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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속의 진주 (1탄)

장수산나 조회수 : 1,093
작성일 : 2004-01-31 13:24:44

새벽잠을 깨우는 전화벨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받고보니
시애틀에 살고 있는 고등학교동창 입니다.

남편과 한달간 휴가를 나왔다는 친구는 목소리도 크고
씩씩한것이 여전합니다.
거의 2년만의 통화라 달디단 새벽잠을 놓친 아쉬움이나 원망도
저멀리 던져버리고 내목소리가 한껏 더 높아집니다.

금요일날 남편과 함께 울집으로 오겠다며 친구들을 모두 부부동반하여
소집하라는 명령을 받고서야 전화를 끊었습니다.

* * *


벌써 이십하고도 삼년전일인것 같습니다.
80년도에는 잊을수 없는 5.18이 있었지요.

당시 무교동 코오롱빌딩12층에서 근무를 하던 수산나는
매일 광교쪽에서 시청까지 구름떼처럼 몰려다니던 대학생들과
체류탄속에서 이방인처럼 창가에 서있던 기억이 있습니다.

모든 대학교는 휴교에 들어갔고
체류탄속에도 합류하지 못한 많은 청춘들이 무료한 시간들을
죽이기 위해 그야말로 하이애나들 처럼 서성대던 시절....

다섯명의 내친구들과 다섯명의 하이애나들이 만나 이름만 독서클럽이지
사실은 무료한 시간들을 죽이는 모임쯤이였던것 같습니다.

다섯명의 하이애나중 꽤나 한인물 하는눔이 하나 있었습니다.
하이얀 얼굴에, 큰키에, 중후한 목소리에 그럭저럭 미남의 조건을 갖춘눔이
하나 있었는데 하필이면 우덜 다섯명중에 젤루다 못생긴 시애틀친구가
그눔을 은근히 짝사랑 하는 눈치를 보이고.....

그때나 지금이나 오지랖 넓기로 소문난 수산나가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다는 판단하에 미남하이애나에게 시애틀친구와 한번 사귀어보지 않겠느냐?
생긴것 보고 판단말아라! 성격은 정말 좋은 얘다! 등등의 감언이설로
꼬득여도 그눔 하는말이 이상형이 아니라고 간단히 거절을 하더구먼요.

절망한 내친구가 가여워 친구들끼리 몰려다니며 위로한답시고 여기저기
미팅주선도 하고 그랬던건 같은데 시애틀친구의 인연은 엉뚱하게도
아주 가까운곳에 있었습니다.

대졸신입사원들이 그친구가 다니는 회사에 와장창 입사를 하였는데
그중에 하나가 그녀의 연분이 되어 미남하이애나 따위는 말끔히
잊어버리고 청춘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던 즈음.....

군대를 가버린 미남하이애나가 어느날 수산나에게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휴가를 나왔는데 시애틀친구를 꼭한번 만나게 해달라는 겁니다.
뭔가 재미난 일들이 생길것 같은 희열에 몸부림치면서 그날 저녁에
당장 둘의 만남을 성사시켰었지요.

미남하이애나가 군대에 가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 너가 정말 괜찮은 여자라는걸 깨달았다.
'진흙속의 진주'를 내가 알아보지 못한것 같다.
나의 실수를 용서하고 지금부터 진지하게 사귀어 보자 -
라는 프로포즈였습니다.

그러나 이미 버스는 떠났고
얼굴이 벌겋게 되어 고개를 팍 숙이고 다방문을 나서던 가엾은 하이애나....
짜~~식 그렇게 잘난척 하더니 샘통이다 하고 뒤통수에 대고 걀걀거리고 나니
아니 그럼 내친구는 '진주'고 이때꺼정 둘을 엮어주려고 애쓰던
나머지 네명은 모두 '진흙?'
럴수 럴수 이럴수가.....

그다음 부터 시애틀친구에게 바가지 씌우기작전으로 돌입....
"야! 진흙들이 밥값을 어떻게 내냐? 진주 니가 내라!"
"나도 진주라고 불리우면 커피값 팍팍 낸다니까!"
등등으로 내내 우려먹어도 속좋은 내친구 낄낄낄 웃으며
물주노릇을 톡톡히 했었습니다.

신입사원애인과 드디어는 결혼을 한 내친구.
손귀한 집에 들어가 떡두꺼비같은 아들을 둘이나 턱 낳더니
까탈스런 홀시어머니 비위 맞춰가며 살림늘려 알뜰살뜰 잘살더니
시애틀지사장으로 남편이 발령이 나서 훌쩍 미국으로 떠나더니
그곳에서 이제는
자리를 잡고 산지 10년입니다.
그곳에서는 제법 성공한 눈치입니다.

미남 하이애나.....
진흙속의 진주도 이미 다른사람이 발견하여 가지고 간뒤에는
뼈아픈 후회를 해도 소용이 없다는걸 깨달았겠지요.
소문에 하던 사업이 잘 안되서 고전한다고 하던디.....

세월은 짐작하지 못한곳으로
늘 우덜을 데려다 놓곤 합니다.

  
      
꽁지글
이곳의 단골손님 경빈마마님이 젤루 좋아하고 사랑하는 놀이동산이 이곳이라고 들었슴다.
그리구 전 이곳 쥔장의 왕팬이구여~~(조선일보 구독중)

이 글은 2년전에 내친구 진주가 왔을때 쓴 글인데 신고식용로다가 올립니다.
어젠 이 친구가 또 나왔슴다.
2탄은 진주가 치매 걸리신 시엄니와의 엮어내는 알콩달콩한 야그임다. 기대해 주실껀지요? ㅎㅎ...
IP : 218.148.xxx.15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경빈마마
    '04.1.31 1:48 PM (211.36.xxx.98)

    네에~수산나님~!! 어서 오시어요..환영합니다.
    혹시?? 홍시감님 이야기는 아니신가요??
    시어머님을 모시는데,,그냥도 아니고..치매라..누가 그랬어요..차라리 중풍이 훨씬 나은거라고
    그 고생 다 어찌 말로 하리요만..따뜻한 수산나님이 계시면 잘 이겨 낼 거라 봅니다.
    서로 말없이 기대어 준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저는 압니다.
    2탄 이야기 기다리겠습니다.

  • 2. 빈수레
    '04.1.31 5:50 PM (218.235.xxx.130)

    근데, 중풍이 세월이 지나면 치매가 온답니다, 흑흑흑....

  • 3. 김혜경
    '04.1.31 10:23 PM (211.212.xxx.155)

    얼른 해주세요...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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