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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애정결핍??

애정결핍? 조회수 : 1,267
작성일 : 2004-06-12 09:34:59
저기 아래, 직장다니는것과, 아닌 것에 관한 여러분들의 글을 읽고 생각나서 몇 자 적어봅니다.
졸업하던 해부터 지금까지 직장생활 하고 있습니다.
큰아이1학년, 작은 아이 3살입니다.
아이들은 주로 할머니가 봐주셨지요.
근데, 요 큰 녀석이 한 마디로 말하면 말썽꾸러기죠.좀 산만하고, 말도 잘 안 듣고, 엄청 자기 주장 강합니다.
학교 입학시키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였지요.
아니나 다를까,
3월에 면담하러 갔더니, 대뜸 제가 자리에 앉자마자  
' 어머니, 저녁에 어디 공부하러 다니시나요?'
' 네?'
'저녁에 아이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해서요."
'아. 네. 저 퇴근하면.. 어쩌구 저쩌구........... 중략'
' 전 또 어머니께서 아이를 방치해 두시는 줄 알았죠.'


쿵.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느낌.


그러면서 애정결핍이라는 진단(?) 을 받았습니다.
그 애정결핍이라는 단어를 얼마나 많이 쓰던지...
그날 부터 며칠을 울며 지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데리고, 상담센터에 가서 검사받고 놀이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상담 선생님 말씀이
아이가 약간 주의력 산만에 충동억제가 잘 안되는 거라고 하시더군요.
전문용어로  ADHD  라고 하죠.
그건 엄마가 직장을 다닌다, 안 다닌다 의 문제가 아니라,
쉽게 말하면 가지고 태어나는 거라는 얘기였습니다.
애정결핍이라고 부를 수 없다 . 그거하고 상관없다 그러더군요.
그래서 담임 선생님 얘기를 했더니,
그 선생님이 너무 과격한 표현을 쓴 거라고 괘념치 말라고 하셨구요.

근데,
제가 직장을 다닌다는 사실이  얼마나 죄스럽고, 아이에게 미안하던지.
전문가가 그건 직장을 다니는 엄마탓이 아니라고 아무리 얘기를 해도,
거기서 자유로울 수가 없더란 말입니다.
그 선생님도 직장다니며 아이를 키웠을터인데,
그 입장을 하나도 이해못하고
만날때마다 가슴을 후벼파는 용어만 골라 쓰는게
너무 너무 미우면서도, 그 말을 들을때마다 죄책감에 두고두고 괴롭더란 말입니다.
애들 아빠는  그러지말라고, 내가 직장을 안다녔어도 달라질 건 없다고,
달래주고, 도와주는데도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 좀 안정이 되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되니까,
그건  담임선생님 본인도 그렇게 아이를 키웠을 거면서도
엄마가 직장을 다닌다는 걸 알고 나서 아이에게 갖는 선입관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아, 역시 엄마가 집에 없으니까 애가 이렇게 되는구나   하구요.
이건 비단 그 선생님만의 생각이 아닐 수도 있지요.
세상 사람들이
내 마누라는, 내 며느리는 돈  많이 버는 직장에 다니길 바라면서도
엄마가 밖에 있으니 애가 저 모양이지.   라는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겁니다.
이건 일하는 엄마들이  겪어나가야하는,  싸워이겨햐하는 어려움 중에 하나일 겁니다.

반대로
아이가 아주 반듯하면
몇 배의 칭찬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겠죠. 엄마가 다 안 챙겨줬는데도 저렇게 훌륭하게 컸어. 하면서요.



직장다니면서 아이 키우시는 모든 어머니들.
이런 칭찬으로 직장생활과 육아 모든 것에서 보람을 찾으실 수 있길 기원합니다.


저희 엄마도 일하셨었지요.
근데, 어릴땐 좀 싫었지만, 중고등학교 다닐땐 아주 뿌듯했습니다.
저, 잘 컸구요.
우리 아이도 지금 이 시련(?) 을 겪고 나면 더 성숙해지고,저도 역시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IP : 211.46.xxx.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흥임
    '04.6.12 10:25 AM (221.138.xxx.115)

    직장맘이라 아이가 어떨것이다란 자책감 내지는 어떤 선입견에 힘겨워 하실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아이랑 얼마나 긴시간을 같이 하느냐 양의 문제가 아니라
    난 정말 사랑 받고 있구나가 얼마나 전달될수 있는 가
    질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실천 하는 엄마로서,,,

  • 2. 민들레
    '04.6.12 10:54 AM (61.74.xxx.249)

    같은 직장맘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몇 자 적습니다.
    아이의 지적받는 행동들이 방과후 엄마가 돌봐주지 않아서는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게 엄마의 책임인양 죄스럽게 생각하거나 아이에게 미안해 하시지 마세요..
    그런 생각에서 자유로울수 없으시다는 말씀에 저 또한 동감은 하지만,
    제가 그런생각으로 아이를 대한다면 아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없을꺼라는 생각에
    최대한 아이를 믿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하려고 노력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이의 산만함을 누르기 보다는 발산을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유아교육학자는 아니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으로 생각해 보면..
    아이와 함께 등산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힘들게 오른 산 정상에 서서
    맘껏 소리도 질려보고 말이예요..
    몇 자 적는다고 해 놓고는 너무 말이 많았죠?

