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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달개비 조회수 : 966
작성일 : 2004-06-14 12:53:37
무슨 소리냐구요?
이 교훈을 되새긴 주말을 보냈거든요.

토요일 퇴근하면서 장을 잔뜩 봤어요.
온갖 종류의 피클을 담아보리라 마음 먹고
재료들을 준비 했답니다.

내일은 일요일이니 실컷 늦잠을 자리라 생각하고
밤 늦게까지 다 할 생각이었답니다.

아침형 인간이 죽어도 못되는 저로선
아침 일찍 뭔가를 하는건 참 힘들고 저녁 늦도록 뭘 하는건
쉬운 일인데 나이를 하나 둘 먹으면서부턴 다음날
끼쳐지는 폐해가 넘 심해 이제는 이것도 주말에나 가능한 일이 되었다지요.

그런데 계획이 어긋났어요.

제가 트로이를 여태 못 봤었거든요.
6시쯤 밖에서 전화를 한 신랑이
아는 사람과 부부 동반으로 영화를 보기로 했다며
데릴러 갈테니  준비하고 있으라 합니다.
7시 45분것으로 예매까지 했다고 하고
또 보고싶은 영화이기도 해서
할일 다 제쳐두고 따라갔지요.
저녁도 못 먹고 급히 라페스타로 갔어요.
(여긴 갈때마다 미로예요.길치인 제겐)

영화가 끝나니 10시 30분쯤
그시간에 늦은 식사를 했어요.
저는 맥주 한잔반 신랑은 맥주 다섯잔
먹지말라 했는데 기어이 마셔가지곤 그것 마시고
대리운전을 하고 돌아왔답니다.
제가 운전해도 되는데 글쎄 신랑이 제 운전 실력을
못 믿어 키를 안 줍니다. 제가 한 기계치에 한 길치 하거든요.
전 작은차로 출 퇴근만 하고 다니니 자기차는 절대
저한테 안 맡기더군요. (대리운전비로 나간 돈이 너무 아까워서 자꾸만 생각이...)

집에오니 1시가 넘었는데  
트로이를 보고 나니 그리이스 로마 신화가 궁금하여
아이가 보는 만화를 9권부터 다시  보았지요.
예전에 아이가 1권부터 사서 볼때 저도 같이 읽었는데
(제 지적 수준이 다 드러나는군요. 신화를 만화로 보는)
트로이 부분이 궁금하여 다시 보았더니 영화랑은 조금 틀린부분도 있네요.
그것 13권까지 보고 세수하고 세시가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답니다.
내일 해야 할일을 머리속으로 그려보며 잠이 들었지요.

에궁! 늦잠을 자야 하는데
아이의 친구가 어젯밤 울집에서 같이 잤거든요.
울얘도 9시에 교회를 가야 해서 8시경은 일어나야 하는데
얘도 지 다니는 교회에 가야 한다고 해
7시도 못되서 일어났지 뭐예요.

아침도 안먹이고 그냥 보내기 미안해  
얘들 씻어라 하고 키친토크에 올린 삼겹살 파인애플말이를
해서 밥차려 주었어요.

우리 애랑 함께  옷  갈아 입히고
(어머님께서 이 아이 원피스 속옷 양말까지 다 빨아 말려서
다림질까지  해 두셨더군요. 넘 죄송하고  감사하게도)
머리 빗어서 원래대로 묶어주고 딸애는 혼자 교회가라 하고
9시 10분전에 데려다 주었어요.가까운 이웃 아파트라 휑하니

그리고선 곰솥 두군데 담긴 매실쨈을 작은병들에 옮겨 담았어요.
병 사이즈가 제각기라 몇병이 나왔는지는 무의미 하지만 10병쯤 나왔나봐요.

곰솥 물 가득 부어 불려 두고
쟈스민님 일급레시피대로 말린 매실들 거둬서 가위로 좀더 잘라주고
끓인 양념을 버무려 작은 항아리에 옮겨담고 소금물에 절인 깻잎을 덮어
베란다에 내놓았죠. 매실 20kg로
통매실 설탕 절임 한통, 씨뺀 매실 절임 한통,
장아찌 한 항아리, 쨈 10병, 매실주 한병.
베란다에 놓인 요놈들을 보니 아침을 안먹어도
배가 불러 밥도 먹지 않고 계속 일을 했답니다.  

어른들 식사하신 설겆이를 하고 피클 담을 준비에 돌입.
시어머님 밥부터 먹고 하라시는데 마음이 급하여 밥먹을 여유가 안 나더이다.
오이 12개, 브로콜리 3통, 샐러리 2단, 연근 2개, 양파 6개,
요놈들을 각각 따로 담아 또 베란다에 놓으니
마음이 흐뭇 *^^* 왜이리 부자가 된것 같은지........

