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우리의 모든 남편들이 다 이런 마음일 겁니다..

champlain 조회수 : 1,503
작성일 : 2004-06-23 02:05:02
우연히 보게 된 글...

같이 하고 싶어 올립니다.
그저 평범한 글이지만
우리의 옆지기 남편들 맘이 다 이 분 같지 않을까 싶어요.

하루 하루 살면서
살갑게 표현은 못하지만
우리 남편들 맘에 다 이런 잔잔한 사랑과 정이 녹아 있을 겁니다..

=============================================================================================
저는 결혼 8년차에 접어드는 남자인데요..
저는 한 3년전쯤에 이혼의 위기를 심각하게 겪었습니다.
그 심적 고통이야 경험하지 않으면 말로 못하죠...
저의 경우는 딱히 큰 원인은 없었고
주로 와이프 입에서 이혼하자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더군요..
그리고 저도 회사생활과 여러 집안일로 지쳐있던 때라 맞받아쳤구요.

순식간에 각방쓰고 말도 안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대화가 없으니 서로에 대한 불신은 갈수록 커갔구요..
사소한 일에도 서로가 밉게만 보이기 시작했죠..
그래서 암묵적으로 이혼의 타이밍만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린 아들도 눈치가 있는지 언제부턴가 시무룩해지고
짜증도 잘내고 잘 울고 그러더군요..
그런 아이를 보면 아내는 더 화를 불같이 내더군요..
저도 마찬가지 였구요..
계속 싸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이가 그러는 것이 우리 부부때문에 그런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요..
가끔 외박도 했네요..
그런데 바가지 긁을 때가 좋은 거라고 저에 대해 정내미가 떨어졌는지
외박하고 들어가도 신경도 안쓰더군요..
아무튼 아시겠지만 뱀이 자기꼬리를 먹어 들어가듯이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이었답니다.

그러기를 몇달..하루는 늦은 퇴근길에..
어떤 과일아주머니가 떨이라고 하면서 귤을 사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기에
남은 귤을 다 사서 집으로 들어갔답니다.
그리고 주방탁자에 올려놓고 욕실로 바로 들어가 씻고 나오는데,
와이프가 내가 사온 귤을 까먹고 있더군요..
몇개를 까먹더니 하는 말이
"귤이 참 맛있네"
하며 방으로 쓱 들어가더군요.
순간 제 머리를 쾅 치듯이 하나의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아내는 결혼전부터 귤을 무척 좋아했다는 것하고,
결혼후 8년동안 내 손으로 귤을 한번도 사들고 들어간 적이 없었던 거죠..
알고는 있었지만 미처 생각치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그순간 먼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예전 연애할 때에 길가다가 아내는 귤좌판상이 보이면
꼭 1000원어치 사서 핸드백에 넣고
하나씩 사이좋게 까먹던 기억이 나더군요..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해져서 내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울었답니다.
시골집에 어쩌다 갈때는 귤을 박스채로 사들고 가는 내가 아내에게는 8년간이나
몇백원도 안하는 귤한개를 사주지 못했다니 맘이 그렇게 아플수가 없었습니다.


결혼 후에 어느덧 나는 아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신경을 전혀
쓰지 않게되었다는걸 알게 됐죠..
아이문제와 내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말이죠..
반면 아내는 나를 위해 철마다 보약에 반찬한가지를 만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신경 많이 써 줬는데 말이죠..

그 며칠 후에도, 늦은 퇴근길에 보니 그 과일좌판상 아주머니가 보이더군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또 샀어요.. 그리고 저도 오다가 하나 까먹어 보았구요..
그런데 며칠전 아내말대로 정말 맛있더군요..
그리고 들어와서 살짝 주방탁자에 올려놓았구요..
마찬가지로 씻고 나오는데 아내는 이미 몇개 까먹었나 봅니다.

내가 묻지 않으면 말도 꺼내지 않던 아내가
" 이 귤 어디서 샀어요? "
" 응 전철입구 근처 좌판에서 "
" 귤이 참 맛있네 "
몇달만에 아내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잠들지 않은 아이도 몇알 입에 넣어주구요...
그리고 직접 까서 아이 시켜서 저한테도 건네주는 아내를 보면서
식탁위에 무심히 귤을 던져놓은 내모습과 또 한번 비교하게 되었고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뭔가 잃어버린 걸 찾은 듯 집안에 온기가 생겨남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아내가 주방에 나와 아침을 준비하고 있더군요...
보통 제가 아침일찍 출근하느라 사이가 안좋아진 이후로는 아침을 해준적이 없었는데..
그리고 그냥 갈려고 하는데, 아내가 날 잡더군요..
한 술만 뜨고 가라구요..

