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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그녀

무우꽃 조회수 : 1,183
작성일 : 2004-02-26 22:20:55
정말이지 남자에게 여자의 한마디는 힘이 팍팍 나게 하기도 하고 기를 팍 죽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런 말을 하려면 마음부터 그렇게 먹어야 하겠죠.

제 곁에도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제가 상궁마마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 박봉에 일은 많고, 그걸로 살림 하랴 애 기르랴 무척 힘듭니다.
제가 프로그램 회사를 하다가 작년에 문을 닫았을 때 수중에 이백 남았었습니다.
제 처지도 제 처지지만 그 사람 보기가 너무 미안하더군요.
몇년간 제주 삼춘네 표고밭에 가서 묻혀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제가 뭐 할말이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이사람 하는 말이 ...
"이상하네 내가 본 사주가 틀린 적이 없었는데... 힘내 짜샤."
다시 일어설 생각마저 없이 주저앉았을 땝니다. 제가 지겹지 않냐고 했더니,
"그러면 어쩌겠어? 할 수 없지. 힘 내" 그리고는 더하는 말이
"빨리 돈 못벌면 나 딴사람한테로 갈테니까 알아서 해. 흥" - 물론 이건 저 힘내라고 하는 애교입니다.
(하긴 벌써 만난지가 삼년입니다.)
이러니 제가 자포자기하고 앉아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러니 예뻐 뵈지 않겠습니까?  저는 하늘에서 저를 위해 보내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힘을 내고 일을 시작하니까, 여러 친구들과 예전에 알던 사람들이 도와주시네요.
그래서 지금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하나 하나 좋은 소식 들려드릴 겁니다.)
하긴 제 어릴 적 사주에 말년에 여복이 많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가 봅니다.
제 나이 내년이면 쉰입니다.  빨리 자리 잡아서 행복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시장가서 장봐서, 그녀를 위해 요리를 하고 싶습니다.
먹고 나서 인터넷 잡으면 제가 설거지 하구요.
저 지금 가진 건 별로 없지만 행복합니다.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82의 아내분들.  여러분의 한마디가 남편을 살립니다.
IP : 210.118.xxx.196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beawoman
    '04.2.26 10:35 PM (211.229.xxx.17)

    무우꽃님 ..........으음 멋쪄요___________ 그 상궁마마님이

  • 2. 무우꽃
    '04.2.26 11:42 PM (210.118.xxx.196)

    저어...... 제가 아니구요? ㅋㅋㅋㅋ

  • 3. 빈수레
    '04.2.26 11:54 PM (218.235.xxx.206)

    아~~~, 부럽네요...
    울남푠도 낼모레면 쉰인데...
    도대체 언제 철들라나, 흑!

  • 4. La Cucina
    '04.2.27 12:22 AM (172.143.xxx.61)

    진짜 멋져요........................ 그상궁마마님이 ...흐흐
    아내의 칭찬 한마디에 남편 적어도 두달을 살껄요.(마크 퉤인의 유명한 말을 제가 표절했음다 -_-) 하여튼 말 이쁘게 하는거 좋은거 같아요. 서로 거울인데 상처 주는 말해서 뭘해요. 내 얼굴에 침 뱃기나 마찬가지니까요.

    무우꽃님 이제부터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래요.

  • 5. 저어~
    '04.2.27 2:15 AM (210.118.xxx.196)

    주제랑은 다른 얘긴데요....
    여태껐 무우님 그런 줄 몰랐어요.
    그냥 밝고 차분하신거 같아서 정신적으로나 뭐로나 여유가 있으신 분으로 ...
    꼭 그렇게 생각했다기 보단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는거죠.
    잘 되실거예요 쌍궁마마도 옆에서 갈구고 계시니까 ... ㄲㄷㄲㄷ

  • 6. 김새봄
    '04.2.27 2:48 AM (218.237.xxx.29)

    쩝...새로 일 시작하신 분께 힘들 드려야 겠지만..
    시상에...앞글보다 더 열 받는구만요...돌 굴려유.....

  • 7. 무우꽃
    '04.2.27 5:22 AM (210.118.xxx.196)

    큭큭 걱정했던대로 돌이 날라, 아니 바위가 굴러오는군요.
    암살자는 항상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드만, 처음 돌이 새봄님한테서 올 줄이야 ....
    굴릴테면 굴려유. 굴려도 나는 좋아. (이름을 [오늘익명]으로 했으면 더 열받았을끼야. ㅋㅋㅋㅋㅋ)

    그리고 앞에 님.
    제가 뭐 부티 낸 것도 없는데. ㅋㅋㅋ 농담입니다.
    좋게 봐주셨다는 뜻이죠?
    쬐끔 전에도 메신저에서 야단 맞았슴다.
    저번에 올린 글 - "메밀면만 잘 끓여도"를 와서 보고서는,
    그날이 자기 인생 어쩐 날이라는 둥... ㅎㅎㅎ
    (아무래도 괜히 여길 갈쳐준겨)

  • 8. 창피해익명
    '04.2.27 9:14 AM (211.223.xxx.233)

    전 3년간 헤메는 남편한테 어떻게 하면 더 상처를 줄까 어떻게 하면 더 힘들어서 정신을차릴까하는맘에 갈구고 또 갈궜습니다.벌써 마흔인데 ..남들은 다 자리잡았는데 나한테만 지우는 짐이 너무 힘들어서 짜증부리고 패악부리고했는데 안할려구해도 잘안돼네요 꾹 참았다 또 터트리고 어떻땐 너무 힘듭니다.여러분이 부럽습니다

  • 9. 빈들녘
    '04.2.27 11:10 AM (61.78.xxx.18)

    남편과 나 50년, 58년생
    아빠처럼 남편처럼 살고파서 나이 많은 사람과 결혼해야지 늘 마음먹었더랬지요..
    큰나무처럼 그 그늘에서 이쁘게 살고싶은게 소망이었지만...
    그 나무가 땅에 뿌리내린게 아니라 화분이었다는걸 나중에 알았지요..
    궁합을 보는건데... 안아두 안아두 안아지지 않는 삶....
    점이란걸 보았는데... 남편이 결혼을 두번한다나.........
    그걸 믿은적 없는데..
    거짓말처럼 그와 난 헤어졌다.
    난 달콤한 츄파츕스를 열심히 빨다가 놓친건지 뺏긴건지..
    아직도 알수없지만..
    이럴줄 알았으면 싸움이나 많이 해 놓을걸....
    그사람이 언젠가 내게 이런말 했었지..
    넌 왜 나만 사랑하니.....? 나없으면 어떻게 살려구.....ㅎㅎ
    씩씩하게 던진 내말을 믿었나.....? 그는 갔고
    운명처럼 나는 씩씩하게 살고.........
    이게 내운명이었나보다.. 난 열심히 사랑만 했을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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