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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은...아이 돌까지만 참아보려구요

익명으로할게요 조회수 : 2,096
작성일 : 2004-05-30 05:32:29
제 생각이 옳지 못한건지 참 답답합니다.

남편이 결혼초부터 술만 먹으면 사람 못 살게 구는 버릇이 있어요. 지금도 여전하구요,

일단 늦은 귀가-새벽 3시 정도. 늦게 와 놓곤 그 시간까지 제가 깨어 있지 않으면 난리가 나요.

그 시간에 와서 냉장고 반찬을 죄 꺼내 손으로 집어 먹습니다. 좀 전에도 저지를 하니 온 거실에 반찬 그릇을 던져 고춧가루 국물 범벅입니다.

저 너무 화나 치우지도 않았어요, 내일 눈 뜨면 보라고 하려구요.

늦게 와선 아이를 깨웁니다. 당연히 다시 달래 재우는 건 제 차지구요.

결정적으로 항상 하는 멘트가 있는데요. 술이 떡이 되게 먹고 들어와 하는 말이

"내가 그렇게 나쁜 놈이냐? 내가 그렇게 잘못 한 거냐?" 이 말인데요.

특별히 저한테 하는 소리라기 보단 먼저 술자리의 연장인 듯한 발언 같아요. 밑도 끝도 없이 저런 발언을 하네요. 매번.

매 번 듣는 저는 참 지겹습니다.

참...술만 먹으면 이혼 하잡니다. 오늘도 그러네요. 그러면서 냉장고의 물병, 컵 다 던집니다. 그래서 거실은 또 물바다이기도 하죠. 곱게 말하지도 않아요. 꼭 때리지.

하지만 남들처럼 진단서 끊을 만큼은 아니구요. 그래도 저는 순간 경찰을 부를까 싶게 공포스럽습니다.

아이 낳기 전까지 심했어요. 저 임신해서도 그랬는데 아이낳고 좀 잠잠하더니 다시 저럽니다.

어떤 연구 결과에 편부모 슬하 아이보단 싸우는 부모래도 양부모하에 자라는 아이가 정서적으로 더 안정적이라는데...

아이도 어리고 제 나이도 젊고 이런 생활을 평생 하자니 저는 참 우울합니다.

전에도 한 번 남편이 너무 심하게 때려 친정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요,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시아버지는 아들 편을 드시데요. 딸이 없어서 그런가 당신 딸이 이리 산다면 그래도 사위 편을 들지...

그렇다고 매일 이러는 건 아닌데 이혼을 해야 하는지 참 막막합니다. 아이에겐 아빠도 필요한데 말이죠.

저 또한 자라면서 친정부모님의 불화로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역시 지금도 불화중이세요. 이혼을 한다 만다. 그런데 지금 저까지 거기 가세를 해야하는건지...

친정이 좀 화목했더라면 저 벌써 이혼했을 거에요. 이혼하면 친정가서 지내야 하는데 친정 가 있기는 더 싫거든요.


전 남편이 알콜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보는데요, 끊으라 해서 들을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참 막막합니다. 안 살 수도 없고 살 자니 제가 미치겠고
IP : 211.37.xxx.79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두 익명으로
    '04.5.30 7:50 AM (218.236.xxx.204)

    술 버릇 통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계속적인 남편의 구타와 폭언을 참으며 살아가실 용기있으세요?,님이 계속 참으심으로 인해 자녀의 성격 형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분명.
    남편과 냉정한 대화를 하세요.병원도 다녀 보셨음 좋겠고,종교가 있으셨음 더욱 좋겠는데...
    참고,하루 하루 버텨 나가는것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님의 글이 제 마음을 아프게 하는군요.용기 내세요.어머니의 이름으로..

  • 2. 가슴아파요
    '04.5.30 8:26 AM (218.237.xxx.224)

