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저도 덩달아 선생님에 얽힌 이야기

키세스 조회수 : 923
작성일 : 2004-05-19 12:44:22
저도 웃기는 선생님에 얽힌 이야기 하나... ^^

그 전에 한 가지 밝혀 둘 것은 제가 만난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매우 훌륭하신 분 몇 분과

교사라는 직책에 충실한 건전한 직장인 대부분과

솔직히 인격형성이 심하게 덜된 열댓 분, 이렇게 세 부류로 나눠집니다.


특히 저의 초등학교 오 학년 때 담임선생님...

정말 저를 사랑해주셨습니다.

엄마가 학교에 찾아오고 그런 아이가 아니라

아빠의 암수술로 집안이 경황이 없어 제대로 챙김을 받지 못하는 아이였거든요.

철이 없어 숙제도 잘 안 해가던 저를 여러모로 어찌나 살뜰히 챙겨주셨는지... ㅠ,ㅠ

그 시절에 우리 선생님 만난 거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쓰다보니 눈물이 나네요. ㅠ.ㅠ


이야기를 바꿔서 웃기는 선생님 한분... ^^

3년 내내 가정선생님이셨어요.

아줌마 선생님이셨는데 좀 속물적인 분이었어요.

담임을 안 맡으니까 생길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있는 집 아이들을 심하게 편애하셨어요.

옷 입은 거 보고 대략 가정형편을 짐작한 것 같아요.

수업시간이나, 복도에 지나가는 아이 불러 세워서 뒷덜미의 라벨을 뒤집어 어떤 브랜드 옷

을 입었는지 보는 것쯤은 아무 일도 아니었어요.

3년 내내 저희 반에서 그 선생님의 편애를 받던 아이는... 바로 저였답니다. 휙 =33

돌 던지지 말고 들어보세요. ^^;;


그 선생님의 기억에 의하면 제가 첫 수업시간에 짙은 감색 디바이디드 스커트(대부분의 사

람들은 치마바지라고 하지요? -_-;;)에 하늘색 레이스 달린 블라우스을 입고 있어서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고 하시더군요.

저도 그날 기억이 납니다.

가디건 벗겨보고 그 치마바지까지 들춰보고 난리도 아니었거든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청바지, 면바지를 입고 다닐 때 조금 튀고 예쁜 옷이긴 했어요.

저도 그 옷을 처음 입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았거든요.

ㅋㅋㅋ 사실 그 옷은 저의 이종사촌언니 옷 물려 입은 거랍니다.

워낙 옷에 관심 많은 이모의 무남독녀 외동딸이라 예쁜 옷도 많았고, 그 옷은 특별히 의상

실에서 맞춘 옷이었어요.

원래 언니는 친가 쪽 다른 사촌에게 옷을 물려주는데 이 옷이 하도 예뻐서 우리 엄마가 거

의 뺏다시피 해서 쟁취한 거였어요. ^0^

멋진 남자 선생님도 아니고 평도 별로 안좋은 그 선생님의 편애를 받는다고

별로 좋은 일이 생기는 것도 없어서 다른 친구들은 편애를 받건 말건 별 상관하지 않고,

그 선생님 수업이 끝나기만 하면 그 속물적 행동들에 분노하고 농담하고 그런 정도였어요.


그런데 저는 정말 손재주가 없거든요.

목도리를 짜면 직사각형이 아니라 사다리꼴이 되고

바느질 같은 거 별로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아요.

그런데 가정(?가정인지 가사인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두 과목 다 이 선생님이 맡으셔서...)

과목은 실습을 많이 하잖아요.

대강대강 만들다가 검사 받을 때는... ㅋㅋㅋ 다른 학교 다니는 제 친구 것 빌려다 냈습니

다.


사실 초등학교 때부터 방학일기를 베끼곤 했었답니다.

