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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야기

라떼 조회수 : 1,342
작성일 : 2004-07-07 20:20:47

저 아래 소금별님이 비슷하게 시작한 친구얘기를 해놓으셔서 생각나는게 있어서 그냥 글 남겨요..

우리 엄마는 정말 없는집에 사랑 하나만으로 시집을 왔어요.

어릴땐 이모들이 우리집에 오면 먹을거랑 엄마 옷이랑 한가득 사가지고 와서 막 울고 갔거든요.이모들은 선보고 부잣집에 시집가서 세받으며 넓은집에 살았으니.. 그래도 중간 정도는 됐는데.. 암튼 제 사촌언니가 저희집에 와보고는 자기집 화장실만하다고 했으니까요. -_- 그때가 18평 주공아파트 살때인데..

암튼 엄마 친구들 중에서도 선보고 부잣집에 시집간 친구도 꽤 있었구요.

그중에서도 유독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울 엄마가 결혼하니까 자기 혼수로 마련해 놓은 아주 비싼 냄비셋트를 선물로 주고 또 엄마가 저를 낳고 아빠 일땜에 시골에 있었는데 그까지 와서 제 사진 찍어주고 그랬대요.

암튼 제 어릴적 기억에도 그 엄마친구집에 놀러가면 그집딸은 막 공주옷입고 집에 비디오도 있고 그래서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집 사업이 망해서 정말 형편이 어렵게 되어 그 엄마 친구분이 최근에는 식당일까지 하게 되었나봐요. 엄마가 그걸 보고 얼마나 놀래셨는지 친구들 만나고 와서 집에 와서 막 우셨나봐요. 친한 친구가 그렇게 되니 맘이 많이 상하셨던게죠..

아빠는 영문도 모르고 엄마는 얘기도 안하고 그러니까 아빠가 그날 엄마랑 있었던 다른 친구분한테 전화해서 물어보고 그 이유를 아셨나봐요.
그래서 아빠가 그 친구분 남편에게 돈을 꽤 해주신 모양이더라구요.

또 이건 시댁 이야기인데요.

저희 시어머님댁이 원래 아주 부잣집이었대요. 그래서 선을 봐서 전문직인 시아버님과 결혼을 하셨죠.

근데 신랑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사업이 완전히 망하고 아주 어려워졌나봐요.

그러자 시아버님께서 장모님께 용돈을 매달 드렸나봐요. 다른 아들들이 그럴 형편이 안되니까..

시어머니도 모르셨는데 외할머님이 쓰러지시고 나서 통장을 보니 그렇게 매달 들어와 있더래요..

그래서 병원에 입원해 계셨는데 시아버님이 매일 병문안을 가시니까 사람들이 다들 아들인줄 알았다는...

게다가 조카 대학 등록금도 대 주시고 개업할때도 도움을 주셨나봐요. 그래서인지 그 형이 저희한테도 신경을 써 주시거든요. 너희 예뻐서가 아니라 아버님한테 고마워서라고..

암튼 이건 제가 결혼하고 나서 시어머님이 해주신 이야기인데 당신은 아버님이 미울때가 있어도 그런거 생각하면 정말 고맙다고 신랑 보고도 처가에 잘하라고 하시더라구요.

이런거 보면 돈 많고 없음은 정말 알수가 없는 일인것 같아요.

우리 엄마는 주변 친구들을 봐서 그런지 저에게 항상 강조하셨어요. 남자를 볼땐 딱 그 사람만 보라고..

없이 시작하든 많이 가지고 시작하든 결혼하고 10년쯤 지나면 다 비슷해 진다고... 돈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없이 살아도 양쪽팔에 저랑 동생이랑 누워있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고..

그리고 뭐 이모들은 울고 그랬지만 막상 전 어릴적 기억이 다 좋거든요. 엄마 아빠랑 손잡고 산에 놀러가고 바다에 놀러가고 아빠가 맛있는 찌게 해주고 등등^^

그리고 가지고 싶은거 다 가지고 하고 싶은거 다 하고 살았다고 기억하는뎅..

게다가 지금은 이모들이나 저희집이나 뭐 비슷한거 같아요. 오히려 외할머니 병원비 몇백만원씩 나와도 돈내놓는 사람은 울아빠 뿐이니까..

암튼 그냥 주절주절 해봤네요.



IP : 220.117.xxx.132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champlain
    '04.7.7 8:28 PM (69.194.xxx.234)

    맞아요..
    참 공감가는 말이네요..
    그리고 참 지혜로우신 부모님이시구요..^ ^

  • 2. jasmine
    '04.7.7 8:48 PM (218.39.xxx.76)

    용기를 주는 글입니다.
    맞아요, 사람인생 세옹지마.....감사합니다.....^^

  • 3. 봄봄
    '04.7.7 8:53 PM (195.221.xxx.13)

    어머님이 참 훌륭하세요.
    남편이 쫌 미울려고 했었는데..
    반성하고 더 잘해줘야 겠어요 ^^;

  • 4. 키세스
    '04.7.7 9:25 PM (211.176.xxx.127)

    정말 존경스러운 분들이세요.
    양가 어른들이...
    세상을 딱 그만큼만 살면 좋겠어요.
    아이도 라떼님처럼 속이 깊었으면 좋겠고... ^^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 5. 커피와케익
    '04.7.7 10:05 PM (203.229.xxx.154)

    어머님 아버님 특히 시아버님 참으로 훌륭하십니다...ㅠㅠ
    오랜만에 모니터 앞에서 눈물 흘렸다는...

  • 6. 꾸득꾸득
    '04.7.7 10:29 PM (220.94.xxx.38)

    정말 맘에 위안이 되는 말입니다.
    10년 지나면,,비슷해진다는 말 맞는거 같아요..
    양가 어른들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 7. 밍밍
    '04.7.7 10:45 PM (218.51.xxx.221)

    꼭 저한테 해주시는 조언같아요.. 라떼님 글 읽고 맘이 편해집니다.
    좋은 얘기 감사드려요~~ ^^

  • 8. 쮸미
    '04.7.7 11:15 PM (220.90.xxx.230)

    참 마음이 따뜻해 집니다....
    기복없이 늘 한결같이 조용히 감사하면 사는것...........말은 어렵지 않은데...........
    그렇게 살기가 쉽지 않은것 같아요.

  • 9. 푸우
    '04.7.7 11:17 PM (219.241.xxx.215)

    아,,너무 좋은글이예요,
    어머님 친구분과 어머님의 우정이 너무나도 가슴이 따뜻해지네요,,
    저두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되고 싶네요..

  • 10. beawoman
    '04.7.8 12:50 AM (211.229.xxx.112)

    좋은 이야기입니다.

  • 11. 코코샤넬
    '04.7.8 11:06 AM (220.118.xxx.72)

    참 좋은 글입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로 남고 싶은데.......

  • 12. 미스테리
    '04.7.8 2:01 PM (218.145.xxx.156)

    먼저된자가 나중되고 나중된자가 먼저 된다더니...
    바로 그 얘기네요^^

  • 13. 라떼
    '04.7.8 3:05 PM (147.6.xxx.194)

    그냥 생각난거 적었는데 좋은 이야기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갑자기 양가 어른들이 더욱 존경스럽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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