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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이야기

technikart 조회수 : 972
작성일 : 2004-03-24 18:39:33






jean simeon chardin, la blanchisseuse,1733


우리 나라 사람들을 백의 민족이라고 불렀다는데 엣날엔 어떻게 그렇게 하얀옷을 입고 살수가 있었을까? 수도도 없고 비누도 제대로 갖추어 지지 않을텐데 말이다. 직접 손빨래를 해본 사람이라면 빨래가 중노동이라는것을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18세기에 부르조아 집안의 일층 구석을 우리는 지금 방문중이다.
하얀 천을 빨다가 우리를 의아한듯 쳐다보는 하녀와 비누 방울 놀이를 하는 소년, 구석의 고양이와 방문 넘어로 빨래를 너는 다른 하녀가 있다.

당시의 부르조아들은 한 집안에 통게상 25명의 사람들이 살 정도로 대 가족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이런 하녀들은 집안마다 열명은 족히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딸을 팔았고 이런 젊은 하녀들은 가격이 쌌다. 구석진 게단 밑에서 재워주고 밥만 먹여주면 되었던것.

이 그림속에는 이런 하녀들의 힘든 노동의 체취를 맡기 힘들다. 그냥 마치 평화로운 한폭의 정물화 같이 표현되고 있다.

이 그림을 그린 샤르댕은 당시 대부분의 화가들이 그리던 화려한 삶대신 이런 일상생활을 화폭에 그린 특이한 화가 이긴 하나 ,그의 그림이 사실주의로 평가 받지 않는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샤르댕은 일상생활을 그리면서도 그가 나타내고자 했던 평화로운 느낌, 마치 정물화를 보는듯한 느낌들을 추구했다.

오늘날에는 사실 옷으로만 사람의 신분을 알기한 약간 어렵기도 하다. 물론 명품이니 비싼것들이 있어서 알아 보게 되기도 하지만 빌 게이츠 역시 청바지에 남방을 입고 다니지 않는가?

18세기에는 옷입는것만 봐도 신분을 알기란 정말 쉬운일이었다. 귀족과 부르조아지들은 흰 소매에 흰 깃을 단 블라우스를 입었는데 당시에 이렇게 옷의 하얀색을 유지하기 위해 들인 비용은 어마어마 했다.

아직 고형비누가 나오기 전이라 대부분 숯으로 천을 덮은뒤 더운물로 여러번 헹구어 표백을 했으며, 대 귀족들은 파리시내의 전문 업자들에게 세탁을 맡기기도 하고 때로는 세탁 전문가의 고장인 네덜란드로 옷을 보내기도 했다.

18세기 중엽에 고체로 된 비누가 나오면서 세탁은 보다 일상적인 일이 된다. 그전에는 대 귀족만이 누리던 사치가 보다 일반화 되었다. 이 그림에서 나오는 광경은 이런 면을 잘 보여주는데 이렇게 개인집에서 세탁을 비교적 자주 한것은 그 당시의 엄청난 발전!

그런데 하녀가 비누를 쓴다는걸 어떻게 알았냐구? 하녀 바로 옆의 소년은 바로 비누방울 놀이를 하고 있는것!

기록에 보면 18세기 중엽의 이그림이 그려졌던 시기의 부르조아지들은 매주마다 5개의 블라우스와 한쌍의 소매, 3개의 손수건, 한쌍의 양말,한쌍의 속옷을 세탁 시켰다는 애기가 나오는데 속옷이 상대적으로 적고 블라우스가 많다는것 아직도 겉에 보이는 부분의 청결에만 신경 쓰던 시절이었다는 애기.

이 그림은 실제로 보면 굉장히 작다.샤르댕은 평생 200개의 작품을 남겼는데 그림 크기가 죄다 작은걸 생각해 보면 작품을 굉장히 조금 그린 화가에 속한다.

샤르댕의 말년은 화려해서 루이 15세에게 아파트를 하사 받고 루브르 아틀리에에서 작업할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기도 했다.
샤르댕이 동시대 작가들과 다른 일상생활을 그렸다는 점에서 이것은 획기적으로 보일수 있는 일이지만 샤르댕의 그림속에 나온 일상의 풍경속에는 힘들고 어려운 인생 보다는 늘 평화로운 기운만이 요요하게 떠돈다.
이것이 귀족과 당시 왕족에게 그의 그림이 사랑받을수 있게 한 원인일 것이다.

