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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출근길에 황당한 일...
저는 요즘 종종 자전거로 출퇴근을 합니다. 아마 한 달은 넘었지 싶어요.
집은 올림픽대교 북단, 직장은 성수대교 남단이어서...
올림픽대교를 건너 고수부지 자전거도로를 타면 삼사십분 정도밖에 안 걸린답니다.
오히려 지하철 갈아타면서 가는 것보다 더 빠르지요^^
한데 오늘 아침, 갑자기 자전거가 퉁퉁퉁거리면서 전진을 거부...
체인이라도 빠졌나? 싶어 들여다보니, 세상에 뒷바퀴가 납작한 겁니다-_-;;;
'빵꾸' 라는 현실을 애써 외면한 채...
벌써 가게문을 열고 있는 매점 아저씨께 공기주입기를 빌려보려 했지만,
아저씨, 흘끗 보시더니 "빵꾸났구만." 하시더군요ㅠㅠ
장소는 올림픽경기장 부근의 고수부지.
시간은 출근시간 십오분 전.
"아저씨, 여기서 택시 다니는 길까지 걸어서 얼마나 걸려요?"
"여기서...걸어 나가기가 마땅치 않은데." (...제가 보기에도 그래 보였어요ㅠㅠ)
"저기 자전거 대여점 언제 열어요?"
"아직 좀 더 있어야지."
"큰일이네, 어쩌지~~"
"내 자전거 빌려줄까?"
"@_@정말요??"
"이따 저녁에 이거 타고 퇴근해야 되니까, 그때까지만 갖다 줘요."
"고맙습니다~~~~ㅠㅠ"
친절하신 아저씨는 가게 뒤에 세워두었던 자전거를 끌어다 주셨습니다.
이 시점에서 또다시 부딪친 난관...
"안장이 좀 높은데, 괜찮을라나."
'좀 높은' 정도가 아니었어요ㅠㅠ
제 키가 163이고, 키에 비해 그다지 다리 짧은 편은 아닌데,
자전거에 앉으니 발이 땅에 닿긴커녕 페달에도 겨우 닿더군요...;;;
바퀴가 흙투성이고, 본체가 녹슬어있고, 전반적으로 때가 꼬질꼬질한
전형적인 '아저씨 자전거' 라는 것쯤은 이미 문제도 되지 않는 상황....
(게토레이 병까지 하나 달려 있었지요...^^;)
아저씨는 정말정말 친절하시게도 안장을 낮춰주시려 애썼지만
녹이 워낙 심하게 슬어 있어서 안 내려 가더군요.
"그냥 타야겠네."
"괜찮아요 아저씨. 감사합니다. 꼭 갖다 드릴께요."
"나중에 아가씨 남자친구랑 같이 와, 혼자 끌고가기 힘들텐데."
"예.....^^;;;;;"
애엄마임이 들통나면 안 빌려 주실까봐 (^^;;) 서둘러 그걸 타고 출발했습니다.
스타트는 거의 서커스였습니다....아슬아슬....
다행히 강변 자전거도로에 사람이 거의 없는 시간대여서,
일단 타고 나니 나아가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어요.
하지만 압구정동 한양아파트에서 꺾어들어가고 나니,
도저히 사람 많은 길거리를 그 자전거로 헤치고 지나갈 용기까지는 나지 않아서;;
거기서부터 직장까지는 걸었습니다. 그래봤자 십분거리거든요.
그리하여 총 십오분정도 지각했지만, 다행히 별 일 없었구요.
퇴근길에 역시나 또 그 공포의 자전거를 몰고 아저씨네 매점까지 가서,
(이번에는 사람이 많아서 조금 진땀 뺐네요-.-;)
다시 인사드리면서 과자랑 음료수 좀 팔아 드렸습니다.
아저씨는 끝까지 너무나 친절하셨어요.
저어~기 자전거 보관소에서 빵꾸 때워 준다더라, 는 정보까지 주시더라구요.
빵꾸난 자전거를 끌면서 집까지 걸어갈 각오를 하고 있었던 저는 정말 행복해졌습니다ㅠㅠ
결국 무사히 빵꾸를 때우고, 집까지 잘 타고 왔답니다.
좀 힘들었지만-.-;; 재미있는 하루였어요^^
올림픽경기장 옆 고수부지,
강물을 보고 쫙~ 늘어서 있는 매점들 중, '14호' 입니다.
(가게 옆에 조그마하게 번호 붙어 있어요)
저를 봐서라도 그 친절한 아저씨 물건 많이 팔아 주세요~^^;;
1. 쮸미
'04.6.24 11:44 PM (220.90.xxx.183)정말 존경스럽네요.....전 아직 자전거 못탑니다....
아마 계속 못탈 확율이 높습니다....자전거로 출퇴근이시라니.......우와!!!
세상이 아무리 험해도 아직 좋은 사람도 많은것 같아요..........정말 기분 좋습니다...2. 벚꽃
'04.6.25 12:58 AM (61.85.xxx.15)그렇게 친절한 아저씨도 있다니요... 흐뭇하네요.
근데 생크림님이 한 미모 하셨나보네요^^3. 헤스티아
'04.6.25 1:07 AM (218.152.xxx.152)와 아슬아슬 출근이네요^^ 대단대단^0^
4. 땡칠이
'04.6.25 4:30 AM (220.75.xxx.240)추억으로 길이길이 남으시겠어요...당시 상황은 좀 황당하셨겠지만,,나중에 생각해볼땐,,재밌는 추억이 되시겠어요...사실,,읽었을때 넘 재밌었어요......^^;
5. 햇님마미
'04.6.25 8:17 AM (218.156.xxx.94)쮸미님...저랑 자전거 배우실래요...
저도 자전거 못타거든요...그래서 매일 20분거리를 걸어다녀요...
우리 애들이 저보고 바보라고 놀려대요...6. 쮸미
'04.6.25 9:46 AM (220.90.xxx.183)햇님마미님....무서워서 싫어요....-_-!! 넘어질것 같아요..잉잉..그냥 이대로 살래요....ㅋㅋㅋ
7. 열쩡
'04.6.25 9:46 AM (220.118.xxx.138)세상에는 아직도 좋은 분이 많으세요...
8. 나너하나
'04.6.25 10:11 AM (61.73.xxx.79)저도 한때 자전거로 출퇴근 생각했었는데 문제는 회사근처에 세울때가 없다는..
그거 끌고 지하주차장까지 가기도 뭐하고..
여튼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하시겠네요..
근데 7월달부터 교통요금이 오른다니 다시 생각해봐야겠어요..^^9. 맑은하늘
'04.6.25 10:14 AM (61.81.xxx.9)자전거 출퇴근.
제가 꿈꾸는 일이죠.
너무 신선하고 부러워요.10. 미씨
'04.6.25 11:44 AM (203.234.xxx.253)야,,,정말,,멋진아저씨네,,,
생크림요구르트님,,
자전거 타고 출퇴고 하시다가,,
차타고 다니시면,,답답하시죠,,,(막힌도로땜시,,,)
넘 부럽네요,,, 운동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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