 걸 몇달만에 다 먹으니...참...

어쨌든 고양댁의 서울 나들이는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미숫가루..그거 정말 맛있습니다.
방앗간에 물어보니 재료가 순수 국산이라고 하네요. 명함을 잘 못 새겨서 가정집에 전화하고
난리 났었지만...ㅎㅎㅎ  다행이 메모해둔 게 있어 제대로 통화를 했습니다.
어지간한 미숫가루 먹어보면 멍울이 지는데 이건 정말 잘 풀리고 아주 고소합니다.
추천해주신 엔지니어님! 그리고 주문하랴 배송받으랴 애써주신 재은맘님!
모두모두 감사합니다...이상 고양에서 승연맘이었습니다. 오바!

IP : 211.204.xxx.201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푸우
    '04.7.7 11:21 PM (219.241.xxx.215)

    오늘처럼 비오는날,, 고생하셨네요,,
    명박이 아자씨 시민들이 숙지를 못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둥,, 뭐,,그래서 욕을 지금 엄청 먹고 있다죠,,명박이 아자씨의 서울창조 예고편 보고 웃겨 죽는줄 알았네요,,

    저두 서울 버스 구경가야 되는뎅,,
    가서 미아될까봐,, 배도 부른데,,, 길도 못찾고 ,,,그러면,, 완전 금치산자 취급받겠죠~?

  • 2. 쮸미
    '04.7.7 11:25 PM (220.90.xxx.230)

    저도 애 방학하면 서울 나들이 할라 했는데....
    겁이나서 엄두를 못내겠네요..ㅎㅎ

  • 3. 재은맘
    '04.7.7 11:29 PM (211.209.xxx.134)

    승연맘님..집에 잘 도착하셨나요?
    너무 죄송해요...멀리 고양시에서 남대문까정 오셨는데...하필..회의라니..쩝..
    저 원래..별로 안 바쁜데요...오늘 유독 하루종일 바빴네요..
    몇마디 나누지도 못하고..섭섭하네요...
    전 내일 신검 있어서.미숫가루 먹지도 못하고..쳐다 보고만 있네요..
    다음 기회에 만나서..식사나 음료라도 한잔..아시죠...
    그 무거운걸..들고..또 쇼핑을 하셨다니..힘드셨겠네요..ㅎㅎ

  • 4. 김혜경
    '04.7.7 11:35 PM (218.237.xxx.131)

    GRYB의 풀이를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혼자 운전하다 미친 언니처럼 마구 웃었다니까요...

  • 5. yuni
    '04.7.7 11:40 PM (211.210.xxx.229)

    저 역시 고양댁이라 고양댁의 서울 나들이 너무 생생합니다.
    G.R.Y.B.의 약자가 그거였답니까???
    그 쉬운걸 초록이, 빨강이... 해가며 외웠네요. ^^*

  • 6. beawoman
    '04.7.8 12:29 AM (211.229.xxx.112)

    초록이 빨강이보다 훨씬 외우기 쉽네요.
    그나저나 어려운 버스도 잘 타고 다니시고 역시 성루 사람들은 똑똑해

  • 7. 무우꽃
    '04.7.8 12:51 AM (210.111.xxx.12)

    GRYB 그림 줌인줌아웃에 지가 올렸는데 못보셨남유.
    ㅋㅋㅋㅋ 성루사람이라 ...
    서울사람들 명박씨 때문에 면박받네 그랴.

  • 8. ..
    '04.7.8 9:26 AM (211.221.xxx.219)

    머리랑 눈은 어디다 뒀다가 사시렵니까? 그정도면 정말 운전하지 말라고 권해드리렵니다.길찾는게 중앙차선 적응이 힘들거라는 상상보단 훨씬 더 힘들겁니다.

    얼마전에도 혼자 튀는 리플 달았던 사람인데, 시스템이 확 바뀌었고,그 시스템 문제가 확실히 많다고는 하지만,자기가 원하는 곳 미리 검색해서 번호 기억해두거나 메모 좀 하면 되쟎아요.
    갔다와서 글 올리시고 인터넷에 익숙한 사람들이쟎아요. 노인네 걱정까지 왜 대신해주는지들.

