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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이의 일기

아라레 조회수 : 1,795
작성일 : 2004-04-10 23:36:38
4월 5일  날씨 맑음.

며칠전부터 엄마는 할머니랑 아빠한테 걱정스러운듯이
'잘 될까요..? 고집이 대단하고 너무 좋아해서...'간간히
이런말들을 하더니 내 옷들이랑 내가 좋아하는 장난감, 책, 비디오등을
한가방 가득히 짐을 쌌다.

하남의 할머니집에 가는구나 짐작을 하고 따라나섰는데
차가 도착한 곳은 할머니집이 아니라 무슨 공원이랜다.
참내.. 엄마 아빠두.
내가 맨날 집에서 엄마 아빠랑만 지내고 있다고
이리 많은 사람과의 만남을 주선하다니.

"혜원아. 꽃봐라, 꽃꽃.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
아유, 넘 예쁘다. 그치? 꽃해봐 꽃!"
엄마는 사람 많은데 챙피하게... -_-;
나두 다 알어. 그림책이랑 티비서 맨날 봤던거잖아.

아빠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안보일거라며 나를 어깨에 앉혔다.
동물원 우리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하다
코끼리 우리 앞에서 갑자기 엄마가 열광(?) 하는거 아닌가.

"혜원아. 코끼리다. 코끼리. 니가 젤 좋아하는거. 저게 뭔지 알지? 응?"
여기서 어느정도 호응을 해줘야 힘들게 날 태우고 다니는 아빠와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엄마에게 성의표시가 될것 같아서
"뿌우뿌우!"하고 코를 움켜쥐고 코끼리 우는 흉내를 내줬더니
두분이 너무 좋아하는게 아닌가.

뭐 대단한 소리 했다고... --ㅅ--

여기저기 둘러보니 나처럼 아빠무등을 타고 다니는 애들이 많았다.
서로서로 이해한다는 듯한 눈빛들을 주고 받았다.
'그래, 너두 자식노릇한다고 수고하는구나.'

슬슬 지치기도 하고 시장할 때 눈치빠른 엄마가 의자랑 테이블 있는데로 가서
싸온 샌드위치를 펼쳤다.
여느때와 같이 아빠는 자기 혼자만 먹는다. -_-+

엄마는 날 준다며 샌드위치를 베어물더니 입안에서 작게 잘라서 뱉어준다. -_-;;
엄마는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나한테 그러실 땐 질색하면서 자기는 왜그럴까?
엄마 입은 깨끗해? 나 이거 말문 트이면 젤 먼저 따져볼거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할 수없이 받아는 먹었다...)

지쳐서 깜빡 잠이 든 사이 할머니 집에 도착했나보다.
할머니는 왜 날보고 강아지라 하고 쭈쭈거리는 소리를 내는지 모르겠다.
정말 빨리 입이 트여야지..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할머니에게 강아지와 사람의 차이점을 가르쳐 줘야겠다.


4월 7일  날씨 좋음.

아침도 먹는둥 마는둥하고(물론 우유 한 컵과 바나나 한개, 요플레 한 통을 먹긴 먹었다)
엄마랑 할머니랑 함께 보건소엘 갔다.

<영유아의 예방접종일은 월, 수, 금으로 바뀌었습니다> 라는 안내문을 보자
엄마는 "앗싸~ 가오리~♬"한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
엄마가 기분 좋을 때 외치는 암호... 나중에 꼭 물어봐야쥐.

주사맞는 곳엔 아이들이 꽤 많이 있었다.
핏기가 채 가시지도 않은 얼라부터 나보다 나이가 네살은 더 많아보이는 오빠도 있었는데
도대체 그 나이 먹도록 울고불고 생난리라니...쯧쯧..

진찰을 하는동안 선생님은 "얘가 애들이 울고불고 해서 얼은것 같애요"라고 하셨는데
천만에, 난 단지 울고불고 하는 그 소란이 내 분위기랑 안맞았을 뿐이다.

생후 한달 됐다는 어린 동생이 주사를 맞는 걸 봤을땐
다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눈으로 위로해줬다. 앞으로도 못볼꼴 많이 보게 될거다...

내 차례가 돼서 팔에 주사를 놓을려고 하는데 옷소매가 팔뚝위로 안올라가자
엄마는 아예 옷을 벗길려고 했다. 허걱! 남자애들도 있는데서.
그래서 싫다고 잠시 울다가, 주사 맞고 다시 옷으로 내 수줍음을 가릴 수 있게 되자
난 뚝하니 울음을 그쳐서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주사 맞는게 무서운게 아니라 옷벗겼다고 우는애는 처음 봐요... @_@;"
당연하지. 주사 한두번 맞아보나? 벌써 몇번째 맞는 주산데..
아까 그 애가 좀 덜 떨어져보이더라구.

