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만가(輓歌) -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권력은....

귀여운토끼 조회수 : 877
작성일 : 2004-05-31 09:34:02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권력은 감동이라는 권력이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싶다는 소망을 갖은 때가 있습니다.
특히 죽음만을 생각하며 세상의 모든 희망을 버리고 버림 받은 아픈 마음을 추스리지 못해 죽음을 택한 어린 청소년들을 볼 때 그런 소망이 간절해 집니다.

올해도 또 어린 생명의 자살 소식을 접합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소리치지만 현실은 소숫점까지 따지며 성적으로 행복을 매기는 현실은 꽃다운 나이에 공부아닌 공부에 목을 맵니다.

시험 때만 되면 시험 강박증 때문에 알콜 중독자 처럼 손을 떠는 아이.
읽고 싶은 책도 마음 놓고 읽지 못하고 문제집에 파묻혀 애늙은이가 되어 버린 아이. 그런그런 아이들.

어제는 우리 둘째 딸이 워드프로세서 1급 시험을 봤는데 두 세개 차이로 불합격했다고 책상에 엎드려 울고 있습니다. 2달 전부터 오로지 합격하기 위해서 문제집을 풀고 매일 새벽 1시까지 공부하며 노력했는데 상처가 큰 모양입니다.
다음 시험에 합격하면 된다고 위로했지만 그 울음은 오랜시간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자살하기 전 마지막 순간에 그동안 자기와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을 떠올린다고 합니다. 그 순간 그 마음을 읽고 그 아이의 손을 잡아 주면 아이는 돌아 선다고 합니다.겉으로 웃고 있는 밝은 미소 뒤에 숨어 있는 아픈 상처를 모르기에 부모님나 어른들은 그저 공부하라 다그치기만 합니다.공부는 때가 있는 것이라고 지금 공부하지 않으면 나중에 어른이 되면 후회한다고.

참공부가 무엇일까요?
참이 없는 세상에 우문일지 모르겠지만 묻고 싶습니다.
오늘은 책도 읽어지질 않습니다. 긴 명상에 잠기고 삭막한 나뭇가지가 주는 의미, 세월이 흘러가는 바위산이 주는 의미를 알고 싶습니다.

            만가 (輓歌)

          네가 자살을 했다는데
          나는 할 말이 없구나
          몇 번의 가출과 도벽도
          설마하는 마음으로 무심히 지나쳤고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의심도
          너의 티묻지 않은 눈동자를 대할 때
          나는 울고 싶도록 아파만 했다
          누구든 세상에 태어나 행복하게 살고 싶지 않으랴마는
          교과서에 나오는 사실로는
          행복은 그저 이름만 있고 잡을 수 없는 무지개 같은 것
          아무도 닿지 않은 신선한 바람을 대하듯
          조금은 진실한 마음으로 가슴을 터놓았지만
          너와 나의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너는 먼 나라로 떠났구나
          바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나 자신도 한 치 앞을 못보는 장님인데
          
          우리의 존재가
          유구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라면
          우리가 사는 삶의 길이가 무어 그리 중요하겠니?
          그러나, 한가지
          조금 서글픈게 있다면
          죽는 순간까지 나를 믿지 못한
          그래서 내 가슴에 커단 못을 박은
          너의 숨겨진 진실이란다
          우리가 살면서
          무얼 의지하고 살겠니?
          찌든 가난과 고달픈 삶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것은
          쉽게 찾을 수 없지만 아름다운
          진실 때문이 아니겠니
          할 말이 없구나
          공허한 하늘에 이어지지 않은 단어로
          이해한다, 믿는다, 그리고 명복을 빈다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구나
          부디
          이세상에서 누리지 못한 행복을
          그동안 네가 받은 아픈 마음이 치료 받도록
          맘껏 누리길 바란다



어른이라는 이유로, 부모라는 이유로 우리는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아이들은 죽고 싶도록 외롭고 괴로운데, 너희 나이 때는 다 그런거라고 이야기하며
아이들에 표정에 몸짓에 애타는 눈빛에 둔감합니다.
그리고 공부나 하라고 다그칩니다.

오늘은 5월 가정의 달을 마무리하는 31일 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곳이 가정인데 우리의 가정은 정말 행복한가를 자문해 봅니다.
아침에 극동방송을 들으니까 하루 평균 부부 간의 대화는 41초, 자녀와의 대화는 37초라는 통계 조사가
나왔다고 합니다.그것도 밥 먹었니,공부했니, 컴퓨터 그만 해라.따위의 지극히 평범하고 감동과는 거리가
먼 말들 몇 마디 뿐이라고 합니다.

쉽게 가정이 무너지는 현실을 보면서 가정 내에서의 대화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특히 서로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랑의 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이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믿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권력은 '감동' 그것 뿐입니다.
IP : 211.57.xxx.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포푸리
    '04.5.31 10:43 AM (210.95.xxx.7)

    말못할 일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요즘,
    위로도 되고 많은 공감도 할수 있는 귀여운 토끼님의 글을 많이 기다렸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633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4,576
682632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2,242
682631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2,524
682630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19,975
682629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1,672
682628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1,380
682627 꼬꼬면 1 /// 2011/08/21 27,412
682626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4,607
682625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4,793
682624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4,851
682623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6,993
682622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3,214
682621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6,193
682620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7,399
682619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8,311
682618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6,632
682617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4,080
682616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4,556
682615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1,626
682614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4,361
682613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3,391
682612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3,646
682611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6,041
682610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3,543
682609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19,759
682608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1,819
682607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3,808
682606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1,933
682605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8,083
682604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1,835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