    가슴이 아프네요~
    우선 술 먹고 기억을 못하시는 것은 아닌가요?
    만약 그렇다면, 술 드시고 하는 행동에 대한 것을 치우지 말고 그대로 두세요.
    아침에 보고 스스로 잘못 한 것을 느끼는 것이 더 좋을 듯 싶네요..... 반성할 기회도 되구요~
    결혼을 해 보니, 정말 시댁이고 친정이고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은 아닌 것 같아요.
    정말 부부 둘이서 해결하는 방법이 가장 좋을 듯 싶은데......
    남편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든지, 편지를 써서 님께서 힘들었던 결혼 생활을 이야기 하는
    방법도 좋을 듯 싶은데..... 하지만, 그것도 통하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고 하네요~
    가슴이 아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집안을 그렇게 어지럽혀 놓은 것은 본인이 직접 봐야 한다는 거죠
    밤 사이 다 치워놓고 님께서 아침에 이야기 해 봤자, 그 심각성을 잘 몰라요.
    아이 때문에 조금 힘드시긴 하겠지만, 조금 현명하게 대처하도록 하세요.
    여기에 리플 다는 엄마들이 더 좋은 조언을 하실거라 생각해요.
    힘 내세요

  • 3. 나도익명
    '04.5.30 8:51 AM (220.79.xxx.113)

    진작에 이혼하시지..... 아이 낳기전에요~
    아이 낳고 나면 이혼 못할거예요~ 아이 때문에 맘이 간절해서.....
    원래 시댁은 아들편일껄요.....
    우리도 신혼초에 엄청 싸워됐어요....... 우리 시모하는 말
    "그만 헤어져라, 우리 아들 처녀장가보내게....."
    나는 남편이 잘못했는데 내가 시댁에 당하는 수모는 내가 잘못한걸로 오인되었어요...
    우리 남편 신혼초에 저 말 안듣는다고 사람때리고, 있는 욕 없는 욕 다하고 살았어요
    지금은 그 큰애가 초3이지만 잊고 삽니다.. 한 번씩 그런 주사가 나와도 참고 삽니다.
    얼마전에는 아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해댔습니다. 정말 참고 혼자서 나갔다 왔지요..
    그래도 남편이 잘했다고 큰 소리 칩니다..... 저는 이렇케 생각합니다...
    내가 선택한 사람이고 이미 때가 늦었다는 생각에 그리고 남편도 생각이 있겠지요...
    정말 맨정신이고 기분좋은 날 진솔한 대화 나누세요.....
    그리고 정말 기분좋게 술 한잔 하시면서 푸세요...남편에게 욕도 하고 마음에 담아 놓은 이야기 하세요.....
    어제는 남편과 외식하면서 밥먹다 말고 바람쐬고 나갔다 온다길래....... 난 밥 다 안먹었어..
    같이 나가 하니까 남편이 잠깐 나갔다 올께 하더군요... 그래요 남편은 밥 다먹었다이거지.....
    그 식당에서 나 혼자 밥먹었다는 생각은 참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인생그렇케 살지말라고 했어요... 너 인생 그렇케 살다가 죽도 밥도 안된다고 한 소리 떠들고 나니까 속이 시원하더군요
    님도 참는 기준을 만드세요.......
    나도 성격이 욱 해서 그만 일을 그러치는데.. 이제 싸울시간이 아깝더라구요........
    결정은 님의 꺼 입니다.........
    정말 도저히 못 살겠다 싶으면 아이 돌이 무슨 필요있습니까.........
    지금 그만 정리하시고.........
    그래도 내 생활을 챙기고 내가 아이 기르면서 남편무시상관없이 산다고 하면(마음비우고)
    사실거면 그냥 저냥 사세요........
    나이 들면서 남자들 바껴요......정신 똑바로 박힌 사람이면 분명 미래에 대한 생각은 있을겁니다

  • 4. 에구...
    '04.5.30 11:46 AM (221.138.xxx.104)

    다른 건 몰라도 술버릇 그리고 폭력은 절대 해결 안 됩니다.
    님과 이혼하기 전까지는...

    폭력-진단서 갈 정도 아니더라도 폭력 자체가 위험한 겁니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결코 좋은 영향 못 미칩니다.

    제가 볼 때 님은 이혼 자체가 두려워서 아이 핑계를 대시는 거 같아요...
    하지만 정말 아이를 위하시는 게 뭔지 생각해보세요...

  • 5. 저두익명
    '04.5.30 12:45 PM (211.177.xxx.115)

    에구..힘드시겠어요.
    근데 다른건 몰라도, 아이를 위해서 같이 산다는건 좀...아닐 수도 있단 생각이 드네요.
    그냥도 아니고 저런 폭력적인 광경을 아이가 계속 본다는건, 그 아이를 위해서도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중학교 교사인데요.
    한 3년전에 담임한 애중에 엄청난 문제아가 있었거든요. 그 아이는 평소엔 착한데 한번 열이 나면 앞뒤 분간을 못해요. 교실에서 의자 던지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수업시간에 지적이라도 받으면 뛰쳐나가구요.

