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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분열적 30대 여자들의 건승을 위해
자아분열적 30대 여자들의 건승을 위해서
"흔들리는 30대 남자의 매력을 찾아서"라고 했던가?(지난 호에서) 그래도 흔들릴 정도만도 남자는 좋겠다. 30대 여자는 아예 자아 분열적 상황에 있다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30대 여자가 처한 상황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일하는 여자, 아이 기르는 여자, 출산 유보하는 여자, 아이 학수고대하는 여자, 결혼한 여자, 결혼 압력 받는 여자, 결혼 안 하겠다는 여자, 하루에도 몇 번씩 이혼을 생각하는 여자, 이혼 해버린 여자, 사표 낼까 말까 하는 여자, 재취업에 고심하는 여자, 창업 고민하는 여자, 사표 압력 받는 여자, 남자에 지쳐있는 여자, 아이 기르기에 지쳐있는 여자, 친구 만나는 것도 잊은 여자, 친구 낙으로 겨우 버티는 여자, 너무 신나게 사는 여자, 너무 좌절되어 있는 여자, 피곤에 절어서 잠자리조차 싫은 여자, 쇼핑 중독증에 걸린 여자, 겉보기 여유와 달리 뒤쳐지는 느낌에 시달리는 여자, 24시간 내내 쫓겨서 자신에 대한 생각조차 못하는 여자 등 등.
징그러운 것은, 이런 다양한 상황의 대다수가 어느 여자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30대 여자의 복합 상황이다. 한 가지도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는데 수많은 상황이 교차하니 얼마나 복잡한가. 그러니 그 많은 갈래 속에서 '자아 분열적'으로 느끼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게다가 세상은 30대 여자에게 말도 많다. 결혼해야지, 애 낳아야지, 집 장만해야지, 너무 늦었잖아, 너무 빠르잖아, 더 잘 해야잖아, 그만 둬야잖아 등 등. 20대 여자에게 주는 축복의 말, 격려의 말과는 달리 뭔가 침 돋은 말들이다. 찔리면 괜히 아프다. 괜히 찔리는 것 같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날 때> 에서 샐리의 여자 친구들이 모여서 하는 말처럼, '째각째각' 시계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
바로 이래서 30대 여자들은 푸근하기 보다 공격적일 수밖에 없는 지도 모른다. 노처녀 증후군이 아니라 30대 여자 증후군일지도 모른다. 자칫하면 자아 분열적이 아니라 아예 진짜 분열할 지도 모른다. 물론 공격적인 것이 백 배 낫다. 좌절을 안으로 누르고 실망을 내색하지 않고 안으로만 접어두는 것보다는 공격적인 것이 훨씬 건강하다. '내향 내(內)보다 '외향 외(外)' 할수록 진짜 분열할 위험은 줄어들 것이다.(공격적이라는 말이 싫으면 팽팽하게 바람넣은 공이라고 해도 좋겠다.)
나의 30대도 그렇게 공격적이었다.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스트레스도 상당했다. 사방에서 내 뒷다리를 잡으려 드는 것 같고, 내 머리를 쑤셔 박으려는 듯 싶었고, 폐기물 처리하려는 듯 싶기도 했고, 내가 조금 움직임이 느려지면 금방 표가 나는 게 보여서 피곤했고, 주위에서 외형만 조명하려 드는 게 못마땅했고, 사회에서의 내 자리가 어디인가 고민했고, 몸과 정신과 마음이 다 팽팽한 긴장 상태였다.
그렇게 팽팽했던 30대를 나는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실제로 30대를 팽팽한 긴장 속에서 보낼 수 있어야 비로소 아주 괜찮은 마흔살 성년(成年) 넘어갈 수 있다는 게 내 지론이고 보면 말이다. 사십 대에는 조금 푸근해져보지 하고 생각했고, 하기는 실제로 사십대에는 나름대로 푸근해졌다.(고백하자면, 아주 '쪼끔'.)
***
이런 자아 분열적인 30대 여자에 대해서는 아예 품평을 하지 않는 것이 맞을 듯싶다. "괜찮지, 싹수있어, 멋져, 당당해, 근사해?" 과연 어떤 말로 품평을 할 것인가. 이 힘든 시간을 보내는 30대 여자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30대 여자를 품평하는 기준은 딱 한 가지다. 근사한 40대로 넘어갈 만큼 될성부른가? "40대에 일하고 있지 않으면 전혀 일을 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는 소신이 뚜렷한 나다운 협량한 기준이지만 혜량해 주시라.('일'의 정의는 물론 넓다.) 자식의 미래에 목을 맬 것 같은 여자는 질색이고, 자기 남자의 진짜 인생에 무관심할 것 같은 여자는 정말 싫다. 땀흘려 일하는 귀중함을 모르는 여자, 자기 얼굴과 분위기 그대로에 책임지지 않을 것 여자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남편과 자식 얘기밖에 못하는 여자는 괴롭고 자기 소신대로 사회평론 한 가닥 못 뽑는 여자는 재미없다.(이런 징후가 30대에 드러난다.)
