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하고 있는데 밖에 생선차가 왔나봅니다.
"꽃게가 한마리 천원~~~
갈치도 한마리 천원~~~
낙지는 열마리 사천원~~~"
마법사의 주문에 홀린듯 샤워를 하는둥 마는둥 하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만 수건으로 동여매고
뛰어 나왔습니다.
그 비싼 갈치가 한마리에 천원이라니!!!!
역시나 싼게 비지떡이지....
바닷속도 우리네 세상처럼 잘먹고 잘사는 갈치, 못살고 못먹는 갈치가
따로 있나봅니다.
아마도 바닷속 이디오피아난민이거나, 아프가니스탄 동네인가 봅니다.
부랴부랴 뛰어내려간 것이 아까워서 만원에 열마리, 덤으로 한마리 더 얻어서
올라왔습니다.
깨끗이 손질을 하여 머리부터 꽁지까지 2센티정도로 동강을 냈습니다.
내장도 포함하여 버린 것 하나없이 손질한 뒤 채반에 건져 물기를 뺀 다음,
작년가을에 사서 간수를 빼둔 굵은소금으로 버무렸습니다.
그리곤 작은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아서 꼭꼭 눌러둔 다음,
한지로 덮어서 고무줄로 꽁꽁 묶은 후 항아리 뚜껑을 덮고 뒷베란다의
그늘지고 바람이 술술 잘 들어오는곳에 짱박아 두었습니다.
아마도 올가을에는 갈치젓을 사지 않고도 김장을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막상 갈치젓을 담궈놓고 보니 만원어치를 더 살것을...하고 아쉽습니다.
어느때 또 노래부르는 생선차가 오면 이디오피아갈치를 더 사서
지금처럼 손질하여 그 위에 덧으로 올려놓으면 더운 여름이 지나 찬바람이
날때쯤이면 맛나게 삭을 것입니다.
예전에 울엄니는 동네 생선가게에 퐁퐁이나 세숫비누같은걸 사다드리고
갈치머리와 꽁지를 모아달라고 부탁을 하십니다.
매일 저녁마다 생선가게에서 별도로 모아둔 갈치머리와 꽁지를 깨끗이
씻은 다음 소금에 버무려 큰 항아리에 넣어두고, 그 담날 또 받아오면 또 손질하여 소금에
버무려 또 넣고를 반복하여 삭힌 후, 김장때 쓰시기도 하고 반찬이 없으면
꺼내서 풋고추 넣고 바글바글 지져서 밥에 비벼드시기도 하시등만요.
수산나가 결혼할때 엄마가 만든 갈치젓을 한 항아리 신혼살림에 얹어서 보내주셨는데
5년을 그 젓갈로 김장김치를 해먹었더랬습니다.
함께 살다가 근처동네로 이사를 나가신 울엄니...
일곱식구가 벅적대며 살다가 갑자기 하루종일 혼자만 집에 계시니 많이 헛헛하신가 봅니다.
주무시다가 당신그림자에 놀래서 헛소리를 하셨다니....갑자기 겁이 덜컥 납니다.
엄마가 갈켜주신 갈치젓갈을 담그면 언제든 엄마생각이 날텐데.....
친하게 지내는 형님들이 매일 수산나에게 떡먹듯 갈켜주시는 말씀 '가슴치지 말고 잘해라~~'
가 갑자기 발등에 떨어진 것 같아서 무서웠습니다.
갈치가 지대로 썩으믄 구수하고 진한 맛을 내듯이.....
수산나도 속이 썩으면 썩을수록 구수한 맛이 나야하는디....워찌케 된것이 시간이 갈수록
구린내만 납니다요.
아마도 인간과 갈치가 다른점이 바로 그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꽁지글
최근 울엄니랑 싸워서 쫌 거시기 했거등요....
82cook 나들이 와서 눈팅만 하는게 미안스러버서 인간과 갈치가 다른점에 대한 보고서 하나
올리고 갑니다.
늘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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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와 인간의 다른점
장수산나 조회수 : 928
작성일 : 2004-05-18 08:19:54
IP : 211.222.xxx.21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무우꽃
'04.5.18 8:25 AM (210.118.xxx.196)글을 보니 이미 잘 곰삭은 갈치젓이 되셨네요.
2. 김혜경
'04.5.18 9:34 AM (218.237.xxx.27)장수산나님 글을 읽으니....가슴이 뭉클합니다...
지금이라도 전화하시구 어머니랑 푸세요...
그리구 자주자주 보고서 내주시구요...^^3. 치즈
'04.5.18 9:50 AM (211.194.xxx.195)반갑습니다..여기서 뵙네요..
자주 들러주셔요.^^
건강하시구요..4. 짱여사
'04.5.18 10:28 AM (211.194.xxx.124)갈치젓 한번도 먹어본적 없는데...어떤 맛일까 싶네요..
엄.마!!
결혼하고 나니 한번씩 울컥 하네요..-.-
잘 해야 하는데..그게 맘처럼 쉽지 않네요..^^;;
오전에 좋은 글 보고 갑니다.....5. 강금희
'04.5.18 10:36 AM (211.212.xxx.42)예전에 라니 카페에서 수산나님 음식 솜씨와 글솜씨 보고 기죽었는데
여기서 또 뵈니 무척 반갑네요.
좋은 거 자주 보게 해주세요.6. 빅젬
'04.5.18 10:42 AM (211.41.xxx.6)갈치가 지대로 썩으믄 구수하고 진한 맛을 내듯이.....
수산나도 속이 썩으면 썩을수록 구수한 맛이 나야하는디....워찌케 된것이 시간이 갈수록
구린내만 납니다요.
이말이 저의 가슴을 콕 찌르는군요... ^^
워찌게 왼 것이 제 속도 시간이 갈수록 구린내가 나는건지 모르겠네요...
사랑하면서 살 시간도 부족한데 말이죠...
저도 반성반성... 다시 맘을 잘 추스려 즐겁게 살기운동 중입니다.7. 키세스
'04.5.18 6:16 PM (211.176.xxx.151)저 역시 자꾸 구린내만 늘어나는 인간 --;;
어째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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