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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을 심하게 가리는 아이?

에잇..익명. --; 조회수 : 913
작성일 : 2004-03-22 19:00:54
우리 시조카 얘깁니다. 날 때부터 워낙 낯을 심하게 가렸다고 하더군요.
입덧부터 시작해서 태동, 우는 거, 자는 거.. 머, 만만치않았다고 해요.
두분이 결혼하고 10년만인가 낳은 애구요.  퍽 애지중지하십니다.
제가 보기에도 그럼에도 나름대로 균형을 잡아서 키우는 편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다섯 살인데 아직 글이니 하는 것도 안 가르치고요. (어린이집에서 가르친다고 안 보내십니다)
인사하는 건 꼭 챙겨서 시키시거든요.
근데 낯을 무지 가립니다. 이쁘게 생겼거든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이쁘단 소리두 많이 하지요.

저는 애 별루 안 좋아합니다. --;  지금 임신중인데도 친구들이 '너처럼 덤덤한 임산부는 없을 거야' 라고 하지요.
애 성별두 안 알아보구 있구요. 별 이상 없다는 말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애들 용품도 왠만한 건 다 얻고, 제가 사는 건 10만원 이하 정도로 생각하고 있거든요. 동생이 '첫 애인데두 그러고 싶냐' 고 하구요.. ^^;

처음 시조카 보고 얘가 절 별루 안 좋아하길래 저도 '그럼 말아라.. ' 라고 생각하고, 걍 무시했거든요.
불쌍한 건 울 신랑이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주말마다 봤으니까 새삼 낯가리는 것도 아닐 텐데 영 안 좋아합니다.
머, 물론 울 신랑이 애랑 잘 못 놀아주긴 해요. 제가 봐도 재미가 없겠더군요.. ^^;  어쩌다 오는 시동생은 무지 좋아합니다. 재미있게 잘 놀아주거든요.

저랑은 거의 1년 반 정도 주말마다 보는데 아직도 낯 가립니다. 음. 말 걸어도 무시하구요. 그럼 저도 안 걸지요. 먹을 걸 나눠줘도 저는 빼고 주지요. --;

문제는 지난 주였습니다. 이제 울 신랑까진 어느 정도 허용합니다. 말 걸면 겨우 대답하는 정도... 먼저 가서 안기거나 하는 일은 없구요. 근데 제가 손댈 일이 생기니까 훽하니 도망가더니 숨는 겁니다. 거참..
시누 부부는 그냥 웃고 말더군요. 사실 저는 꽤 열받았습니다. 다섯 살이면 사리분별 못 할 나이는 아니지 않나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식구중에 저만 문제더군요. 부모(중에서도 아빠를 특히 좋아해요), 할머니, 시동생까진 좋아하는 사람 리스트고,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이 동서와 울 신랑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쁘다고 말 걸어도 훽 고개 돌려서 외면합니다. 친구들도 자기가 가려서 사귀는 거 같구요.

머, 저야.. "그래봐야 니가 아쉽지" 라고 생각합니다. 경제권이 저한테 있는 고로.. --; 저한테 이쁨을 받았다면 선물이라도 하나 더 해줄 텐데...  특별히 챙길 생각이 안 들거든요. 시누이 부부는 너무너무 저희한테 잘해주시거든요. 가까이 살기도 하지만 맨날 먹을 거 챙겨주시고, 결혼할 때도 시어머니랑 사이에서 중재도 잘해주시고..    그래서 두분 생각함 잘해줘야 하는데.. 저는 영 이쁘지가 않네요.

아직 안 낳아서 모르겠는데 애만큼은 뜻대로 안 되는 건가요?  우리 애도 그렇게 될까요? 부모가 과잉보호해서 버릇이 없는 경우는 아닌 거 같아요. 그런 건 엄청 신경쓰시거든요.  
외동이라서 더 그런 걸까요? 제 이론은 동생이 생기면 관심을 받기 위해서 이쁜 짓을 많이 한다는 주의거든요.

걍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애를 아직 안 키워봐서 모르겠어요. 심히 무덤덤한 제 쪽이 잘못인지.. 좀더 크면 최소한 예의범절은 갖춰서 아는 척은 할 줄 알았는데 지금 봐서는 10년은 더 기다려야 할 듯 싶네요. 저도 그다지 사랑스러운 조카는 아니었습니다만.. (양쪽 집안에서 거의 첫애였는데 고모,이모,삼촌이 합쳐서 10분이 넘었지요.) 그래두 최소한 인사는 하고 물어보는 말에 대답은 했던 거 같아요. 지금은 제가 말 걸면 들은 척도 안 합니다. 음음.. 생각하니 또 화가 나네요..   강아지하고 애들은 자기 이뻐하는 사람을 귀신같이 알아본다는데 제가 안 이뻐하는 걸 알기 때문에 저러는 걸까요?