마지못해 첫술을 뜨는데, 목이 메여 밥이 도저히 안넘어가더군요..
그리고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도 같이 울구요..
그리고 그동안 미안했다는 한마디 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부끄러웠다고 할까요...

아내는 그렇게 작은 한가지의 일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작은일에도 감동받아 내게로 기대올수 있다는걸 몰랐던 나는
정말 바보중에도 상바보가 아니었나 싶은게 그간 아내에게 냉정하게 굴었던
내자신이 후회스러워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후, 우리부부의 위기는 시간은 좀 걸렸지만 잘 해결되었습니다.
그 뒤로도 가끔은 싸우지만 걱정하지 않습니다.

귤이던 무엇이든 우리사이에 메신저역할을 할수 있는것이
주위를 둘러보면 아주 많다는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입니다.

IP : 69.194.xxx.234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망고트리
    '04.6.23 4:24 AM (81.248.xxx.123)

    너무 감동적이에요! 거의 눈물이 나올뻔했잖아요.

  • 2. 솜사탕
    '04.6.23 5:32 AM (68.163.xxx.73)

    저두 눈물이 나올라 하네요.. 찡한 스토리에요..

    그렇지 않아도 요며칠전에 나무.와 이 비슷한것에 대해서 얘기를 한적이 있었는데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 나온 얘기를 제가 해주었지요.

    여자는 남자가 아무리 큰것을 한방에 해줘도 그것보다는 작은것들에 더 감동을 받는다는거.
    남자는 여자가 아무리 자잘한것들 해줘도 자기의 일에 관련된 큰것만을 기억한다는거..

    예를 들면, 여자는 일년에 장미꽃 100송이 한번보다는, 100송이를 100번에 나눠서 가끔씩 평소에도 선물하는 남편에게 더 사랑받는다고 느끼는거고,

    남자는 여자가 아무리 새벽부터 밤까지 작은 간식부터 와이셔츠, 양말, 말 한마디라도 신경쓰며 사랑을 해주어도, 그 효과를 그다지 느끼지 못한다는 거지요. 오히려 단 한번 아내가 큰 실수를 저질르면 그것을 두고 두고 잊지 못하고 기억한다고 하네요. 특히 자신에게 상처가 되거나 마이너스가 되는것들.

    여자와 남자가.. 확실히 틀린것 같아요. 이 얘기를 나무.에게 해주니까... 고개를 끄덕끄덕..
    동감하더라구요. 남자에겐 아이처럼 잘해주면 버릇만 나빠지지요. ^^;;;; 차라리 큰껀수들을 맘넓게 척척 받아주는편이 나은것 같은데...

    ㅠ.ㅠ 이제 전 시작이겠지만.. 저도 잘 안된답니다.. 알면서도.. ㅠ.ㅠ

  • 3. wood414
    '04.6.23 6:59 AM (68.47.xxx.57)

    저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
    아래글은 친구 홈피펌글을 퍼왔어요...*^^*

    오래 전에 헤어진 두 남녀를 따로 만나 인터뷰를 해보았다.
    남자에게는 이렇게 물었다.

    “만나는 동안, 여자친구가 가장 감동했던 때는 언제였나요?”

    남자는 한참동안 생각해보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요. 제가 일년동안 돈을 모아서 노트북을 사준 적이 있어요.

    아니면... 그 친구 생일에 제가 깜짝 파티를 열어줬을 때일 거예요.”
    여자에게도 물어보았다.

    “옛 남자친구에게 가장 감동받은 순간은 언제였나요?”

    그러자 그녀는 이런 대답을 해주었다.
    “내가 떡볶이를 만들어준 적이 있는데,
    나도 못 먹을 정도로 맛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가 끝까지 먹어주더라구요.”