그 애는 방학 하자마자 일기를 다 써놓고 ㅋㅋ,

저는 개학식 며칠 전에 그거 빌려다 일기를 썼는데

내용이라고 해봤자 저랑 같이 놀았다는 게 대부분이어서

그냥 제 이름자리에 그 애 이름을 쓰기만 하면 완벽했어요. ^^;;


가정 실습물은 정말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그 애 집에 놀러갔다 너무 잘 만든 거에 눈이 어두워... --;;

지금은 후회한답니다.

그때 열심히 잘 배워놨으면 여러모로 유용할 것들도 있었거든요.

그 학교 진도가 우리보다 빨랐고 몇 번 그러다 보니 습관이 되어

더 대충대충 만들게 되더군요.


다들 학교 때 반소매 블라우스도 만드셨죠?

저도 처음에 할 때는 열심히 하다가 중간에 지겨워서

또 친구 것 빌려서 낼 생각에 게으름을 피웠답니다.

블라우스 검사 전날 친구한테 달라고 하니까 세상에 @,@;;

사분의 일 축소한 블라우스를 주는 거예요!!!!

우리는 내일 그 블라우스 입고 검사 받는데... --;;


어쩔 수 없지요.

불 밝히고 밤 새워 바느질을 했습니다.

새벽에야 겨우 완성했답니다.


가정 시간 직전

다들 자기가 만든 블라우스로 갈아입었어요.

그런데 제 짝지가 그러대요.

“ㅇㅇ아 어깨가 비뚤어졌어!!!”

--;; 역시...

제가 그렇지요.

전부터 누누이 말했지만, 몸치, 길치, 음치, 박자치, 사고뭉치(ㅍㅎㅎ)랍니다.

그런 제가 급하게 밤을 새워 만들었으니... --;;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와 이리 땡기고 저리 땡기고...

이러면 빵점이라고 걱정하면서 겨우겨우 어깨선에 갖다가 맞췄어요.

선생님 들어오시고 일번부터 다섯 명 나오라고 하시더군요.

꼼꼼히 살펴서 이거 잘못됐다, 저거 잘못됐다 조목조목 따져서 점수를 팍팍 깎더군요.

얼마나 쫄아 있었는지... --;;

제 짝지는 자꾸 뒤로 넘어가는 제 어깨선 바로 잡아 주느라 바빴구요.


드디어 제 차례... --;

주르르 서 있는데 선생님이 말씀하시더군요.

“역시 넌 ..., 너무 잘했어!!! 난 네가 이렇게 잘할 줄 알았지... 등등” 0.0;;

칭찬의 향연이었습니다.

차마 삐뚤어진 거 바로 잡아서 입고 있다고는 말을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어요.

한술 더 떠서 아이들에게 보라고 이야기까지... ㅠ,ㅠ


그날 저 혼자 만점 받았습니다. --;

수업이 끝난 후 아이들은 난리가 났지요.

아악 어떻게 이런 일이!!!!! 이럴 수는 없다구!!!!

당연히 이런 반응이었어요.

그래도 애들이 착해서 저한테 뭐라 하지 않고 선생님의 눈만 탓하더군요.

요즘 애들 같았으면 선생님께 일러주는 아이들도 있었을텐데 그렇지도 않았구요. ^^;

웃기는 것은 그 삐뚤어졌던 어깨선은 그때까지도 멀쩡했답니다.

제가 얼마나 쫄아 있었는지 아시겠죠? ^^;
IP : 211.176.xxx.151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벚꽃
    '04.5.19 12:59 PM (211.229.xxx.118)

    글을 읽다보니 전 슬픈 생각이....ㅠ.ㅠ
    중학교 2학년때 가정시간에 블라우스(반소맨지 민소맨지 아리송)
    를 만들때였는데

    엄마한테 천 사야 한다고 돈을 달라고 했더니 ㅠ.ㅠ
    돈 없다고 집에 있는 천중에 아무거나 던져 주셨습니다.

