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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 패러디 기사(퍼온거 또펌)

김성희 조회수 : 1,082
작성일 : 2004-02-01 21:57:02
좀 깁니다. .전 처음과 끝만 읽었는데 여기 퍼놓고 다시 잘 읽어볼려구요.





출처-절대반지동맹의 하일트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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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루만편

고백하자면 처음 그 곳을 들어설 때는 그리 좋은 기분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일단은 본 기자 같은 사람이 감히 드나들만한 곳이라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하긴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엘프 마님이라 해도 마담 사루만의 사루만 더 화이트 토탈 뷰티 케어 센터 아이센가드의 당당한 위용 앞에서는 압도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압도감은 사루만 씨와 함께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 35층의 라운지에 들어섰을 때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였다.

“아아...저것이 바로 그 유명한 다리 길어지게 하는 기적의 묘약 ‘대디 롱 레그(Daddy long leg)’의 티저 광고 포스터군요?”

본 기자는 라운지 전면을 장식한 거대한 포스터를 보고 탄성을 질렀다. 마담 사루만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우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엔트들은 대디 롱 레그가 자신들의 음료 기술을 빼내 만들어진 것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우리 사루만 더 화이트 토탈 뷰티 케어 센터의 독자 기술의 결과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엔트 음료를 이용하려는 시도를 해보았습니다만 다리가 아니라 목이 길어진다든가 허리만 길어진다든가 하는 부작용이 있어 상품화하기에는 부적합했지요.”

티저 포스터에는 한 때는 평범한 호빗 비슷한 생물이었지만 대디 롱 레그 덕택에 늘씬한 팔 다리를 지니게 된 골룸 씨가 신비한 눈빛으로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사루만 더 화이트 센터는 토탈 뷰티 케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단지 골룸 씨의 몸매만 교정한 것이 아니라 피부도 더 매끈하게 만들었고 눈까지 커지게 했다. 골룸 씨의 머리 위에는 그 유명한 카피 ‘your precious'가 세련된 필체로 박혀 있다. 본 기자는 침을 꿀꺽 삼켰다.

“다시 봐도 멋진 포스터입니다. 하지만...골룸 씨의 의상은 다소 선정적이라는 느낌을 주는군요. 미성년자들에게는 자극이 심하지 않을까요?”

사루만 씨는 깊은 검은 눈으로 본 기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기자님은 약간 보수적인 분이신가 보군요.”
“아, 예...제가 얼마 전까지 어린이 신문사에서 일하던 터라 그렇습니다.”

내가 왜 이런 변명을 하고 있을까...스스로 풋내기 기자임을 밝히다니...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역시 아직까지 무의식적으로 압도감이 남아있나보다. 사루만 씨의 개인 비서인 그리마 씨가 미루보루 잔을 들고 오면서 대화는 잠시 중단되었다. 다시 말을 시작한 건 사루만 씨였다.

“엔트들은 대디 롱 레그 문제로 인해 아이센가드에 이를 갈고 있지만 나는 두렵지 않습니다. 음모와 배신에는 이미 익숙해진 몸이니까요.”

배신이라...아마 간달프 씨와 파경에 이르게 된 이야기를 말하는 거겠지. 사루만 씨가 이 말을 먼저 해준 것은 고마운 일이었다. 그 때까지 본 기자는 이 민감한 주제를 어떻게 꺼내야 할 지 고민하고 있었으니까. 본 기자는 잠시 입에 갖다대었던 미루보루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면서 질문을 했다.

“사루만 씨와 간달프 씨는 두 분 다 이민자 출신이었죠?”
“네, 우리는 서쪽으로부터 건너왔어요.”

그 후 인터뷰는 술술 진행되었다. 아마 사루만 씨는 인터뷰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짐작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하긴 간달프 씨의 스캔들은 아직까지도 온 미들어스의 호사가들을 즐겁게 해주는 주제니까.

처음 이민자 일행은 다섯이었다. 그러나 그 중 둘이 실종되고 심성이 연약한 라다가스트 씨가 문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동물들의 세계로 도피하자 사루만 씨와 간달프 씨에게 의지할 데라고는 서로밖에 없었다. 낯설고 물설은 이 곳에서 두 사람은 맨 손으로 새 삶을 개척해야 했고 이 와중에 두 사람의 시선이 종종 서로에게 머물렀던 것은 차라리 당연한 결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루만 씨는 간달프 씨의 소탈함과 유머 감각에 끌렸고 간달프 씨는 사루만 씨의 로스로리엔의 갈라드리엘 여사도 패배감을 느낀다는 우아함에 마음이 갔다.

두 사람의 애정 전선 만큼이나 두 사람이 시작한 사업 또한 순조로웠다. ‘White & Grey beauty salon' 미들어스의 미학을 완전히 바꿔버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로 시작한 사업이었다. 간달프 씨는 모자 디자인과 수염 케어를 맡았고 사루만 씨는 네일 케어와 화이트닝, 안티 에이징, 헤어 스타일링 등을 담당했다.

불행의 시작은 아주 조그마하게, 두 사람 중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찾아왔다. 바이어를 만나러 출장을 갔던 간달프 씨가 흥분된 목소리로 새 소식을 전할 때만 해도 두 사람 모두 이 소식이 어떤 결과를 불러들일지 상상하지 못했다.

“아직도 그의 열기 띤 목소리가 생생히 들려요. ‘사루만-, 굉장한 걸 발견했어. 호빗이란 종족이야. 발등에 털이 난다구!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어? 수염 케어나 헤어 스타일링 뿐 아니라 발등의 털 관리까지 사업을 확장할 수 있어! 시장 확대라구!! 게다가 호빗은 다 곱슬이야. 엄청난 스트레이트 시장이야. 당신 소원이던 우리만의 가게를 열 수 있어. 더 이상 발록의 눈치를 보며 모리아 셋방에서 영업하지 않아도 된다구.”

