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미안하다는 말

귀여운토끼 조회수 : 897
작성일 : 2004-06-22 16:21:39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미안해서 흘리는 눈물은 뜨겁습니다.
쉽게 나오지 않아서 가슴이 용광로되어 끓어 넘친 후에 눈물과 함께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미안하다 말하고 그 미움의 눈길을 거두면 모든 것이 사랑으로 변하련만 백년도
되지 않은 인생을 한숨과 후회로 보내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내 마음이 아닌데, 나는 마음의 그림자를 쫓다가 그만 그림자가 내 마음이 되어
버렸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후회의 시간은 흘러만 가고 시간과 함께 미움은
쌓이고 그 쌓인 미움은 악의 뿌리가 됩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쉽게 하면서도 미안하다는 말이 어려운 까닭을 모르겠습니다.
아무에게나 낚시 미끼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던지는 현대인들을 보면서 어쩌면 그렇게 흔하게 맺어진 사랑이기에 미움도 쉽게 쌓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내 허상의 원형들이 '너도 마찬가지야'라고 자학하게 만듭니다.


타인에게 숱한 잘못을 범하면서도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다가가지 못하고 다가오기를 바라며 다가오지 않는 타인을 무시하며 너와의 사랑은 끝났어라고 단정지으며 살았습니다. 이런 죄들은 누구에게 용서를 빌어야 할까요.


과천에서 일어난 부모 토막 살인범 이은석 군의 사건을 심리학 측면에서 다룬
'미안하다는 말이 그렇게 어려웠나요'라는 책을 읽고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겉으로야 호수처럼 잔잔하게 보이는 겉마음이지만 속으로 끓어 넘치는 분노의 마음을 우리는 무시하며
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어린 아이일지라도 어른의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는 어린 아이때부터 치유하기 어려운 마음의 상처로 남을지도 모를 그 숱한 마음의 병을 치료해줄 수 있으리라 믿게 되었습니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분노가 일어날 때 그 분노의 마음을 밖으로 꺼내서 객관적인 입장에서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그리고 드러난 마음보다 밑바닥 깊숙히 감추어진 마음을 꺼내보고 그 마음의 아픔을
달래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부부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론 웃고 있어서 상대의 상처를 무시하기 쉽고 미안하다고 한마디 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됐을 일도
그르쳐서 이혼까지 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쉬운 것 같아도 달리 생각하면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내 영역에 다른 사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영역을 비워주는 것이고,다른 사람의 소중함을 내가 진심으로
이해하고 실천할 때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울적하면 망우리를 찾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의 흔적을 보면서 지금의 울적함은 죽음과는 비교도 되지않는 행복이라는 것을
느끼며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돌아옵니다.

    


               망우리 노래
                    

62번 버스가 힘겹게 올라선 산자락 사이에는
조금이라는 단어를 어울리게 적어 보고픈
들꽃 바람이 맴돌고 있었다
끝과 처음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면서
달빛으로 젖어 내려가는 묘비의 이름이
두 갈래 길에서도 망설이는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사랑은 모든 것을 감싸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단어


아픔의 처음에는 눈물로 채워지더니
아픔의 끝에서는 평행선만 그린다
산마루 끝을 더듬는 발길위에
눈감어 떠올리면 쉽게 떠오르는 이름들이 부숴지며 쌓여가고
바쁘지도 않으면서
서다보면 되돌아 설수도 있는데
앞만 향해 걷는다
비켜선 산자락 사이로 외딴집 굴뚝에선 저녁 연기 피워오르고
잿빛이 변한 어스름 한 가운데에 십자가가 걸친다
투박한 논밭위에 보고픈 바다가 두눈 가득히 담겨와
잊고 지낸 인간의 마음과 내 마음의 깊이를 헤아린다
비워진 귓가엔 도시의 온갖 소음 들리지 않아
새로운 사랑이 깨달음되어 찾아오면
은은한 사랑의 찬송으로 곱게곱게 채워진다



---------  그동안 하지 못했던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픈 날에

IP : 211.57.xxx.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유유
    '04.6.22 4:56 PM (211.243.xxx.35)

    정말 가슴에 찡~한 글입니다. 많이 반성했어요. 전 글이 길면 거의 안보는 편인데 2번 읽어보았습니다. 앞으로 착하게 살아야지.

  • 2. 김혜경
    '04.6.22 5:37 PM (211.178.xxx.111)

    맞습니다...미안해서 흘리는 눈물은 진짜 뜨겁죠..항상 고맙게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0293 미안하다는 말 2 귀여운토끼 2004/06/22 897
20292 이것도 반말인가요?? 12 어처구니없는.. 2004/06/22 1,677
20291 투자정보회사 전화 말인데요 13 에이프런 2004/06/22 908
20290 은행 수수료 비쌉니다 9 MIK 2004/06/22 877
20289 맛있는 멍멍탕( X ) 귀여븐 멍멍탕 ( O ) yorizz.. 2004/06/22 874
20288 코코샤넬님 감사!! 6 민영 2004/06/22 1,003
20287 각 게시판 성격에 맞는 글을 올립시다~ 13 포비 2004/06/22 1,270
20286 20평 아파트..전세 세입자 구합니다. mazza 2004/06/22 874
20285 휴가중에 만난 토마토! 1 휴일 2004/06/22 878
20284 오해이신듯...... 화 푸세요 2004/06/22 1,133
20283 산.들.바람님 6 화가나네요 2004/06/22 1,795
20282 혈소판 부족이라고 재검하라는데 어디로 가야하나요? 7 익명 2004/06/22 1,103
20281 건웅큰맘님 보세요 2 목련 2004/06/22 880
20280 아기 젖 뗄 때 밤중이랑 새벽수유 어떻게 끊어요? 6 초보엄마 2004/06/22 901
20279 아이비가 마르네요... 2 식물사랑 2004/06/22 896
20278 isp0423@sd.go.kr 1 박인숙 2004/06/22 873
20277 환경호르몬이 없다는 친환경세제 2 요리초보 2004/06/22 939
20276 항상 8,9만원 나오던 전기요금이.. 12 양파링 2004/06/22 1,663
20275 안양에 사시는 분~ 13 진이사랑 2004/06/22 903
20274 칼슘을 먹을까요?종합비타민을 먹을까요... 1 유지선 2004/06/22 906
20273 이런 사람도 있네요..... 6 우주공주 2004/06/22 1,235
20272 [re] 이런 사람도 있네요..... 1 미리맘 2004/06/22 883
20271 아기 이유식이요~~ 4 메이퀸 2004/06/22 872
20270 냠냠 요즘 햄버거 머가 맛있나요? 12 버거소녀 2004/06/22 873
20269 아르바이트 어떻게 해야할지... 2 이니스프리 2004/06/22 882
20268 ## 미사리에 분위기 좋은 카페 ## 추천 해주소~~! 라이브 2004/06/22 893
20267 82에서 놀다보니 9 유지선 2004/06/22 899
20266 ◆2차 와인강좌 날짜 연기합니다 ◆ 3 김새봄 2004/06/22 943
20265 광화문 모임 재밌게 보내세요~~!! 3 봄비 2004/06/22 971
20264 어제 광화문 7 겨란 2004/06/22 1,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