사실 저희는 양식스타일 식사 거의 안하고 고기도 잘 안먹어
피클의 쓰임새 별로 없거든요.
그리고 먼저 만든 샐러리랑 오이 양파는 아직도 남아 있는데
또 이리 잔뜩 하느라 아침 점심 다 걸러 가며 용을 쓰는 며느리가
저희 시어머님 눈에는 이상하게 보였을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생각없이 이리 만들겠어요.
돌아오는 23일. 아이 교실 청소 하러 가야 해서
그때 선생님 골고루 좀 드리고 같은 당번인 두엄마 조금씩 드릴 생각에
다 만든겁니다.

신랑과 어른들은 교회 다녀 오시고 (저만 안가요)
아이는 또 친구를 데려와서 오무라이스를 해달랍니다.
엄마가 바쁘니 그냥 밥먹으라 부탁 했는데 기어이
오므라이스를 먹겠다해서  또 두그릇 만들어주고  

마음이 정말 바빴어요.
친정엄마 한테도 가야 하거든요.
지난주에도 서산가느라 못가뵈서 오늘은 꼭 가야하는데
할일은 많고.... 그래서 한끼도 안먹고 일을 했다지요.

엄마 드실 죽을 쑤어야죠.
서산에서 가져온 동죽 꺼내 살짝 한번 끓이고 살만 꺼내어 다져서
불린 쌀에 표고 불려 갈은것과 아몬드를  갈아 넣어서 한솥 끓였어요.
그사이 참외하나 깍아서 통째 베어 먹고요.

잠시도 앉거나 쉬어보지 못하고 4시가 되었네요.
그제서야 세수를 하고 옷 갈아 입고 죽 보자기에 싸서
집을 나왔답니다. 밥 한숟갈이라도 뜨고 가라는 시어머님 말씀에
엄마랑 먹으면 돼요. 하고서

혹 저희 시어머님 이때 뭐 하셨는지 궁금하신분 계실까요?
제가 이리 저리 정신없으니  그냥 계시기 미안하신지
청소도 해주셨고 세탁기도 돌려주시고 널린 빨래들 걷어서
개켜도 주셨어요.
제가 죄송했어요.
친정 엄마 찾아 뵙는일 아니면 좀 천천히 해도 될일을 엄마 땜시
더 바쁘게 움직였거든요.
그리고 어젯밤 저희 영화보게 배려 해주시느라 아이 친구까지
샤워시켜주고  돌봐 주셨거든요.
또 영화만 안봤으면 다음날 제가 그리 안 바빴을테니
다 제가 자초한 일이라 힘들다고 투정도 못하네요.

저 어제 이리 보내느라 주말에 쉬지 못하고 오히려 피곤이
쌓여서 지금 눈꺼플이 무거워요.
누가 제 눈꺼플좀 받쳐 주세요.
    

IP : 221.155.xxx.76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키세스
    '04.6.14 1:01 PM (211.176.xxx.151)

    자 ^^ 성냥개비 두개 받으세요.
    정말 읽기만 해도 정신없는 하루였네요.
    전 어제가 제사여서 시댁 갔다가 새벽 세시에 돌아와 그때부터 매실씨 빼서 매실절임을 만들었어요.
    새벽 여섯시에 잤다죠? =_=
    장아찌만 만들어 놓고 귀찮다고 씻어만 두고 미뤄놨더니 황매가 되려고 해서...

  • 2. 재은맘
    '04.6.14 1:18 PM (203.248.xxx.4)

    달개비님도 정신없는 하루 보내셨군요..
    저도 어제 하루종일 매실과의 한판....
    둘째 시누이 시아버지가 돌아가셔서리...11시 넘어서 문상 가고...어휴..
    지금 회산데..눈꺼풀이 절로 감기네요....

  • 3. 이론의 여왕
    '04.6.14 1:22 PM (203.246.xxx.195)

    에구구, 대단하시옵니다.
    제 평생 모토가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자!>인데, 정말 비교되네요. ㅠ.ㅜ
    맨날 벼락치기 인생, 저 자신도 제가 맘에 안 듭니다...

  • 4. 코코샤넬
    '04.6.14 1:24 PM (220.118.xxx.229)

    저는 피곤해서 눈꺼풀이 무거운게 아니라,
    알레르기가 도져서 눈이 붓고 가렵네요.
    눈을 못뜨겠어요...눈을 감으니 참 편한하고 좋으네요(?)
    앙...알레르기는 넘 시러....

  • 5. 달개비
    '04.6.14 2:52 PM (221.155.xxx.76)

    키세스님도 그렇고 재은맘님도 그렇고
    저만 바빴던게 아니군요.
    좀 쉬셔야 할텐데 우짠대요.
    여왕님 그리 말씀 하셔도 다 압니다.
    오늘일 내일로 절대 안 미루시는거
    코코샤넬님도 만만치 않죠?
    키친토크 사진보니 안봐도 비디오네요.
    수수부꾸미 까정 ....
    서산때도 그러셨는데
    눈 알레르기 때문이에요?
    오래 감고 계시어요.

  • 6. 김혜경
    '04.6.14 9:49 PM (211.178.xxx.120)

    병 안나셨어요?? 제 나이가 되면 그리 몸 혹사시킬 수도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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