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달팽이 사랑]..넘 가슴 한곳이 .. ㅠ.ㅠ

yorizzang 조회수 : 937
작성일 : 2004-06-29 20:13:57
아주 오랜 옛날의 일입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숲 속에 달팽이 한 마리와 예쁜 방울꽃이 살고 있었습니다.
달팽이는 세상에 방울꽃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뻤지만 방울꽃은 그것을 몰랐습니다.

토란 잎사귀 뒤에 숨어서 방울꽃을 보다 눈길이 마주치면 얼른 숨어버리는 것이 달팽이의 관심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습니다.

아침마다 큰 바위 두 개를 넘어 방울꽃 옆으로 와선,
"저어, 이슬 한 방울만 마셔도 되나요?"
라고 하는 달팽이의 말이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습니다.

비바람이 몹시 부는 날에 방울꽃 곁의 바위 밑에서 잠 못 들던 것이,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속에서 자기 몸이 마르도록 방울꽃 옆에 있었던 것이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숲 속에는 노란 날개를 가진 나비가 날아왔습니다.
방울꽃은 나비의 노란 날개를 좋아했고, 나비는 방울꽃의 하얀 꽃잎을 좋아했습니다.

달팽이에게 이슬을 주던 방울꽃이 나비에게 꿀을 주었을 때에도
달팽이는 방울꽃이 즐거워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다른 이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은 그를 자유롭게 해주는 거야"
라고 민들레 꽃씨에게 말하면서 까닭 모를 서글픔이 밀려드는 것 또한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습니다.

방울꽃 꽃잎 하나가 짙은 아침 안개 속에 떨어졌을 때,
나비는 바람이 차가워진다며 노란 날개를 팔랑거리며 떠나갔습니다.
나비를 보내며 슬퍼하는 방울꽃을 보며
클로버 잎사귀 위를 구르는 달팽이의 작은 눈물이 사랑이라는 것을,
나비가 떠난 밤에 방울꽃 주위를 자지 않고 맴돌던 것이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습니다.

꽃잎이 바람에 다 떨어져 버리고 방울꽃은 하나의 씨앗이 되어 땅위에 떨어져 버렸을 때, 흙을 곱게 덮어주며 달팽이가 말했습니다.

"이제 또 당신을 기다려도 되나요?"

그때야 씨앗이 되어버린 방울꽃은 달팽이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IP : 218.148.xxx.155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오소리
    '04.6.29 11:16 PM (218.50.xxx.247)

    에구에구~~~
    가슴이 짠하네요.
    요즘 가을도 아닌데, 왜 이렇게 쪼금만 짠해도 눈물이 나는지...

  • 2. 이론의 여왕
    '04.6.30 3:46 AM (203.246.xxx.141)

    글은 애틋합니다만....

    이런 시국에 꼭 저런 그림을 올리셔야 했는지요.
    지금 이 나라가 무슨 일 때문에 이리 시끄러운지 모르시나요?
    다른 때도 아니고, 정말 너무나 섬뜩합니다......

  • 3. 아침 키위
    '04.6.30 10:20 AM (202.30.xxx.200)

    저 번득이는 것이...
    그렇군요.

    섬뜩 합니다.

  • 4. joymfeo
    '04.6.30 11:27 AM (219.241.xxx.138)

    항상 지나가고 나야 알게 되는 게 사랑이고 인생인가봐요. ^^;; 잘 봤습니다.

  • 5. 신짱구
    '04.6.30 1:19 PM (211.253.xxx.36)

    되도록 자극적인 그림은 안올라 왔으면 좋겠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0533 여쭤볼게 있는데요.. 7 오늘 2004/06/30 880
20532 휴가요... 3 치치아줌마 2004/06/30 880
20531 여름 휴가 어떻게 할까요? 14 백옥 2004/06/30 890
20530 [re] 정신과 조심하세요. 3 이런 일도 .. 2004/07/01 939
20529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저도 2004/06/30 890
20528 정신과 상담을 받고 싶은데요 8 우울한 나날.. 2004/06/30 1,379
20527 여름밤 나왕케촉음악회 1 맑은하늘 2004/06/30 882
20526 [ 휴가때 써먹을 수박주 만들기] yorizz.. 2004/06/30 1,183
20525 고해(告解) 귀여운토끼 2004/06/30 878
20524 죄송한데여.. 수영하실분요? 1 미씨 2004/06/30 906
20523 오줌싸개,,,, 10 익명(죄송).. 2004/06/30 1,187
20522 여러분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3 후니아빠 2004/06/30 1,898
20521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12 중학생엄마 2004/06/30 1,746
20520 좋은 부모 십계명 밍키 2004/06/30 892
20519 여행갈때 썬크림 어떤거 쓰세요? 7 여름 2004/06/30 917
20518 안양분들~ 2 진이사랑 2004/06/30 874
20517 친정엄마와 불화하는 분 계신가요? 5 어떤 딸 2004/06/30 1,738
20516 수화기 잡기가 망설여지네요. 22 키세스 2004/06/30 1,498
20515 인생이 너무 허무해요 36 아뜨~ 2004/06/30 2,014
20514 내일 서울시내버스 공짜래요~ 3 깨소금 2004/06/30 879
20513 저희 어머니 무사히 수술받으셨습니다. 19 고릴라 2004/06/30 910
20512 백설공주 3 하찌맘 2004/06/30 892
20511 여름휴가는 이곳으로(아름다운 섬)2번째:소매물도 3 후니아빠 2004/06/30 1,277
20510 이제 싸움두 내맘대루 못하겠네.. 9 익명.. 2004/06/29 1,502
20509 최근 유행하는 각나라 다이어트법 7 깜찌기 펭 2004/06/29 1,045
20508 [달팽이 사랑]..넘 가슴 한곳이 .. ㅠ.ㅠ 5 yorizz.. 2004/06/29 937
20507 3주된 매실, 2주된 매실... 1 트윈맘 2004/06/29 886
20506 기도하는 마음으로 ...... 어떤 엄마가.. 2004/06/29 913
20505 마르지 않는 눈물, 서해교전 2주기 추모식 서해교전 2004/06/29 903
20504 서해교전 전사자 동생이 쓴 글 5 부끄러운 산.. 2004/06/29 8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