IP : 211.115.xxx.44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익명
    '04.3.22 7:18 PM (219.241.xxx.59)

    아이들은 누가 자기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눈빛만으로도 압니다.
    그래서 그런 걸겁니다.
    마음에도 없이 아이에게 억지로 잘해주는것도 알지요.
    5살 아니라 고등학생인 저희 친척도 최소한의 예의범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할때가 한두번이 아인던데...

  • 2. yuni
    '04.3.22 7:54 PM (218.52.xxx.34)

    하하하.. 어린애땜에 열받지 마세요.
    그냥 그러려니 하시구요. 어쩌겠어요. 애도 그렇고 님도 그렇고 성격인걸...
    윗분 말씀처럼 애들은 자기 좋아하는 사람 귀신같이 알잖아요.
    시누부부가 애를 굉장히 반듯하게 잘 키우고 있다지만 사람 잘 못사귀는거 그거 맘대로 안 되는거 아시죠?? 그런 애들한테 잘 뵈려면 어른이라도 얼마나 알랑방귀 뀌어야겠어요. ㅎㅎㅎ
    내가 그렇게 방귀 못뀌겠다는데 워쩔껴???? 그냥 덤덤하게 지내세요. 그애도 세상에 나와 부대끼고, 매운맛보면 좀 달라지겠죠. ㅎㅎㅎ

  • 3. 비슷해서
    '04.3.22 11:15 PM (218.232.xxx.149)

    우리 아들이랑 너무 비슷해서 답글 답니다.
    우리애도 이제 다섯살인데 세살될때 작은엄마를 봤어요.
    처음에 어찌나 대놓고 싫어하는지 제가 다 얼굴이 빨개질 정도였어요.
    정말 먹을거 작은엄마만 일부러 쏙 빼놓고 주고 그랬어요.
    왜 그랬는지는 제가 아이맘속에 들어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처음에 우리 동서도 아직 시댁에 낯설어했고
    우리 아이도 새사람이 들어오는게 이상했나봐요.
    잘해준다고 해도 아직 뭐랄까 좀 가족이외의 사람이라 느꼈을까요?
    저도 동서한테 많이 미안했고 제가 잘못 가르친것 같아 무안할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어요.
    1년여를 그러더니 얼마전부터 우와~ 완전히 달라졌어요.
    작은엄마 너무 좋아해요.
    시댁에 가서 작은엄마 있으면 아예 붙들고 산답니다.
    동서가 이제 잘 놀아주거든요. 물론 원글님의 시조카가 원래 그런 아이일수도 있지만
    아이는 정말 갑자기 변한답니다.
    조금만 마음을 열고 몸으로 놀아봐 주세요. 숨박꼭질,야구 이런거 해주면서요.
    동서가 이런거 같이 해주는데 전 진짜 동서가 고맙더라구요.
    그렇게 쬐그만놈이 싫은티 내는데 친해보려고 별별 놀이 다 해주니까요.
    여기까지 써놓고 다시 원글님의 글을 보니 이미 아이에게 미운 털이 박혀서 조금 힘들듯...

  • 4. Anna
    '04.3.23 8:26 AM (24.130.xxx.245)

    아이 비위를 맞춰줘야한다니... 어른노릇도 쉽지 않네요.
    아이들은 잘 놀아주고 자기 이뻐하는 사람 잘 아는것 같긴해요.
    저도 친구애가 이쁘다고 느껴지기 시작한 후부터 걔가 나한테 좀 앵기두만요-.-
    글타고 어른이 뭐하러 신경씁니까? 걍 냅두시지요. (음, 애들한테 관심없는 사람의 전형입니다, 제가)
    이쁜 아기 낳으시길 빌께요~~

  • 5. 김흥임
    '04.3.23 9:43 AM (220.117.xxx.171)

    비위를 맞춰 주다,란 말은 좀 표현이 그렇네요.

    다만 분명한건 한번을 보듬어 줘도 진심인지
    가식인지
    아이는 느낀다는겁니다.

  • 6. 새벽공기
    '04.3.23 9:43 AM (69.5.xxx.107)

    하하..전 왜 웃음이 날까요...
    나이들면 그 아이가 사람을 알아볼거 같습니다..덤덤하나..쿨한 성격을 더 좋아할거같네요..^^

  • 7. ...
    '04.3.23 9:57 AM (210.126.xxx.65)

    근데요, 애가 차가운 애도 있긴 있어요.
    울 앞집 아이... 첨엔 저도 이뻐했는데,
    얜 자기 테두리(자기집, 엄마,아빠, 자기가 노는 공간등)에 누가 들어오는게 넘 싫은지,
    현관문만 열리면 문 닫으라고 난리고, 집에 가라고 난리고...
    엄마 이외의 다른 사람이 손 잡아주는 것도 매몰차게 뿌리치고 가는 아이예요.
    아이지만 점점 미워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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