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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의 잠버릇

아라레 조회수 : 1,407
작성일 : 2004-03-03 19:17:44
예전에 제빵기를 타 볼 욕심으로다
임백천의 라디오 방송에 '명랑가족 이야기'로
올렸었는데 미끄럼 탔던 얘기입니다. ㅠ.ㅠ

이 얘기 말고도 몇몇 주접스럽 에피소드를 더 썼더니
넘 길어서 그랬는지...

울 식구는 몽유병이랄까...
매일 밤마다 일어나는 발작은 아니지만
사람의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 행동을
가끔씩... 아주 가끔씩 합니다.


첫번째로 울 큰언니.

언니가 6살 땐가.. 낮잠 자는 언니를 재워놓고
엄마는 마당서 빨래를 널고 계셨답니다.

그런데 얼마뒤 동네 구멍가게 아줌마가
씩씩 거리면서 오시더니
이 집애가 껌 한통을 들고 달아났다고
화를 내시더랍니다.

울 엄마, 울 딸이 얼마나 착하고 순진한 앤데
그런 소릴 하느냐, 그리고 지금 방에서 자고 있다..
못믿겠으면 함 들어가서 보자 며 같이 씩씩거리시며
방에 들어가 봤더니.........

순수함을 온 몸으로 떨쳐내며 포근포근 자는
언니 손엔 껌 한통이 꼬옥 쥐여져 있더랍니다. -_-;;

엄마가 빨래 너느라 등돌린 사이
엄마도 모르게 쓩하니 (잠결에) 나갔다 온 것이지요.

물론 깨고 나선 자기가 한 일을 기억 못합니다.



두번째로 둘째 언니와 남동생.

오후 햇살이 방안 깊숙히 나른함을 느리우던
초여름 날의 일로 기억됩니다.(제가 6학년땐가?)

집에 들어가보니 안방에서
그 나른한 햇살을 받으며 동생과 언니가
사이좋게 자고 있었습니다.
근가 보다..하고 내 방으로 가서 숙제를 하고 있는데
안방서 우지끈-!! 뚝딱!! 하는 소리.

황급히 안방으로 가보니
안방 장롱 문짝에 둘이 매달려서 그 문짝을
떼어내고 있는 거시였습니다... ㅇ_ㅇ;;

"야앗~! 둘이 뭐하고 있는 거얏?!!"
제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듯, 자기들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화들짝 놀라더군요.

옛날 자개장롱 문을 보면  왼쪽은 윗면에
잠금쇠 장치로 걸어 놓지 않습니까?
바로 그 잠긴 문 한쪽을 둘이 어거지로
떼어내려고 그리 용을 쓰더군요.

아버지랑 엄마가 보시고는 하도 기가 막히고
이것들이 미칬나... 왜 멀쩡한 장롱문을
자다가 떼어내냐고오.... 하는 물음에

제 동생이 그러더군요.(정준하 버전)
"전 잘 자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둘째 누나가 절 깨우더니 저 문을 열어야 한다길래
저도 그만!!! 그런가보다 하고 문에 매달린 거예요...."

이 둘 역시 자기가 한일을 기억 못합니다...

한 놈이 제 정신이 아니면 딴 놈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이건 두 놈 다 똑같다며
하도 기막히고 우습다고 허허거리시며
아버지는 그 사건을 아무 야단도 치지 않고
종결하셨습니다.



세번째로 나....

나야말로 이 우스꽝스런 잠버릇은 결단코 없을거라고
장담하고 형제들을 비웃으며 살았건만

중학생때, 방에서 낮잠을 잘 자다가
(네,, 우리 식구들 꼭 밤잠도 아닌 낮잠때 사고를 칩니다.
그리고 낮잠 안자면 죽는 체질들이구요. ㅠ.ㅠ)

저 또한 뭐에 씌운듯...
제 방에 걸려있는 전신거울을 떡하니 떼어다
마루에다 옮겼습니다. ㅠ.,ㅠ

제가 직접 겪으니 알겠더군요.
그 요상한 정신 상태를...

