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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못 가서...

... 조회수 : 1,547
작성일 : 2004-03-05 13:37:44
어제 혜경 선생님의 글 읽고
재미 있으면서도 한켠으로 마음이 쏴아 했습니다.

내나이 이제 사십줄인데
저는 아직도 학력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짧지 않은 세월 지내면서 내인생에 있어서
제일 후회스러운게 *대학*을 못 간거입니다.
어쨌든간에 대학을 못 다닌건
공부를 못했거나 집이 가난해서라는
별로 밝히고 싶지 않은 이유 때문이니까요.

하하, 그렇다고 제가 공부를 너무 하고 싶었다거나 그런건 아닙니다.
그랬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갔겠죠.
공부 보다도 그나이에 누릴수 있는 그 문화를 경험 해보지 못한게
너무 많이 아쉽습니다.
공부가 원이었으면 지금이라도 늙지 않았어 하겠지만
젊었을때의 그 대학문화를 부러워 하는거라 지금은 해결이 안되는 거 같습니다.

직장 다닐때도 별로 아쉬운 생각이 없었는데
결혼해서 애 낳고 학부형이 되니까
고졸의 학력이 많이 걸리데요.
제가 알기론 제 또래에서는 대학 진학율이 한 50%정도 되는걸로 알고있는데
주위의 엄마들은 다 대학을 나온거 같더군요.
아닌거 같은 엄마들도 학력란에는 대졸이라고 쓰더군요.

저도 그렇게 쓰고 싶지만 그런거 속이긴 싫어서
고졸이라고 쓰면 왜 그렇게 속상한지...

엄마들 모이면 어쩌다 대학 애기 나오고 그럴때
대놓고 말은 안해도 나 대학 못 나온거 드러날까 맘이 편치 않습니다.
그거 알면 은근히 무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까요.
사실 82쿡에서 대학이니 선배니 하는 이야기 나올때
또 속이 상합니다. 그러나 어쩌겠어요. 그냥 감수 하는수 밖에 없죠.
내가 싫다고 다른 사람들까지 못하게 할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런거 무서워서 벙개도 팬사인회 할때도 못가는
나는 바부탱이 같아요.

제 바램인데 벙개 같은거 할때
몇 학번이세요?
전공이 뭐예요?
어느 학교 나오셨어요?
이런 질문 안 하셨으면 해요.
이런 사람이 저 하나는 아니겠지요?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가끔 게시판 내용에 '고졸 여사원'처럼
약간 무시하는 듯한 글이 있으면 기분 나쁘다는 리플이 꼭 달리더군요.
저는 한마디 하고 싶어도 귀찮고 그냥 넘기는데
저 같이 학력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분 또 계시나봐요.ㅎㅎㅎ

사실 어렸을때 교회도 열심히 다녔었는데
청년부에 대학 안다니는 사람은 거의 나오질 않고
또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고 점점 교회도 안나갔다지요.

여하간 참 부러워요.
이렇게 후회될줄 알았으면 어찌해서라도 꼭 다닐껄 그랬어요.

직장 다닐땐 집안 어려운 친구가 상고 안가고 인문계가서
어렵게 대학 졸업하고도 제대로 취직도 못하고 그런거 보면서는
내가 옳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인생은 긴거예요. 그 친구는 저 처럼 평생 후회하지는 않을테니까요.

요새는 따로 시험 안보고 반에서 공부 못하는 아이들 뒤에서 추려서
상고나 공고 보낸다고 하대요.
제가 학교 다닐때는 우리 학교 커트라인이 인문계보다 훨씬 높아
공부잘 하는 학생만 다녔던 학교인데
시험보고 상고 뽑고 나머지 학생들 뺑뺑이 돌려 인문계  학교 추첨 했거든요.
지금은 아이들이 그말 안 믿을꺼 같아요.
추억이 담긴 내 소중한 시절의 학교 뺏지도 꽁꽁 숨겨놨어요.
누가 볼까봐 말이예요.