오후 스케쥴은 내가 무리를 취하면 안된다는 지시로 별일없이 집안에서 평화롭게 지나갔다.
그 때 까지도 나는 모종의 음모가 숨겨져 있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으니...

                                               (TO be continue...?)



IP : 221.149.xxx.67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푸우
    '04.4.10 11:41 PM (218.51.xxx.175)

    갑자기 어덜트 베이비가 생각납니다,,ㅎㅎㅎㅎ

  • 2. 아라레
    '04.4.10 11:43 PM (221.149.xxx.67)

    오마낫! 푸우님 어덜트 베이비 아시는 군요? 진짜진짜 웃기는 만화죠. 이 자리를 빌어 강추!!!

  • 3. 나나
    '04.4.10 11:47 PM (211.49.xxx.188)

    ㅎㅎㅎㅎ
    요글 그대로..
    만화로 그리면..더 웃길것 같아요..
    아따아따처럼 히트 칠듯...^^V

  • 4. 화이트초콜렛모카
    '04.4.10 11:48 PM (221.156.xxx.202)

    정말 넘 재밌게 읽었어요
    우리 애들 생각도 마구 나구요
    그 만화 꼭 빌려다 볼래요

  • 5. 김혜경
    '04.4.11 12:07 AM (211.178.xxx.34)

    마이키 이야기 하남판을 보는 듯...

  • 6. 아라레짱
    '04.4.11 12:09 AM (210.221.xxx.250)

    아라레님 너무 재밌어요....ㅋㅋ
    혜원이도 잘 지내고 있지요...?
    저 새벽에 나갑니다.잘 갔다가 올께요.
    들어오면 안되는 것 알면서도 궁금해서 들어와 봤어요... 홧팅!! =3=3=3

  • 7. 키세스
    '04.4.11 12:20 AM (211.176.xxx.151)

    모종의 음모가 숨겨져 있다... ㅎㅎㅎ 기대됩니다.
    옷 벗겼다고 우는 아이는 저도 처음이네요.
    넘 재밌어요. ^^ 정말 아라레짱!!!! ^^

  • 8. 제임스와이프
    '04.4.11 12:54 AM (211.186.xxx.220)

    영화같고 만화같아요...^^* 글을 읽으면서 정말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나서...쭉 미소가 번집니다...히히히...

    투비컨티뉴드...담에 또 기대합니다..

  • 9. 쭈니맘
    '04.4.11 1:28 AM (210.122.xxx.70)

    내일이면 볼 수 잇겟죠..??
    넘 재미있는 일기네요..
    정말 어덜트 베이비가 생각나네요...

  • 10. 솜사탕
    '04.4.11 2:35 AM (68.163.xxx.184)

    ㅎㅎ 어덜트 베이비라는것이 있군요.. 전 마이키 이야기가 생각이 났어요.
    흐흐흐... 넘 재미있어요. ^^

  • 11. sca
    '04.4.11 10:40 AM (199.182.xxx.176)

    ㅋㅋㅋ 넘 재미있어요. 계속해주세요 ^^

  • 12. 밴댕이
    '04.4.11 12:46 PM (68.78.xxx.126)

    으으으...2편 기대되네요.
    마이키 이야기냐, 어덜트 베이비냐에 따라 세대차(내지는 문화차)가 나오겠군요.
    지는 어덜트 베이비가 뭔지 몰라라...에구궁...

  • 13. 나리
    '04.4.11 1:46 PM (219.249.xxx.240)

    아기... 전 안 키워봤거든요...
    아직 미혼이라서....
    공부겸 앞으로 혜원이 일기 애독자 될께요. ^ ^

  • 14. 꾸득꾸득
    '04.4.12 8:00 AM (220.94.xxx.21)

    젖떼기 꼭 성공하셔요..화이링!!!

  • 15. 깜찌기 펭
    '04.4.12 12:43 PM (220.81.xxx.237)

    2탄~2탄~ ^^

  • 16. 호야맘
    '04.4.12 3:18 PM (203.224.xxx.2)

    너무 재밌어요~~
    2탄 기대됩니다....

  • 17. 김새봄
    '04.4.13 1:15 AM (221.138.xxx.124)

    어덜트베이비 보다는 마이키쪽이...더 가까울꺼 같아요.
    이 야심한 밤에 흐흐흐..귀신처럼 웃습니다.

  • 18. june
    '04.4.13 3:47 AM (64.136.xxx.227)

    어서 다음거 보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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