왜 자다가 혼몽한 상태에서
반드시 저 거울을 떼어야만 한다는----
그런 결씸 비슷한 것이 제 정신을 지배하고
꼭 그 의무를 수행해야 겠다는 생각밖에 안들더군요.

전 아무 생각없이 그 육중한 거울을 들어다가
마루에 내려 놓는 순간,
아, 이거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인가 하고
그 때 제정신이 돌아왔답니다.

얼른 딴 식구들 보기전에 완전 범죄를 하려고 했는데
쿵하고 거울 내려 놓는 소리에
안방에 모여 티비를 보던 식구들이 우르르...

"어머머머... 웬일이니.지는 안그럴거 처럼 그러더니
드뎌 쟤도 제정신이 아니구나... 쯧쯧,,,"
  <BGM: 하하 호호 낄낄 걀걀걀....>

전 암말도 못하고 그저
이제야 비로서 진정한 한 식구가 된듯
쑥스런 미소만 지었습니다.... ㅜㅅㅜ


고등학교 때 꼭 우리반 수학시간은
4교시 체육, 점심 이후 5교시였습니다.
거의 죽음이죠...

초인적인 의지로 눈을 부릎뜨려 해도
그 모양새가 외려 '나 지금 졸려 죽겠어요'라고
광고 하는 셈이었겠죠... ㈌_㈌ <-이런 눈모양이 아니었을까...

외계어같은 수학공식이 난무하는 교실과
비몽사몽같은 졸음속 세계의 이공간에서
딱 중간에 걸쳐진 채 머리랑 눈을 까딱까딱...

그러다 선생님께서 호명을 하시거나
옆의 짝꿍이 뭐라 하면 어김없이
요새 문척식이 입을 아무린 채
"@#4~%^7&*???"라고 발음을 흐리는...
그런 몽유어를 내뱉곤 했습니다.

제게는 외계어로 들리는 수학이었는데
(중학교때까지는 그래도 잘했는데 우띠...)
3년 내내 같은 수학선생, 더구나 1학년과 3학년때 담임.
제 고교시절은 저주받은 시절이었습니다... ㅜ.ㅜ


라스트.

애들이 누굴 닮아 저런지 모른다며
한심해 하시던 부모님.....


어느날 두분이 사이 좋게 낮잠을 주무시는 걸
목격했는데....

아빠 : 여보...
엄마 : ..왜 요....?
아빠 : 그게 말이야... 웅얼 웅얼....
엄마 : (수긍하시며) 응..응...

전 두분이 눈만 감으시고 안주무시는 줄 알았슴다..
그러나 분명 뒤로 갈 수록 독청불가능한
다이얼로그를 하시더군여. =_=;

참내.... 울 4형제가 어디서 뚝 떨어진 존재들이 아니라
엄연히 끈끈한 핏줄로 얽어진 '혈통'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IP : 210.221.xxx.250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새봄
    '04.3.3 7:29 PM (218.237.xxx.29)

    호호호호......상상이 가네요...
    저희집은 잠소리의 여왕들 입니다.
    오죽하면 밑에밑에 여동생이 예전에 한창 연애하느라 밤중에 전화를 하는데..
    그 옆에서 자던 밑에 여동생 잠소리 때문에 화장실로 전화기 들고 갔을까요..
    남자친구가..."야...너네 언니 아직 안자나보다..전화 끊을까?"
    동생 차마 잠소리라 못하고.."아니야..잠깐만..." 하고는 화장실로 ...
    간간히 저희집은 대화가 가능합니다.깨면 말짱한 정신에 물은 사람만 기억하고..
    자면서 답을한 사람은 전혀 기억을 못하는 상황이지만요..
    (진통제 덕분에 지금은 살만 합니다...)

