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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면 반이 된다구요....

서영엄마 조회수 : 933
작성일 : 2004-02-25 23:29:16
서영엄마로 이름을 바꾼건... 그동안 제 학원 이름을 닉네임으로 쓰다가 이제 학원을 정리해서 엄마자리로 돌아왔기에 이름을 바꿨어요.
어제 오늘 생각해 보면 별일 아닌데 그냥 기분 상하고 우울하고 그럽니다.

매주 화요일 제가 뭘좀 오전중에 배우거든요.
집에 가려면 지하철을 갈아타던가 버스도 한번 갈아타야 하는데 전부터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이 좋아서 어렵게 한시간 가량을 길에서 보내며 찾아가게 됬지요.
어제, 요즘 날씨가  따뜻해서 조금 얇은 옷을 입고 나왔는데 집에 갈때는 날도 흐려지고 으스스 추운기가 돌더라구요. 그래서 지하철까지 걷기가 싫어져서 길건너에서 좌석버스를 탔는데요.
그날 버스에는 낮시간이라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대부분 혼자서 앉아있는 사람들이었구요
맨 뒤 의자 여러개 있는곳 말고 바로 앞에 빈자리가 있더라구요.
아무 생각없이 빈자리로 갔어요.
가방이 좀 큰편이라서 둘이 같이 앉는것 보다 잠시라도 혼자 앉고 옆에 가방을 두면 편하잖아요.
전 버스같은거 탈때 사람들 잘 안쳐다보거든요.
그런데 자리에 앉는 순간 아차 싶더라구요.
얼굴을 잘 보지는 못했지만 통로를 끼고 옆에 앉은 아저씨가 좀 예사롭지 않은거예요.
뭐 좀 정신이 이상해 보이는.... 얼굴 안보고도 느낌이 오잖아요.
이럴땐 모르는 척 하는게 수인데 일반 버스처럼 통로가 넓은것도 아니구 의자도 높구 괜히 불안한 느낌이 들어서요. 나름대로 그쪽을 안쳐다보고 습관대로 창밖을 쳐다보며 조금 가고 있는데...
갑자기 그 아저씨가 핸드폰 통화를 하는지 누군가에게 전화하는 말투로 큰소리로 떠들기 시작했어요.

나, 좌석버슨데..
내옆자리 젊은여자, 한 30살이나 40살인 애인데 몸파는애 야.
돈이 필요한가봐 , 내가 맘에 드나봐
안경쓴 여자 그여자.(저 안경 써요)
길에서라면 말했을텐데 버스라서 말은 안하고 계속 나만 쳐다봐
유리창문 통해서 계속 어떤 표시를 해
돈이 필요한가봐
나야 집에 마누라가 둘이나 있는데
얼굴도 못생기고 돼지야(저 둥뚱해요)

뭐 이런 식의 말을 (좀 많이 잊어먹었어요) 계속 하는데요.
누가 들어도 다 저를 가르키며 하는 말이더라구요
왜이렇게 한 정거장이 긴지(반포대교 건너가야 내려주더라구요) 일단 내리는 벨을 눌렀지만 너무너무 불안한거예요
그 아저씨 자기 감정이 갑자기 격해져서 험한 행동이나 하면 어떡하나 싶고...
결국 내리긴 했는데 혹시 쫓아서 내리는건 아닌가 겁도 무지하게 많이 났어요.
엄청나게 무서워서 서둘러 택시를 잡아탔어요.
택시 운전사는 머리 허옇고 말도 한마디도 안하는 할아버지라서 감정이 조금 누그러지긴했는데...
집에 와서도 영 개운치 않네요.
확실하게 환자임에는 틀림없고 내가 되게 재수 없는 하루를 보낸것에 불과하지만
알고보면 그 아저씨가 불쌍하다는 맘도 안드는건 아닌데
그리구 살다보면 별의별일 다 생긴다는데
그래도 영 기분이 좋아지지 않네요.
예전처럼 시간에 쫓기고 바쁘면 이런 생각도 금방 잊을텐데
갑자기 시간이 많아져서 나쁜 생각에 집착하고 있는건 아닌지 ... 갑자기...내가 너무 한가하다는 생각에 우울해집니다.

