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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때문에.....

jasmine 조회수 : 1,716
작성일 : 2004-03-03 23:30:35
도자기를 아시는지....
도서관 자리 잡아주는 기둥서방.....입니다.

제가 8*학번인데....요즘도 그런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언, 도자기에 대한 안좋은 추억이 이~써~요~~~(정준하 버젼)

전, 대학 4년내 제대로 된 도자기를 가져본 적이 없답니다.
우린(저와 같은 류의 인간), 벼락치기의 달인인지라,
시험 일주일전부터, 단짝친구랑 새벽 3시반부터 도서관앞에 줄을 서지요.
세수만 한 얼굴, 옷은 추위에 대비한, 논패션의 차림으로.
99%는 남자고, 1%의 여자가 바로 제 친구와 저였답니다.

둘 다 얼굴 좀 반반해 남자 하나쯤은 있으리라 모두 생각했겠지만,
너무 예쁜 여자(?)에겐 남자가 안 꼬이는 법. 이미, 있는 줄 알고.....ㅠㅠ
왜, 너무 맑은 물에는 고기가 안산다는 전설이 있쟎아요......(굴리는 돌 사양함)
새벽부터 기다리다 지친 몸을 이끌고, 막상 도서관에 자리잡으면, 한 판 자줘야 했고,
8시쯤, 침 질질 흘리며 일어나 보면,
집에서 아침밥 얻어먹고, 꽃단장까지 한 별로 안생긴 애들이
도자기가 맡아준 자리에 앉아있는 꼴을 봐줘야만 했지요.....

3학년 가을,
경제학 수업 같이 듣는 다른 과 남학생들이 있었는데,
한놈은 제 친구에게, 한놈은 저에게 필이 꽃힌 눈치였습니다.
가을 중간고사때, 도자기를 자청하기에....
뭐....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하며
댁들이 꼭 하고 싶다면 해보슈....

제 친구와 저, 3년만에 처음으로,
아침밥 먹고 옷도 제대로 갖춰입고 도서관에 입성했답니다......음하하하....
심심하면, 휴게실 가 자판기 커피 빼달라는 청 말고는 참을만 했죠....

드뎌, 2주간의 시험이 끝나는 날,
원치 않았던 도자기들이
우리의 전공시험 스케쥴까지 꾀고 와서는
끝나고 자기네랑 놀자고 하데요. 당근, 싫다고 했죠....
우리 : 남자 친구 만나기로 했다....
그들 : 남자 친구 없는거 다 알고 있다.
우리 : 다른 학교 다닌다. 이따가 만날거다
그들 : 다 알아봤다, 맨날 둘이 다닌다고 하더라....
흐미...죽일 놈들, 마지막 자존심을 건드리다니,.....우리, 남자 친구 있어요!!!!!

별표....남자의 호의는 함부로 받는게 아니더군요.
치사하게, 자리 맡아 준 값을 내라고 하기에 내일 점심 산다고 하고, 거절을 했습니다.

시험 끝난 나와 내 친구,
만날 사람도 없고, 갈 데도 없고,
그렇다고 집에 가기는 처량맞아 번화가에 가 옷구경이나 하자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죠....

둘이 팔짱끼고 어슬렁어슬렁 따분한 아이쇼핑을 하는데,  
하필, 거기서? 왜?, 무슨 연유로? 그들을 마주치냐구요....
남자 만난다고, 소리 박박 질렀는데...
순간, 너무나 쪽팔렸지만 (흐어어어, 흐어어어.....아라레 버젼),
빈정대는 그들에게, 빠른 머리회전으로, 지금 만나러 가는길이라고....뻥을....

그들이 우리 뒤를 계속 쫓아오는데, 정말 미치고 팔작 뛰겠더라구요.
그러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한 덩치하는 체육과 선배를 봤고,
우리 둘은 쏜살 같이 달려가
양옆에서 팔짱을 끼며,
오빠!!!!! 우리도 지금 가는 길이야. 같이 가자(옆구리 쿡쿡 찌르면서...)
그들은 긴가민가 망설이면서도 한덩치에 밀려 사라졌답니다.
나중에 그 선배에게 사정얘기하고, 사과하고....

