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형 김현승 시인은 '고독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 나라에서 몇 안되는 커피의 참 맛을 아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새벽 어스름에 창문을 열면 밤사이 잠자고 있던 알싸한 향기가 밀물처럼 들어 옵니다.
아침 햇살은 눈가로 흩어지고 늦은 봄 바람은 가슴에 잠시 머물다 여운만 남겨 놓고
떠나는 시간에는 은은한 향을 음미하며 커피를 마십니다.
너무 진하지 않은 향기를 품은 커피 한 잔이 곁에 있으면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은 행복이 찾아 옵니다.
세상사 걱정 근심 잠시 접어두고 향에 취해서 과거로 미래로 시간 여행을 떠납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바이올린의 선율이 있으면 더욱 좋은 분위기를 맛볼 수 있습니다. 옛 선비들이 차 한잔과 인생을 담은 시조창 한소절로 흘러가는 세월과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의 야속함을 바람결에 흘려 보내는 것 처럼 오늘 아침은 저도 그런 낭만을 즐기고 싶습니다.
김현승님의 시를 읽다 보면 마디마디에서 커피 향기가 묻어 나옴을 느낍니다.
목사님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교회를 거부하고 고독에 묻혀 사는 인간적인 모습에 감동을 느낍니다.
그러나 시에 나타난 예수님의 모습은 추상적인 단어의 나열이 아니라 너무나 사랑하기에 곁에 두고 볼 수 없는 연인과 이별하는 피맺힌 아픔의 단어가 느껴집니다.
절대고독
- 김 현 승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영혼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하품을 하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아름다운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나는 무엇인가 내게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스한 체온을 느낀다.
그 체온으로 내게로 끝나는 영원의 먼 끝을
나는 혼자서 내 가슴에 품어준다.
나는 내 눈으로 이제는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 끝에서 나의 언어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며,
꿈으로 고인 안을 받친 내 언어의 날개들을
이제는 티끌처럼 날려 보낸다.
나는 내게서 끝나는
무한의 눈물겨운 끝을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더 나아갈 수 없는 그 끝에서
드디어 입을 다문다-나의 시는.
저는 지금 커피 한 잔을 가슴 깊이 음미하고 있습니다.
커피의 따뜻함과 은은한 향기가 주위를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시간 만큼은 다른 그 무엇이 부럽지 않은 저만의 행복을 느끼고 싶습니다.
되도록 조금만 커피를 입안에 머물게 하고 향기를 즐기고 있습니다.
눈을 감고 있으면 세상 모든 것이 보이지 않아 더욱 행복하답니다.
제 마음을 담은 '커피에게 바치는 시'입니다.
읽으시면서 커피 한 잔 드세요.
커피
향기만으로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고
잊혀져 가는 추억도
유채화나 수채화로 가슴 속의 화폭이 되어
세상을 새롭게 본다.
따스함으로
외로움에 지쳐 식어가는 가슴에
사랑의 눈물을 만든다.
혀 끝에 감도는 젖은 쓴 맛을
입안 가득히 음미하며
못다한 이야기는 꽃으로 남겨둔다.
식어가는 찻잔을
뛰는 가슴으로 바라본다.
달려온 길은 어제와 다름없는데
안개같은 세상에 홀로 버려져
인생을 이야기한다.
빈잔에 추억 하나 담기도 하고
가끔은 사랑이나 슬픔도 담고
짧지만 긴 시간을
인생의 여운으로 남겨 놓는다.
버리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는 욕망도
찰나의 행복으로 생각하고
짧지만 긴 시간을 너와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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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참 맛을 찾는 사람을 위하여
귀여운 토끼 조회수 : 936
작성일 : 2004-05-25 08:08:59
IP : 211.57.xxx.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프림커피
'04.5.25 10:11 PM (220.95.xxx.56)읽으면서 커피 한잔했슴다.....
분위기 좋아지네요...제가 좋아하던 시...2. 나르빅
'04.5.25 11:22 PM (211.160.xxx.2)문학소녀시군요~ 좋은 시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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