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시어머님이랑 한판할것 같다는 소심바부 며느리입니다. 시댁에 호출 명령이 안 내려와서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었는데, 며칠전 시어머니랑 전화통화를 할때 드디어 터졌습니다.
그냥 일상적인 대화가 오고가는데, 시어머니가 그러시더군요. '내가 너랑 단둘이 한번 얘기할려고 했는데, 니네 시아버지가 그냥 내비려두면 지가 다 알게 된다고 냅두라고해서 더 두고볼려고 한다.'
순간 머리속에서 핏줄이 몇개는 동시에 터졌을껍니다.
뭘 더 두고보고 냅둡니까? 참내...맘은 아니시면서 인자한척 하시는것 같아서, 너무 속상해서 첨으로 목소리가 올라갔습니다.
'어머님 죄송하지만 어머님 맘속에 저에 대한 속상한 맘 다 풀지 못하시고, 그냥 넘기시면 그게 그거 아닌가요? 차라리 솔직하게 말씀해주시면, 제가 고칠건 확실히 고칠께요.'
시어머님 순간 울컥하시는것이 수화기 넘어서도 느껴지더니......
터져나오시는 불만들......
'내가 자식을 몇을 키워도 너처럼 말대꾸 하는 자식 키워보질 않았다. 우리 자식들은 아무리 부모가 뭐라고 해도 말대꾸없이 키웠다.'(아...그래서 자식들이 다들 기가 죽어서 벌벌거리는구나...했지요.)
'나는 너를 내 딸보다 더 생각하고 그러는데, 너는 왜 나처럼 못대하냐?'
딸처럼 소리에 저 또 화가 솟구쳐서 겨우겨우 참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럼 어머님 저를 딸처럼 생각하시면, 제가 그렇게 버릇없이 굴어도 왜 금방 화를 못푸세요? 그리고 그렇게 저에게 화를 내시면 그게 딸처럼 생각하시는것이 아니잖아요. 딸이라면 더 이해해주시고 생각해주시는거 아닌가요?'
ㅡ_ㅡ;;;
시어머님 분에 못이기셔서 씩씩거리시는 소리가 다 들렸습니다.
'내가 아무리 딸처럼 생각한다고해도, 며느린 며느리인거다. 어딜 감히 시어머니에게 며느리 도리를 잊고 살려고 그러냐? 너는 시어머니가 그렇게 편한 상대인줄 알았냐?'
그럴줄 알았습니다. 차라리...그냥 나는 니 시에미인데, 너 나에게 시에미 대접 확실하게 해라...라고 첨부터 그러셨다면, 저도 조심하면서 지냈을텐데, 단둘이 있을때나, 누가 있을때나, 항상 입에 붙은 그말...너는 내딸보다 더 귀하게 생각한다...이말은 도대체 왜? 하셨는지......
그리고 제가 뭐라고 대꾸도 못하게, 쉴세없이 섭섭한점을 남김없이 쏟아내셨죠. 들으면서 속으로 정말 죄송하지만 더럽다...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어쩜 그렇게 소소한것까지 서운다하다 생각하시고, 잊지도 않으시고 그렇게 맘속에 다 품고 지냈는지......무서울 지경이었죠.
정말 이판사판 싸우고 다시는 안봤으면 하는 맘이 99%였습니다. 시어머니가 정말 너는 니네 친정...하고 말만 하셨다면 아마 저 정말 천하의 배은망덕한 며느리로 소문이 났을텐데...
그 며느리가 뭔지...그런 남편을 골라서 어쩔수없이 이런 인생살이가 펼쳐진 제가 너무 싫고 미칠것 같았지요.
돈문제가 나오자, 시어머니 또 기함을 하시면서, 큰며느리는 이날 이때까지 용돈에 뭐에 항상 빠짐없이 넘치게 주는데, 너는 뭐가 그렇게 힘든내색을 하냐고 호통을 치시길래, 저도 도저히 이것만은 넘고 가야싶어서, 담담히 말했습니다.