그 후,
몇달 동안,
친구와 저는 그들에게 시달렸죠.
밤마다 전화해 바꿔달라....
우리 둘은 너무나 억울하게 저는 부모님께 걔는 기숙사에서 찍히고....
통행금지까지 당하는....어이없는 사태로 발전했더라는.....

몇달동안 밤중에 전화해 우리를 못살게 하던 놈들,
학교에서 보면 저만치 줄행랑 치고, 그날밤 또, 전화하고....
남자의 호의는 정말, 거져 받는게 아니라는 진리를 터득한 뒤.
우리 둘은 다음 학기에도 새벽에 줄을 서는 1%에 합류했답니다.

몇년이 지난 후,
저를 쫓아다니던 그 파파라치에게 편지가 왔습니다.
자기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IP : 218.238.xxx.166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April
    '04.3.3 11:42 PM (65.240.xxx.68)

    그때는 힘들었겠지만, 지나고 보면 다 아름다운 추억이예요^^
    저는 jasmine님보다 좀 더 일찍 학교를 다녔는데,
    그때도 도자기 제도가 있었답니다...
    저는 좀 덜 생긴 아이여서(^^*) 도자기를 충분히 잘 활용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 2. 김혜경
    '04.3.3 11:46 PM (211.215.xxx.40)

    하하하...도서관엘 왜 갑니까...평소 열심히 공부하고, 또 집에서 하면 되지...

    자스민님도 한참때는 동해 백주셨군요..(사나이 가슴에 불을 당긴다!! 기억나시죠?)

  • 3. jasmine
    '04.3.3 11:53 PM (218.238.xxx.166)

    April님, 도자기가 있는 행복한 분이셨군요....부러버....ㅠㅠ
    샌님, 평소에 공부한 범생이?....저는 그런 애들 별로 안좋아했는데.....

  • 4. 아라레
    '04.3.3 11:58 PM (210.221.xxx.250)

    ㅎㅎㅎ... 도자기 첨 듣는 말인데요.
    저처럼 메뚜기로 뛰당기시지 그러셨어요. 아니면 빈 강의실... ^^

  • 5. La Cucina
    '04.3.3 11:58 PM (172.158.xxx.75)

    ㅋㅋㅋ 맞아요. 도서관에 왜 가세요~오!
    평소에 수업 내용 잘 듣고 그라묘오온......-__-(여기서 말이 기어 들어갑니다...엉금엉금..)

    도서관 도자기들 아직 있죠..그리고 쟈스민님과 친구분의 스토커들?처럼 그런 수법 쓰는 사람들 아직 많습니다요. 저도 누가 잡아줬을 때 몇번 나갔지만 그 뒤론 집에서 했어요.
    전 갑갑하고 막힌....답답한 거 굉장히 싫어하거든요. 그 칸막이들 죄다 뽑아버리고 싶어요.
    켁~ 막힌 기분이라 ㅡㅡ;;;;
    그래서 집에서 공부하는게 더 좋더라고요. 한 여름에 에어콘도 있겠다...눕고 싶으면 눕겠다..이러다가 시간 다 가고.... 벼락치기로 마무리를.....

  • 6. ido
    '04.3.4 12:12 AM (62.134.xxx.66)

    평소에 공부한 범생....저도 그런 애들 안 좋아했어여....^^;; 1등 뺏길까바...ㅎㅎ

  • 7. snoozer
    '04.3.4 12:27 AM (211.178.xxx.147)

    전 여대를 다녀서,,, 공학이어도 마찬가지겠지만,,,,
    잠시 철모르던 대학시절이 생각났습니다,.

  • 8. 세실리아
    '04.3.4 1:42 AM (211.216.xxx.80)

    저는 도자기는 없었지만, 황당한 추억이...
    도서관에만 가면 잠이 쏟아지잖아요. 그래서 자주 잤죠...가끔 침까지 흘리며 ㅠㅠ
    근데 어느날 저희과 건물 로비에 누가 대자보를 붙였더라구요...
    내용인즉슨 "아무개양(제이름 석자), 근 2년동안 도서관에서 오수를 즐기는 그대의 아리따운 모습을 보는 낙에 살았는데, 군대를 가게 되었소...그러나 섭해하지 마오..경영대친구가 이제부터 나 대신 그대의 침흘리며 자는 모습을 보아줄것이오. 그리고, 잠만 자지 말고 가끔 책도 좀 보아주시오"

    정말 며칠동안 학교에 얼굴들고 못다녔어요 흑흑...