  • 2. 제비꽃
    '04.3.3 7:33 PM (61.78.xxx.31)

    ㅋㅋㅋㅋㅋ

  • 3. 키세스
    '04.3.3 7:40 PM (211.176.xxx.151)

    아라레님 -.-;; 넘 무서웠어요. ㅋㅋㅋ
    우리 엄마도 자다가 많은 지시!!!를 해서 사람 헷갈리게 하는데 선순데... 그런 사람들이 떼로 모여살다니...
    우리 신랑도 비슷해요.
    자다가 애기한 거 다음날이면 발뺌합니다.
    다리 아프다고 밤새도록 주물러 달라하고는 그런 기억이 없다고 하고...
    처음에는 배신감에 ~부르르~
    이제는 그러려니하고 자다가 뭐라고 하면 싹 무시한답니다. 흥!

  • 4. 김혜경
    '04.3.3 11:31 PM (211.215.xxx.40)

    하하하...

  • 5. ido
    '04.3.4 12:35 AM (62.134.xxx.66)

    ㅎㅎ....저는요....동생 잠든 거 확인하믄요...ㅎㅎ...진실게임해요. 이거 어떻게 하냐면. 자는 애 귀에 대구요....ㅎㅎ.....( )야, 너는 전생에 뭐였어? ..ㅎㅎ.....동생 왈. 음......머시래....쥐새끼.......ㅎㅎ.......아침에 깨면 하나도 기억 못하져~ 쥐새끼였대요......그거 나보고 하는 소릴 잘못 들은건가? 흠....다시 생각해바야겠군.

  • 6. 세실리아
    '04.3.4 1:35 AM (211.216.xxx.80)

    저는 남편이 자다가 잠꼬대를 하는데요, 꼭 사무실 업무를 주제로 하더라구요.
    저희는 같은 직장이라(부서는 다르지만) 업무를 서로 알고 있거든요. 대꾸 적당히 해주면서
    질문까지 하면 대답까지 아~~주 엑설런트하게 잘해요 ㅋㅋㅋ 어찌나 웃긴지!
    당근 아침에는 기억 한개도 못합니다.

  • 7. 솜사탕
    '04.3.4 2:27 AM (68.163.xxx.92)

    하하하... 저도 첨엔 무서웠어요.. 근데.. 다 읽고나니.. 좀 적응이 그새 되네요. ^^;;
    저도 자다가 잠꼬대 하지 않나 모르겠네요. ㅎㅎ

  • 8. 지나가다가
    '04.3.4 3:43 AM (24.81.xxx.26)

    근거가 있는 예긴지는 잘 모르겠지만 누가 그러더군요
    잠꼬대하는 말 받아주고 대답하고 자꾸 시키면 점점 나빠진데요
    근데 잠꼬대로 말받는 사람보면 진짜 재밌어서 자꾸 시키게 되더라구요 --;

  • 9. 무우꽃
    '04.3.4 7:49 AM (210.118.xxx.196)

    그러니까 아라레님 댁은 친자 확인을 아라레 증후군이 있느냐 없느냐로 하시누만요?
    저희 집은, 앉아서 발톱을 톡톡 뜯는 버릇이 있느냐 하는 걸로 확인합니다.

  • 10. 깜찌기 펭
    '04.3.4 8:32 AM (220.89.xxx.1)

    ㅋㅋㅋㅋ

  • 11. 은맘
    '04.3.4 9:11 AM (210.105.xxx.248)

    ㅋㅋㅋㅋ ㅎㅎㅎ

    명랑가족 이야기에서 왜 안 뽑히셨을까나??????

    "명랑하다 못해 무서븐 가족이야기" 라는 프로였다면 당첨됐을것 같애여.

    근데 궁금해여.

    지금도 그러시나여?

  • 12. 깡총깡총
    '04.3.4 10:01 AM (211.226.xxx.205)

    아라레님 너무 재밌어요~
    저 아라레님 왕팬이예요 또 얘기해주세요~

  • 13. ms. song
    '04.3.4 5:44 PM (203.234.xxx.25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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