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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스민님 제목보고 생각나는.... ^__^

아라레 조회수 : 1,163
작성일 : 2004-02-03 10:35:42
결혼전에 1호선(수원행)을 타고 직장을 다닌적이 있었는데
수원선은 인천선보다 간격도 뜸하게 오고
수원 쪽에 학교들이 많아서 정말 출퇴근길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여느때와 같이 빽빽한 밀도를 유지하며
앞사람 뒷통수 관상만이 유일한 볼거리였는데
(넘 좁아서 책을 보거나 광고판도 볼 수 없는 상황)
바로 앞에 서있던 여자애의 행태에
조금씩 짜증이 나고 있었습니다.

귀에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는데
볼륨은 높여서 소음이 흘러나오고
(아... 전 정말 그게 젤 스트레스였어요. -_-+
남들 다 들으라고 할거면 왜 이어폰들을 끼고 다니는지?)
연갈색으로 염색한 곱슬머리는 뒷통수 높이
포니테일로 묶었는데 형광색의 머리밴드는
제 눈을 어지럽게 하고
구불거리는 머리카락이 자꾸 제 얼굴을 찔러대고...

배낭은 참으로 힙합풍으로 헐겁게 메서
제 아랫배를 압박하고 있었고
엄청 굽높은 통굽운동화가 급기야
제 발을 밟더군여... -_-^

밟혀서 발끈했느냐면...
당시 핑클애들이 유행시킨 커단 링귀걸이를
하고 있는 그 여자애의 귀걸이를
손잡이인양 잡고 싶었지만 -ㅅ-+
뭐 지옥철안에서 발 한번 밟힌 게
무슨 큰일이라고 맘 넓게 가지며
그냥 수더분히 갔습니다.....

그러나 계속되는 음악소리는 정말 참을 수가 없어서
어느정도 사람들이 내려 숨통이 트일 즈음
어깨를 건드리며 대화를 시도했죠.
"저기요... 좀 볼륨 좀.....(헉뜨!!!)"

전 끝내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공간이 좀 트였더라면 그 여자애의 앞에 앉은 사람들이나
옆사람들의 표정을 가히 짐작할 수 있었을 터인데
전 정말 껌처럼 그 여자애의 등에 붙어서서 갔으니
전혀 짐작조차 못했지요.

16세 발랄한 하이틴의 패션룩을 잡지책에서
뽑아입은 듯했던 그 여자애는.....

...정말로 할머니였습니다... =_=;;

얼굴에 곱게곱게 분칠을 하고 립그로스를 발랐지만
한 눈에 봐도 예순 다섯은 너끈히 넘어가 보이는 연세의...

소름이 쭈악--! 끼치더니 할 말이 없더이다.

예전에도 종종 미니청스커트를 입은 중년배의 아줌마나
손톱을 빨갛게 물들이고 다니는 할머니를 봤지만서두
그런 컬트적인 쇼크는 첨이었어요.

오늘의 특종이라며 안양사는 친한 동생한테 전화로 얘길 했더니
"아~~ 그 할머니? 나두 본 적 있어. 그 할머니 유명해..."

수원행 열차서 자주 출몰(?)하는 유명인이셨더군여.
이 깜찍한 차림새의 할머니 보신 분들 여기 계세요???  ^o^

----------------------------------------------------------------

두번째 인물은 아마 아시는 분들이 꽤 계시지 않을까 싶어요.

롯데월드 아이스 링크장에서 항상 아이스 쇼를
펼치셨던 할아버지.

남들 다 무난한 복장에 무난한 포즈로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데 반해
커다란 선글라스에 칼러풀한 옷과 선수용 쫄바지를
구색맞춰 입으시고(스케이트는 꼭 흰색)
팔과 다리를  음악에 맞추어 나래를 펼치면서
감정연기까지 해보이시면서 타시던 그 분....

전에 스케이트 선수였다던가 하는 소문도 있었는데
온 링크장을 우아하게 휩쓸고 다니시면서
좀 못타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시거나
뭐라뭐라 훈수의 말을 해주시곤 했죠.