IP : 220.86.xxx.113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혜경
    '04.3.5 1:51 PM (211.215.xxx.49)

    ...님 번개에 모이면 학교 얘기 안합니다.
    그리고 혹시 거슬리는 얘기들이 있었으면 너그럽게 봐주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 2. 선우엄마
    '04.3.5 2:03 PM (220.126.xxx.167)

    저희 친정어머니가 고등학교까지 나오셨습니다. 어머니 당신도 저도 한번도 어머니 학력이 고졸이라서 부끄럽거나 아쉽다는 생각을 안해봤습니다. 그런데 단 한번 너무 속상했던 적이 있었어요. 제가 20대 중반쯤 되니까 여기저기서 선이 들어오는데 아무도 저희 엄마 학력을 물어본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단 한 곳에서(무지 잘 나가는 집안이라는 뚜 아줌마의 말씀을 들었는데요.) 저희 친정어머니의 학벌을 묻더랍니다. 남자쪽 엄마는 E여대를 나왔다구요. 저희 엄마께서 그때 **여대 졸이라고 거짓말을 하셨더랍니다. 제가 그말 듣고 얼마나 속이 상하던지요. 저희 어머니라서가 아니라 살면서 늘 지혜롭게 처신하시는 모습이 늘 제겐 귀감이 되었던 어머니거든요.(전 어머니 발 뒤꿈치도 못따라갑니다요.) 게다가 굳이 따지자면 그때 선볼 남자는 저보다 학벌이 별로라고 하면 할 수도 있는 학교를 나왔거든요. 기가막혀서..
    그래서 기분나빠서 엄마는 나가보라고 성화를 해대시는데 전 다른 핑게를 대고 안나갔답니다.

    그리고 386세대니 하는 것도 좀 말이 그렇다고 봐요. 그건 60년대 태어나 80년대 대학교를 다닌 30대 세대란 뜻인데 대학이 국민 대다수가 가는 의무교육도 아닌데 30대를 일러 모두 그렇게 칭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봅니다.

  • 3. Ellie
    '04.3.5 2:06 PM (24.162.xxx.70)

    요즘 사이버 대학이라는 것도 있구요...
    우리 어머니도, 대학졸업 20년 만에 다시 전문대가서 멀티미디어 공부 하셨어요 ^^(원래 국문과 졸업하셨는데, 적성에 맞지 않으셨던가봐요. 근데, 컴퓨터 공부하실때는 너무 좋아 하셨어요. 또, 그때 약간 우울증 올려고 하셨는데,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것도 다 견딜수 있으셨나봐요. )
    어머니 친구분도, 원래 고등학교 졸업하셨는데, 다시 신학대학가셔서, 지금 상담교사 과정 공부하고 계시구요...

    용기내셔서, 이제라도 다시 학교로 가시는건 어떨까요?
    저 고3때 엄마도 학교 다니셔서.. 저는 공부하는데 많이 도움이 되었거든요

  • 4. ***
    '04.3.5 2:08 PM (218.48.xxx.41)

    전문대나온저두 학력컴플레스에 아직까지 시달리고있어요.
    아줌마들모이면 전문대도 무시하더라구요..얼마나 공부를안했으면 "누구네엄마 2년제나왔대.
    그래서 전 절대 이야기하지않는답니다.
    그래도 4년제랑 똑같은 자격증받았는데.억울해서리.학력이 높을수록 무시하는경향이 더있는것같더라구요.그래도 꿋꿋이 저 살렵니다.

