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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요리.

조회수 : 947
작성일 : 2004-05-27 11:33:30
간간히 들르면서 눈팅하는 자취생이예요.
어제 일기랍니다^^;

요리에 관심이 있었던건 무척 어릴 때 부터였다 - 꼬물꼬물 만드는게 재밌잖은가. 하지만 우리밀, 변산 공동체, 한살림, ORGA, 비싸도 한 번 더 눈길 주는 유기농에 대한 집착은 후천적인 것이다. 유난히 심한 아토피 때문이다.

대학 와서 제일 처음 빌려봤던게 '자연치유(맞나;?)'라는 책이었다. 꽤 두꺼운 책이었고 내용은 뚜렷이 기억나진 않지만 대체의학에 중점을 둔 책이었다.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건강하게 산다는게 어렵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다음에 빌려본 책은 일본인이 쓴 책이었다. 아예 물좋고 산좋은 데에다 아토피 전문 병원을 지어놓고 자신이 개발한 방법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아토피 당사자다보니 그 책의 내용들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몸의 독소를 배출한다느니, 환경 오염 지대에서 살면 다시 재발한다느니 하는 말은 도움이 됐다기 보다는 나를 더 슬프게 만들었던거 같다. 배독요법은 정말 무섭다.
그렇게 피부병 때문에 책도 읽고 자료도 찾고 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환경에 대한 관심도 같이 커진 것 같다. 내가 환자라 문제의식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20년 전에 태어난 내가 인공적 환경조작의 피해자라면, 지금 태어나고 있는 아이들은 오죽하겠는가? 내가 가장 소스라칠 때는 병이 깊어 마음까지 아픈 사람들을 볼 때다.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안될텐데.

긴 하숙 기간이 끝나고 자취를 시작하면서 좀 더 양질의 식사를 해야겠다는 결심에 나름대로 이것저것 해먹어 봤고 82쿡에 빠지면서는 짝퉁이지만 이지쿡까지 장만하는 등-_- 밀가루 음식 안에서 헤엄치고 있다.
생각해보면, 요리라는 것은 먹거리를 잘개 쪼개어 공기에 노출시키고, 물에 담그고, 열을 가하고, 다른 먹거리와 섞는 행위의 연속이다. 뭐 아시겠지만 이러한 과정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먹거리 안에 있던 영양소는 파괴되고 손실된다. 요리에 사용되는 온갖 화학 조미료들은 더욱 걱정스럽다. 가장 기초적인 조미료인 소금 설탕 같은 것부터 케첩이나 각종 소스들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이 있는가 말이다.
게다가 아토피 환자는 사실 먹을 수 있는게 별로 없다. 아니,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밀가루, 화학 조미료, 농약, 기름, 카페인, 알콜, 니코틴(이건 아니고), 자극적인 음식, 유제품, 달걀, 심지어 백미도 먹지 말라고 하니-_-;; 아토피 자녀를 가진 어떤 집은 아이에게 조밥에 감자를 먹인다나 뭐라나;;

집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비싼 밥값을 줄여보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화학 첨가제 없는, 농약 함유량이 적은, 금지 식품이 아닌, 음식을 먹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 내 식단을 보면 집에서 먹는다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를 붙인건 밀가루 요리들이고, 집에서 하는 밥반찬들 역시 밖에서 먹는 음식과 무엇이 다르냔 말이다. 학교 식당에서 쓰는 식용유와 내가 쓰는 식용유가 무엇이 다를 것인가.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긴 하다. 유기농이라는 말이 붙으면 가격이 두 배 세 배로 뛰어버리니 이건 감당이 안된다. 만 육천원이라는 딱지가 붙은 유기농 간장은 참 좌절스러웠다.

결론은, 앞으로는 식단을 좀 짜가면서 반찬을 해먹어야겠다는 거다. 재미 붙인 간식류를 조금 멀리하고, 내게 건강한 밥반찬이 되어줄 음식들을 찾아 그들에게 재미를 붙여야겠다. 될 수 있는 한 유기농을 찾을 것이고, 가공을 많이 하지 않는 요리를 우선시하게 될 거 같다.


앞으로는 반찬 레시피들을 열심히 찾아보려구요^^*
IP : 211.110.xxx.233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빈수레
    '04.5.27 1:00 PM (218.235.xxx.106)

    아토피가 심하신가 봅니다....도움이 될까하여, 울아들 취향의 반찬을말하자면...

    초록색 나물, 그릴에 구운 흰살생선(기름, 전혀 안바릅니다), 생오이, 껍질째 먹는사고(를 과일 중 젤로 좋아합니다 -.-;;), 마늘반찬....
    새우도 그릴에 굵은소금 깔고 구운거....

    물론 아직 아이이므로, 과자도 좋아하고(새우깡), 가끔씩 탄산음료도 먹고 싶어하고, 라면을 얼마 전부터는 생라면 뜯어 먹는 걸 알아서 집안에 비상식량으로 두세 개 쟁여두는 라면의 씨를 말리기도 하지마는.....

    전형적인 토종 한국식단으로 꾸미시면...좀 나을 겁니다. ^^;;;;

    아, 전, 엄마인 제가 편할라고.....가끔식 키 커야한다는 핑게로 고기도 강제로 먹이곤 합니다, 고기반찬하면...김치만 놔도 되잖아요...-.-;;;;

  • 2. 빈수레
    '04.5.27 1:02 PM (218.235.xxx.106)

    으아, 이 얘기가 아니었는데. -.-;;;
    기름이나 간장 등등이 부담스러우시면, 그릴사용을 적극 이용하라는 말을 할려고 한거였는데. -.-;;

    짝퉁이지쿡이, 오븐처럼, 그릴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이지요, 아마? ^^;;;

  • 3. 신유현
    '04.5.27 6:56 PM (211.189.xxx.180)

    싱님, 저 카피해놨어요. 근데 주소가 지워져서 못보내고 있는데, 다시 쪽지 주세요.

  • 4.
    '04.5.27 11:12 PM (211.110.xxx.233)

    빈수레님 감사합니다 :D 앞으로는 반찬을 이지쿡에서!
    유현님~ 쪽지 보냈어요~ 감사해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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