파마약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파 죽겠다는 발록의 잔소리 때문에 머리가 아파 죽을 지경이었던 사루만 씨는 ‘우리들의 가게’라는 말에 뛸듯이 기뻤다. 게다가 발록이 두 사람에게 세를 준 뒤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고 악다구니를 쓰는 통에 사루만 씨는 어둠 속에서도 일을 할 수 있는 오크들밖에 조수로 쓸 수 없었다. 그래서 시장 조사차 호비튼으로 출장을 가겠다는 간달프 씨를 기쁘게 배웅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루만 씨는 그 ‘새로운 사업’에 대해 회의적으로 변해갔다. 호비튼에서 온 바이어들을 접대해야 한다며 간달프 씨의 귀가는 점점 늦어졌다. ‘시장 조사’라는 명목 아래 출장도 잦아졌다. 나도 같이 가면 안되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을 때면 누구 한 사람은 가게를 지켜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간달프 씨의 대답이었다. 이 말에 수긍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 한 구석에 허전함을 느끼는 사루만 씨였다. 차라리...이놈의 미용실에 세를 준 뒤로 온 집구석에 머리칼이 날린다고 악을 쓰는 발록을 참고 사는 편이 낫지 않을까?

어느날 사루만 씨가 일찍 가게 문을 닫고 간달프 씨의 뒤를 밟은 것은 의심 때문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차라리 어떤 막연한 예감,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계속 어딘가 머리 한 구석을 쿡쿡 찌르는 듯한 느낌 때문이었다. 그리고 간달프 씨를 따라 어느 룸살롱으로 들어간 사루만 씨는 보고 만다. 환호하는 호빗들을 앞에 두고 뾰족 모자 마술을 펼치는 간달프 씨를.

그 날, 사루만 씨는 처음으로 간달프 씨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게 뭐냐고, 당신이 회색 항구에서 내게 약속했던 미래가 바로 이런 것이었냐고. 처음에는 미안한 기색을 보였던 간달프 씨는 사루만 씨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같이 맞고함을 지르더니 그대로 집을 나가버렸다. 이틀 후, 자기 짐을 샤이어 근처의 프랜싱 포니 여관으로 부쳐달라는 간달프 씨의 편지가 도착했다.

이 이야기를 할 때 사루만 씨의 목소리는 서서히 격앙되었다. 가끔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해 말을 멈추기도 했다. 어쩌면 자기 자신을 제어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본 기자는 이제 가장 껄끄러운 부분 중의 하나로 넘어가야 한다는 점 때문에 부담을 느꼈다.

“그럼 마담 사루만께서 팔란티르를 보기 시작하신 건 이 때쯤이었습니까?”
“아니, 그보다 좀 전이었어요. 간달프가 호비튼을 발견할 즈음이었던가. 하지만 처음에는 심심풀이로 오늘의 운세나 주식 시장 소식이나 잠깐씩 들여다보는 정도였죠. 팔란티르가 제 삶에서 큰 위치를 차지하기 시작한 건 간달프와의 사이가 소원해지면서부터였어요.”

뜻밖이었다. ‘이미 예전부터 팔란티르를 사용했다’고 이렇게 순순히 밝히다니. 이미 미들어스의 온갖 가쉽 사냥꾼들은 두 패로 갈라져있다. ‘간달프가 나쁜 놈이다’라는 쪽과 ‘간달프가 엇나가기 전에 이미 사루만은 사우론과 바람을 피웠다’는 쪽으로. 이미 웹상에는 수백 수천의 안티 간달프, 안티 사루만 사이트가 난무하고 있으며 두 사람의 팬들은 서로상대측을 향해 온갖 비방과 욕설을 아끼지 않으며 둘의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특히 샤이어의 호빗들은 ‘그 독한 사루만이 끝까지 프랜싱 포니에 짐을 보내주지 않는 바람에 간달프는 모자 하나로 사시사철을 버텨야 하고 따라서 제대로 풀을 먹이지 못해 모자가 완전히 흐늘흐늘해졌다. 우린 언제쯤 다시 뾰족 모자 마술을 볼 수 있는 건가’라며 아우성쳤다. 이런 상황에서 순순히 ‘이미 사우론을 알고 있었다’고 밝히다니 이걸 솔직하고 당당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미련하다고 해야 할까.

“우론 씨는 정말 참을성 있게 제 넋두리를 들어줬어요. 단 한 번도 제 말을 끊지 않고요. 물론 자기가 입이 없으니까 말하기가 힘들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전 그와 이야기할 때면 늘 제가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데 그건 제가 그 당시 가장 필요로 하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팔란티르를 통해 만난 사연 중 나쁜 이야기도 많지 않느냐’는 질문을 슬쩍 던지자 사루만 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저도 잘 압니다. 팔란티르 유저 중 sexydene라는 아이디를 쓰는 자가 있는데 ‘미나스 티리스 출신의 로맨스 그레이. 부인과는 오래 전에 사별. 두 아들을 성인으로 키워낸 뒤 이제 나 자신의 인생을 찾고 싶음. 본인과 함께 우아한 은퇴 생활을 즐길 숙녀분의 연락을 기다림. 사진 첨부 요망’이라는 광고를 띄워놓고 항상 접속 모드였어요.”