쓰고 보니 참 아이처럼 속 좁고 별것 아닌것에 마음 상하는 제 자신이 부끄럽네요.
사실 우리 남편은 출장 중이고.. 이런 일로 신난다고 친구랑 수다 떨일도 못되고 ....그래서 적어봤어요
그래도 이 글 쓰고나니 조금 개운한 것도 같아요.
그래서 나누면 반이 되나봐요...
IP : 211.110.xxx.137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혜경
    '04.2.25 11:32 PM (211.215.xxx.27)

    세상에 그런 봉변이...
    놀라셨겠어요...
    진정하시구요...미친 ○에 물리셨다구 치시구 잊으세요...

  • 2. 이론의 여왕
    '04.2.25 11:35 PM (203.246.xxx.182)

    아유, 정말 무서우셨겠어요. 좌석버스, 진짜 그런 일 많죠.
    이런 경우도 그렇고, 누가 더듬는 경우도 그렇고, 머릿속에선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 상황에 처하면 일단 겁부터 나는 게 인간이죠.
    님 말씀대로 상대가 갑자기 돌변해서 폭력을 쓴다거나 할까 봐서요...

    그냥 잊어버리세요. 저도 사람들 얼굴 잘 안 쳐다보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길 걸어가면서도 습관적으로 안경 올리고, 일부러 무서운 표정 짓고 그래요.
    (눈빛을 수상쩍게 반짝이면서 옆으로 지나가며 가슴 확 집고 가는 *들이 있어서요.)

    불특정 다수를 경계하고 못 믿는 거... 참 슬픈 일이지만, 그 중 아무리 소수라도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까 경계심을 늦출 수 없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기다 잘 쓰셨어요. 잊어버리시고, 부끄러워하지도 마세요.
    제가 다 심장이 쿵쾅거리네요.

  • 3. 깜찌기 펭
    '04.2.26 8:04 AM (220.81.xxx.162)

    세상에 그런 나쁜!!!
    액땜했다 생각하세요.
    한번 놀라고 마음상하셨겠지만, 올해 좋은일생기려 그런거다..믿고 잊으세요.
    놀라셨겠따.. --;

  • 4. 이영희
    '04.2.26 8:19 AM (211.217.xxx.167)

    지하철은 ..... 무섭구 화나셨겠네요. 전 울분에 빠졌던 얘기 하나. 젊은 아그들의 원색적 성생활(?)에.....얼마나 깊이 키스를하는지 그칸의 모든 사람의 구경꺼리 였어요.영화 찍는줄 알았어요. 난 옆에 서 있었는데 나 얼굴 빨게져서 어쩔줄모르겠는거예요, 앉어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몇명 서 있는중에 내가 끼어서리 근데 앉아 구경하는사람들 난 왜 쳐다봅니까 우씨.... 속으로 열나서 한마디"호텔갈 돈 없냐.등신드을."=3=3=3

  • 5. 제비꽃
    '04.2.26 10:07 AM (61.78.xxx.31)

    놀래셨죠?
    저두 대중교통타면 사람들하고 얼굴안마주칠려고 합니다..

  • 6. 홍이
    '04.2.26 10:32 AM (61.84.xxx.109)

    제가 가슴이 다 두근거리네요..정말 놀라셨겠어요.이론의여왕님얘기도 넘 황당하네요 정말 무서워서 살겠나싶어요,,에잇!똥밟었다 생각하세요.

  • 7. 서영엄마
    '04.2.26 10:44 AM (211.110.xxx.137)

    모두 감사해요...

  • 8. 정원사
    '04.2.26 11:21 AM (218.236.xxx.113)

    어머나..정말 당황스럽고 놀라셨겠네요.
    그만했다니 다행이에요..따라올까봐 얼마나 겁이 나셨겠어요.
    액땜 하셨네요.

  • 9. 키세스
    '04.2.26 12:22 PM (211.176.xxx.151)

    으~~~ 무서워라.
    안따라온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요?
    타고 있던 다른 사람들도 그 아저씨가 제정신이 아니라서 님이 봉변 당한거 다 알겠네요.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릴했는데 누가 믿었겠어요?
    님 전에도 그런일 당한 사람이 있었을 수도 있구요.
    여러군데 이야기 하다보면 나중엔 웃으며 얘기하실 수도 있어요.
    제가 강도 만난 얘기처럼... ^^

  • 10. 핫코코아
    '04.2.26 12:45 PM (211.243.xxx.210)

    저..죄송하지만 원래 닉넴은 뭐였는데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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