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해바라기
내 가슴엔 늘 사금파리가 사각거리고 있다.
불치의 병처럼 그 누구도 치료하기 힘들고,나 자신도 병명을 모르는, 그러나 사금파리가 움직일 때마다 아려오는 고통은 참기 힘들 정도로 마음을 아프게 한다.
성경을 보면 최초의 살인으로 형인 가인이 동생인 아벨을 죽인 이야기가 나온다.
가장 가까운 사이인 것 같지만 가장 멀어질 수도 있는 사이가 형제간일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바보처럼 나도 그랬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20년 가까운 세월을 형제들과 등을 지고 지냈다.
처음에는 서운함으로 시작되더니 나중에는 미움과 경멸로 이어지고
어느 순간엔가 우리는 이미 남남이 되어 있었다.
우리 애들도 자주 다툰다.
자격지심인지 몰라도 그냥 웃고 넘어갈 일도 나는 화를 낼 때가 많다.
그 때마다 가슴 속 사금파리는 늘 사각거린다.
남편만 보면 눈물이 난다.
잘 해주지 못해서,더 잘하고 싶은데 가끔은 마음과 행동이 따로따로인 내가 싫어서.형제들이 반대한 우리의 결혼이지만, 나는 남편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는 각오로 지금까지 살아왔다.남편에게 전부는 나라는 사람 뿐이니까.
**가 폐암 말기라는 소식을 들었다.
병원에서도 치료를 포기하고,3-4개월 남은 생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죽음 앞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마음은 겨울이지만 나의 해바라기를 피워야 했다.
용서를 구해야 했다.
긴 망설임 끝에 전화를 했다.
40대의 건강한 모습만이 내 머리에 각인되어 있는데 목소리는 쇳소리와 가래 끓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뵙고 싶다는 말을 끝으로 긴 아픔의 그리움을 접었다.
그리고 가슴 속 사금파리를 하나, 둘 걷어 내고
남아있는 짧은 시간을 후회없이 보내고 싶다 .
그럴 마음이었는데
오늘 그분의 부음 소식을 들었다.
어렵게 이루어진 화해였는데 끝내 가슴으로 이어지는 화해는 하지 못하고
한줌 재로 대면해야 한다.
내일은 납골당에 갈 생각이다.
애증의 세월은 뜨거운 눈물로 묻혀지겠지만
가슴속 응어리들은 어떻게 할까.
한줌 재 앞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을 것 같다.
생과 사가 이렇게 가까운데 있는 것을...
내가 그것을 깨닫는데 너무 긴 세월을 보내고 아픔을 이겨내야 했다.
한동안 글을 못 쓸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 누구도 내 가슴 한켠의 사금파리로 남겨 두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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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해바라기
귀여운토끼 조회수 : 880
작성일 : 2004-06-24 21:00:15
IP : 221.153.xxx.43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김혜경
'04.6.24 10:36 PM (211.178.xxx.141)...
마음이 아프네요.2. 신현지
'04.6.24 10:45 PM (210.206.xxx.37)아.....
무어라 위로해야 할지......3. 김수정
'04.6.24 11:22 PM (222.102.xxx.73)꼭 제 이야기 인것만 같습니다...
4. 그러네요..
'04.6.25 2:33 AM (219.248.xxx.247)생과 사가 이렇게 가까운데 있는데...말입니다
누구도 다신 이렇게 떠나보내지 말아야지 느꼈던 일이
저도 최근에 있었네요..
무거운 마음에 어떻게 말을 이어야할지 모르겠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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