사루만 씨가 사우론 씨와 함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네, 특히 그의 실내악을 좋아합니다. 쇼팽과 함께 비오는 날 듣기에는 가장 어울리는 음악이 아닌가 해요”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노라면 sexydene는 사루만 씨에게 “님*아 나랑 팔섹하실래엽?” “나는 올해 여든 여덟인데 님*아는 몇 살? 나 연상도 갠차나,,,쭉빵이기만 하면,,,ㅋ-ㅋ” 같은 귓속말을 전해왔다. 때로는 엄한 영상들을 보내오기도 했다.

“그 엄한 영상들을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아까 어린이 신문에 근무하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이젠 더 이상 아니거든요.”
“그 자가 보낸 건 받는 즉시 삭제했습니다.”
“그렇군요...쩝”

사우론 씨가 강퇴를 시키거나 사루만 씨가 끝까지 무시를 하면 sexydene는 “눈깔밖에 없는 넘이 글케 전냐? 너 절라 못생겨찌?” “절라 우낀당...눈깔밖에 없는 넘이 어케 음악을 든냐? 꼬실라고 별 구라를 다까네”같은 메시지와 함께 원색적인 욕설을 남기고 사라졌다.

“무척 기분이 더러우셨겠군요.”
“아뇨, 어차피 외계어 욕설들이라 판독이 불가능했어요. 단지 분위기상 그런 소리였을거라고 생각하는거죠. 정말 참을 수 없었던 건 그 작자가 남발하던 온갖 유치한 이모티콘이었죠. 단어 하나마다 이모티콘 서넛이 따라붙었다면 상상이 가세요?”
“다행히도 안갑니다.”

이쯤해서 화제를 돌려야겠다고 생각한 본 기자는 질문을 던졌다.

“반지 사건으로 간달프 씨와 완전히 갈라진 게 그 무렵이었죠?”

2시대에 금은방을 경영하던 사우론 씨는 자기 자신의 일부처럼 소중히 여기던 필생의 역작인 금반지가 있었다. 그러나 2시대 말의 혼란한 와중에 그만 반지를 잃어버렸고 사우론 씨는 상심하여 식음을 전폐한 나머지 육체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금은방은 진작에 남의 손에 넘어갔다. 삶의 의욕을 잃고 술로 세월을 보내던 사우론 씨는 -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눈알밖에 없어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 사루만 씨를 만나면서 재기의 의욕을 불태웠다. 마침 사루만 씨의 사업도 간달프 씨가 떨어져나간 여파를 극복하고 드디어 모리아를 나와 아이센가드로 근거지를 옮기며 상승세를 타고 있던 차였기 때문에 사루만 씨는 보석 세공업으로까지 영역을 넓힐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간달프 씨가 아이센가드의 문을 두드렸다. 꼴도 보기 싫은 얼굴이라 문을 열어줄 생각이 없었지만 ‘제발 내 여분의 뾰족모자들이라도 돌려달라. 그건 원래 내 것이 아니었는가’고 애원하는 통에 들여보낼 수 밖에 없었다.

뾰족 모자를 챙긴 간달프 씨는 곧바로 나가지 않고 머뭇머뭇했다. 짐을 찾았으면 빨리 나가지 않고 뭘 하는 거냐고 사루만 씨가 묻자 간달프 씨는 이런 말을 꺼냈다.

“저기...이번에 보석 세공업을 시작한다며?”
“댁이 무슨 상관?”
“그럼 반지에 새겨진 글자를 지우고 다른 걸 새기는 것도 가능하겠네?”
“그거야 기본이지. 빨리 나가.”
“잘됐다. 그럼 금반지 하나 손 좀 봐주라. 이게 불에 집어넣었다 꺼내면 웃기는 글귀가 나타나는데 그걸 지워버리고 ‘G로부터 F.B.에게’라고 새기려고 하거든. 오해하지마. G란 절대 간달프의 G가 아니라...”
“뭐? 불에 집어 넣으면?”

일시적으로 글자가 나타나게 새기는 것은 사우론 씨만이 가진 기술이었다. 이를 통해 제 2 시대에 무수한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본처 앞에서는 그냥 결혼 반지처럼 보이지만 애인 앞에서는 ‘내게는 내 귀염둥이 뿐이야’라는 글귀가 나타나게 한다든가...리벤델 동장 엘론드 씨의 반지만 해도 평소의 ‘켈레브리안’이라는 글자가 머크우드 근처에서는 ‘X란두일’로 변한다고 한다. 그리고 로스로리엔의 여주인 반지에 어떤 글귀가 새겨져 있는지는 미들어스가 끝날때까지 밝혀지지 않을 극비사항으로 남아있다.

사루만 씨는 반지에 대해 캐물었다. 그리고 그것이 사우론 씨가 가장 아끼던 문제의 반지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돌려달라고 하자 간달프 씨는 펄쩍 뛰며 완강히 거부했다. ‘눈깔밖에 없는 괴물이 무슨 반지냐’ -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편견은 위험하다 - ‘그 반지는 내 예쁜 호빗의 목에 걸려있는 게 훨씬 어울린다’ 같은 모욕적인 발언들도 내뱉었다.

“기가 막혔어요. 원래 개념이 없는 사람이라는 건 알았지만 대놓고 법을 위반하며 소유권을 침해하기까지 할 줄은 몰랐거든요.”

