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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봄나물 조회수 : 916
작성일 : 2004-02-09 12:03:47

자명종도 잠자는 일요일 오전 7시.
큰 맘먹고 일어나 목욕탕에 갔어요.

보통 토요일 오후에나 가는데
이번주에는 신랑과 교대할 시간이 없어
일요일 한나절을 까먹을까봐 일찍 시작했어요.

돌을 한달 앞둔 아기를 둔 입장에서 마음 편히
목욕탕에 가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처음엔 신랑&아기와 함께 큰 찜질방의 쉬는 방에서 교대로 아이 봐가며
목욕을 했는데 아기가 있기엔 사람도 너무 많고 정신이 하나도 없어
이제는 그냥  신랑에게 아기 맡기고 동네 목욕탕에서 한시간 정도 하고 나와요

그 한시간 사이에도 얘가 울지는 않을까? 젖달라고 보채지는 않을까?
온갖 걱정 하다가 하는둥 마는둥 하며 헐레벌떡 집으로 뛰어오지요
그러고 오면 늘 아빠랑 잘 놀고 있더군요 ^^

여하튼 이제 그런 걱정일랑 날려버리고 맘 편히 목욕을 하자~라고
굳게 다짐하고 자는 신랑이랑 아기 두고 목욕탕에 행차했어요.

목욕탕에 가면 저는 늘 냉온욕을 하거든요
가장 이상적인 냉온욕은 7온 8냉이지요
8번 냉욕을 하고 7번 온욕을 하는거에요.
보통 1분 단위로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가며 몸을 담구지요.
요즘 냉탕 물은 너무 차가워서 그냥 끼얹는 정도만 하기도 하구요.
이 냉온욕을 하면 정말 몸이 가뿐하답니다.
하루에 한번 하면 더할나이 없이 건강에 좋다지만 집에서 하기엔 좀 번거로우니
목욕탕에서라도 맘껏 하거든요.
냉탕에 있을때는 온 몸을 움직이시고 온탕에 있을때는 움직임없이 물에 몸을 맏기셔야합니다.

온탕에 지긋히 누워 있는데 철퍽철퍽~ 맛사지 하는 때밀이 아줌마의
손바닥 소리가 목욕탕에 울려 퍼지더군요.
어쩜~ 저렇게도 잘 하시나..싶대요. 받는 아줌마 참 시원하겠구나..싶다가도
남이 자기 몸을 저렇게  구석구석 만지는데 좀 쑥쓰럽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구요.

전 아직 때밀이 아줌마한테 때 밀어본 적 한번도 없거든요
만원 넘는 돈을 낸다는 것이 아깝기도 하지만
좀 쑥쓰러울것 같아요.
저희 신랑은 때 미는 기쁨이 얼마나 큰데 그걸 파느냐..한답니다.
한번 쭉~ 밀면 국수가락이 돌돌 말리는 것이 ^^
그래서 저희 부부는 2주일에 한번씩 목욕탕에 가요.
일주일에 한번씩 가면 때가 재미없게 밀리더라구요.
(그 전에 집에서 샤워는 물론 하구요 ^^)

냉온욕 한번 해주고 자리에 오니 옆에 할머니가 앉으셨네요.
70 다 되신듯 한데 혼자 오셨어요.

  이태리 타올을 양손에 끼시고 열심히 밀고 계신 할머니께
'등 밀어드릴께요~ 하며 타올 하나를 집어들고 살살 밀지요.
  아이구~ 아이구~ 괜찮은데..고마워서 어쩌나.. 너무 고마워 하십니다.
  다 밀어드리니 제 등도 밀어주신다 합니다.
  이럴땐 이미 밀었다고 거짓말을 해야합니다.
  너~무 고마워요...하시는 할머니.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끝에 다는 '아줌마'..
  그냥 애기 엄마라고 하시지..
  젖 먹이고 있으니 아가씨까지는 안바래도 아직 아줌마 소리는 노 땡큐인데..
  (정말 아직 20대 중반에 남이 부르는 아줌마 소리는 싫더라구요 ^^)

  전 목욕탕 가서 혼자 오신 할머니가 계시면 아주 힘들지 않은이상
  등 밀어드릴려고 해요.
  그러고 나면 목욕탕 다녀온 상쾌함이 몇배가 되거든요.
  시골에 계신 외할머니 생각도 나고..

  제 등은 남보다 좀 더 긴 제 팔로 쓱쓱 밀고..
  옆에 있는 사람한테 같이 밀자고는 쑥쓰러워서 못 하겠더라구요.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사람 만나 개운하게 등까지 밀면 좋을텐데..

  일찍 목욕으로 시작하는 일요일 아침도 꽤 괜찮더라구요 ^^



IP : 211.49.xxx.245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혜경
    '04.2.9 4:22 PM (211.201.xxx.105)

    우와, 냉온탕을 반복하신다구요? 전 냉탕에 못들어갑니다. 심장마비 일어날까봐...

  • 2. 아라레
    '04.2.9 5:02 PM (210.117.xxx.164)

    목욕하시는 광경이 그려져요. ^^(앗! 변태성 발언은 아닙니다.)
    저도 아기땜에 대중탕 가기가 참 힘들어서요.
    진짜 요즘엔 서로서로 등밀어달라는 소리조차 쉽게 안나와요.

  • 3. candy
    '04.2.9 7:01 PM (220.125.xxx.164)

    이쁜 수필 하나 잘 읽었습니다.

  • 4. 이춘희
    '04.2.9 9:15 PM (221.155.xxx.36)

    요즈음 세상에 보기 드물게 고마운 사람이네요. 봄나물님! 반가워요.세상이 갑자기 살고 싶어지네요. 정치인이나, 경제인이나, 소시민이나 떨리는 뉴-스로 마음이 심란했었는데 이 글을 읽으니 참 기쁘네요.저도 할머니 등 밀어 드리고 싶어도 말이 안나올거 같아요.내성적이라---님같은 분은 자신을 위해 돈 쫌 쓰고 사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때밀어 주시는 분에게 돈내고 등만 미세요. 이 나라의 원활한 경제발전을 위해서--- 이 금고에서 저 금고로 옮겨가면 또 한 사람 기쁘겠죠.

  • 5. 푸우
    '04.2.10 5:01 PM (218.237.xxx.220)

    정감있고 살아있는 글 ,,, 잘 읽었어요,,
    근데,,저도 냉탕은 자신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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