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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가 익을 무렵
(검붉게 익은 오디)
여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태양이 이젠 이글거리는 표정으로 이곳 산 마을을 굽어보고,
너른 산자락 녹음은 한층 마을을 넓게 둘러싸고 있습니다.
마을 앞으로 흐르는 엄천강은 잦은 비에 수량이 많아져,
물살이 세차보입니다.
이렇게 여름이 오면 제일 먼저 오디가 사람들을 부릅니다.
오디가 툭툭 떨어진 채 터져서 검붉은 점들이 산길을 장식하면,
입 속엔 침이 슥 돈답니다. 며칠 전, 남편은 오디를 원 없이
따왔습니다. 아니, 따온게 아니고, 털어왔습니다. 오디를 하나하나
따는 건 힘들어서 얼마 따지를 못합니다. 뽕나무 아래 커다란 차양막을
펼쳐놓고, 막대기로 뽕나무를 탁탁 쳐대면 익은 오디들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그리 하니, 순식간에 오디가 한 소쿠리!
달짝지근한 냄새에 몇 개 주워 먹게 됩니다.
갈무리를 하고 씻어서 술도 담고, 액기스도 빼고, 잼도 담가야 하는데,
갈무리하고 씻는 일이 귀찮아 냉장고에 며칠 놔두었다가
맘먹고 그 일을 하고 있자니, 수렵채취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구나!란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남편은 강에서 커다란 황어 비스무레한 물고기를
몇 마리 보았는데, 원시적 사냥의 DNA가 용솟음 치는 걸
느꼈다나요. ㅎ ㅎ ㅎ 아이들도 덩달아 하교 길에
그 팔뚝만한 물고기를 꼭 잡겠다고 며칠 간 설쳐댔답니다.
잡혔냐고요? 그리 쉽게 잡히면 물고기가 아니지요.
물고기의 자기 방어 DNA가 훨씬 우세했답니다.
그래도 저희 아이들, 그 용솟음치는 DNA를 만족시키려
낚시대를 둘러메고 휘파람까지 불며 강으로 오르락내리락 할겁니다.
모든 동식물들에게 여름은 생명력 왕성한 계절인가 봅니다.
아 글쎄, 산비둘기들이 떼지어 자주 저희 딸기밭과 복숭아 나무를
습격한답니다. 새들은 '새벽형 동물(?)'이라 주로 아침에 습격해서,
미처 발견할 틈도 없이 오후에 딸기밭에 가면 딸기를 뭉턱뭉턱 쪼아먹은
흔적들이 발견됩니다. 당연히 산비둘기 입장에서는 그것이 먹이
채취 활동이지요. 그러나 '너희도 먹어야 살지. 맘껏 먹어라'하며
베풀 수 없는 것이 또한 인간의 자기 먹이를 지키는 방어 DNA라
큰아들이 습격한 산비둘기를 향하여 돌을 던지니, 혼비백산하여
도망가더군요. 복숭아가 맛나게 익을 때까지 잘 지켜야 할텐데....
이렇듯 뽕나무 열매 오디가 익을 즈음이면
왕성한 생명력에 걸 맞는 수렵채취 활동에 대한 욕구가
피 속 깊은 곳을 간질임을 느낍니다. 제가 그렇다기보다는
그 팔뚝만한 물고기를 잡지 못해 안달 난
저의 두 아들과 남편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느낌을 받지요.
사실 저도 조금은 그렇습니다. ㅋ ㅋ ㅋ
연한 주황빛으로 익어 가는 살구! 아직 다 익지도 않았는데
어서 따서 살구 잼을 담고 싶어 저도 조금 안달이 났거든요.
1. 깡총깡총
'04.6.1 11:09 AM (211.216.xxx.119)저희 어머님도 이맘떄가 되면 오디 생각이 간절하시다고 말씀하세요.
맛도 있지만, 옛추억을 떠올리며 얘기도 하시고, 따는 재미도 있다고 항상 그리워 하시죠.
며칠전 마트에 갔다가 작은 그릇에 오디를 파는데 곰팡이가 피어있어서 못 사드린게
내내 마음에 걸렸는데.. 사는곳이 어디세요? 가깝다면 어머님 모시고 함 가봤음
좋겠네요2. 쉐어그린
'04.6.1 12:07 PM (61.83.xxx.104)안녕하세요 깡총깡총님! 어디 사세요? 여기는 지리산 함양이랍니다. 오실려거든 오디 지기 전에 오셔야 되는데... 우리 마을은 뽕나무가 많아요. 그래서 이맘 때면 주렁주렁이랍니다.
3. 깡총깡총
'04.6.1 12:59 PM (211.216.xxx.119)오디가 언제쯤 질까요? 전 경기도 김포 통진면에 살아요 ㅎㅎ
지리산이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만약 가게되면 쉐어그린님 마을로
가도 될깝쇼?4. 깡총깡총
'04.6.1 1:03 PM (211.216.xxx.119)혹시 판매 하는 곳은 없나요? 저희 어머님이 오디맛을 너무 그리워 하셔서
구입할수 있다면 사드리고 싶은데요.
( 컴에 쪽지창이 안떠서 쪽지보내기를 못하고 있어요 ;;. )
쉐어그린님 쪽지나 답글좀 주셔요~5. 박민경
'04.6.1 1:05 PM (211.205.xxx.132)오디 정말 오랜만에 보게 되네요...초등학교시절 시골서 누에키우는 잠실이 있어서 뽕나무랑 오디랑 너무 잘알아요..풍선껌씹으며 오디 몇알 털어넣으면 금새 보랏빛, 분홍빛이 되곤했었어요..공기좋은데 사시니 부럽습니다...*^^*
6. 예진모친
'04.6.1 1:25 PM (210.206.xxx.107)지난주에 저두.......오디따먹었쥐여~~~예전의 그맛이였스비다...시장에 가두 나와있더군요....
7. 짱가
'04.6.1 11:06 PM (218.153.xxx.156)쉐어그린님.반가워요....
벌써 오디가 익었네요....
지난달 시댁갔을때.....(시댁집 뒷산에도 뽕나무 무지 많았거든요)
새파래서....다음달쯤.이야 되겠네.....했는데..
아이고....담주쯤엔 저도 오디따러 가야겠어요.....
저희 시댁은 합천이랍니다........8. ...
'04.6.1 11:54 PM (221.155.xxx.41)저 어릴 적 살던 동네에 말일성도 예수그리스도 교회라구 있었는데요..
울 아파트에서 그 교회로 빠지는 산길(?) 오디나무가..잔뜩 있었답니다
실컷먹구 입주위가 거뭇거뭇해진채로 그 교회에서 뛰놀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말 잘하는 선교사들두 놀리구 도망치기두 했구요...^^
그 언덕길 겨울이면 썰매두 많이 탔느데..어느 새 마흔이 되었네요9. 쉐어그린
'04.6.2 12:06 PM (61.83.xxx.127)깡총깡총님! 쪽지는 보내고 답글을 달긴 달았는데, 답글이 없어졌어요. 쪽지 받으셨어요? 물론 오시면 환영이지요.
짱가님! 저도 반가워요. 오디가 많이 익어답니다. 어서 시댁 가보세요. 저는 어제 오디잼을 담았는데, 식빵에 발라먹으니 참 맛있답니다.
박민경님! 오디랑 껌이랑 같이 씹으면 궁합이 잘 맛겠네여. 좋은 추억 갖고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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