  • 9. 아임오케이
    '04.3.4 2:15 AM (220.120.xxx.51)

    도자기가 없었던 전, 메뚜기로 한철 났죠.

  • 10. 솜사탕
    '04.3.4 2:40 AM (68.163.xxx.92)

    저도 메뚜기는 들어봤지만, 도자기는 첨 들어봐요. 흐흐흐.. 도서관 생각나네요..

  • 11. 무우꽃
    '04.3.4 2:55 AM (210.118.xxx.196)

    너무 맑은 물에는 고기가 안산다는 말은 전설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입니다.
    저도 같은 꽈라 그 심정 잘 알죠. 흑흑흑....

  • 12. 쭈니맘
    '04.3.4 4:10 AM (210.122.xxx.108)

    도자기라..저도 첨 들어보네요..
    제가 워낙에 도서관하고는 거리가 멀어서....
    도서관의 기억이라곤...친구 찾으러 갔던일밖에 기억이 없어요..ㅠㅠ

  • 13. 무우꽃
    '04.3.4 7:05 AM (210.118.xxx.196)

    세실리아님 정말입니까? ㅋㅋㅋㅋㅋ
    어떤 녀석인지 참 ... ㅋㅋㅋㅋ

  • 14. 모아
    '04.3.4 8:22 AM (218.235.xxx.56)

    저두 메뚜기 사마귀는 아는데 도자기는 처음.. 재밌네요

  • 15. 글로리아
    '04.3.4 8:58 AM (203.233.xxx.58)

    자스민님과 비슷하다고 추정되는 이 나이가 되니까
    요새는 왜 스토커도 없남...하며 주변을 오히려 기웃거리게 되네요.
    4년전 택시 잡으러 도로 한가운데 서서 손을 훼훼 내젓고 있는데
    멀쩡한 남자가 쫓아와 차 한잔 하자고 수작을 거는데....
    그게 대학교때는 말 그대로 `수작'이었는데, 요샌 `혹시 이 넘
    사기꾼 아닌감' 하니 완전히 아줌마로 주저앉은 비애감이 스스로 드네요.
    몇년전에는 정말 죽자사자 하던 왕년의 스토커 한 분께서
    메일을 보내왔지요. 자기는 아직도 결혼을 안하고 미국에서 유학하네...어쩌네...
    그래서 저 이젠 질질 빼지도 않고 아줌마 티 물씬 내면서
    `결혼했으며 아이가 주렁주렁이며, 그래도 니 편지에 몹시 반갑다.
    나 니 공부하는 동네로 출장가거든 모처럼 만나 폭탄*로 회포나....'했더니
    다음날 가정파괴범이 되고 싶지 않다는 메일이 왔네요. ^^
    어쩌나, 이젠 제가 한번 그 총각 스토커나 돼볼까요? ㅎㅎ

  • 16. 세실리아
    '04.3.4 9:03 AM (152.99.xxx.63)

    네, 실화입니다 무우꽃님~ ^^

    글로리아님의 말씀에 공감을 하게 되는게, 20대 후반이 넘는 어느 순간부터
    '수작'을 거는 유일한 넘들은 "혹시 도에 관심있으십니까" 하는 넘들입니당 ㅠ.ㅠ

  • 17. 글로리아
    '04.3.4 9:11 AM (203.233.xxx.58)

    ㅎㅎㅎ 맞습니다. 세실리아 님.
    너무 웃기네요...지하철 역에서....

  • 18. 다린엄마
    '04.3.4 9:34 AM (210.107.xxx.88)

    앗...왜 Jasmine님이 여대 나오셨을꺼라 생각했을까. 아니셨구나.

  • 19. 키세스
    '04.3.4 12:02 PM (211.176.xxx.151)

    도서관에서 그런 일도 있었군요.
    저 역시 도서관에는 친구 찾으러 간 기억밖에 없어서... ^^;
    우리 신랑 대학때 만나서 같이 도서관 다녔으면 지금쯤... 백수가 아닐까싶네요.
    제가 짝지 성적 떨어뜨리는 데 특허받은 사람이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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