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주말이 지나고 새로운 한 주의 시작입니다.
월요일 아침이라 활기차야 함에도,
직장인의 월요병처럼, 또는 긴 여행을 하고 돌아온
사람처럼, 몸이 좀 무겁네요.
실은 주말에 일이 좀 많았습니다.
우선 토요일 오전엔 된장과 간장 그리고 고추장을
독에서 조금 떠서 용기에 담았습니다. 냉장고에 보관할 수
있을 정도로 몇 개만 담았지만, 그 맛이 어떨까 긴장이 되어서
큰 일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맛이 어떠냐구요?
조금 자랑하자면, 민박 손님께서 기존에 사먹고 있는 재래된장보다
훨씬 맛있다며, 사가시더군요. 그러니, 용기가 납니다.
저는 제가 만든 된장과 기존에 먹고 있는 된장 그리고 마을 할머님들께서
주신 된장을 수도 없이 찍어서 맛보기를 여러 번 했습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당연히 제 된장이 맛있었지요. 물론 아주 주관적인
관점이지만, 작년에 돌아가신 마을 한 할머님께서 주신 된장과
청간장(맑은 간장)이 참 맛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할머님께 된장
만드는 법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며 머리 속에 기억해 둔 것이
있는데, 그걸 염두에 두고 또 장 만들기를 오랫동안 해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허투루 넘기지 않아서인가 그 할머님 된장과 간장만큼
맛이 납니다. 이렇게 말해도 되겠지요?
"청출어람 이청어람 (靑出於藍 而靑於藍)" ㅎㅎㅎㅎ
이제 막 시작한 민박!
시작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젊은 분들은 관광이 목적이어서 인지, 주로 오후 늦게
저녁식사와 잠만 자고 일찍 떠나지만, 가족단위로 오시는
분들은 주변을 산책하고 마당에서 식사도 하며,
밤에는 초롱초롱한 별들도 보고, 계곡이나 강에서 잠깐씩
물놀이도 하고, 저희 개들과 어울리며
하루를 그야말로 전원에서 푹 쉬다가 가십니다.
번잡한 관광지가 아니어서 좋다고도 하시고,
마을이 참 아름답다고도 하시고......
여행오신 분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저도 마치 여행 온 기분마저 듭니다..
손님들께서 모두 집으로 돌아가시고 난 월요일,
정말 긴 여행지에서 돌아온 것처럼 노독에 몸이 조금 피곤합니다.
노독을 풀 겸, 그 여행지에서 어슬렁거려봅니다.
가까이에서 보이는 산에는 이미 녹음이 그득합니다.
이제 산으로 올라가 산 속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일이 좀 힘겹습니다.
엊그제 남편과 함께 취와 고사리를 캐러 윗산에 올랐다가
이 나물 채취는 올해로 이것이 마지막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고사리 순이 올라오는 것도 있으나 풀이 우거져 찾기가
힘들고, 어느 틈엔가 스르르 나타나는 뱀 때문에
흙이 안 보이는 땅은 밟기가 조금 겁도 납니다.
저희 텃밭에서는 연한 상추들이 앞다투어 자리를 자치하려고 애쓰고,
어느 틈엔가 토마토 줄기가 굵어져 작은 열매가 달렸으며,
"자주꽃 감자는 자주 감자.~~~♪♬~~"라고 읍조리는 감자꽃이 많이 피었습니다.
한 일주일 전에, 고구마 순을 밭에다 심는 걸로 텃밭에 모종심기는 끝났고,
작물을 돌보고, 거두는 일이 남았지요. 고추와 상추, 토마토, 그리고 오이에
지지대를 세우면 크게 돌 볼 일은 없고, 잘 크고 있나 눈맞추는 일이
남아있습니다. 보통 엄마들이 아이들이 학교갔다 집에 돌아와서
인사도 없이 눈도 안 맞추면 서운하듯, 작물들도 가끔은 둘러보며
눈맞추기를 해야 안심이 된답니다.
빨리 지나지 않았으면 하는 나물철도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 가버린 듯, 아쉽지만,
세월은 어차피 흐르는 물과 같아 돌이킬 수 없지요.
대신 둥근 나이테 만드는 계절이 우리 앞으로 흘러가고 있답니다.
그 나이테 속에 올 한해 인고의 세월이 영원히 간직되었으면 합니다.
정말 인내해야 하는 苦生이 高生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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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출어람?
쉐어그린 조회수 : 887
작성일 : 2004-05-24 17:07:48
IP : 218.146.xxx.85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치즈
'04.5.24 5:15 PM (211.194.xxx.225)벌써 손님들이 다녀가시는 군요..
여행오신 분들과 더불어 여행에 나선 기분이 든다고 하시니 부럽습니다.
이미 高生 하시고 계신거 같은데요.^^*2. 쉐어그린
'04.5.24 5:17 PM (218.146.xxx.85)부러우세요? 근데, 조금 몸은 피곤하답니다.
정말 高生일지 걍 우물안 인생일지....
그리 좋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3. jasmine
'04.5.24 6:34 PM (218.238.xxx.157)저, 가고 싶은데....어디인지 알려주시겠어요?
전, 나이가 많은 관계로....산책하고 별도 볼래요...^^4. 쉐어그린
'04.5.25 8:34 PM (211.35.xxx.88)jasmine님! 경남 함양입니다. 지리산 근처이고요. 홈에 한번 오시면 오시는 길이 있어요. 오시면 저에겐 영광이겠네요. 82cook의 유명인사가 오신다고 남편에게 자랑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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