후에 사루만 씨는 문제의 호빗과 간달프 일행이 반지를 완전히 녹였다 다른 모양으로 새로 만들어서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모르도르의 용암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간달프 씨를 완전히 포기한 사루만 씨는 사업에 전념을 쏟기로 했다. 그리고 그의 불행을 보상하듯 사업은 한동안 순조로웠다. 드워프든 엘프든 인간이든 미들어스의 레이디라면 모두 마담 사루만의 살롱을 거쳐야 했다. 발록은 ‘나는 그 유명한 뷰티 케어 아티스트 사루만이 젊었을 때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후원했다’고 떠들고 다녔다.
그러나 사루만 씨에게도 위협이 닥쳤다. 사루만 씨는 각고의 설득 작업 끝에 라이벌 살롱들을 물리치고 로한의 세오덴 왕과 뷰티 케어 계약을 맺었다. 세오덴 왕은 사루만 씨의 서비스에 흡족했고 로한은 평화로웠다. 그런데 여기 간달프 씨가 끼어들어 세오덴 왕으로 하여금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게 했다. 그것도 ‘더 화이트’라는 사루만 씨의 상표를 가로채면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로한의 에오윈 공주는 ‘진정한 백색의 레이디는 늙다리 사루만이 아니라 바로 나’라고 떠들고 다녔다. 백색이 사루만 씨의 트레이드 마크라는 것은 온 미들어스가 알고 있건만.

사생활 뿐 아니라 사업에 있어서도 배신을 당한 사루만 씨는 망연자실했다. 어느 비오는 날, 아이센가드의 꼭대기 층에서 브람스의 바이올린 콘체르토를 듣던 사루만 씨는 ‘이게 산다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음악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서히 발코니 밖으로 몸을 기울였다.

“마담, 이러시면 안됩니다!!”
“저희는 마담을 어머니처럼 믿고 따랐는데 마담이 안계시면 우리는 어떡해요!!”

우르크 하이들이 일제히 사루만 씨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사루만 씨는 번쩍 정신이 들었다. 그래...이 아이들이 있었지...내가 없으면 이 애들은 어찌될까. 안그래도 ‘튀기’라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손가락질 받는 아이들인데...사루만 씨는 한 우르크 하이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네 주인이 누구냐?”
“사루~~~만”

우르크 하이는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대답했다. 그리고 사루만 씨는 다시는 죽겠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본 기자는 분위기를 좀 더 밝게 바꾸어 보기 위해 새 질문을 던졌다.

“그리마 씨와 인연을 맺은 게 로한 계약 때였죠?”
“네, 그리마는 아주 좋은 청년입니다. 감수성도 풍부하고요. 언젠가 제가 우르크 하이 부대에 새로 디자인한 유니폼을 입히고 정렬 행군 시키자 감동하여 눈물까지 글썽거리더군요.”

아닌게 아니라 그리마 씨는 정말 성실한 비서였다. 끊임없이 미루보루를 새로 내오고 라운지를 정돈하는 등 사루만 씨의 지시가 없어도 잠시도 쉬지 않았다. 내가 저 정도로 부지런했다면 어린이 신문에서 잘릴 일도 없었겠지...왜 어린이 신문인데 일할 분량은 성인 신문만큼 많았을까...그나마 지금은 월간지라 다행이야...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인터뷰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습니까?”
“상표를 바꿀 생각입니다. 간달프가 그렇게 나온 이상 이미 더 화이트란 상표는 더럽혀졌습니다. 앞으로는 한 가지 색에 얽매이지 않는 상표를 개발할 겁니다.”

새 상표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하긴 사업 기밀일테니까.

“사우론 씨와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여전히 좋아요. 우론 씨는 아주 좋은 남자입니다. 이건 잡지의 독자분들을 위해 드리는 팁인데...남자가 눈알밖에 없다는 건 때로는 아주 훌륭한 장점이 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장점이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와 함께 인터뷰는 끝났다. 아이센가드 밖으로 걸어나오면서 본 기자는 뒤를 돌아다보았다. 여전히 당당하고 압도적으로 서있는 아이센가드. 그 모습이 이 곳의 주인과 꼭 닮았다는 것이 여기서 받은 마지막 인상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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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미들어스 사우론 인터뷰



본 인터뷰를 위해 바랏 두르로 향하면서 본 기자는 내심 걱정을 했다. 미리 약속한 일정이긴 하나 토탈 뷰티 케어 센터의 마담 사루만의 소식이 끊긴 지금 마담과의 오랫동안 서로를 감싸주고 지탱하는 아름다운 관계로 유명한 사우론 씨가 한가하게 잡지사 인터뷰에나 응하고 있을 여유가 있을까하는 염려가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들 어스 최고의 젠틀맨, 뭇 나즈굴들의 영원한 형님 사우론 씨는 과연 예의 바른 신사였다. 마담의 안부를 걱정하고 연락 방도를 찾느라 황망 없는 와중에도 의연하고 따뜻하게 본 기자를 맞아주는 그에게서는 미들 어스 1,2,3 시대를 모두 치열하게 살았던 자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유장한 관록이 풍겼다.

다만 눈알 전체에 걸쳐 유난히 핏발이 서 있는 것은 최근 그의 심기를 어지럽히는 철없는 자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점이라 할 것이다.



본 기자: 바쁘신 와중에도 약속을 취소하시지 않고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우론 씨: 약속을 어기는 것은 제 신조에 어긋납니다. 아무리 예의가 땅에 떨어진 세상이라 해도 지킬 것은 지키고 살아야지요.



본 기자: 1,2,3 시대를 모두 겪으신 분의 입장에서는 3시대의 너도나도 무례함이 판치는 풍조가 더욱 극심하게 느껴지시겠군요.

사우론 씨: 그렇습니다. 모르고스 형님이 건재하실 때만 해도 미들 어스 꼴이 이렇지는 않았어요. 당시 엘프들은 게으르긴 했어도 심성 자체가 글러먹진 않았거든요.