우리부부 별로 싸울일은 없는데, 딱 미친듯이 심하게 싸울땐, 바로 돈문제 때문이라구요. 아주버님이 저희보다 수입이 배가 넘는데, 저희가 무슨수로 그렇게 똑같이 드리냐구요. 저희도 살아야 되지 않겠냐고 저도 참지않고 가슴에 묻어뒀던 말을 꺼냈죠.
그러니까 조금 주춤하시더라구요. 말은 맞죠. 도둑질을 해서 드릴수도 없잖아요? 카드빚을 지면서 현금서비를 받아서 드릴수도 없구요.
역시 울어야 아픈걸 알아주신다는거 터득했습니다.
달달이 몇십만원씩 적자로 허덕거린다고 솔직히 담담히 말했더니 더이상 기가 죽으셔서 웃으시면서, 몇달간은 용돈은 안받겠다고 하셨죠. 그래도 그것 안받으면 큰애가 너무 서운해할테니까 니들이 이해하라면서요.
휴......
제가 이렇게는 더이상 힘들어서 못살겠다는 투로 조용히 말했더니, 사태의 심각성을 이제서야 알아주시고 웃으시면서 전화를 끊으셔서 사태는 조금 일단락 된것 같습니다. 이제 더이상 돈타령은 일절만 듣겠죠?
그리고 그 뒤로 뵐때, 제눈치를 슬슬 보시는데 저도 죄송한맘이 들었는데, 돌아서고 나니 더 허탈해집니다.
효자남편 제가 그런거 알면 펄펄 뛸텐데, 다행인지 이번엔 남편에겐 말하지 않으셨나봐요.
아......
정말 처녀시절로 돌아간다면 제 모든것을 준다해도 아깝지 않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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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이 아니고 반판만 했습니다.
익명 조회수 : 1,345
작성일 : 2004-06-07 09:01:05
IP : 61.73.xxx.95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저도익명
'04.6.7 9:14 AM (211.176.xxx.33)저도 사정이 비슷해 그져 시원한 생각 뿐이네요.
그렇게까지 했는데 이제 좀 알아주시겠지요..
좋은일 생기실꺼에요..2. 오소리
'04.6.7 9:40 AM (210.105.xxx.253)무슨 이유로 그렇게 당당하게 용돈을 요구하는 건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3. 오늘익명
'04.6.7 9:45 AM (61.74.xxx.210)저랑 똑같은 경우시네요
전 돈이 부족한 달은 현금서비스 받아서 매달 30만원씩 8년간 용돈드렸는데
제가 대출을 좀 많이 받고 아파트를 산경운데
왠 빚이 그리 많냐고 하시면서 저더러 다 책임지라고 한마디 하시더군요
전 맞벌이예요
너무 너무 억울해서 크게 한바탕하고는 지금 남편하고 애들만 어머니댁에 갑니다.
결론은 절대 어머니의 딸이 아니라 며느리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사랑은
쌍방간에 도움이 안된다는것을 결혼 10년차에 깨달았습니다.4. 깜찍새댁
'04.6.7 3:45 PM (211.218.xxx.186)그 말.....
난 너를 며느리가 아닌 딸로 생각한다.....................
그 말 만든사람 실컷 두들겨 패주고 싶어요.........5. 홍이
'04.6.7 5:04 PM (61.84.xxx.101)전 시모한테 전 딸같이 생각한다는거 말이 안됀다.저두 어머니 친정엄마로 생각못한다 이야기했더니 담엔 그말씀안하시데요 거 기본레파토린가봐요...울 시모 딸 불쌍하다는게 노랩니다...도데체 머가 불쌍한지....
6. 홍이
'04.6.7 5:05 PM (61.84.xxx.101)내가 딸이었으면 눈에서 피눈물났겠어요 진짜 불쌍해서...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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