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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 늘 살아 숨쉬는 당신 - 하나 -

귀여운토끼 조회수 : 621
작성일 : 2004-06-19 08:52:15
                      내 안에서 늘 살아 숨쉬는 당신  


                         그리움으로


늘 같은 시간입니다. 강물이 흐르고 꽃은 피었다가 지고 사람들은 어디론가 떠나고 돌아오고 그리고 또 어디론가 가고.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 가슴 한켠이 시려오는 그래서 온 들판을 헤매고 지친 손길로 일기를 쓰고 그리움을 남기기 위해 그 누군가를 찾았습니다.그정도의 눈높이 밖에 되지 않았기에 그정도의 감정을 진실이라 믿고 당신을 기다렸습니다.어느날은 비오는 골목어귀에 어느날은 황혼이 물든 선로위에서 기적소리도 무시하면서 한없이 기다렸습니다.별빛은 아름다웠지만 가슴은 비워졌고 그 무엇인가로 채우고 싶었지만 제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단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마음과 당신이 내 안에 살아 있으면 그저 행복할 것이라는 설레임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허름한 내 모습을 전봇대나 담 뒤에 감추고 한나절도 더 지난 시간을 당신을 기다려 서성였습니다.당신은 이웃집 아저씨가 되기도 했다가 꽃집 총각이 되기도 했다가 약국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이름도 알 수 없는 수줍은 아이가 되기도 하였습니다.그러나 늘 같은 시간만 흘러갔습니다.



                           사랑으로


당신과의 만남은 정말 우연이었습니다.엽서에 적힌 몇마디의 사랑의 단상들과 그 단상들이 내 그리움의 끝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함이 자리 잡았던 그런 시간에 당신을 만났습니다.얼굴도 모르는 당신에게 밤마다 긴 편지를 쓰고 그 내용들은 물론 제 아픈 상처와 기억 그리고 그리움 따위였지만 누군가에게 사연을 보낸다는 것은 조그만 행복이었습니다.낙서같은 사연을 당신은 아름다운 사랑으로 엮어서 어느날은 새벽 미명에 어느날은 모두가 잠든 별빛 아래에 전해 주었습니다.늦가을의 서늘한 바람 때문이었을까요.아니면 낙엽이나 땅위에 잠든 단풍 때문이었는지도 모르지요.그냥 당신을 사랑으로 생각했습니다.

    

                             추억으로


세월은 기다리는 맛으로 흘러 갑니다.누군가가 세월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면 세월은 흐르지 않을 것입니다.가까이 있었지만 늘 멀리만 있는 당신을 저는 진정으로 사랑했습니다.내일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고 롯데 백화점 앞에서 3번 버스를 타고 손을 흔들고 헤어질 때에도 오늘 만남이 마지막이 된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습니다.전화 번호도 알고 당신이 살고 있는 언덕위의 골목끝 집을 나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으니까요.당신 얼굴에 가득 담은 미소는 나를 향한 사랑의 표시라고 믿었습니다.약속했던 카페에서 자주 앉았던 3번째 테이블에서 편안하게 기다렸습니다.오늘도 당신은 어제처럼 오른손을 어깨 높이에서 어설프게 세번 정도 흔들고 내가 늦었지 말하며 제 옆에 앉을 것을 기다렸습니다.1시간은 설레임과 걱정으로 2시간은 짜증섞인 당혹함으로 3시간은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모든 것이 복합된 심리로 그리고 마지막 손님이 되어 카페를 나왔습니다.



                                아픔으로


지금도 나는 당신의 소식을 모릅니다.죽었는지 살았는지 왜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았는지 아무것도 모릅니다.다만 늦가을이 되면 버스를 타고 떠나며 내일을 약속했던 환한 미소만이 떠오릅니다.내일 내일 내일...그 내일들이 모여 벌써 20년이 되었습니다.보고 싶습니다. 단 한번만이라도 살아 생전에 .어느날 나도 어느 곳에선가 죽음을 맛보기 전에 당신을 단 한번만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볼 수 없다면 단 한번이라도 당신의 음성을 듣고 싶습니다.그 당신이 옆집 아저씨여도 좋고 꽃집 총각이여도 좋고 약국 아이여도 좋습니다.그시절 그 그리움이 나의 아픔이 될 수 있다면 세월이 늘 같은 모습으로 흘러도 좋습니다.


                           마지막 남은 희망으로

우리의 영혼에는 빛이 숨겨져 있듯이, 우리의 만남에는 희망을 숨겨 두겠습니다.그모습 그 목소리를
바람 같은 세월에 새겨 두고,당신의 이름만으로도 행복한 그리움은 내 영혼의 열쇠로 남겨 두겠습니다.


*********************************************************************************************
어제는 제가 잘 아는 여류 소설가와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늘 영혼의 아픔을 작품으로 남기는,널리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제 마음 소중한 곳에 자리 잡은 작가입니다.
남편은 화가여서 부부의 모습에서는 영혼의 향기가 납니다.
대화는 많이 하지 않지만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그런 만남이었습니다.

욕심인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험난한 인생에서
마음 속에 늘 살아 숨쉬는 그 무엇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돈이나 권력 같은 잠시 내 곁에 머물다 떠나는 것이 아닌
잔잔하고 소중한 행복을 주는 그런 무엇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IP : 211.57.xxx.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혜경
    '04.6.19 10:15 AM (211.201.xxx.74)

    귀여운토끼님..
    전 잔잔하고 소중한 행복을 주는 것이 사랑인 것 같아요.
    가족에 대한 사랑, 82cook에 대한 사랑...전 사랑으로 사는 사람인 것 같아요...돈도 권력도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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