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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소꿉요리

아라레 조회수 : 1,491
작성일 : 2004-02-18 13:05:39
부엌에서 자꾸만 커단 냄비나 후라이팬을
끌고와서 노는 아기를 위해서,
사실... 거칠게 노는 터라 유리로 된 뚜껑이며
후라이팬 코팅이 깨지고 벗겨질까봐 -_-

혜경샘께서 사진으로 올리신 소꿉장난 셋트를
클스마스 선물겸 해서 사주었어요.
비쌌지만 조악한 플라스틱으로 얼마 못써
깨질바에야 제대로 된거 사주자며...

자신의 조막만한 손에 딱 맞게 갖추어진 살림인데도
여전히 호시탐탐 싱크대를 뒤져
내 살림을 꺼내가는 딸에게
"너 벌써부터 그러니 나중에 시집가면 어떡할래?"
하며 먼 훗날의 뒷감당을 벌써부터 걱정합니다. ^^;;

반짝반짝 빛나는 고 예쁘고 앙징맞은 곰솥냄비(?)에
빨래통서 뒤져온 지아빠의 양말 한짝을 넣고선(하필이면..)
나무주각으로 뒤적뒤적 젓는 시늉을 합니다.

그래, 엄마가 소꿉놀이의 진수를 보여주마.

"어머, 오늘의 주재료는 양말이네용~?
요즘 소고기며 돼기고기, 닭고기 모두모두
안심하고 먹을 수 없는 현실이죠..
네- 탁월한 재료 선택이에요.
아빠의 진국이 그대로 녹아 있는
양말을 갖고 오늘 양말 곰국을 끓여보도록 할게요. 호호호.."

평소와 다르게 약간 한 톤 높아져 간드러진 목소리로
원맨쇼를 하는 엄마에게
어리벙벙 시선을 보내던 아기도 이제는 좋아라 하며
"흥! 아빠아~? 맘마. 물, 물,, " 어꾸까꾸하며
추임새를 넣어줍니다. (네.. 좀 말이 느립니다.-_-;)

"먼저 양말의 핏물을 뺍니다. (양말 먼지 대충 털어내고)
이케 물을 넣고 한참을 고아줍니다.(물 넣는 시늉)
자... 양말에서 뽀얀 국물이 우러나기 시작하죠?"
"앙.앙..맘마빠앗..!!!헷헷헷 ^ㅇ^"
"네.. 원래대로라면 무지 긴데 시간관계상 여기 제가
준비해갖고 왔어요.(요리시간의 주요멘트)
자아, 이젠 여기다 파를 송송썰고 입맛에 맞추어 고춧가루도
좀 넣어주시면 좋겠죠?"

가만있자.. 파는 무얼로 한다?
굴러다니던 초록색 색종이 조각을 잘게 찢어
곰솥에 훌훌 흩뿌리고 고추가루는....

"고춧가루가 요즘 워나악~♬ 비싸요~♬. 그래서
고춧가루대신 빨간 벽돌을 긁어 가루로 내주세용..."

그 먼먼옛날 김형곤의 요리교실서 했던 멘트를 함으로써
(김형곤은 이걸로 떴는데 기억나시나요? )
오늘의 요리를 마무리 했습니다.

후르륵 소리를 내며 마시는 시늉을 하는 나를 보며
진짜로 이 아가씨는 양말을 입에 물어버려서

"야잇~! 드럽게시리... 빨리 뱉지 못햇~"하는
영 교양스럽지 못한 말투와
자기가 맛나게 빨고 있던 양말을 억지로 뺏겨서
몹시 억울한 아기의 항변과 울음소리로
시끌벅적 아침의 요리시간을 끝냈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





IP : 210.117.xxx.164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키세스
    '04.2.18 1:26 PM (211.176.xxx.151)

    ㅎㅎㅎㅎ
    멋진 엄마네요.
    우리 딸래미도 한살림 장만해줘볼까?

  • 2. 무우꽃
    '04.2.18 2:11 PM (210.118.xxx.196)

    김형곤 ... 아마 돌찌게였죠?
    근데 이 방송 맨날 이시간에 하는겁니까?

  • 3. ky26
    '04.2.18 2:21 PM (211.216.xxx.192)

    빨리 애기 낳서 같이 소꼽놀이 하고 싶어지네요
    다음 요리가 기대 되네요
    이왕이면 몸에 좋은 음식으로 부탁드려요^^

  • 4. 가운데
    '04.2.18 2:38 PM (211.201.xxx.71)

    아라레님의 딸로 태어나고 싶슴다.

  • 5. jasmine
    '04.2.18 2:42 PM (218.39.xxx.212)

    전, 아예 싱트대 아랫쪽을 비우고 소꼽놀이와 바가지들로 채워줬어요.
    리틀타익스 싱크대 산 후엔 제 싱크대 옆에 붙여주고 살았구요. 아예, 그렇게 해주세요....^^

  • 6. 아라레
    '04.2.18 3:17 PM (210.117.xxx.164)

    저 절대 딸에게 헌신적이거나 자상한 엄마가 아닙니다.
    딸이 나에게 데데거리고 대들거나 장난으로 때리면 울 남푠 아기를 확 잡아끌며
    "너 니네 엄마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데 그래~~" 하면서 보는 자기가 섬찟섬찟할 때가
    많답니다. 쟤가 왜 지엄마한테 저리 개길까 하고... ^^;;

    쟈스민님.. 그럴 공간과 여유가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흑흑... 말 안할렵니다.

  • 7. cherokey
    '04.2.18 3:27 PM (211.35.xxx.1)

    그집은 따님이 그럽십니까
    울집은 아들넘이 그럽니다...
    냄비가져다 미니카 잔뜩 넣고는 국자로 휘휘 젛어가며
    엄마 오뎅이야...떡 사세요...먹어봐 맛있쥐
    스파게티국수 뚝뚝 부러뜨려...엄마 얼마예요 해봐
    이러구 놉니다...뭐가 되려는지 ^^;;;

  • 8. orange
    '04.2.18 3:45 PM (218.48.xxx.97)

    저두 아들 어릴 때 가스렌지 사주고 그랬어요....
    너 크면 이런 거 다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사랑받는다.... 이럼서요..... ^^
    훗날 며느리는 무수리클럽에서 제외시키고 싶어서였을까요....

  • 9. 깜찌기 펭
    '04.2.18 4:35 PM (220.81.xxx.179)

    ㅋㅋㅋ

  • 10. 김혜경
    '04.2.18 4:45 PM (211.201.xxx.196)

    아가보다도 엄마가 더 재밌게 노신 것 같은데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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