    그래서 기냥 그걸 가지고 만들었는데
    이건 수업시간에만 만드는 거였거든요.
    다 만들어서 제출했는데 선생님이 이거 누가 만든 거냐고
    묻는거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만들었다 했더니
    이런천을 가지고 이렇게 잘만들었다고 칭찬해 주시더라구요
    그 천이 일반 면이 아니고 까끌까끌한 천인데 가위로 자르면
    실밥이 자르륵 떨어지는 그런 천이었거든요.

    그리고 또다른 기억하나!
    또 가정시간인데 이건 중학교 1학년때였던거 같네요.
    수놓는 천이 필요해서 엄마한테 돈을 달라고 했더니
    엄마 또 농에서 누런 광목천 같은 뻣뻣한것을
    주면서 여기다 해라 하셨습니다ㅠ.ㅠ

    다른 친구들은 하얀 면천 사가지고 하는데
    그치만 어쩌겠습니까
    그냥 그 누런 천에다 수를 놨는데
    (이것도 수업시간에만 하고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이 거둬 가시곤 하셨습니다.)
    이게 천이 뻣뻣하다보니 수가 오히려
    더 예쁘게 놓아지는 거예요.
    그래서 오히려 최고점수를 받긴 받았는데....

    이런거 가끔씩 생각하면 저 정말 엄마 싫습니다.
    이런일이 한두건이 아니라.....^^

  • 2. 코코샤넬
    '04.5.19 1:13 PM (220.118.xxx.109)

    나벨 뒤집어 봤다는 선생님...진짜 압권이네요...
    학교마다 다 그런 분이 한 분씩은 계신가봐요? ㅎㅎㅎ
    이제서야 저도 생각나는 가정선생님이 계시네요.
    우리 중학교 1학년때 가정선생님...(그때당시 상당한 노처녀셨는데....)
    얼굴은 곱상하시고, 걸음걸이가 진짜 특이한 분이셨어요.
    걸음 걸으실때마다 엉덩이를 살짝..아주 살짝 흔들고 걷는 버릇이 있었는데요..
    학교에서 그 가정선생님 걸음걸이가 아주 유명했어요..학생들이건..선생님들 사이에서건...
    근데 이 선생님...학생들을 무지 편애하셨어요....(저를 이뻐한건 아니고요 -,.-)
    집안이 좀 산다 싶은 애들만...어찌나 눈에 티나게 이뻐하시는지.....이분만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분이셨죠.
    근데 이 가정선생님이 어느날 선 봐서 결혼을 하시게 되었어요...
    눈도 높으시고,대단히 좋은 집으로 선봐서 결혼 하실줄 알았는데....
    어린 나이인 제게 확~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어요.
    결혼 하시고, 언젠가 토요일 오후에...남편되시는 분(그러니까 싸부님)이 우리 가정선생님을 학교 수업시간 끝나는 시간에 데리러 오셨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오셨더군요. -,.-이것이 뭔일이다냐....자가용도 아니고......
    우리 우아하신 가정선생님...싸부님 등뒤에 옷자락을 꼭 쥐시고 오토바이 올라 타시더니
    "얘들아~~ 안녀엉~~~~~!!" 하고 떠나시는 것이 아니여겄습니껴.....
    아니....그렇게 우아떠시더니,...겨우 오토바이인가....싶은것이....암튼 어린 저 그때 충격먹었습니다....

  • 3. 이론의 여왕
    '04.5.19 1:36 PM (203.246.xxx.252)

    고3 때 우리 옆반 담임이셨던 가정선생님은
    정말 깔끔하고 얌전한 분이었어서
    우리들은 다들 그 반 애들을 부러워했었는데,
    정작 그 반 애들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대요.

    아침마다 애들 머리를 만져보면서......
    "너 머리 감았어?"

    고3이 머리 감을 시간이 어디 있냐면서
    깨끗이 챙겨씻고 다니는 애들을 은근히 구박했다는...

