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빼앗기는 것과 나누는 것

김윤곤 조회수 : 939
작성일 : 2004-01-31 12:01:32
빼앗기는 것과 나누는 것
..
어느 아가씨가 공원벤치에 앉아
고즈넉이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노신사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조금 남아 있는 책을 마저 보고 갈 참 이었습니다.
방금전 가게에서 사온 크레커를 꺼내어 하나씩 집어 먹으며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고 시간이 얼마쯤 흘렀습니다.

크레커가 줄어가는 속도가 왠지 빠르다 싶어 곁눈질로 보니,
아니!? 곁에 앉은 그 노신사도
슬며시 자기 크레커를 슬쩍슬쩍 빼먹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니 이 노인네가...'
화가 은근히 났지만 무시하고 크레커를 꺼내 먹었는데,
그 노신사의 손이 슬쩍 다가와 또 꺼내 먹는 것이었습니다.

눈은 책을 들여다 보고 있었지만 이미 그녀의 신경은
크레커와 밉살 스러운 노신사에게 잔뜩 쏠려 있었습니다.

크레커가 든 케이스는 그 둘 사이 벤치에서 다 비어갔고,
마지막 한 개가 남았습니다.

그녀는 참다못해 그 노신사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뭐 이런 웃기는 노인이 다 있어?" 하는 강렬한 눈빛으로
얼굴까지 열이 올라 쏘아 보았습니다.

그 노인은 그런 그녀를 보고 부드럽게 씨익 웃으며
소리없이 자리를 뜨는 것이었습니다.

별꼴을 다 보겠다고 투덜대며
자리를 일어 나려던 그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녀가 사가지고 온 크레커는
새 것인 채로 무릎위에 고스란히 놓여져 있었습니다.

자신이 그 노신사의 크레커를
집어 먹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고,
오히려 자기 것을 빼앗기고도 부드럽게 웃던 노신사.
하지만 그 노신사는 정신 없는 그 아가씨에게
크레커를 빼앗긴게 아니고, 나누어 주었던 것입니다.

제 것도 아닌데 온통 화가 나서
따뜻한 햇살과 흥미로운 책의 내용 조차 잃어버린
그 아가씨는
스스로에게 이 좋은 것들을 빼앗긴 것입니다.

이러한 차이가 오백원 짜리 크래커가 아니라
아주 중요한 일에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상황을 만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

"빼앗기는 것과 나누는 것"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는 마음에 있는 것입니다.
IP : 220.91.xxx.154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은맘
    '04.1.31 4:41 PM (210.105.xxx.248)

    마지막쯔음 코믹한 멘트가 확 날아올줄 알았는데....

    욕심을 버리고 겸허해지라는 멘트가 푸드득 거리고 있네요. ㅎㅎ

    나눔이라~~~~

    흠~~~~~

  • 2. 아라레
    '04.1.31 6:08 PM (210.117.xxx.164)

    좋은 얘기네요.
    저는 이거랑 같은 버전으로 코믹한 것만 알고 있는데..(역쉬 사람에 따라...)

    출근길 만원버스안.
    한 아가씨가 너무 숨이 불러(똥배 땜에^^) 스커트 뒷지퍼를 내리기로 했다.
    그런데 잠시후, 다시 채워져 있는 지퍼.
    뒤에 바짝 붙어 있는 남자의 소행인 듯.
    잠시 째릿 -_-+ 하고 다시 내렸다.
    근데 잠시후 바로 지퍼가 채워져 있는게 아닌가.
    +++++ 이 상황 리피트 너댓번++++++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오른 그녀.
    "아닛, 왜 남의 치마 지퍼에 자꾸 손을 대는 거예욧!!!"
    차안 술렁술렁... 사람들 남자를 변태+치한으로 오인하는 상황..
    .
    .
    .
    .
    .
    .
    .
    .
    "아가씨, 아가씨야 말로 왜 남의 바지 지퍼를 자꾸 내리는 거요?"

  • 3. 키세스
    '04.2.1 1:49 PM (211.176.xxx.151)

    흐흐흐
    저는 새우깡 이야기가 생각나요.

  • 4. 새우깡은 모예요?
    '04.2.1 2:07 PM (210.117.xxx.164)

    궁금... 해주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543 반가와요 2 아임오케이 2004/02/02 880
16542 도대체 얼마나... 13 어쩌다마주친.. 2004/02/02 1,421
16541 남편의 무단외박... 7 남양 2004/02/01 1,301
16540 반지 패러디 기사(퍼온거 또펌) 1 김성희 2004/02/01 1,082
16539 [re] 나도 이런일을 당했어요 1 나그네 2004/02/02 888
16538 [re] 갑자기 아픈 기억이 떠오릅니다 ㅠ_ㅠ 1 TeruTe.. 2004/02/01 879
16537 분당 한샘 전시장에 가보셨어요? @o@ 5 김효정 2004/02/01 1,268
16536 MAMMA MIA!를 보며 울다.... 5 april 2004/02/01 1,064
16535 짠돌이 카페 1 무우꽃 2004/02/01 890
16534 안녕하세요. 첫인사드립니다. 2 파파야 2004/02/01 877
16533 --* 뭐지? 4 깜찌기 펭 2004/02/01 874
16532 건망증 이야기 21 아라레 2004/02/01 1,305
16531 광주 베토벤음악감상실 2 무우꽃 2004/02/01 948
16530 헛소리 14 깜찌기 펭 2004/02/01 1,221
16529 혼자 알기가 아까와요 2 재은맘 2004/01/31 1,821
16528 복수! 5 아침편지 2004/01/31 1,120
16527 울진 죽변항~~~가고싶다 "어부 현종님"집을보구 2 제비꽃 2004/01/31 897
16526 진흙속의 진주 (1탄) 3 장수산나 2004/01/31 1,093
16525 자유게시판,,엽기의 물결에 탄력받아서!!! 14 나나 2004/01/31 1,081
16524 빼앗기는 것과 나누는 것 4 김윤곤 2004/01/31 939
16523 아파트 윗집(?) 소음 문제 11 TeruTe.. 2004/01/31 1,493
16522 몸짱 처녀.... 5 ^^ 2004/01/31 1,604
16521 쇠고기, 닭고기 대신 연어 먹다--모르는게 약 7 *** 2004/01/31 950
16520 구두쇠 열전 15 jasmin.. 2004/01/31 1,610
16519 레골라스의 비밀일기 (펌) 6 아라레 2004/01/31 1,000
16518 이영희님 2 바바리언 2004/01/31 884
16517 천룡과 현대공예의 위치와 특징을 알려주세요 2 이경선 2004/01/30 876
16516 지하철에서,, 9 푸우 2004/01/30 1,169
16515 [re]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양현경버전 3 매니아 2004/01/30 903
16514 서른즈음에.. 5 푸우 2004/01/30 894