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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여자의 적은 여자...
예전에 아이 유치원 학부모참관일 같은데 가면 같은 반 전업주부 엄마들끼리 모여 앉아서 화기애애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저 들어가면 힐끔힐끔 쳐다보지요. 물론 자기들끼리야 좋다는 영어학원이며 뭐며 정보도 주고받고 서로 카풀해주면서 레슨 데리고 다니고 하니 더 친해지는 거야 사실이지만 본능적으로 느끼지요. " 너 뭐 잘난거 있어? 너 안 끼워줄테야" 하는 그런거요 ^^
서로 다치게 하는 말 안하고 사는 게 사회생활하는 예의 아닌가요? 제 친구 중에 전업주부인 애도 있고 저보다 더 열심히 직장생활하는 엄마도 있습니다. 전업주부인 애 만나면 '애랑 열심히 시간 보내주니 얼마나 좋으냐고, 나도 어릴 때 엄마가 간식 해 놓고 기다리는 거 부럽다라고, 난 너무 엉터리라고' 기 살려주고, 직장생활하는 애 만나면 서로 고충 나누면서 그래도 하는데까지 열심히 해 보자고 다독거리고 그럽니다.
답변들 보니 설마 자기 친구, 자기 자매들한테도 그렇게 말씀하실까 싶게 글 쓰신 분들도 있어 놀랍네요. 만약 제가 전업주부이고 제 속 생각으로야 아이들 내 손으로 키우는 게 이세상에서 제일이다 생각할 망정 직장생활하는 친구 앞에다 대고 '엄마가 직장생활하는 애들은 아무래도 불안정하다더라' 고 비난하듯 말할 자신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선볼 시간도 없이 열심히 직장생활하다가 애 셋 낳고 전업주부로 들어 앉은 지 오래인 제 사촌언니에게 '언니는 무능해'라고 말할 생각도 없구요.
사회구조 때문에 여자들 일하기 힘든 거 사실이고 결혼에 육아까지 겹치면 더더욱 힘든 거 저도 온몸으로 느끼고 삽니다. 여자들끼리 이 문제 이야기하면서 서로 싸우고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소리나 되뇌여야 하는지 정말 씁쓸합니다.
1. 동감
'04.4.26 4:37 PM (203.238.xxx.212)100% 동감.
우리끼리 서로 입장 이해해주고 어루만져 줍시다.
어차피 내가 가지못한 길에 대한 동경과 미련은 누구나 있을테고, 내가 가는 이길 알고보면 험란한 가시밭길인건 서로 마찬가지 아닐까요.
내가 열심히 내길 가는 만큼 상대도 최선을 다해 스스로의 길 가고 있다고 서로 인정하면 그만일 것을-- 서로 상처주지 맙시다.2. 키세스
'04.4.26 4:43 PM (211.176.xxx.151)ㅠ,ㅠ 저 자격지심 같은 건 없었어요.
그냥 난 전업주부가 적성에 안맞아... 그러면서 나름대로 잘 살고 있었는데...
처음 그 교수님 말씀 정도는 그래도 마음 덜 상하고 읽었는데, 나중의 답변들에 상처 받았어요.
전업주부를 저렇게 무시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있구나...
설사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님의 말처럼 입 밖으로 꺼낼 일이 아닌 건데...
그렇지요?
그리고 제가 알기로 유치원 같은 데서 전업주부들이 취업주부 따돌리고 그런 건 없어요.
오히려 점심시간 이용해 학부모 모임에 잠깐이라도 참석해주는 직장 다니는 엄마한테 참 대단하다고 감탄하고 그런답니다. ^^
또 솔직히 베이비시터에게 아이 맡겼을 때도 주위에 친한 전업주부가 있으면 여러모로 도움받을 수 있는 점이 많아요.
다들 서로 도우며 잘 살고 있는데... ㅠ,ㅠ3. 나도 답답
'04.4.26 7:31 PM (211.196.xxx.49)제가 자격지심 있거든요 -.-;;;;
사실 따돌리고 이러는 거 제가 혼자 괜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요. 아이가 올해 2학년인데 학기 초에 제가 회사에서 굉장히 바빴더랍니다. 너무 바빠서 집에 밤늦게 들어오면 자고 나가는 게 다였구요. 그러다보니 애 봐주시는 분은 있었지만 아무래도 챙기는 게 서툴렀지요. 애가 준비물도 몇 번 빼먹고 숙제도 몇번 빼먹고... 담임 선생님 찾아 뵈었는데 제가 너무 바빠서 학기 초에 엉망이었죠? 하고 웃으면서 말씀 드렸더니 정색을 하시면서 "많이 바쁘세요?' 이러시더라구요. 다른 말씀은 없었지만 '뭐 대단한 일 한다고 애를 그렇게 놔두세요?' 하시는 거 같아 하루종일 마음이 언짢았더랍니다. 그것두 자격지심이죠 뭐...
정말 동네에 직장맘들과 전업맘들 모임 같은 거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죽했으면 동생보고 너 애 가지면 잠깐이라도 회사 쉴 동안 우리 동네로 이사오면 안되겠냐고 했답니다. ^^4. 키세스
'04.4.26 8:39 PM (211.176.xxx.151)아이들 초등학교 들어간다고 다니던 회사 그만둔 이야기, 들은 적 있어요.
그만큼 숙제도 많고 챙길 것도 많다고 하더라구요.
엄마가 안 챙겨주면 독립심도 생기고 나름대로 좋은 점도 있다더군요.
같은 반에 있는 친구 엄마라든지, 학원 친구 엄마를 사귀어 두면 좋을 텐데요.
시간에 많이 쫓기는 직업이신가봐요?
저같은 경우 우리 아랫집이 약국을 하거든요.
파출부아줌마한테 아이들 맡기고 다니는데 지나가다 그집 아이를 보면 저도 참견하고 그래요.
위험한데서 자전거 타고 놀면 따끔하게 나무라기도 하고, 춥게 입고 나와서 놀면 들어가서 잠바 입고 나오라고 하고, 비 오면 빨리 들어가라고... 잔소리꾼이죠? ^^
다른 엄마들도 그렇게 하는 것 같아요.
저랑 그 아이 엄마랑은 반상회에서 얼굴 두번 보고 지나다 만나면 인사하는 정도의 사이지만
같이 아이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선 신경이 쓰이거든요.
그렇게 주위에 감시의 눈길이 ^^ 있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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