본 기자: 사우론 씨가 몇몇 대장장이 엘프들을 모아 금은방을 차리셨던 게 2시대 중엽이었던가요?

사우론 씨: 맞습니다. 그 때 엘프들 중 가정 환경이 좋지 못했던 애들 몇몇을 모아 대장장이 기술을 가르쳤지요.

본 기자: 드워프도 아니고 엘프들을 데리고 일을 하는 게 쉽지는 않으셨을텐데요.

사우론 씨: 그렇지요. 엘프들은 그저 허영심이 강하고 노는 것만 좋아해서 조금만 일이 험하다 싶어도 "꺄악~~ 머리칼 끝이 그을렸어~~" "전 불 가까이에서 일 안할래요. 땀 닦다 속눈썹 망가진단 말예요"하고 몸을 빼기가 일쑤지요. 그뿐입니까. 잠시라도 제가 다른 곳에 갔다 오면 그 새 일은 팽개치고 자기들끼리 모여 빙 둘러앉아 "오~~엘베레스 길소니엘~~" 하면서 뮤지컬이나 하고 있단 말입니다. 영생을 가진 것들은 그래서 글렀어요. "오늘 못하면 내일 하고 올해 못하면 내년에 하며 미들 어스에서 못하면 발리노르 가서 하면 되지" 가 머리에 박혔거든요. 드워프들만 해도 엘프들보단 나아요. 드워프들은 그래도 장인 정신이 있거든요. 에루가 드워프를 창조하려다 실패해서 나온 게 엘프라는 소문은 절대 사실입니다.



본 기자: 그래서 힘의 반지 프로젝트의 최종안에서는 엘프들이 빠진거군요.

사우론 씨: 네. 세 반지와 아홉 반지까지는 어찌 엘프들을 달래서 같이 작업했지만 계속 이 녀석들과 동업을 하다가는 제가 복장이 터져 제 명에 못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뭡니까. 그래서 늬들은 계속 거기 모여 앉아 노래 자랑이나 해라, 그냥 일은 나 혼자 하마...하고 저 혼자 유일 반지를 만들어낸 겁니다. 헌데 막상 저희들 하고 싶은대로 하게 내버려뒀더니 이 엘프들이 이번에는 제가 자기들을 따돌렸다고 삐지지 뭡니까? 그리고는 저처럼 남을 무시하는 사장 밑에서는 일을 못하겠다면서 세 반지를 챙겨서 휭하니 가버리더군요. 하지만 자기들은 여럿이고 저는 혼자였는데 상식적으로 누가 누굴 따돌렸겠습니까?



본 기자: 그리고 엘프들은 거기서 그친 게 아니라 사우론 씨의 작업장을 공격해 유일 반지를 강탈하려고 시도했지요.

사우론 씨: 결국에는 엘프들과 한패였던 이실두르라는 작자가 가져갔지요. 전 하도 엘프와 인간의 연합군에 시달리던 차라 반지가 제 손에서 빠져나갔을 때는 차라리 속이 시원했습니다. 그래, 먹고 떨어져라...라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요. 어차피 금은방은 작파한지 오래 되었으니까요.



본 기자: 한동안은 미들 어스를 떠나 동인 왕국 누메노르에서 일한 적도 있으시지요? 그 때 일을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요?

사우론 씨: 아르 파라존 왕은 하늘이 내린 동인남이었습니다. 실력 면에서나 의욕 면에서나 그를 따라갈 자는...흠...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는 쉴롭 여사 정도라고나 할까요. 모델을 봤다하면 즉각 거미줄로 칭칭 감아놓은 뒤 첫째 다리로는 시리어스물을, 둘째 다리로는 개그물을 쓰고 다음 다리 두 개로 콘티를 짜고 그 다음 다리 두 개로는 그림을 그리며 일곱 번째 다리로 엄챗을 하고 마지막 다리로 예약을 받는 일을 동시에 해낸다는 쉴롭 여사 말이죠. 하지만 아르 파라존 왕이 그에 맞먹는 분량의 일을 두 손으로 해냈던 그 업적은 아무리 찬양해도 모자랄 따름입니다. 오죽하면 원래 왕위를 이어받아야 했던 사람은 타르 팔란티르 왕의 딸이었지만 온 국민들이 아르 파라존을 왕으로 추대했겠습니까. 타르 미리엘도 그럭저럭 괜찮은 동인녀였지만 아르 파라존에 비하면 아무래도 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어요.



본 기자: 그런 아르 파라존 왕이 삼고초려하여 사우론 씨를 모셔갔던거군요.

사우론 씨: 이것 참 제 자랑이 되는 것 같아 쑥스럽습니다만 반지 세공업을 한 데서 보이듯 제가 미적 감각은 좀 있는 편입니다. 이건 다른 데서는 안하는 얘기인데 사실 마담 사루만의 흰 손 마크를 디자인해준 것도 저였어요. 어쨌든 아르 파라존 왕은 작업량을 감당하지 못해 실력 있는 어시를 구하던 참이었는데 그 때 제 이야기가 왕의 귀에 들어간 거였지요. 친히 배를 타고 움바르까지 와서 저를 스카웃 하는데 그렇다고 멀리서 온 사람 청을 거절한다는 게 못할 짓이더라구요. 그래서 따라갔지요. 처음엔 배경 담당이었지만 점점 다른 일도 맡게 되고 나중엔 왕의 카운슬러로 공동 기획까지 하게 되었어요.



