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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식품 열전..

김새봄 조회수 : 1,140
작성일 : 2004-02-12 08:44:13


국민학교때 학교앞에 가면 참 많은 군것질 거리들이 있었어요.
눈깔사탕 (정말 크더라구요),월드컵어포 (이건 옛날 이름이 뭔지 모르겠고)
쫀드기 (각양각색으로) 달고나 뽑기 매운떡볶기 냉차 (이건 길에서만 팔았고)
가느다란 김밥 기타등등...

우리집 딸 셋이 간신히 2.5kg 을 넘어서 태어난 까닭에 어려서 병치레도 많았고
전 팔도 여러번 빠지고 그러는 바람에 엄마아빠가 참 많이 힘들게 키우셨어요.
(동네에서 내 이름이 자고 일어나면 병원 이었었데요)
그러다 보니까 절대로!! 길에서 파는건 먹지 마라! 가 됐습니다.

아이들이 그런거 엄마한테 돈 받아서 가게에서 사먹는게 전 어려서부터
너무 이상했었요. 쟤네들은 저게 맛있다고 먹나?? (왠 공주??)
그러다 학교 다니면서는 정발 부러웠어요.
처음에는 걔네들이 죽을까봐 너무너무 걱정을 했는데..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아무일 없이 학교를 잘 나오는걸 확인한 후에요..

정말 유별했던것이 아버지가 길에서 파는 호떡은 물론이고
분식집에서 파는 김밥도 못 먹게 하셨거든요.
대신 정말 엄마가 집에서 별거별거 다해주셨어요.
호떡 김밥 핫도그 냉차 (이건 우찌우찌 끓여 식힌물에 미제물건 파는 아줌마한테
입수한 텡가루 타서 얼음띄워서) 이랬으니 좀 크고 난뒤에는
너무너무 먹고 싶었고 부러웠죠.

하루는 친구랑 몰래 신발주머니에 넣고 먹다가 들켜서 등짝에 불이나게
맞은 적도 있습니다.
그 뒤론 겁이나서 못 사먹엇고...
지금은 아이 학교앞에 가서 가끔 논두렁밭두렁 어포 쫀드기 사다가
남편이랑 불량식품 파티를 합니다.
제가 너무 좋아하니까 남편이 그럽니다. "너 아주 한이 맺혔구나"

어른들의 걱정하시는건 충분히 알겠지만..
꼭 그런다고 다 좋은것만도 아니란걸 인제사 알았네요.

참! 그런 아버지를 둔 부작용으로..
전 친정가면 매일 아버지한테 혼납니다.
넌 어째 애를 이렇게 키우냐...엉? 난 너 이렇게 안 키웠다.
울 아부지 매일 전화해서 오늘은 애 뭐했니 안하시는걸 천만 다행으로 여깁니다.


IP : 211.206.xxx.126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키세스
    '04.2.12 9:09 AM (211.176.xxx.151)

    ㅎㅎㅎ 우리 아빠도 순대랑 떡볶이 같은거 못먹게 해서 엄마랑 사다먹고 증거인멸 했던 기억이 나네요.
    몰래 먹어서 그런거 같아요. ^^

  • 2. 이론의 여왕
    '04.2.12 10:32 AM (203.246.xxx.226)

    저는 김밥, 라면, 된장찌개를 식당에서 판다는 걸 알고 얼마나 충격받았는지 몰라요.
    그건 당연히 집에서만 해먹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런 얘기만 하다보면 진짜 공주처럼 자란 거 같네요. 으흐흐, 실은 아닌데.

  • 3. 김새봄
    '04.2.12 10:43 AM (211.206.xxx.126)

    하하하...이론의 여왕님...저도 비슷해요.
    수년전에 티비에서 맛있는집 하고 나오는데 생선조림 전문집이 나오잖아요.
    우리자매들 다같이 하는말이 "저건 집에서 해먹는 반찬인데 왜 나가서 사 먹어?"
    친정어머니 물끄러미..복잡한 눈빛으로 보시더군요.

    또 한가지는 김치볶음밥도 놀랬어요.
    어라..이건 집에서만 먹는거 아니었나..하구요.
    (현실-무수리..하는짓은 -어울리지 않는 공쥐)

  • 4. 쑥쑥맘
    '04.2.12 11:10 AM (218.152.xxx.176)

    요즘 인사동에 리어카에 옛날 그리운 불량식품 파는 아저씨가 있는데,
    남편이랑 외출가선 킬킬거리며 사먹었었죠. "어 니께 더 맛있어~"하면서..
    근데 불량식품은 왜 맛있죠?

  • 5. 나나
    '04.2.12 2:35 PM (61.254.xxx.54)

    그리 옛날도 아니지만..
    나나가 초등학교 다닐 때,
    학교뒤 구멍가게 에서,,
    50원 가지고 사먹을수 있는거,100원 가지고..사먹을 수 있는게 있었더랬었죠,,,
    떡볶이가 100원에 10개 주다가,.5개로 올랐던 시절이고,,(1,2학년 때 기억..)
    쥐포,깨돌이 ,엿,곰사냥,쫀듸기,테이프 모양 과자,아폴로,쌀대롱,논두렁(밭두렁?)...
    이런거,,다 50원 했었더랬어요..아줌마가 콘에다 퍼서 담아주는 아이스크림은..
    50원,100원,,냉차도 50원,100원 했었구요,..아,,,요즘도 군것질의 여왕이건만..
    옛날에도 정말 군것질 많이 했네요,,,^^;; 별걸 다 기억해요.

  • 6. 김혜경
    '04.2.12 8:56 PM (211.201.xxx.8)

    흐흐...어머니 솜씨가 좋으셨나봐요...

  • 7. 델리아
    '04.2.12 8:59 PM (221.165.xxx.245)

    저두 어릴적에 엄마 몰래 불량식품 많이 사먹었는데 가끔 그때가 그립습니다.
    빨대 같은 비닐에 담긴 아폴로(이거 요즘에도 문방구에 있더군요),쬐끄만 주걱으로 퍼먹던 딸기쨈(녹말에 달닳나 색소 타놓은거),테이프처럼 돌돌 감겨서 먹으면 약간 계피향 나는 비닐,줄무늬 허리띠에 숫자 찍혀 있던 쫀디기,그리고 설탕이 마구 발라져 있던 손가락 굵기 오렌지색 쫀디기...
    그런데 요즘 애들도 애들나름의 불량 식품이 있더라구요.약처럼 한개씩 담긴 새콤달콤한것두 있구요.먹으면 혓바닥 전체가 파랗게 물드는 페인트라는 사탕두 있구,맥주맛 난다는 맥주 모양 막대 사탕두 있습니다.애들도 우리처럼 나중에 나이들면 지들 먹던것 추억 하겠죠?

  • 8. La Cucina
    '04.2.13 12:42 AM (172.201.xxx.191)

    전 불량식품에서 어떤거는 알지만 냉차가 뭔가 했거든요. 아니 그런데 그게 그렇게도 맛난 tang이였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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