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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골 사진과 글입니다.

쉐어그린 조회수 : 884
작성일 : 2004-04-13 09:27:37

(앵두나무 꽃)

지금 산과 들에선 조용한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또,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꽃들의 출현이 일고 있답니다.
조팝나무가 산 여기저기서 하얗게 분출하듯 피고 있고,
진달래는 한두 송이 피더니, 지금은 산 구석구석에서
분홍빛 사연들을 가득 만들고 있답니다. 앵두나무, 자두나무,
무엇보다 복사꽃이 마치 춘정을 못 이기듯,  연 분홍빛 꽃으로
제 몸을 치장하고 바람에 살살 나부낍니다. 항상 봄이면
이들 꽃들의 출현은 마치 게릴라성 출현처럼, 갑작스레 느껴집니다.
그러다 '어머! 어머! 저 꽃들 좀 봐!' 이렇게 놀란 가슴에
경이롭게 쳐다볼라치면 어느새 사라집니다.  그런데 이 화려한
꽃들 옆에는 항상 서서히 돋아 나오는 존재가 있습니다.
연 초록빛 새 순들이지요. 꽃들처럼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꾸준히, 조용히 산과 들의 빛깔로 번져갑니다. 봄만이 가질 수
있는 맑은 초록빛이 이제 서서히 물올라 절정을 향해 나아갑니다.
이들 연 초록빛 순들이 요즘 제 눈에는 진정한 봄꽃으로 보인답니다.
그 딱딱한 나무 속에 꼭꼭 존재를 숨기고 있다가, 아주 조금씩 몸을
펴는 순들. 찔레나무 순, 조팝나무 순, 버들가지 순, 명자나무 순......

산과 들에 초록의 조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어제,
된장과 간장을 분리했습니다. 된장을 으깨면서 보니,
된장의 속살이 마치, 이제 막 물오른 나무들의 새순들처럼
맑은 빛이더군요. 눈에 보이는 색깔은 다르지만, 맑음에 있어서는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 봄의 연 초록빛 맑음이 여름으로 가면서
서서히 농도가 짙어져 녹음으로 진행되듯, 장독 속에선
된장의 맑은 빛과 맛이 서서히 익어 녹음처럼 깊어지겠지요.

팔 아픈 줄 모르고 열심히 치대다 보니,  된장 만드는 일 또한,
자연과 친밀감을 형성해 가는 또 다른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구요? 무념무상(無念無想)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봄나물을 캐러,
야생화를 구경하러 산과 들로 다니다 보면, 민초라면 누구나 갖는
생활에 대한 걱정, 자식 걱정 이런 저런 사는 걱정들이 저만치 물러나
앉아있는 걸 느낍니다. 그야말로 아무 생각이 없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無)에 빠진다고나 할까요. 물론 이렇게만 살 수 없지만, 그 순간들이
삶의 걱정에서 오는 아픔들을 치유해준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자연 속으로
잠시  들어가 살 수 있는 삶이어서 시골에서의 생활이 좋은가 봅니다.
자연과의 교감은 커다란 이슈가 아니라, 산길을 걷고, 그러면서 자연을 보고
자연에서 전해오는 느낌을 받고, 산에서 작은 먹거리를 구하는 것이지요.
된장을 만들다 보니, 그런 자연과의 교감에서 오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왔답니다.

된장과 간장 가르는 일을 끝내고 나니,
오후 늦게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산과 들을 서서히 초록으로 바꿀 새 순들이 반가워할 봄비입니다.
우리 집 장독들도 이 봄비를 반가이 맞이하는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집니다.





(조팝나무꽃과 복사꽃)

(사진이 좀 어지럽지만 너무 많아서리...
정말 오랜만에 들어왔답니다.  
들어와서 이런저런 정보 얻고,
경빈마마님 소식 듣고....
마음이 아프네요.  
요즘 소규모 자영업 하시는 분들, 정말 어려울 때이지요.
사는게 뭔지 싶을 정도로 요즘 기운이 내려가 있지만,
시골사니, 주변 나무와 꽃들이 조금은 그런 맘을 달래주네요.
경빈마마님! 힘내세요.)
IP : 61.83.xxx.6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경빈마마
    '04.4.13 10:48 AM (211.36.xxx.98)

    다 힘들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그래도 남자들 목숨걸고 하던것을 못 버리고..매달리고..빚은 빚대로 늘어나고...
    이제는 그려려니......하고 그냥 내일만 하려고 합니다.
    생각하면 화병나서 못삽니다. 요즘은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보디 허리병도 생기는 듯...

  • 2. 코코샤넬
    '04.4.13 5:21 PM (220.118.xxx.33)

    요즘 사업하시는 분들..정말 많이 힘드세요..
    얼른 경제가 좋아져야 하는데......에휴....

  • 3. 박혜영
    '04.4.13 7:01 PM (211.221.xxx.146)

    쉐어그린님, 정말 오랫만이시네요..
    사진도 너무 좋구요..
    배꽃필때쯤되면 배꽃사진두 부탁드려두 괜찮을까요..

  • 4. 쉐어그린
    '04.4.17 10:24 AM (61.83.xxx.201)

    박혜영님ㅃ 저희 집 앞에 배나무 과수원이 있는데,
    배꽃이 다 졌네요. 저희집 배나무엔 꽃이 몇송이 폈었는데...
    지나다 핀 꽃이 있으면 찍어서 올릴게요.
    혹, 배꽃을 무척 좋아하시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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