본 기자: 그럼 아르 파라존 왕의 비운의 마지막 프로젝트도 함께 하신 겁니까

사우론 씨: 아니, 전 그 때 오히려 말리는 쪽이었어요. 오크부터 마이아까지 모든 종족의 커플링을 섭렵한 아르 파라존 왕은 새로운 소재에 목말라 했고 급기야 발라 북을 낼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 뜯어 말렸어요. 발라들은 사실 굉장히 못생겼거든요. 하지만 아르 파라존 왕은 "난 이대로 멈출 수 없어, 사우론" 하고는 그대로 배를 타고 영생의 땅으로 향하더군요. 결국 경각심을 느낀 발라들이 저주를 내려 동인 왕국 누메노르는 가라앉고 누메노르 인들의 영광 역시 사라진 것입니다.

본 기자: 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군요.

사우론 씨: 가장 안타까운 건 그로 인해 누메노르 왕실 도서관도 가라앉아 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희귀한 커플링이 사라져갔는지 모릅니다. 그 도서관에 비하면 모리아의 도서관 따위는 동네 책 대여점에 불과해요.



본 기자: 그 때 살아남은 누메노르 인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우론 씨: 최악입니다! 선조들의 재능을 못 물려 받은 건 물론이고 기본적인 예의 조차도 안 되어 있어요. 아까 엘프 얘기를 했죠? 엘프들은 게으르긴 해도 심성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하지만 누메노르 후손들은 천성이 남의 불행을 즐깁니다. 일례로 곤도르 인들이 미나스 이실에다 심었던 백색 나무 말이죠. 봄만 되면 꽃가루가 트럭 분량으로 날립니다. 전 알러지가 좀 심한 편인데 바랏 두르까지 날아오는 그 꽃가루 때문에 눈물과 재채기로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이었어요. 엘렌딜을 붙들고 제발 그 나무 좀 어찌 해달라고 애원을 했건만 그 영감은 봄이면 그 나무 밑에서 삼겹살 구워먹는 재미가 얼마나 큰데 그런 소리냐고 버럭 화를 내더군요. 결국 그렇게 삼겹살 구워먹다 휴대용 버너가 불을 내는 바람에 백색 나무를 홀라당 태워먹고는 그걸 제 소행으로 돌렸지요.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어요. 이제 나무가 없어져 한 숨 돌리나 했더니 이번엔 이실두르가 미나스 아노르에다 백색 나무를 심었던 겁니다. 다 제 알러지 증세를 알고 한 짓입니다. 게다가 제가 원래 육신을 잃은 뒤로는 더 힘들어졌습니다. 보시다시피 눈꺼풀이 없으니 ? ダ?감아버릴 수도 없지 않습니까? 섭정 벨렉소르 2세 일가가 휴가를 떠날 때 백색 나무에 물주는 걸 깜빡해서 나무가 말라죽을 때까지 저는 해마다 봄이 무서웠습니다.



본 기자: 참 씁쓰레한 이야기군요. 이야기를 돌려서 누메노르가 멸망한 뒤로는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사우론 씨: 다시 미들 어스로 돌아와 처음 한 동안은 살 길이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지는 게 인생 아니겠습니까. 보시다시피 모르도르는 개발이 덜 되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는데 그걸 이용하기로 생각을 한 거지요.

본 기자: 전 모르도르 야생 공원의 팬입니다. 연중 자유 이용권이 있는 건 물론이고 지인들에게도 이용권을 선물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아요!

사우론 씨: 허허 그렇습니까. 기쁜 이야기군요. 안그래도 모르도르 공원, 특히 동물 코너는 체험 학습 코너로도 아주 평이 좋지요. 주말이면 와르그 옆에서 사진 찍는 일가족으로 붐비고 북치는 트롤은 재롱둥이로 관객 인기 순위 1위입니다.

본 기자: 맞습니다. 트롤 애교가 장난이 아니던데요. 하지만 공원이 잘나가는 만큼 귀찮은 일도 많지 않습니까?



사우론 씨: 네. 팔란티르에 동물원 코너 광고를 낸 적이 있는데 어느 날 'sexydene'라는 아이디의 팔란티르 유저가 초면에 인사도 없이 다짜고짜 "님*아 나 깜찍한 >_< 호빗 한 마리만 분양해주셈,,,택배루다...그럼 하는 쪽지를 보내오는 겁니다.

본 기자: sexydene라면... 팔란티르 유저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은 곤도르의 데네소르 씨군요.

사우론 씨: 그렇지요. 그래도 전 상대가 나이가 어려서 그러려니 하고 점잖게 본 동물원은 호빗은 취급안한다는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절나 치사...C8...누가 장사꾼 아니랠까바 그게 글케 아깝냐? 돈 주고 사면 대자나...얼마냐? 얼마야? ㅆㅂ 글케 돈 벌어서 쌍커풀 수술할라 그러냐? 눈깔바께 엄는게..." 하고 답이 오더군요. 전 돈 벌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정말 없어서 그러는 거라고 설명을 했는데도 악착같이 호빗 내놓으라고 생떼를 쓰는 겁니다.

본 기자: 저런...그런 작자는 사이버 팔란티르 수사대에 신고해버려야 합니다!



사우론 씨: 저도 그 생각은 했습니다만 차마 어린 친구를 상대로 할 짓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결국 제 돈을 써서 나즈굴과 우르크 하이를 시켜 호빗을 구해오게 시켰습니다. 원래는 네 마리를 쫓았고 실제로 두 마리는 잡았는데 중간에 이 놈들이 도망을 가는 통에 한참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최종적으로 평소엔 별로 마음에 안들던 작자지만 마법사 건달프 편으로 호빗 한 마리를 보냈지요.

본 기자: 그랬더니 잠잠해지던가요?