    힘 내세요! (이 말은 제 자신에게도 같이 해봅니다.)

  • 3. ........
    '04.6.12 11:18 AM (61.84.xxx.159)

    제 막내동생(늦동이랑 제 아들뻘이에요.)이 원글님 아들과 같은 증상이었는데요..정말 산만하고 고집쎄구 말 안듣죠.. 전업주부 막내아들이라면 죽어다 깰 정도로 안절부절 애지중지인 엄마에...엄마뻘인 누나들에.......둘러쌓여서 온갖 보살핌 받고 자라두..타고나는건 어쩔 수가 없으니 원글님 너무 속상해하지마세요.
    그리고..원글님이 하나 잘 모르시는게 있어요.님이 만일 전업주부라서...아이랑 하루종일
    붙어있는다면...선생님 말 서운해하기 보다는 왜 그러는지 이해가 갈 겁니다.
    선생님은.,.하루에 많은 시간 아이들과 보내는데..문제는 한둘이 아니라 수십명을 책임지고
    통제해야한다는거지요. 그런데...아무리 애를 써도 통제가 안되는 아이가 끼여있으면
    제대로 자기 책임을 할 수가 없어요.그 1명때문에 나머지 수십명의 교육에 계속 차질이 생기는데....그 1명이 밉고...거기서 나아가서..아이가 그렇게나 선생님 말을 듣지않고 다른아이들 학업을 방해하도록 키운..그 아이의 부모까지도 미워지지요.
    부모야..사랑을 자기 자식 한둘에게만 쏟아붙지만..선생님은 그 보다 작은 사랑을
    수십명에서 나눠야하거든요. 부모처럼 이해심을 갖고 내 자식을 바라봐주길 기대하는건
    사실 무리예요. 서운해하기 보다는 아이가 그나마라도 조금 더 선생님에게 덜 미움받고
    이쁨받도록....선생님께 잘 보이는 방법을 권합니다.
    솔직하게 말하면....저희는 촌지 무진장 했습니다.휴....... 바라지않는 선생님도 계셨지만..
    돈이 안되면 그집에 된장 고추장 과일 생선이라도 박스채로 갖다나르면서
    제발 별난 우리 아들,막내동생 좀 이쁘게 봐달라구 그랬던 것같아요... 옳지않다는건 알지만,
    그래두..어쩌겠어요.내 동생 말안듣고 산만하고 별난데....선생님까지 야단치거나 때리면
    애만 뻗나갈텐데......선생님에게 부모형제처럼 인내심을 갖구 대해달라고 무조건 요구하는건 무리쟎아요...

  • 4. 민들레
    '04.6.12 11:35 AM (61.74.xxx.249)

    촌지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주지 않으면 받지 않는다, 받는 사람이 있으니 주지 않을수 없는거 아니냐'
    항상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논쟁처럼 끝이 없는 이야기지요..
    촌지로 시작한 아이의 학교생활이 언제쯤이면 촌지가 끝날까요?
    요즘 아이들 영악해서 엄마가 선생님께 촌지를 전한다면 아마 대충 알고 있을꺼라 생각이 듭니다. 최소한 그런 현실을 아이들에게 보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직 당해보지 않아 뭣모르는 말이라고 비난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은 선생님께서 아이에게 정도를 넘어선 부당한 대우를 하신다 해도 그 방법은 쓰지 않겠습니다. 엄마들이 먼저 그 잘못된 고리는 끊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맘들께 돌맞을까요?

  • 5. 원글 쓴 사람
    '04.6.12 11:47 AM (211.46.xxx.3)

    제가 처음에 글쓸때, 제가 교사라는 얘기를 쓸까말까 하다가 안 썼거든요.
    요 위에 위에 글 쓰신분이 하시는 말씀은 제가 학교에서 날마다 겪는거라 당연히 알지요.
    그걸 다 아는데도 불구하고, 담임선생님 말씀이 야속한 내 맘을 다스리지 못해서 , 또 힘들었었구요. 또 내자식이 그런 행동을 하는 걸 아니까, 제가 가르치는 애들이 더 안스럽고, 도와주고 싶고, 그렇더라구요. 제 얘기의 촛점은 학교 선생님의 반응이나 그에 따른 대처 방법이 아니라, 그런 직장다니는 엄마의 마음이었구요. 그걸 다 알고, 내 잘못이 아니고, 내가 그런 맘을 갖고 있다는 걸 아이가 느끼게 해서는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직장맘의 비애를 그저 하소연 하고 싶었다는 거였어요. 오늘부터 아이 상담받고 나서, 저도 상담 하기로 했습니다.저도 절 좀 정리할 필요가 있는 거 같아서요. 용기 주신 분들 ,, 고맙습니다.!!!

  • 6. 민들레
    '04.6.12 12:00 PM (61.74.xxx.249)

    그러셨군요.. 현명하게 잘 하시리라 믿어요.. 홧팅!

  • 7. 도움이 필요한..
    '04.6.13 9:31 AM (61.43.xxx.30)

    원글 쓰신분 상담받으시는 곳 어딘지 알고 싶어서요.

  • 8. 글로리아
    '04.6.13 2:22 PM (210.92.xxx.230)

    상담소도 괜찮구요,
    소아정신과 전문의 찾아가서 상담하고 검사하고 진료받으시면 더 나을 겁니다.
    ADHD는 약물치료가 따르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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