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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신 전의원이 아내를 잃고 쓴글(펌)

향수지우개 조회수 : 1,383
작성일 : 2004-06-06 18:43:29
고마운 분들께


오마하고 온 사람은 아니지만
가마하고 간 사람
잡을 길이 없었습니다.
가는 사람 그림자 부여잡고
통절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화장장 불가마에서 나온 여인은
한줌의 재 일 뿐이었습니다.
딸아이는 유골을 두 손으로 감싸 안고
“엄마, 이제는 정말 아프지 마”
그리고 진저리를 치며 울었습니다.
혼령이라도 딸아이의 말 한마디에 따라 울었을 것 같습니다.
참을 수 없는 속울음으로 살아남은 자의
애절한 고독을 애써 감추었습니다.
무슨 말로 이 기막힌 마음을 담아 전달할 수 있겠습니까

제 상처를 어루만져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 말씀 올립니다.
주말인데다가 선거운동 중이이었고
봄기운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참으로 어려운 걸음으로 제게 다가오셔서 진솔한 정을 담뿍 안겨주셨습니다.
여러분이 주신 사랑은 향기였습니다.
곱디고운 사람냄새였습니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걸어간다는 것을 왜 모르겠습니까마는
아내는 홀로 떠난 게 아니라
여러분들의 따스한 사랑을 간직한 채
조금 일찍 잠들었을 뿐이라고 위로하려 합니다.
사랑은 기적을 만들곤 합니다.
사랑받는 세포는 암도 이겨낸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제 가족에게 주신 사랑은 목이 메이도록 찬란한 기쁨입니다.

제 마음 가장자리에 여러분이 주신 사랑의 촛불을 하나하나 밝혀두겠습니다.
그리하여 제 영혼을 뜨겁게 달구어 열정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어찌 이 작은 가슴으로 모든 분들의 정성을 되갚을 길이 있겠습니까?
힘들고 어렵고 고난받고 아픈 이들에게 갚고 또 갚겠습니다.

살펴주신 마음을 어찌 말과 글로 다 보답할 수 있겠습니까?
바른 가슴으로 인연의 소중함과 사랑의 지극함과
인간의 진정한 가치를 새기고 새겨서 보답하겠습니다.
경황이 없어서 결례가 있었을 것이며 소홀함이 많았을 터임에도
너른 가슴으로 안아주신 뜻 또한 곱게 가슴에 켜켜 쌓아두겠습니다.


김홍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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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간절한 사연이라 옷깃을 여미며 읽고 또 읽어보았네요.
IP : 221.138.xxx.9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도라지꽃
    '04.6.6 7:10 PM (219.252.xxx.236)

    정망루 가슴 찡~~하내유
    사랑의 의미를 깊게 새겨봅니다.

    스산에 오셨던 님들 천천히 자~알 살펴 가시고 있겠지유
    안전하게 편안히 도착하시길 기원합니다.

  • 2. 무우꽃
    '04.6.6 9:15 PM (210.118.xxx.196)

    김홍신,
    소설가랍시고 무협지 같은 인간시장 외에 변변한 소설 하나 없는 사람이 무슨 국회의원을 하냐고 빈정거렸다가, 나중에 크게 후회하게 만든 사람입니다.
    제가 아는 범위에서는 삼십여년 전 "난장"인가 하는 중편이 어떤 출판사에서 나온 한국중편문학전집에 실렸던 정도인데, 그것도 어디선가 본 듯한(모티브와 전개가 남의 소설을 모방한 듯한) 것이어서 소설가로는 취급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국회의원이 된다고 하니 "장총찬이가 웃겠다" 소리가 나올 법도 하지요.
    하지만 그는 국회에서 "장총찬" 역할을 하더군요.
    옳지 않은 당론은 거부했고, 국회의원으로서의 성실도 조사에서 1위를 했었죠.
    약자를 위한 법안 만들기와 직무 수행에 성실했던 사람이라, 당적에 무관하게 좋아했던 사람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아까운 사람이었구요.
    그 사이 그런 슬픔이 있었는지는 몰랐습니다.
    가신 분의 명복과 김홍신님께서 힘 내시길 빕니다.

  • 3. 건이맘
    '04.6.7 8:41 AM (211.188.xxx.155)

    선거끝나고 감사편지 한통을 받았는데.( 머..열심한 운동원도 아니었는데...맘 뿐이었지만)
    그거 읽고 상처하신걸 알았죠.
    둘이 같이해도 힘든일을..첨부터 혼자도 아니고 그 중에 상처하셨으니 여러모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더 짠하네여.
    괜한 출구조사가 사람 더 속상하게 만들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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