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특집으로 kbs에서 '그대 고향에 이르렀는가'라는 제목으로 '청화' 스님의 일대기를 방영하였습니다. 40년을 토굴에서 생활하면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 스님의 고귀한 행적이 속세에 사는 저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또 공부가 가장 행복한 생활이었고 종교의 교파를 떠나서 생명이라는 고귀한 진리 앞에 하나가 되기 위해서 노력한 스님의 일생은 불교에서 말한 '고'의 차원을 넘어선 '감동'이었습니다.
이제는 아픔도 사랑하고 싶다
나를 버리는 것이
나에게 큰 죄인 줄 알면서
항상 나는 나를 버렸다.
쓰레기를 대하듯
못볼 것을 보듯
버려도 버려도
비참한 모습으로 내 곁에 서서
울고있는 나를
메조히즘의 쾌감을 느끼며
나는 나를 버렸다
영혼이 바람에 쉽게
쓸려 나가고
사랑은 그리움만 남기고
자취를 감추고
문득 어느 날
그렇게 평범한 날
나는 내가
나를 버리고 있다는 것을
느. 꼈. 다.
아니
버.려.지.고.있.었.다.
세월이 흘러도
잔해로만 남는 '나'인 것을
모든 것이 떠나도
마지막 바람막이는
'나'인 것을
이제는 이 아픔도 사랑하고 싶다
이 아픔의 근원도
'나'라면
이제는 사막의 모래가 될지라도
이 아픔을 사랑하고 싶다
20여 년 전부터 제가 꾸준히 실천하려고 노력한 것은 하루에 책 1권 이상 읽기 입니다. 지식에 굶주린 사람처럼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읽기는 계속 되었습니다.
책읽기는 제 삶이었고 제 생활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같기도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살든 그 모든 것이 제 인생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은 변함 없으니까요.
저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깨달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리가 무엇이고,참이 무엇이고,철학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깨달음을 얻고 싶습니다. 욕심이기도 하지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보편타당한 깨달음을 얻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갈수록 허무해지고 가슴은 텅비어 가는 생활 속에서 깨달음마저 없다면 견딜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요즈음은 화두를 찾아 명상에도 빠져 보고
기수련을 통해 마음을 비우고 사물을 새롭게 보기 위해서 노력도 해봅니다.
오늘은 성철 큰스님의 책을 읽다가 '무기공(無記空)'이라는 단어에 가슴이 뜨거워
집니다. 참선하는 스님에게 오는 마지막 장애가 무기공이라고 합니다.
화두는 들리지 않지만 마음이 전과 비교하여 그렇게 편할 수가 없고 그래서 자신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착각에 빠지고 그 착각에서 벗어나기가 힘든 가장 경계해야
할 장애의 경지라고 합니다.
화두가 없는 무기공은 참된 경지가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깨달음의 경지는 지극히 편안하고 행복한 경지가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지금까지 제가 추구해온 깨달음의 경지가 큰스님이 경계하신 무기공의 경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인생을 살면서 숱하게 주어지는 화두를 피하고
그냥 내 한몸 편하고 행복하면 된다는 경지를 추구한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그대 고향에 이르렀는가 - 무기공(無記空)
귀여운토끼 조회수 : 895
작성일 : 2004-05-26 23:36:54
IP : 221.153.xxx.41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김혜경
'04.5.27 10:23 PM (218.237.xxx.249)인간극장 꾸러기 스님편 보셨어요? 어찌 눈물이 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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