언제나 삶은 어렵지만 그안에서 늘 평화로운 부분만을 보려했던 당시 눈먼 지배층의 눈에 샤르댕의 그림은 너무나 이상화된 표본이었던 것이다.
IP : 80.14.xxx.69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송심맘
    '04.3.24 6:45 PM (211.203.xxx.9)

    앞으로 그림이야기 기대되네요~ 잘 읽겠습니다.

  • 2. 김나현
    '04.3.24 6:57 PM (221.165.xxx.151)

    우리는, 개화기의 조선에 대해 서구인이 "백의 민족"이라고 찬탄한 견문록만 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에 대한 외국기록을 보면, 그당시 우리나라 왔던 많은 외국인들은 하얀옷을 잘 갖춰입고 놀고있는 가부장과 꼬질꼬질하고 더러운 옷(자기 옷까지 빨아 입을 여력이 없어서)을 입고 노동에 지친 부인을 괴의하게 생각하고 있지요. 어떤 영국여성은 조선에 와 보고, 지구상에서 여성을 무자비하게 착취하는 전통을 가진 민족이라 기록하기도 합니다.
    결국 백의민족은 어른 남자들에게 하얀 옷을 입히려고 여성이 무지하게 피곤하게 사는 민족이라는 설명이 필요한 단어라는 이야기지요.

  • 3. 이론의 여왕
    '04.3.24 7:13 PM (203.246.xxx.192)

    테크니카 님, 앞으로도 계속 그림이야기 해주세요. 기대할게요.
    (급히 나가야 해서 대충만 읽었는데도 참 재미있네요. 나중에 와서 찬찬히 읽을게요.)

  • 4. 아라레
    '04.3.24 9:51 PM (221.149.xxx.2)

    일주일에 고작 한쌍의(2개라는 소린가요?) 속옷이라... -_-;;
    확실히 유럽애들이 그 땐 느무느무 불결했다지요...
    테크니카님, 재밌는 그림 이야기 앞으로도 기대할게요. ^^

  • 5. 김혜경
    '04.3.24 11:59 PM (211.201.xxx.63)

    그림이야기, 기대가 큽니다!!

  • 6. 솜사탕
    '04.3.25 1:18 AM (68.163.xxx.112)

    테크니카님.. 그렇지 않아도 궁금해서 쪽지 보내려던 참이였는데.. 반가와요.
    감기는 다 나으셨는지... 잘 지내시죠?
    저 그림엔 꽝인데.. 보면서 배워야 겠네요. ^ ^

  • 7. technikart
    '04.3.25 3:25 AM (80.14.xxx.69)

    음헤헤 저 잘 살아 있사옵니다.
    그림이야기 잼나다구 해주셔서 감사해용.
    사실은 저거이 제 블로그에 있던걸 기냥 퍼온거라 말투가 ㅡ.ㅡ 그냥 레포트 말투에요.

    담에는 더 잼나게 써서 올릴께요..

  • 8. 이론의 여왕
    '04.3.25 6:41 AM (203.246.xxx.148)

    저런 그림 이야기는 딱딱하게 설명조로 해야 더 재미있어요. 강의 듣는 것 같구.^^

  • 9. 호야맘
    '04.3.25 12:35 PM (203.224.xxx.2)

    technikart님~~
    그림이야기 넘 재미있습니다.
    최영미 시인의 '시대의 우울' 유럽미술관 여행기록 참 재미있게 잘 읽은 책이예요.
    아주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좋아하거든요.
    그림을 찬찬히 뜯어보는 맛(?) 정말 좋지요?
    비누방울 부는 소년의 눈 내리깔음과 동그랗게 만든 볼따구도 넘 귀엽고....
    그 시대의 시대얘기까지 해주시니...
    공부 많이 하는거 같아요.
    좋은 글 기대합니다... 기대 만땅이예요..
    잘 채워주세요!!!(압력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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