30대 남자보다 30대 여자들이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다. 작가, 방송인, 영화인 등. 사회에서 30대 여자를 일부러라도 주목해준다. 감사해야 할 변화인지 아니꼽게 봐야 할 변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월 좋아진 것으로 치자. 하물며 여자 35살이 되어야 비로소 매력적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이니 우리도 성숙해진 것 아닌가.
결례를 무릅쓰고 30대 그 여자들을 꼽아보자. 전혜린처럼 30대의 긴장을 앞에 두고 자살한 여자도 있다. 31살. 나는 비겁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전혜린 말처럼 그토록 진정하게 치열한 30대를 살았더라면 전혜린은 아주 근사한 40대 여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40대 뿐이랴, 50대, 60대, 70대도 기대해봤었음 직하다.
배우 이미연이 30대로 넘어가며 이혼을 했기에 독립 성장을 했다는 것은 아주 유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본인의 심정은 여하하든, 박수 짝짝짝! 니콜 키드먼이 남편의 화려한 그늘에서 빠져 나온 35살, 흥행성 높은 톰 크루즈는 기웃거려 보지도 못한 아카데미상까지 탔으니 통쾌하기 짝이 없다. 영화에서 '버지니어 울프'로 분한 것을 보면 근사한 50대가 될 소지까지 보이니 박수 받아 마땅하다.
성공한 앵커, 가장 닮고싶은 여자로서가 아니라 한 당당한 여자 백지연이 30대에 투입한 자아 세우기 전투는 수많은 여자들에게 용기를 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시원하다. 30대가 넘으면 화려한 화면의 앵커 자리에서 내려오는 여전한 관행에 끔찍해하면서 때를 기다려주자.
눈썰미 좋은 나에게 찍혔던 <박하사탕>의 문소리. '20대 여자론 죽어도 주목을 못 받을 거야' 하던 내 예감을 거의 맞추고 올해 29살에 베니스영화제에 두 번째 갔다. '영원한 30대로 보이는 문소리'가 되면 좋겠다. 공격적이고 팽팽한 긴장감으로 감돌고, 치열한….
***
잊지 말자. 30대를 팽팽한 긴장감으로 잘 보낸 여자들이 비로소 매력적인 여성이 된다. 물론 그 팽팽한 긴장감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여자 30대는 흔들리는 게 아니라 중심을 찾아가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남자는 '주어진 중심'이 있기에 흔들리지만, 여자는 자신의 중심을 만들어가기에 비록 분열적인 상황에서 훨씬 더 괴롭지만 훨씬 더 창조적이다.
다중의 압력 속에서 여자 30대는 지나간다. 10년이 긴 것 같은가? 쏜살같다. 화살 같은 30대를 꾸려가는 당신의 비결은? '늦기 전에' 누드집을 만들건, 더 늦기 전에 '성공 스토리'를 쓰려하건, 또는 일찍 창업을 하려 하건, 30대 여자여, 당신의 '외향 외' 공격성은 위대하다.
1. rainforest
'04.4.1 11:30 AM (24.108.xxx.77)아자 ! 아자 ! 아자 !!!!!!!!!!!!!!!!!!!
2. 리디아
'04.4.1 11:32 AM (203.253.xxx.27)요즘 이래저래 지쳐있는 저에게 많은 위안을 주는군요...
3. 카푸치노
'04.4.1 12:07 PM (211.192.xxx.213)힘나는 글이네요..
열심히 달려야겠어요..
좋은글 감사드려요..
화이팅!!!4. 커피앤드
'04.4.1 12:30 PM (61.33.xxx.162)좋은 글 감사합니다, 같은 30대를 통과하고 있는 친구들에게도 쭉~ 돌려야징^^
5. Happy
'04.4.1 12:31 PM (218.159.xxx.66)글을 읽는동안 소름이 돋을 정도로, 30대 여자를 잘 대변했네요.
김진애님의 팬인데, 정말 멋지게 사시는 분이세요.
자신만의 색깔이 확실한..
멋진 40대를 꿈꾸며, 치열한 20대를 넘어서.. 지금 30대의 끝부분에 서있는 전,
하지만 나이가 든다는 것이, 좋은 점이 더 많은것 같아요.