    남자에게 그 떡볶이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그는 그때 일을 기억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그 때의 추억을
    그 사랑의 가장 소중한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것이 남자가 여자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이다.
    여자는 큰 감동보다는 작은 감동에 예민한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그녀들은 아주 사소한 순간들,
    주로 남자가 기억하지 못하는 일들을 기억한다.
    깔끔 떨던 그 남자가 내 옷에 묻은 얼룩을 자기 옷으로 닦아줬을 때,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테이블 밑으로 손을 잡아줬을 때,

    모닝콜 해주려고 한 잠도 못 자고 기다렸다며 하품했을 때,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집 열쇠를 주면서 먼저 가있으라고 했을 때,
    오래 걷게 해서 미안하다며 길거리에서 만 원짜리 단화를 사서 신겨줬을 때.

    여자는 그런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다.
    어떤 남자들은 무리해서 비싼 선물을 사거나,
    몇 십만 원을 호가하는 오페라 티켓을 구해놓고,
    여자의 감동을 기대한다.

    그러나 진정 ‘뭘 아는 남자’는,
    한 번의 무리한 도끼질보다
    열 번의 자잘한 도끼질이 더 유효하다는 사실을 안다.

    '뭘 모르는 남자'는,
    여자를 빼앗기고도 김중배의 다이아몬드만 탓하지만,
    진정한 카사노바는,
    적절한 순간에 던지는 다정한 말 한 마디로
    김중배의 여자를 빼앗아 올 수도 있는 것이다.

  • 4. 쮸미
    '04.6.23 8:48 AM (220.90.xxx.36)

    저도 눈물이 나네요,,,,
    전 반대로 제가 우리 남편한테 저렇게 무심했던게 아닌가 하고 가슴이 아픔니다....

  • 5. 하늘
    '04.6.23 9:04 AM (218.155.xxx.57)

    눈물이 주르르....

    반성하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따뜻한 아내가 엄마가 되기로 다짐해봅니다.

  • 6. ohmeae
    '04.6.23 9:14 AM (221.142.xxx.13)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나자신을 뒤돌아 보게되네요

  • 7. 홍이
    '04.6.23 9:16 AM (211.223.xxx.136)

    정말 사소한것에 감동 되어 결혼도 하지만 별것아닌것에 마음이 멀어져 헤어지기도 하는것 같아요.감동적인 글이네요

  • 8. 최은주
    '04.6.23 9:18 AM (218.152.xxx.139)

    오늘 시작을 어떻게 할련지 맘이 너무 아프네요.

  • 9. 짱여사
    '04.6.23 10:33 AM (211.224.xxx.213)

    정말정말 동감이예요...
    울신랑 보여줄려고 프린트합니다...

  • 10. 양파부인
    '04.6.23 10:48 AM (222.101.xxx.243)

    나도 모르게 눈물이....... 인쇄해서 사무실 직원들에게 돌립니다....

  • 11. 강아지똥
    '04.6.23 10:54 AM (211.215.xxx.213)

    예전에 보았는데 또 읽어보니 코끝이 찡해집니다.

  • 12. 아네스
    '04.6.23 11:55 AM (194.103.xxx.154)

    감동의 도가니입니다.

  • 13. 정말
    '04.6.23 1:56 PM (211.201.xxx.227)

    좋은 글이네요.저는 지금 제 상황이 힘들기에 읽으면서 계속 울엇어요.이런 따뜻한 얘기도 많이 서로 올려주심 좋겟네요.나도 얼른 해결되고 싶다....

  • 14. yuni
    '04.6.23 3:23 PM (218.52.xxx.208)

    ㅠ.ㅠ 감동의 도가니탕입니다.

  • 15. 미라클
    '04.6.23 4:44 PM (218.48.xxx.79)

    가동적이군요..흠..우리 허니가 좋아하는 게 뭘까..잠시 생각 좀 해 봐야겠네여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630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4,591
682629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2,251
682628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2,531
682627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19,987
682626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1,682
682625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1,395
682624 꼬꼬면 1 /// 2011/08/21 27,423
682623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4,619
682622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4,811
682621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4,861
682620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7,004
682619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3,225
682618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6,204
682617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7,412
682616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8,319
682615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6,643
682614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4,108
682613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4,564
682612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1,634
682611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4,373
682610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3,402
682609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3,653
682608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6,055
682607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3,555
682606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19,767
682605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1,829
682604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3,816
682603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1,941
682602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8,106
682601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1,845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