그런데 하시는 말씀은 다 영어....
웁스! 오, 노! 아임쏘리, 유아 베리 굿.... -__-;;

앙드레 김 못지 않은 자신만의 캐릭터를 가지신 분인데
실생활에서 근접하게 되어 그 분에 대한 인상도
참 참신했죠. ^^



이 두분이 제가 마주친 할아버지 할머니들 중
가장 인상깊으신 분들입니다. ㅎㅎㅎ
IP : 210.117.xxx.164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안수주
    '04.2.3 10:47 AM (211.190.xxx.66)

    하하하..요즘은 나이를 초월해서 젊게 사시는 분이 많더라구요.나이는..숫자에 불과하다!!!사실 전 적당한 초월은 건강해 보이고 좋던데 너무 초월하면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 2. 띠띠
    '04.2.3 10:52 AM (218.39.xxx.190)

    ㅋㅋㅋ.. 넘 웃겨요.^^ 에휴..전 매일 아침 한시간에 걸쳐 그 엄청나게 밀리는 1호선을 타고 회사에 출근하는데요. 정말 대한민국 지하철 타면서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 많이해요. 특히나 가리봉에서 갈아탈땐요..재빠르지 않으면 밟혀죽을 정도예요.
    사람들이 좀 천천히 차분히 앞사람이 내리기를 기다리면서 내리면 될텐데
    무조건 밀고봐요.
    오늘도 아주 묘기를 했다지요...
    휴...그런 지하철 타면 정말 스트레스 받는게 한두가지가 아닌데
    늘 변하지 않고 있어요..ㅋ

  • 3. jasmine
    '04.2.3 11:09 AM (218.238.xxx.220)

    저두 롯데월드 할아버지 얘기 많이 들었어요.....
    그래두, 그분정도면 양반이지요....남에게 폐는 안끼치니.....

  • 4. 하늬맘
    '04.2.3 11:16 AM (203.238.xxx.212)

    전 스키장에서..
    보드들고 보드복에 헬멧까지..퍼팩트한 차림으로 내 앞에서 리프트 기다리던 젊은이가..
    알고보니 50은 넘어보이는 아주머니여서..쇼킹했어요.

  • 5. 키세스
    '04.2.3 11:45 AM (211.176.xxx.151)

    우리 엄마아빠 환갑 넘으셨는데 이마트 가면 맥도날드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장보고 다닙니다. ^^
    친정가서 따라간 적 있는데 옷까지 검정색으로 맞춰서...
    남들이 보면 재혼커플이나 노년에 연애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로 보일거예요. ㅋㅋㅋ
    저는 이정도까지가 보기 좋아요.

  • 6. 나나언니
    '04.2.3 11:45 AM (221.149.xxx.154)

    므흐흐~ 롯데월드 할아버지 저도 봤어요. 제 친구랑 신기해서 한참 구경했는데, 그 할아버지 눈이 마주치자...마드무아젤 하면서 윙크 하고 갔다는 -_-+ 영어가 아니라 불어도 가끔 구사
    하시는 걸로 추정됩니다. 저희 동네에 그 할아버지와 쌍벽을 이루는 다른 할아버지가 한 분 계신데, 그 분은 장재근 저리 가라의 왕근육 허벅지에 사시사철 해녀들 물옷 같은 일체형 스판옷에...메뚜기 머리 같은 헬멧 쓰고 산악 자전거를 타고..아니 끌고 다니십니다. 그 자전거 할아
    버지 지하철 탈 때도 그 차림에 자전거 끌고 타시다, 손자 같은 공익요원한테 제지 당하고
    실랑이 하시고...그 자전거 끌고 코엑스몰에 들어가셔서 바닥 긁힌다고 타지 말라는 청소
    아줌마께 당신 자전거는 특수 자전거라 절대 바닥에 흠이 안 난다고 우기시는 거 봤습니다.
    요즘 특이하신 어르신들 동네마다 꽤 되는 것 같아요. 흐흐흐~

  • 7. 김나현
    '04.2.3 2:00 PM (221.165.xxx.151)

    강릉에 피서갔다가, 가장 시원한 곳이 실내아이스링크라 해서, 거기에 갔었습니다.
    거기서,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주 고상하게 생기신 할머니가, 선수용 쫄바지 입고 스피드 스케이트를 타고 계셨습니다. 날렵하면서도, 우아하고, 하반신 몸매도 너무 멋지고... 스피드 스케이트가 아니라 발레공연이였지요...^^

  • 8. 김혜경
    '04.2.3 8:21 PM (211.201.xxx.77)

    와우!! 그렇게 건강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돼야할텐데...스키타고 스케이트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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