  • 5. 또다른
    '04.3.5 2:24 PM (211.180.xxx.61)

    얘기도 있습니다.
    저는 야간대학을 나왔습니다.84학번이죠... 서울시내 소재의 중위권대학인데, 그래도
    당시 전기대학였죠. 그때는 학력고사보고 전기-> 후기-> 전문대 이렇게 갔잖아요.
    그때당시 집안형편도 안좋았고, 성적도 별루였고, 어찌하여 찍었는데 운좋게 합격하니
    언니가 입학금은 대주던군요. 그러다보니 오빠도 조금 대주고, 장학금(꼭 공부잘해야
    장학금 타는건 아녜요.머 근로장학금이런것도 있고..) 국민은행 장기저리 융자받고해서
    무사히 8학기를 다 마치고 졸업하고, 취직해서 아직도 다니고 있습니다.
    저도 대학 나온걸 무척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의 컴플렉스아닌 컴플렉스는 그 학교의 야간을 나왔다는거죠.
    벌써 야간강좌 없어진지도 오래됐어요. 그런데 사회생활하다가 가끔 같은학교 출신
    후배들을 만나면 (특히 같은과후배들) 000선배 아세요? xxx아세요? 그 선배도 84인가
    85학번인데... 이러면 그냥 얼버무리거나, 야, 그때 한 꽈에 150명인가 그랬는데 어케
    다 아니 이러면서 위기를 모면하죠.....
    10년 산 남편도 몰라요. 울 회사에도 아무한테 얘기안하구...

  • 6. 또다른
    '04.3.5 2:30 PM (211.180.xxx.61)

    제가 방금 글을 올리고 나니 ***님의 글이 제 글위에 있네요.
    혹시라도 제가 전문대를 낮추었다고 오해하실까봐 다시 올립니다.
    사실 저는 위에도 썼듯이 성적도 별루라서 점수가 그정도 밖에 안되어
    야간강좌에 집어넣었던거고 다행히 합격이 되어 지금은 그냥 그대학 출신으로
    되어 있는겁니다. (사람들은 주.야구분은 전혀 않더군요. 본교나 분교냐는 구분해도...)

  • 7. 빈수레
    '04.3.5 3:01 PM (211.204.xxx.50)

    또다른님, 그런 걸로 고민마세요.
    한 과에 같은 학번이 40명도 채 안 되는 인원이었음에도, 저는 제가 기억하는 이름이 몇 없습니다. 다닐 때야~ 당근 다 알고 그랬지만, 졸업하고나니 이 이름이 어느 시절 알던 사람인지...듣던 이름이기는 한데....한답니다, ㅎㅎ.

  • 8. 빈수레
    '04.3.5 3:06 PM (211.204.xxx.50)

    그리고 학벌문제로 고민하시는 님들.
    그런 걸로 상처받지 마세요.
    그런 시절의 추억이 없음은 아쉬울 지 몰라도,
    동네 아줌마들이 뭐라건 그들도 내도 다 같은 아.줌.마.일 뿐이고, 학교시절 장학금받고 학생회장을 했다손 치더라도 결국은 전업주부거나 월급장이이거나 어쨌거나간에 현실에서 헥헥거리며 남편문제 아이문제로 골머리안고 살기는 매한가지이니까요. 대부부이 다 비슷비슷하게 살고 있지 않나요?!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어떻게 살고 있느냐...
    현재의 삶에 충실한가...뭐, 그런 쪽이라고 생각합니다.

  • 9. 빈수레
    '04.3.5 3:16 PM (211.204.xxx.50)

    참, 어디를 나오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나이 또래라면 당.연.히~!
    인문계 결정되기 전에 공부는 잘하지만 집안이 어려운 애들이 상고 시험본 것, 잘 알지요.
    그렇게 꽁꽁 숨겨두지 마세요. *^^*

    내가 내 자신에게 당당할 때, 아이들도 엄마를 당당하게 보지요.....