사우론 씨: 처음에는요. 하지만 곧 "ㅆㅍ...호빗이 열라 꾸져써...주인은 난데 ! 우리 둘째 놈을 더 따라...딴 놈으루 바꿔죠...@.@ <- 이러케 눈 절나 크고 파란 이뿐 호빗 하는 답이 왔습니다. 저도 어이가 없어서 그 때부터는 뭐라고 난리를 치든 답을 않고 무시했지요. 그랬더니 옥션 사이트에 sexydene 이름으로 호빗 판다는 광고가 뜨더군요. 이문을 붙여 팔아넘길 작정인가 봅니다.



본 기자: 원래 데네소르 가문이 미들 어스 최고의 문제 가정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사우론 씨: 동의합니다. 데네소르 본인 말고도 그 아들 둘이...아, 이름이 베지미르와 맘마미르던가...

본 기자: 보로미르와 파라미르 말씀입니까?

사우론 씨: 아, 네, 맞습니다. 그 두 녀석이 꼬마일 적에 자기들 아버지 없을 때 팔란티르를 갖고 노는데 제 팔란티르에 접속한 다음 제 눈 쪽에다 정통으로 후레쉬를 비춰대는 겁니다. 제가 눈이 부셔서 이리 저리 도망가는 걸 보면서 좋아라 낄낄대는 거지요.

본 기자: 세상에나...

사우론 씨: 그나마 후레쉬는 낫습니다. 이 녀석들이 어느 날엔가는 팔란티르가 냄새도 전송할 수 있다는 걸 알아내더니...팔란티르를 갖다놓고 그 앞에서 양파를 썰어대기 시작하더군요. 제 평생 그렇게 눈물 흘려보긴 처음이었습니다. 엘렌딜과 이실두르의 백색나무는 이에 비하면 양반이었죠.

본 기자: 써는 애들 쪽에서도 힘들었겠습니다.

사우론 씨: 그래서인지 형이 계속 동생한테 썰라고 시켰습니다. 동생이 싫다고 반항하니까 형이라는 녀석 말이 "그럼 나 너랑 결혼안해 준다. 그렇게 되면 넌 장차 주근깨 투성이에 엉덩이 턱에 익룡 목을 단 두 칼에 썰어버릴만큼 팔뚝 힘이 좋은 말나라 공주랑 결혼해야 할지도 몰라." 합디다. 작은 녀석은 말나라 공주랑 결혼하긴 싫었는지 울면서도 양파는 썰어내더군요. "형아...정말 나랑 결혼할거지?" 하면서요.



본 기자: 그 두 형제는 그것 말고도 일화가 많지요. ...

사우론 씨: 둘이 데네소르 몰래 봉화대에 숨어 담배 피우다 담뱃불을 제대로 안 꺼 불을 내는 통에 그만 곤도르 전역에 봉화가 올라 로한 군대가 무슨 비상 사태인가 싶어 사흘밤낮 전속력으로 말을 달려 미나스 티리스까지 왔다가 화를 내며 돌아갔다는 사건 말이지요?

본 기자: 바로 그겁니다. 그 사건으로 곤도르와 로한 사이는 국교가 단절되고 데네소르는 두 아들에게 엄청 화를 냈다는군요. 보로미르는 벌로 "저는 다시는 아버지 몰래 담배를 피우지 않겠습니다" 는 문장을 다섯 번 써야했고 파라미르는 섭정의 지팡이로 종아리를 50대 맞은 뒤 지하 감방에 갇혀 닷새를 굶었다고 합니다. 아울러 데네소르는 파라미르에게 또 이런 짓을 하면 장작 위에서 태워버리겠다고 경고했다지요.



사우론 씨: 아하, 그게 바로 그 가문의 전통인 장작 교육의 시초였던 겁니까.

본 기자: 맞습니다. 그 파라미르가 받아쓰기를 제대로 못했다든가 형이랑 결혼시켜달라고 밥안먹고 시위하다 가출해서 붙들려오는 등의 말썽을 일으키는 사건이 있을 때마다 데네소르는 장작을 쌓아놓고 아들과 제 몸에 기름을 끼얹은 후 불을 붙이네 마네 소란을 피우다 주위에서 뜯어말리면 못이기는 척 내려오곤 했답니다.



사우론 씨: 그것도 자주 하면 약발이 안먹힐텐데요.

본 기자: 그러게 말입니다. 처음엔 겁에 질려 "아 잘못했어요" 를 연발하던 파라미르도 나중엔 뭔가 맞을 짓을 했다 싶으면 알아서 장작 쌓아놓고 아버지 퇴근하기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기가 기름 뒤집어쓴 모습이 은근히 예쁘다는 걸 알게 된 파라미르는 괜히 몸에 기름을 부은 뒤 형이 지나 다니는 길에 쓰러져 있곤 했다지요. 나중엔 부자 모두 그 행위를 즐기게 되어 퍼포먼스가 끝난 다음에는 장작에다 함께 삼겹살을 구워 소줏잔을 부딪치며 "파라미르 네가 미워서 이러는 게 아니라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거다".."알고있습니다 아버님" 하고 놀았다지요.

사우론 씨: 나름대로 정감이 없지도 않군요. 그런데 결국 눈치없는 호빗과 건달프 놈이 끼어드는 통에 다 엉망이 되었다지요. 그 날도 데네소르와 파라미르 모두 한 30분 장작 위에 올라가있다 그냥 내려올 작정이었는데 건달프와 섀도팍스인가 뭔가 하는 바보 말이 끼어들어 말린답시고 소란을 피우다 정말로 불이 붙어버렸다면서요.