    면담을 몇 번 해보니까 부모님이 사이가 무척 안좋으셔서 (어릴때부터) 싸울때마다 이혼이혼 하셨나보더라구요. 아버지가 무척 폭력적이구요. 그 아이가 눈물 흘리며(남자앱니다) 했던 말이 기억나요. "차라리 우리 부모님이 이혼했으면 좋겠어요. 매일 이렇게 엄마아빠 이혼할지도 모른다고 불안에 떨면서 사는거 보단, 그게 나을거 같아요."

    아이한테 젤 안좋은건 '불안감'이라고 전 생각하거든요...
    더군다나 그 아이도 아버지가 살림 때려부수는걸 많이 보고 자라서인지,
    자기도 모르게 화가나면 학교기물을 부숴요. (유리창. 의자. 책상 몇개씩 부쉈습니다)
    얘기해보면 욱하면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된대요. 아버지 때문에 자긴 절대 안그러겠다고 다짐했는데 화가 나면 못참겠다고 하더라구요. 물론 그 아이의 변명이기도 합니다마는...
    (그런거 보고 자라도 절대 안그러는 사람은 안그러거든요)
    어쨌든 부모의 싸우는 모습, 폭력적인 모습을 보고 자라는 것 보다는 엄마가 혼자 키우는게
    아이의 정서에는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그 아이를 보면서 많이 들었어요.

    결국 그 아이는 큰 사고치고 다른 학교로 전학가고 말았지만.....

    다른 것 보다 '아이를 위해서' 어떤 것이 더 좋은 것인지 참고하시라는 의미에서 썼습니다.

  • 6. 저또한 익명
    '04.5.30 1:49 PM (81.182.xxx.204)

    저희 남편은 남들이 다 알아주는 '사'자 들어가는 직업입니다. 돈보다는 명예로 살아가는...
    싫다 싫다 하는 제가 결국은 이 사람과 결혼하기로 맘을 먹었지만 사는 내내 갈등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저밖에 모르는 사랑많은 남편이지만 한번 자기 비위에 아니다 싶으면 미친 개처럼 변합니다. 그 포악함과 앞뒤 못가리는 용광로같은 분노는 곁에서 보기에도 무섭습니다. 밖에서 다른 사람에게 또 저에게 ...
    살면서 변하고 바뀌는 건 사실입니다. 물론 더 좋아지고 열번 화낼걸 한번만 화낸다든지...
    지금 부부 사이도 꽤 좋습니다. 남편이랑 같이 오래 오래 같이 행복하게 살았음 좋겠습니다.

    근데 결론은... 내 아이에겐 대물림 원치 않습니다. 나같은 삶 살기를, 참고만 지내기를 가르치진 않겠습니다. 이혼이 능사는 아닙니다만 인간답게 더 나은 삶 더 행복한 삶을 누리고자 결혼하는거 아니겠습니까?
    님도 앞으로 10년만 더 겪으시면 심신이 만신창이가 될겁니다. 지금의 저처럼...
    힘든 10년을 더 참아야 한다고 누가 감히 말 할 수 있을 것이며 10년후엔 지금보다 나아질거라고 누가 보장을 하지요?

  • 7. 나도 익명으로
    '04.5.30 1:58 PM (211.210.xxx.20)

    아이위해서 산다는 생각은 잘못 된 것 같군요.
    편부모 슬하 아이보단 싸우는 부모래도 양부모하에 자라는 아이가 정서적으로 더 안정적이라는 그 연구결과가 어디서 나온지 모르지만 전 그말 100% 안 믿습니다.
    제 아는 사람(네, 솔직히 시누이입니다.)겉으로봐서 정말 나무랄대없는 남편만나 결혼했습니다.
    임신5개월때부터 맞았더군요.
    죽으라고 목도 졸리우고...(어리석은 친척들 그게 목졸려생긴 멍이 아니고 키스마크인줄 알았답니다.)
    맞아 몸에 상처가 나면 친정출입을 안하고 그냥 잘 지낸다고 안부전화만 해서 그런가보다하고 지냈습니다만 결국 결혼 7년만에 들통이 났지요.
    알고보니 그 아버지가 그렇게 한번 화나면 정신 못차리고 던지고 때리고 부수고...
    결국 오빠들이 데리고와서 이혼시켰습니다.
    시누이 남편이었던 사람 삼형제중의 장남인데 결국 그 형제 셋다 그이유로 이혼하더군요.
    아이는 부모보고 자랍니다.
    님의 남편같은 아버지를 보고 님의 아이가 뭘 배우겠습니까??
    그래도 난 잘 키울수 있다, 그런 애 안만든다 하시겠지만 죄송합니다만 아니올시다네요.
    아버지의 영향이란게 얼마나 큰줄 아십니까??
    아이를 위해서라도 갈라서라고 권합니다.