둥글어지는 것 같은 느낌.. 어렸을때는 못보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그래서 나이가 들면 사람이 너그러워지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6. tiranoss
'04.4.1 12:49 PM (220.70.xxx.36)공감합니다 시원하게 대변해주셨군요
지금 나두 30대.. 날 다시 한번 보게 되네요
어깨가 그냥 으쓱 해지며 가슴을 쭈욱 펴게 되는데요
힘 가득 실고 갑니다7. 다린엄마
'04.4.1 1:40 PM (210.107.xxx.88)이글의 출처가 어디인지요?
8. 종지
'04.4.1 1:41 PM (221.151.xxx.27)4월의 첫날에
이런 멋진 글을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저의 30대 날들을 많이 사랑합니다.
20대에도 치열하였으나 엄밀히 드려다보면 알맹이 없는 시간들이, 이유없는 방황,갈등이
너무 많았거든요.
때론 나이듬이 두렵고 그냥 몸서리치게 싫었죠.
그러나 30주변의 시간들 참 아름답습니다.9. 지나가다
'04.4.1 1:48 PM (211.180.xxx.61)다 좋은데, 김진애씨는 요새 왜 정치를 하는지? 그게 좀 아쉽습니다.
김진애씨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자기의 분야에서 대단히
독보적인 존재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냥 자기세계를 지키시지.....
그쪽가면 담 단계는 망가지는거아닌가요?10. 코코샤넬
'04.4.1 2:30 PM (220.118.xxx.250)글이 참 좋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김진애씨 좋아합니다.
건축가(제가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서^^) 라서 맘에 들고...따님이랑 대화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고...여러가지로...11. ...
'04.4.1 2:34 PM (203.238.xxx.216)예전에 이런 글 읽은 적이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서 너무 많은 지식이며 세련됨...그 화술 등에 반해
"참 멋진 사람이구 나" 했다가
그가 만든 영화, 그가하는 정치를 보면
같은 사람인가 한 번 더 보게 된다는....12. 나르빅
'04.4.1 5:45 PM (211.160.xxx.1)아.. 진짜 요즘 안그래도 저 '자아분열'에 시달리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까닭없이 우울하고 답답하고 터질것같은..
근데 이 글 읽으니 자신의 심리상태가 이해가 되면서 힘이 나네요.
누군가 나를 이렇게 객관적으로 분석해주고 '다그런거야'하면서 위안해주는 느낌..
너무 좋네요. 이래서 정신과의사나 카운셀러가 존재하나봐요.
전 저중에서.. '출산유보'했지만 그에따른 압박과 '재취업'과 '째깍째깍 시계소리에 쫓기는'
여자입니다. 한가지 더 보태면 학업스트레스까지..
하지만 아직까지 힘겹게 붙들고 있는 자아, 그리고 40대를 위하여 고군분투해야겠습니다.
30대는 '빛나는 20대를 살아버린' 에서 '근사한 40대를 준비하는' 나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드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13. 나르빅
'04.4.1 5:46 PM (211.160.xxx.1)근데 김진애씨.. 진짜 정치말고 건축가로 남아계시지..
건축가가 정치가보다 백만배 좋은 직업인데..(ㅠ.ㅠ)14. 피글렛
'04.4.1 10:00 PM (194.80.xxx.10)남자는 '주어진 중심'이 있기에 흔들리지만, 여자는 자신의 중심을 만들어가기에 비록 분열적인 상황에서 훨씬 더 괴롭지만 훨씬 더 창조적이다.
뭔 소린지...? 깊은 뜻이 있을 것 같은데...생각중입니다...15. 그냥 익명
'04.4.1 10:05 PM (218.147.xxx.194)후후...
40대의 전 팽팽하게 살아오지 30대의 업보로
후줄근 지쳐 있슴다.
그리고 김진애씨의 글에서 전여옥을 봅니다.
성공한 자에 대한 지독한 편애와 동일성...
성공(!)하지 못한 사람의 투정임다.
그래도 저 그다지 불행하진 않슴다.16. 오히려
'04.4.1 11:15 PM (211.216.xxx.207)우울하네요.
전... 그럼.... 참.... 40대를........... 맞이할 필요조차 없겠네요.
저 기준에 따르면...........
저 사람은 절..... 사람취급조차 안하겠네요.....
그렇군요............ ㅠㅠ17. 깜찍새댁
'04.4.2 4:15 AM (219.255.xxx.250)글게요......
물론 죽 글을 읽으며 고개 끄덕인 구절도 있지만.............
그냥익명님,오히려님 말씀에 동감.
머 위 글이 절대적인건 절대 아니잖습니까?
힘냅시다..!!
저도 40대에 저 자신에게 미소 지을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저 자신 돌아보며 열심히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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