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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눈물, 서해교전 2주기 추모식

서해교전 조회수 : 903
작성일 : 2004-06-29 20:12:15




"네가 선물한 피맺힌 술로 축배하자"

(평택=연합뉴스) 신영근 기자 = "부자간에 다 못한 말은 꿈에서라도 만나 얘기하고 네가 선물한 피 맺힌 술로 축배라도 들어보자."

29일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서해교전 2주기 추모식은 낮 12시가 넘어 끝났지만 식이 끝난 뒤에도 전적비를 떠나지 못한 유가족이 있었다.

인적이 뜸해지자 서해교전에서 전사한 황도현 중사의 아버지 황은택(58)씨는 전적비 뒤편 아들의 얼굴이 새겨진 청동부조 앞에 앉았다.

황씨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손으로 적은 추념사를 꺼내 들고 혼자만의 추모식을 시작했다.

"도현아. 도현아. 불러도 대답없는 도현아.세월이 덧없이 흘러 2년, 벌써 네가 엄마 아버지 곁을 떠난지 2주기가 되었구나

그동안 엄마, 아버지는 너를 기리며, 너의 짧은 인생 못다한 꿈을 위로하며, 가끔 세상을 원망하며 마음을 달랜다.

엄마는 매일 너의 넋을 기리며 기도하고 아버지는 열심히 일하며 도현이의 못다한 세상살이를 대신할까 한다.

지난날 도현이가 남겨놓은 모든 것들이 엄마 아버지에겐 무엇하나 버릴 것 없는 유물이 되어 우리가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너의 애달픈 삶의 마감을 기리고자 한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도현이의 죽음과 바꿀 수 없는데 아비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네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긴 한숨이 나온다.

이제는 이별할 시간, 그 애틋한 술좌석에 한 잔의 추억.

부자간에 말못한 사정은 꿈에서라도 만나 얘기하며 네가 선물한 피맺힌 술로 축배라도 들어보자.하늘나라에서 잘 쉬어라"

황씨는 울음이 터져 나와 잠시 추념사 읽는 것을 멈췄지만 그의 왼손은 아들의 얼굴을 계속 쓰다듬고 있었다.

이날 추모식은 개식사와 고인에 대한 경례, 종교의식, 노무현 대통령의 메시지 대독, 추모사, 헌화 및 분향, 조총 및 묵념의 순으로 진행됐다.

참석한 유가족들은 추모식 내내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헌화에 나선 한상국, 조천형 중사, 박동혁 병장의 유가족들은 끝내 오열을 터뜨려 주변을 숙연케 했다.
조 중사의 어머니는 "죽지 못해 살고 있다"는 넋두리로 한맺힌 가슴을 드러냈다.

2002년 서해교전에서 부상한 이희완 대위는 "시대가 흐르고 변해도 서해교전이 잊혀지지 않길, 서해교전 전사자들이 잊혀지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며 당시 참전했 던 장병들과 함께 고인들 영령 앞에 경례를 올렸다.

drop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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