  • 8. 익명..
    '04.5.30 2:02 PM (211.118.xxx.19)

    폭력 절대로 해결안됩니다...그리고 배우자를 때리는 부모를 보며 자란 아이는 잠재의식속에 폭력성향이 내재되있어서 당장은 때리는 부모쪽을 미워하지만 자신도 결혼후 배우자에게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끄러운 말씀이지만 저희 아버지는 술도 안드시지만 어머니랑 싸울땐 폭력을 쓰셨습니다. 저부터도 젤먼저 기억나는 어릴때기억이 아버지가 어머니 때리는 거였습니다. 철들면서 어머니보고 제발 이혼하라고 그렇게 살지말라고 말씀드렸었지만 자식땜에 참는다면서 30년을 그렇게 맞고 사셨습니다. 결국엔 자식들이 참다참다 이혼안하면 어머니도 안본다고해서 작년에 이혼하셨습니다. 아버진 결혼안한 자식들도 있는데도 위자료한푼 못준다고 하시더군요. 물론 자식들은 모두 어머니랑 같이 산다고 했구요. 저희들 돈은 상관없다고 이혼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혼하신후 어머니 정말 편하게 잘지내십니다. 매일들리던 싸움소리 안들리니 정말 살것같고 즐겁습니다. 차라리 더 일찍 이혼하셨으면 좋은분 만나 재혼하실수도 있었을텐데 지금은 나이드신후 이혼하셔서 오히려 서글픕니다.

  • 9. 너구리
    '04.5.30 2:29 PM (211.242.xxx.123)

    알콜 중독을 상당히 중증의 질병으로 생각하시지만, 술 마시고 필름 끊길 정도 되면
    알콜 중독입니다. 폭력성향도 거기 따라오게 마련이구요.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게 맞는 이야기 일 듯 합니다. 시부모님이나 아니면 남편분께서 개선할 생각이나 노력이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전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군요.

    알콜에 이은 습관성 폭력은 날이갈수록 심해지게 됩니다.
    중독 증세는 더더욱 심해질거구요.
    술 좋아하는 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는 딸 낳으면 술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절대 시집 보내지 않을 생각입니다.

    나아지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정신과 치료등의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술주정 하는 남편이 물건 부수고 잠든 날 부인이 맛좀 보라며 집안을 완전 뒤집어
    버린 뒤에 아침에 남편이 일어나면 기억 안 나냐고 어제 당신이 그런거라며 뒤집어 씌우는
    충격요법도 들은 적이 있던데요. 어쨌거나 본인이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개선은
    기대하기도 힘듭니다.

  • 10. 동경미
    '04.5.30 4:58 PM (221.147.xxx.182)

    그렇지 않아도 심란하신 마음에 도움이 될만한 얘기일지 모르겠지만...저는 님께서 이혼이냐 아니냐를 생각하시기 이전에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가지시고 그 이후에 이혼에 관해 생각하셨으면 어떨까 싶네요. 결국 님의 인생은 님께서 사시는 것이지 누구를 위한 것이라는 말은 거짓말이거든요. 아이를 위한다지만, 사실 그것도 깊숙히 파헤쳐본다면 나의 마음에 자책감이 들게 할 이유를 없애기 위한 것이지요.

    알콜중독은 심각한 병입니다. 하지만 절대로 중독자 혼자의 이유에 의해 악화되지는 않습니다. 반드시 곁에 있는 배우자의 무의식 중의 도움(?)과 허용때문에 심각한 정도에 이르게 된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남편의 허물이 가장 두드러져보이지만 사실은 그 행동이 멈추지 않게 하는 아내의 역할도 있게 마련입니다. 어느 인간이나 누울 자리를 보고 자리를 편답니다. 남편의 행동에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저는 님께서 그 정도까지 허용하시고 살아오신 점이 분명히 있으리라고 봅니다.