    저는 그 선생님 이미지와 그 얘기가 너무 동떨어져서
    "정말? 정말?" 수없이 물어보고 또 물어봤었죠.

  • 4. jessie
    '04.5.19 1:40 PM (211.201.xxx.10)

    저는 가사 뜨게질 시간에 코바늘 뜨기로 테이블 보를 만들었는데
    친구들꺼보다 꽤 대작이었구 너무 잘되어서
    엄마가 만들어줬다는 누명을 쓰고 최하점을 받았더라는.. ==3=3=3=3=3

  • 5. 토마토
    '04.5.19 1:49 PM (218.153.xxx.104)

    제가 50대의 아줌마인 것 아시죠?

    중학교때 말괄량이였어요. 매일 무엇이 그렇게 바빳는지.. 가사숙제를 미루어 두었다가, 바로전날 야단이었어요. 그것도 밤샘은 하지않고, 아침에 일어나서 마무리하다가 다 못해서, 엄마는 아침준비하시고, 아버지가 저대신 수를 놓았어요. (수틀에 바늘로 콕콕 찔러서 수를 놓는 작품), 아마도 저는 그 때가 시험기간이어서 벼락치기 시험공부하구요. 그 작품이 제가 만든
    첫 작품인데, 아직도 기념으로 친정집에 벽걸이로 안방에 보관되어 있어요. 볼 때마다 저속에
    친정아버지의 바늘솜씨가 있는데..하면서.

    저의 둘째딸아이 고등학교 일학년 미술숙제(조소)를 남편이 밤새워 하는 것도 똑 같았지만,
    저의 친정아버지가 수예숙제를 도와주신 것이 더 압권이죠. 굉장히 보수적인 분이신데..

    가사수제얘기를 하니 엉뚱한 추억이....

  • 6. 키세스
    '04.5.19 3:37 PM (211.176.xxx.151)

    ㅎㅎㅎ 별스러운 가정선생님들이 또 있었군요.
    저 고등학교때 가정선생님은 너무 털털하고 재미있는 분이었는데...
    그래서 중학교때 이 선생님만 별난 줄 알았어요.

  • 7. 밴댕이
    '04.5.19 11:57 PM (68.78.xxx.65)

    아...라벨을 뒤집어 보시는 선상님이 계시다는거...정말 충격이군요. 떱.
    그나저나 키세스님은 선상님들이 편애할 인물이 아니시드만...옷이 저~엉말 예뻤다봐용=3=3=3

  • 8. 키세스
    '04.5.20 12:22 AM (211.176.xxx.151)

    에잇~~~ 벤댕이님!!!!!!!
    제가 얼마나 착하고 예쁘고 모범생처럼 생겼는데!!!!
    제발 그렇다고 해주세요~~~ --;;;;;
    그런데 편애하는 다른 반 애들 보니 인물은 안보는 거 확실하더라구요. ^^;;;;

  • 9. 아라레
    '04.5.20 12:51 AM (221.149.xxx.115)

    후루룩-넘어가다보니 님의 글을 못읽을뻔 했어요. -_-
    음..저두 블라우스 만들었는데(퍼프소매였죠?) 너무 꽉 죄여서 저두 술 쉼 못쉬고
    겨우겨우 채점받았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633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4,576
682632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2,242
682631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2,524
682630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19,975
682629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1,672
682628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1,380
682627 꼬꼬면 1 /// 2011/08/21 27,412
682626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4,605
682625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4,791
682624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4,851
682623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6,993
682622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3,214
682621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6,192
682620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7,398
682619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8,310
682618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6,632
682617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4,078
682616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4,556
682615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1,625
682614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4,360
682613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3,391
682612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3,646
682611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6,041
682610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3,540
682609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19,758
682608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1,819
682607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3,808
682606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1,933
682605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8,082
682604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1,835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