  • 10. 훈풍
    '04.3.5 3:34 PM (203.231.xxx.199)

    한참전에 회자되던 유머시리즈
    평균화라던가
    50대가 되면 배운*이나 못배운*이나 똑같고
    60대가 되면 이뿐*이나 미운*이나 똑같고
    70대가 되면 서방있는*이나 없는*이나 똑같고
    80대가 되면 돈 있는*이나 없는*이나 똑같고
    90대가 되면 산*이나 죽은*이나 똑같다고
    모두가 알고 있는 유머겠지요

  • 11. 선녀
    '04.3.5 3:44 PM (219.241.xxx.223)

    제 직업상 많은 어머니들을 많나죠
    솔직히 좋은 대학 출신 엄마들 프라이드 높습니다
    하지만 아이들 가르치는라 엄마들 상대 오래하다보면 학벌 중요치 않습니다
    아이들의 인성을 보면 그부모 수준 나옵니다
    애들은 부모닮거든요
    배려와 예의를 갖춘 아이들의 부모와 학력은 비례하지 않더군요

  • 12. 서당
    '04.3.5 5:07 PM (211.212.xxx.128)

    저희 엄마가 학벌이 낮아요..많이..그치만 전 우리 엄마를 너무너무 존경한답니다. 대학나온 친구들의 엄마보다 훨씬 현명하고 아는것도 많고 처사도 분명하시거든요.가방끈 긴 저희 아버지도 항상 엄마 의견을 존중해줘요..결과가 좋거든요^^
    님게서도 스스로를 높이시면 가족들에게 존경받는 여인이 될 거 같아요.

  • 13. 저는요..
    '04.3.5 8:19 PM (137.68.xxx.139)

    저희 엄마는 중졸이신데요, 그걸 제가 고등학교 다닐때까지 숨기셨거든요.
    저의 가정환경 조사서에는 늘상 고졸로 쓰셨어요.
    한 번은 아버지가 엄마 학력란에 전문학교졸로 쓴적이 있었는데,
    엄마가 무척 화내셨더랬습니다.. 그땐 제가 엄마 화내시는 걸 이해 못했죠..
    그런데, 엄마가 당신 학력을 솔직히 밝히셨을 때
    학력이 낮다는 사실보다는 그동안 자식들에게 거짓말하셨다는데에 더 화가 났더랍니다.
    ...
    그냥 ...님의 글을 읽고 저의 개인사가 떠올라 한마디 적어보았습니다.

  • 14. ..
    '04.3.5 8:38 PM (68.192.xxx.145)

    저희 엄마 아버지도 고졸이십니다..엄만 이대 붙었다가 가정형편으로 포기하셨습니다.
    이버지 역시 차남이지만 집에 생활비 대는 사람 하나 없기에 대학 안가셨습니다..
    그래도 저희 엄마아버지 어디내놔도 빠지지않는 분들이십니다.. 부모님들 주위에 변호사에 판사에 '사'자 붙은 친구들 그리 많으시지만 그분들보다 잘나면 잘나셨지 절대 빠지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어린마음엔 엄마 고졸이신게 속상한적도 많았지만 머리크고 나이먹으니 전혀 안그렇더군요. 그시절 그때는 고졸은 평범한겁니다.. 부끄러워하지마세요. 대학나오고도 사람값 못하는 사람 많이 봤습니다.

  • 15. 키세스
    '04.3.5 9:05 PM (211.176.xxx.151)

    저도 혜경샘의 대학시절 얘기를 읽으니 부럽대요.
    제가 학교다닐 땐 다들 데모하느라고...
    그때 같은 낭만은 없었지요. ^^
    제가 좀 소극적인 면이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다니긴 했어도 별로 추억에 남을 만한 일들이 없어요.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고....
    저도 그시절로 돌아가면 뭐든 열심히 하고 싶어요.
    저처럼 그 청춘이 부럽고, 그립고 그러신거죠?
    그리고 학회도 아니고 번개할 때 학번, 전공 물어볼 사람들이 있을까요?
    이름도 안물어보고 아이디만 부르는데... ^^

  • 16. 나혜경
    '04.3.6 11:54 AM (202.30.xxx.200)

    유난히 학번 묻는 사람 있지요.
    전 사람 사귈때 그사람 품성 봅니다.
    저랑 feel 만 통하면
    국졸이던 중졸이던 상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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