    왜 나쁜 행동이라는 걸 알면서도 참아주고 허용하게 되는 걸까요? 그것은 님께서 자라면서 보고 배운 것 때문입니다. 친정 부모님의 불화를 언급하셨지요. 친정이 화목하다면 이혼을 생각하시겠다고 하셨고요. 결혼하면 출가외인인데 친정의 화목여부와 나의 결혼생활은 사실상 무관한 것이 정상적인 사고이거든요. 친정부모의 불화를 보고 자라는 성장과정을 통해 가정, 아내와 남편, 나 자신을 보호하는 법 등을 제대로 보고 배울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은 결혼 이후에도 친정과 나를 분리시키는 일이 쉽지만은 않답니다. 자세히 언급하지 않으셨지만 친정부모님께서도 혹시 비슷한 문제로 갈등을 겪으시지는 않았는지 궁금하고요...

    너무 가슴아픈 연구결과이지만...알콜뿐만 아니라 모든 중독 문제로 갈등을 겪은 가정의 아이들의 많은 경우가 그대로 영향을 받습니다. 남자 아이들은 부모의 중독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다른 중독으로 고생하게 되고, 여자 아이들의 경우는 어떤 의미에서는 더욱 심각합니다. 부모의 중독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그런 꼭같은 문제를 가진 배우자를 고르게 됩니다. 처음에는 중독문제가 없었던 배우자가 그런 가정에서 자란 아내의 영향에 의해 중독에 시달리기도 하고요.

    중독이 있는 가정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상대방 배우자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쳐 때로는 중독으로 이끌어가는 문제를 일으키는데, 이 영향력이란 자신이 새롭게 만든 가정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정상적으로 해내지 못함을 말합니다. 아내가 아내로서 기능을 못하고 남편이 남편으로서 기능을 못하는 거지요. 집에서 살림하고 밖에서 돈벌어오는 것이 기능의 다가 아니잖아요. 가장 큰 문제는 배우자를 믿어주고 마음을 열고 사랑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랍니다. 부모의 불화를 지켜보면서 세상을 불신하게 된 아이가 배우자를 믿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럼 그 불신을 겪는 상대 배우자는 말로 하지 않아도 그걸 느낀답니다. 이유없이 온전한 신뢰를 얻어내지 못하는 배우자는 결국 도피처로서 중독 등의 이상행동을 보이게 된다는 거지요.

    다소 마음 상하는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님의 어린시절과 남편과의 관계등을 다시 한번 돌아보세요. 이혼하면 지금 남편은 안볼 수 있겠지만 그걸로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기에 본인의 문제부터 먼저 파악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그야말로 이혼하시고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된다 해도 중독과 연관되지 않은 사람을 고를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요. 본인의 문제를 아셔야 아이에게 물려주지 않을 수가 있고요.

    남편의 알콜 문제는 절대로 혼자 힘으로 감당하실 정도가 아닌 것같습니다. 전문기관의 도움을 반드시 받겠다는 것에 서로 합의하실 수 있게 유도하시고 폭력이 있을 때에는 아이와 함께 피하시는 것이 현명한 일입니다. 절대로 폭력 시레 남편을 자극하지 마세요. 많은 여자분들이 실수하는 부분입니다. 피하시는 것이 상책입니다. 술에 취했을 때에는 맞서서 님의 의견을 이해시키려 하지 마시고 대충 비위 맞춰주시고 아이 앞에서 폭력이 일어나지 않게 하시는 게 아이를 진정으로 위하는 길입니다...

  • 11. 제 생각에...
    '04.5.30 5:05 PM (221.138.xxx.104)

    "내가 그렇게 나쁜 놈이냐? 내가 그렇게 잘못 한 거냐?"
    이 말을 계속 반복한다는 건 혹 님께서 누군가에게 남편 얘기하는 것을 들으신 건 아닐까 의심이 들게 합니다. 아님 친정식구들이 남편분께 이런 언질을 주었거나...
    맘이 약한 인간들은 술의 힘을 빌어 평소에 못한 말을 하니까요...

    위에 동경미님께서 좋은 말씀 하셨으니 잘 생각해 보시길...

  • 12. 김혜경
    '04.5.30 9:34 PM (211.178.xxx.239)

    참 마음이 아프네요..주사에, 폭력에...주사에 폭력을 쓰는 남편과의 결혼생활은 잘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요? 아이의 장래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선은 본인의 행복도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동경미님 글 잘 읽어보시고...현명하게 판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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