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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고마운 줄은 모르고

그냥 조회수 : 1,189
작성일 : 2004-04-01 18:52:37
신랑이 자주 피곤하다기에 작년 12월에 거금 35만원을 드려 한약을 지어 먹였습니다. 신랑은 짠돌이라 아깝다고 하는데 제 피같은 돈으로 해 주었죠.
그런데 한약을 먹으면 이것 저것 먹으면 안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이 남자 정신을 못차리고 닭고기에, 돼지고기, 거기다 평상시에 잘 먹지도 않던 술까지 ....
열 뻗쳤죠, 한 바퀴 돌겠더군요. 잔소리를 퍼 부었죠. 그럴꺼면 다시는 내 앞에서 피곤하다는 소리 하지 말라고.

올해 또 봄이 되니까 이상하게 비실비실 하데요. 보는 사람마다 얼굴이 너무 안됐다, 꺼칠하다, 고민있냐고 묻더군요. 열 받죠.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밥 챙겨주고 나오는 저보고는 얼굴이 좋아졌다고 하면서 거의 8시가 되어 일어나 아침 밥 퍼 먹는 사람에게는 그런 이야기를 하다니.
한방 병원에 끌고 갔지요. 의사 왈 "육십 대 노인의 맥입니다. "하더군요. 획 돌데요. 신랑은 아직 30대 초반인데...
또 한약을 지었죠. 10일분인데 20만원이 넘더군요. 그걸 받아 오면서 한마디 했죠. 제발 정신 차리고 잘 챙겨 먹고 먹을 것, 안 먹을 것 좀 가리라구요. 병원에서 그러는데 가려 먹지 않으면 한약의 약효가 떨어진데요.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잔소리 좀 그만 하래요. 그리고 나서 오늘까지 말 한마디 안하고 있습니다. 약도 안 먹고, 저도 집 안 일 하나도 안하고 퇴근해서 들어와 텔레비전 보다가 저 졸린 시간에 잡니다. 이 철없는 남자 어쪄면 좋아요?

제가 가르치는 아이 중에 5살짜리 남자 아이가  있는데 고기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어제 부터 한약을 가져와서 먹는데 어머님이 메모를 보내셨어요. 돼지고기, 닭고기 주지 말라고. 어제 돼지고기 장조림이 나왔는데 달라고 하데요. 안 된다고 한 마디 하니까 그냥 들어가서 풀들만 먹더라구요.

다섯살 아이만도 못한지요????????  
IP : 211.212.xxx.117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경빈마마
    '04.4.1 9:58 PM (211.36.xxx.98)

    남자는 죽을때까지 철이 없다는 전설이....^^

  • 2. 김혜경
    '04.4.1 10:01 PM (211.201.xxx.215)

    흐흐...우짜면 좋심니꺼?

  • 3. 하하하
    '04.4.2 12:39 AM (82.224.xxx.49)

    다음부터는 본인의 돈으로 직접 사게 하시면 혹 잘 드시지 않을까요?^^?
    에궁...갑갑하시겠어요...곧 풀어지시겠죠.

  • 4. 경험자
    '04.4.2 8:55 AM (220.72.xxx.73)

    결혼하고 엄마가 남편 챙겨주신다고 보약을 해 줬습니다.
    처음에 그래도 잘 먹더군요.
    가려 먹는 거는 그냥 한약방에서 하는 소리다, 난 괜찮다 그러면서 술, 닭, 돼지 다 먹었습니다.
    엄마가 그 다음해에 또 보약을 해 주었습니다.
    그때는 당연한 것 처럼 당근 해주시는 거지, 뭐 그런 눈치였습니다.
    10일치를 거의 한달에 걸쳐서 먹다 먹다 한 대여섯봉 남으니까 이건 오래 된거라 못먹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냉장 보관 했거든요) 약이 상한거다, 뭐 이러면서요.
    엄마가 여쭤보시면 잘 먹었다고 대충 둘러대고요.
    그 다음 해도 엄마가 또 해주셨습니다.
    이번엔 한 3일 먹고는 일주일에 3일씩 술마시느라 제대로 먹은게 없었습니다.
    또 이번에는 한 5봉 먹었나, 그러더니 또 이 핑계 저 핑계로 먹지 않더군요.
    또 한 달쯤 지났을까, 이런 오래된 약은 버리는거다, 뻔뻔하게 그러더군요.