본 기자: 그러게요. 기절한 척 누워있던 파라미르는 주변에 불이 붙자 당황해서 그만 눈을 뜨고 내려와야 할지 계속 그러고 누워 남들이 불을 꺼주기를 기다려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다행히 예의 눈치없는 호빗이 파라미르 군을 내려주긴 했지요. 잠시 실눈을 뜨고 주위를 살피던 파라미르는 아버지 몸에 불이 붙은 걸 봤지만 간달프 씨의 지팡이가 두려워 계속 눈을 감고 의식이 없는 척 했답니다.

사우론 씨: 건달프 놈이 하는 짓이 다 그렇습니다. 그 참견꾼은 자기만 없으면 미들 어스는 평화 그 자체라는 걸 언제 가서야 깨달을까요.



본 기자: 저번 인터뷰의 주인공이었던 마담 사루만의 인생을 망친 것도 간달프 씨였습니다.

사우론 씨:(침울한 어조로) 맞는 말씀입니다. 마담은 제가 지치고 좌절할 때마다 저를 격려해 준 제 인생의 빛이었습니다. 깡패 독수리 떼가 모르도르 공원 익룡들을 습격해 익룡들이 폐사 직전까지 가서 제가 공원이고 뭐고 다 때려치울까 할 때마다 그 정도 쯤에 좌절해선 안된다고, 1시대와 2시대에는 더 심한 일도 겪지 않았냐고 저를 일으켜 세운 사람이 마담이었습니다. 보로파라 형제가 제게 한 짓을 호소했을 때 마담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보라고 조언했습니다.



본 기자: 그럼 사우론씨가 서치라이트 기능을 습득한 건 마담의 조언 덕택이었군요.

사우론 씨: 그런 셈이지요. 팔란티르에 불청객 얼굴이 뜰 때마다 서치라이트로 쫓아버릴 수 있었거든요. 그러나 정작 제가 마담에게 새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접속했을 때 정작 마담의 팔란티르는...(말을 잇지 못한다)



본 기자: 간달프 씨의 주장으로는 아이센가드가 수재 피해를 입은 걸 알고 도우러 갔다가 물 속에서 팔란티르를 주웠다고 합니다만...

사우론 씨: 그 놈이 그런 새빨간 거짓말을 했습니까! 천만의 말씀, 진상은 이겁니다. 저와 마담의 플라토닉하고 정신적이며 순수한 사이를 의심한 건달프 놈은 마담을 추궁하러 아이센가드로 갔다고 합니다. 그것도 혼자 간 게 아니라 귀 얇고 성질 급한 엔트들을 꼬드겨 댐을 터트리는 행패를 부렸다지요. 이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정작 마담의 애정을 배신하고 변태 호빗광의 길로 빠진 것이 누구였는데...저런 작자를 상대하다 스스로의 수준까지 떨어질 것을 염려한 마담이 건달프를 무시하고 탑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깡패 건달프 놈은 마담의 지팡이를 부러뜨리는 만행을 저질렀고 그 광경을 위에서 내려다보던 마담의 비서 그리마 군은 너무 놀란 나머지 닦고 있던 팔란티르를 떨어트렸는데 그걸 건달프 놈이 낼름 주워간겁니다. "오호라...이 팔란티르가 없으면 더 이상 사우론 놈과 통정하지 못하렷다" 하면서요.



본 기자: 세상에나...제 3자인 제가 들어도 치가 떨립니다.

사우론 씨: 그것도 모르던 저는 팔란티르에 접속했다 마담이 아닌 웬 곱슬머리 생물이 뜨는 통에 혼비백산 했습니다. 잠시 후에야 바로 제가 나즈굴들을 시켜 잡게 했던 호빗 중 하나임을 알았지요. 제가 마담은 어디 있냐, 마담과 이야기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으나 버릇없는 호빗은 저를 무시했고 그 다음엔 웬 꼬질꼬질한 레인저 한 놈이 다짜고짜 얼굴을 들이밀어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놀랐을진대 마담 그 여린 사람이 얼마나 마음 고생을 했을지...



본 기자는 무언가 위로의 말을 하려 했으나 인터뷰는 여기서 중단되었다. 공원 직원 중 하나인 '사우론의 입'씨가 황급히 달려와 공원 정문 앞에 인간, 엘프, 드워프 등이 잡탕으로 섞인 부랑자 부대가 몰려와 표도 사지 않고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한 것이었다.

사우론 씨는 본 기자에게 말했다. "보십시오, 이게 오늘 날 미들 어스의 꼴이라는 겁니다. 예의라는 게 땅에 떨어졌어요. 인터뷰를 끝까지 잇지 못해 죄송합니다만 전 저 부랑자 무리를 상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본 기자는 이해한다고, 여기까지 인터뷰에 응해주신 것만도 감사하다고 인사하고는 바랏두르를 나왔다.

공원을 나오는 길에 보니 과연 부랑자 중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언젠가는 우리도 표 사서 들어갈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날이 오늘은 아니다. 오늘은 그냥 볼테다" 하고 연설을 하는 중이었다.

과연 미들 어스에 정의와 도덕이 바로 잡힐 날은 언제인가. 사우론 씨의 협조에도 불구하고 씁쓰레한 뒷맛을 남긴 인터뷰였다


IP : 210.205.xxx.8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라레
    '04.2.2 12:10 AM (210.117.xxx.164)

    하도 길고 눈이 어른거려 다섯번을 들락거리다 겨우 다 읽었어요.
    반지 매니아라 꾹 참고 읽었더니...
    넘 재밌네요. 이 글 쓰신분 대단해요.
    또 다른 글 볼 수 있을까요? 퍼와 주셔서 감사...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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