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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돌아 간다면

귀여운 토끼 조회수 : 897
작성일 : 2004-05-19 08:03:52


행복에 대한 정의(定義)를 내리지 못해 긴 밤을 뒤척였습니다.

첫키스의 추억도 떠올려 보고,탱자나무 울타리에서 달빛에 젖으며 첫사랑을 기다렸던 설레임도 떠올려 보았지만 순간적인 달콤함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행복은 아니었습니다.

손톤와일더의 <우리 읍내>라는 연극은 우리에게 삶이 무엇이고,행복이 무엇인가를 되묻는 연극이었습니다.태어나고,사랑하고,죽는다는 단어로 밖에 정의되지 못하는 삶을 사람들은 살아있는 동안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노력하고,부질없는 노력뒤에 쓸쓸하게 죽어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해주는 연극이었습니다.

에밀리가 자신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12살 생일날이라고 말했듯이 행복은 평범한 날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 묻혀있는데,우리들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날을,행복을 정의할 수 있는 날을 찾기 위해서 부질없는 노력을 죽는 순간까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는 쌀을 씻고,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세수하고,그 위로 가끔은 잊고 지내는 아름다운 햇살을 발견하고...문틈으로 밥냄새가 향기롭게 나고,나는 교복깃을 세우며 거울을 보고...

나도 죽어서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돌아 간다면 그런 평범한 날일 것 같습니다.의미없이 흘러가기만 하는 시간인 줄 알았는데 돌이켜 생각하면 내 인생의 모든 순간이 행복한 순간들인데...

우주의 그 긴 시간 속에 내가 살아야 하는 7,80년은 너무나 짧은 순간인데,
우리는 그 짧은 인생을 살면서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사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더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두더지는 곱게 기른 두더지를
이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과 결혼시키기 위해서 '해'를 찾아 갑니다.

그런데 '해'는 '구름'이 더 힘이 세고 자기는 '구름'이 가리면 아무 쓸모 없다고 구름을 찾아 가라고 합니다. 두더지는 힘들게 힘들게 '구름'을 찾아 갑니다.

구름은 가여운 눈으로 두더지를 보면서 자기는 '바람' 앞에서는 힘을 못쓴다고 말하면서 '바람'하고
결혼하라고 말합니다.

바람은 '돌부처' 앞에서는 힘을 못쓴다고 하고 '돌부처'는 '두더지'가 구멍을 파면 본인은 쓰러질 수 밖에 없다고 '두더지'가 가장 힘이 세니 '두더지'와 결혼하라고 합니다.결국은 두더지는 두더지와 결혼했습니다.

아름다운 것은 항상 산너머 물건너 멀리 있는 것이라 믿고
긴 시간을 헤매고 다녔지만 아름다운 것은 가장 가까운 것에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쌀을 씻고,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세수하고,그 위로 가끔은 잊고 지내는 아름다운 햇살을 발견하고...문틈으로 밥냄새가 향기롭게 나고,나는 교복깃을 세우며 거울을 보고...>

수채화에 덧칠을 하면 수채화의 아름다움이 사라지듯
단순하고 평범한 색으로 세월을 색칠한다면 그것이 가장 행복한 순간일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IP : 211.57.xxx.2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건이맘
    '04.5.19 8:28 AM (211.188.xxx.155)

    잘 읽었습니다..
    저도 요즘 행복이 뭔지 어떻게 사는게 잘사는건지 많은 생각을 하게되네요.
    전 그저..몸과 마음의 평화..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절감을 하고 있어요.
    욕심 비우고 살려고 노력해야지요.

  • 2. 선물
    '04.5.19 10:44 AM (211.35.xxx.162)

    이 아침에 새록새록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 3. 앨리엄마
    '04.5.19 1:21 PM (61.105.xxx.184)

    학교때 말씀하신 우리마을..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저는 음악을 담당했는데 비발디에 사계를 조각 조각 나눠서썻습니다.
    그 이유는 사계가 각 3악장씩 3X4=12 열두개의 주제를 가지고 있거든요
    어쩌면 계절의 변화와 그안의 리듬과 색채가 우리인생이랑 퍽이나 닮아 있다고
    생각했기떄문이예요.
    에밀리가 과거의 행복했던 날을 회상할때 겨울 2악장을썻습니다.
    왜 있죠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이라는 노래에 첫부분에 나오는 따뜻한 멜로디..
    토끼님때문에 새삼 일상이 주는 행복함을 생각했고
    무척이나 애착이가는 제 한 시절을 떠올려보게되어 참 행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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