    이사 처음가서도 우리들 헤매지 않나요? 환경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바뀌었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건 아닌데, 너무 남 탓만 하고 트집 잡는 정도가 다 심하니.
    G.R.Y.B.그거 안외워도 맨날맨날 새 동네 만 다니는 거 아님 출퇴근,외출 정도의 루틴은 처리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이니까 노력 좀 하면 말이죠.
    인프라 뿐만 아니라 시민들 의식도 선진화 되어야 할텐데,2만불 시대는 정말 정말 요원함을 다시 느낍니다.

  • 9. ....님
    '04.7.8 9:36 AM (211.176.xxx.82)

    루틴이 뭔니까?
    당최 여러워서리...

    이런 것도 모르냐고 면박주실려나???

  • 10. ..님
    '04.7.8 10:00 AM (220.76.xxx.128)

    참 잘나셨습니다 그려~
    하기사 시민들이 미개해서 그렇지 명바기가 뭘 잘못했겠어요
    무식한 우리가 죽어야지 2만불 시대가 빨리 오려나~

  • 11. 코코샤넬
    '04.7.8 10:30 AM (220.118.xxx.72)

    ㅎㅎㅎㅎㅎ G.R.Y.B 넘 웃깁니다.
    저도 그 미숫가루 먹고 싶은데...재은맘에게 연락하면 될까요?
    그리고 승연맘님 몸은 좀 어떠세요? 돌아다니셔도 괜찮으신 거예요??

  • 12. 승연맘
    '04.7.8 10:51 AM (218.50.xxx.93)

    이제 좀 살만 합니다. 헤헤...물론 조심해야겠지요. 샤넬님...언제 함 봐요.
    아, 그리고 잡지에 나오면 여기 꼭 자세히~ 올려주시와요. 네? ^^

  • 13. 시민
    '04.7.8 10:53 AM (218.145.xxx.67)

    서울시가 준비가 미숙했지만, 교통시스탬개편은 잘 보완하면 정말 잘한 일일것 같네요.
    무엇이던 기존의 시스탬을 바꾸면 조금 불편하지요. 그러나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시민도 열심히 참여해서 빨리 정착하도록 노력해야죠. 그리고 사실 시장이 실무를 다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명박시장도 책임은 있지만, 욕얻어 먹을 것 겁내서 필요한 일을 안하면 더 문제라 생각합니다. 버스의 색갈을 통일하니 거리가 훨씬 보기 좋고.. 점점 좋아지리라 생각하고
    불편해도 참고 있습니다.

  • 14. 익명으로
    '04.7.8 11:51 AM (61.36.xxx.85)

    위에 글쓰신 시민님~~
    버스 색깔 통일되니 거리가 훨씬 보기좋아졌다고요?
    예전에도 버스색깔 그다지 보기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문제는 보기좋게 나쁘고가 아니잖아요?
    출퇴근시간이 기본적으로 30분이상 더 소요됩니다.
    버스랑 버스는 죄다 환승하게 만들어놔서...
    그리고 버스나 제대로 오나요?
    기본이 10~20분입니다.
    개편전보다 더 기다립니다.
    불편해도 참아야하는 것에도 정도가 있어야된다고 봅니다.
    시민님은 아무래도 서울시청에서 근무하시는 분같네여....

  • 15. 조금 열받아서
    '04.7.8 12:07 PM (211.176.xxx.82)

    시민님~
    혹 공무원이세요?
    아님 출퇴근을 걸어서 하세요?

    님의 참고 보자는 말씀,
    참 훌륭한 태도일 수도 있지만

    제가 보긴 이번 서울시 교통시스템은
    완전 탁상행정입니다.
    조금 있으면
    그걸로 덕 본 사람들 야그가 줄줄이 나오게 되지 않을까 염려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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