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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신념에 대한 단상 - 세이 예스를 중심으로

귀여운토끼 조회수 : 884
작성일 : 2004-06-03 08:14:51

'신념'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봅니다.
사전적인 의미로는'굳게 믿어 의심하지 않는 마음'이지만 실제적인 상황으로 돌아와서 그런 것이 존재하기 쉬울까하고 의심해 봅니다.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도 그 상황을 사랑이라고 포장합니다.
신념이 없는 사랑은 상대를 쉽게 속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죄의식이나 두려움이나 자책감도 없이 짧은 인생 그저 즐기는 것이라고 자신을 속입니다.

박중훈과 추상미가 열연한 '세이 예스'라는 영화는 사랑의 신념에 대하여 의심을 하는 우리에게 신념은 있는 것이라는 화두를 던져준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장면이 약간의 흠이었지만 그래도 한 권의 진지한 실존주의 철학책을 읽은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인간의 신념을 믿는 사람입니다. 종교의 순교자들도 천국에 대한 신념이 없다면 그렇게 평화스러운 모습으로 생명을 내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의 신념을 믿지 않은 박중훈은 추상미 남편에게 아내를 죽일 것을 허락하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면 목숨은 살려주겠다고 협박하면서. 물론 남편은 거절합니다. 차라리 나를 죽이라고 울부짖으면서 아내에 대한 사랑의 신념을 굳게 지킵니다. 그러나 남편의 대답과 관계없이 박중훈은 이미 추상미를 죽인 상태였고 아내의 목을 선물이라고 던져 줍니다. 사건은 반전 되어서 남편의 손에 박중훈은 죽어가고 왜 우리 부부를 괴롭혔느냐라고 묻는 질문에 '단지 행복해 보여서' 그랬노라고 대답합니다.

그날 밤 우리 부부는 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남남으로 만나 '사랑의 신념' 하나로 여기까지 이어왔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해 왔습니다. 조그만 유혹에도 쉽게 흔들리는 양심과 지나치듯 저지른 숱한 잘못들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지고 긴 밤을 뒤척이다 새벽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습니다.

사랑은 버림이라고 생각합니다.제일 먼저 욕망을 버리고,행복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그리움의 추억을 버리고 가장 핵심인 '부부' 그 자체만 남겨 놓을 때 소중한 사랑이 남는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누구나 상대에 대해 조금씩의 불만은 있겠지만 ...


    
          부 부

  
  얼마큼 더 사랑해야
  우리는 하나될 수 있을까?
  사랑은
  부어도 부어도 가슴만 비어가는
  밑없는 빈 항아리
  무엇인가 새로운 것으로 자꾸 부어도
  채워지지 않은 허전함 때문에
  눈빛만 달라져도 눈물이 난다

  빈 손만 비비다가 하루는 가고

  우리는 얼마큼 더 사랑해야
  외롭지 않은 하나가 될까?



IP : 211.57.xxx.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깡총깡총
    '04.6.3 10:34 AM (211.226.xxx.60)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가끔 한번씩 생각하게 되는것을 글로 풀어주시니
    더 좋았구요. 위에 말씀하신 비디오(그냥 지나친 건데)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남편과 함께 보고 저도 긴 대화를 나눠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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