    그 다음 해, 엄마가 x서방 올해도 한약방 가자고 하시길래, 그런 못되 처먹은 넘 절대 해주시 마시라 그랬습니다.
    그 해에 늘 약을 먹을 때즈음이 되자, 그 뻔뻔한 인간, 왜 올해는 장모님이 약을 안해주시냐는 겁니다. 나 열받아서, 우리 엄마가 봉이야, 니가 한 일을 생각해라, 절대 이젠 그런일 없을거다, 내가 절대 해주지 말라 그랬다.

    이런 나쁜넘도 있었습니다, 씩씩

  • 5. 요조숙녀
    '04.4.2 11:25 AM (61.79.xxx.87)

    남편이랑싸우면 여자가 나뿐사람이랍니다. 남자는 늙어죽을때 까지 아이고 여자는 어른인데 아이하고 어른하고 싸우면 어른이 나쁜사람이라고! 어른들이 이해합시다. 그냥 달래는수밖에~

  • 6. 몬나니
    '04.4.2 12:34 PM (211.104.xxx.114)

    솔직히 말하자면 전 철없는 부인인데요.. 저희 친정쪽은 모두 튼튼한 편이라서인지 밥외에는 약이라는것을 모르고 살았었는데 애를 낳은후부터 자꾸 몸이 안좋아지더라구요..(울 신랑은 결혼전 음주가무의 후유증이 이제서야 나타나는것이라고 꼬시다고는 합니다만)그래서 그때부터 한약을 좀 먹기 시작했는데 ... 울 남편 없으면 한약 안먹고(저 약 먹는거 보고 아침에 출근합니다) 각종 고기 다 먹고.. 저녁에 고기에 안주삼아 술 먹고.... 정말 효과없더라구요.. 그나마 각종 하지말란짓 다 해도 꾸준히 먹으면 효과가 좀 있는데 꾸준히 안먹으면 정말 효과 없더라구요.. 지금도 집에는 부기(살) 뺀다고 지어논 3달전 한약이 있다지요...울 몬나니도 심심하면 물어봅니다.. '엄마 또 약 안먹었지?'^^! 근데 정말 먹기싫은데 억지로 먹으라고 하면 신경질 버럭 납니다..(제 저 한 신경합니다) 특히 살빼는 약은 밥먹고 먹으랬는데 배불러 죽겠는데 약먹으라고 하면 거의 고문수준입니다.. 정말 따라다니면서 먹으라고 하는데 미치겠더라구요.. 저도 화악 소리지른적 있답니다.. 물론 남편에게 미안하죠.. 돈도 아깝구요.. 근데요 여전히 잘 안먹어지러라구요.. 근데 시간이 좀 지나 몸이 안좋아지면 슬그머니 한약생각난답니다.. 그냥 둬보세요.. 그리고 나중에하도 혹시 남편이 한약얘길 꺼내시면 최대한 튕기시며 못이기는척 해줘보세요.. 그리고 단단히 언약 받으시구요...
    집에 남은 한약 반재 먹어야 겠네요...

  • 7. stella
    '04.4.2 2:42 PM (203.240.xxx.20)

    울 언니가 형부 넘 힘들어한다구 해서, 제 남편이 한약지어줬거든요. 근데 잘 안 챙겨먹어서 냉장고에 쌓였더니, 언니 시부모님이 보시곤 언니더러 왜 약 제때제때 안챙겨먹이냐구.. 할말 일었죠.. 울 언니, 다신 국물도 없다구ㅠ. ㅠ 딱 님이 쓰신 제목대로 말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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